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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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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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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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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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곡창지대

DUMMY

8.


“하하하하! 나는 사막의 전사 중 최초로 하늘을 날고 있다!”

“저 바보가! 이반!”

“주, 준비하고 있습니다!”


헐레벌떡 낙하산을 챙기는 이반.

한편 낙하중인 룬나임은 만족스런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시원하군. 언젠가 한 번쯤은 하늘을 날아 보고 싶었지!’


쿠우우우우우-


룬나임은 바람을 맞으며 공중에서 할 수 있는 자세란 자세는 전부 다 해 보았다.

스카이다이빙의 기본형인 아치(arch)형으로 시작해 드러눕는 자세와 앉은 자세, 공중제비까지.

공중에서의 자유를 한창 즐긴 룬나임.


“어디 한 번, 지상에서도 놀아볼까?”


그는 수풀을 정찰중인 4구의 안드로이드를 타겟으로 잡고 낙하했다.


- 이상현상 발생. 공중에서 미등록 유기물 출현-


콰직!


안드로이드를 쿠션삼아 착지하는 신기에 가까운 밸런스!

룬나임이 일어서며 목과 어깨를 풀었다.


“어우. 그래도 이건 좀 뻐근하구만.”


- ... 신원불명의 유기물 출현.

- 전투태세 준비.

- 포위 진형 구축.


남은 3구의 안드로이드들의 팔에서 기관총이 튀어나왔다.


- 포격 시작.


위잉- 투두두두두두-!


사정없이 몰아치는 총알의 비!

허나 총알이란 총구 방향만 읽으면 피할 수 있는 것.


“거 참 눈물나게 정직한 공격이군! 이반의 주먹보다 훨씬 피하기 쉽다!”


룬나임은 날아오는 총알들을 모두 피하며 허리춤의 도끼를 던졌다.


휘리리리릭! 툭.


금속 머리통 하나가 바닥을 굴렀다.


투두두두두두두-!


“네놈들은 동료가 죽었는데도 계속 쏴제끼는구나! 그렇다면!”


룬나임은 남은 두 안드로이드의 정가운데로 파고들었다.


티디디디디디딩! 펑! 콰앙!


자기들끼리 쏘다가 폭발하는 안드로이드들!

상처 하나 없이 안드로이드를 무찌른 룬나임이 크게 웃었다.


“별로 똑똑한 친구들은 아니로군. 적과 아군은 잘 구분해야지.”

“... 화려하게도 해내셨군.”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반이 낙하산을 핀 채 내려오고 있었다.


탁. 펄럭.


“좀 늦으셨군. 선생. 그 계집애들이나 쓸 법한 망토 때문인가?”

“... 내가 정상이고 네놈이 미친 거다. 살다살다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리는 놈은 처음 보는군.”

“누군가의 처음으로 기록된다는 건 항상 영광스러운 일이지. 그나저나 이놈들이 전부는 아니겠지?”

“물론. 이것들은 정찰병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들을 통솔하는 사령부는 페르세포네 곡창지대의 중심부에 있지.”

“오호. 사령부! 듣기만 해도 재미있는 놈들이 가득할 것 같군.”

“그래. 그러니까 잘 따라와라. 늦으면 놓고 갈 거다.”

“하하하! 선생이나 잘 따라오라고.”


******


곡창지대의 중심부이자 로봇들의 사령부에 가까워질수록 더 다양하고 많은 안드로이드들이 등장했다.


- 유기물들. 사령부로 접근중.

- 제거한다.


손톱 대신 드릴이 달린 기체, 머리통에 전기톱이 달린 기체 등등.

룬나임과 이반은 그 모든 안드로이들을 박살내며 전진했다.

더 많은 기체를 파괴한 건 이반 쪽이었다.


콰과과과과곽!


공중에 두 개. 양 손에 두 개.

총 4개의 단검을 사용해 끊임없이 몰아치는 이반의 단검술!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움직임에 룬나임이 새삼 놀랐다.


“호오. ‘중첩’을 이용해 동작을 무한히 이어지게 하는 건가? 무한의 검술이라는 말이 반은 과장이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공격이 끊이지 않는군.”

“과장 맞다. 체력에는 한계란 게 있으니.”

“그럼 무한히 체력을 기르면 되겠군!”


룬나임은 농담삼아 던진 말이지만 본질적으로 옳은 소리였다.

실제로 이반의 체력은 근래 눈에 띄게 좋아졌다.

룬나임과의 훈련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훈련다운 훈련을 한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이반이 몇 년 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수준에 맞는 상대가 없어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이스 콜로세움에 모이는 검투사들은... 강자라고 불릴 만한 실력자들이 아니니까.’


진짜 실력자들은 남의 업장에서 검투사로 싸우지 않는다.

제국의 관직을 얻거나 자기 세력을 구축해서 직접 사업체를 운영한다.

그쪽이 더 돈이 되니까.

이반 역시 코마로프가의 은혜를 입지 않았더라면 스페이스 콜로세움 소속이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스페이스 콜로세움에서 챔피언이라는 놈들도 우주 전체로 보면 어중이떠중이지. 하지만... 이놈은 달라.’


룬나임은 재능부터가 남달랐다.

마나를 배운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이반의 마나 흐름을 읽어낸다.

이반은 20년 넘게 마나를 수련했는데 말이다!


‘엄청난 육체능력도 육체능력이지만, 판단력과 움직임 속에 숨겨진 의도를 읽는 능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다. 조금만 노골적인 공격을 하면 바로 치고 들어오지. 오죽하면 이 녀석 훈련시키느라 내 마나 운용능력이 개선될 정도-’


“이반!”


휘리리리릭!


이반의 귀를 스쳐지나가는 룬나임의 도끼.


콰직!


도끼는 이반의 뒤를 노리던 가위손 안드로이드의 미간에 꽂혔다.


“전투 중에 딴생각하면 안 된다고. 선생.”

“... 명심하지.”


******


몰려오는 로봇들을 모두 박살내며 곡창지대의 중심부로 향한 두 사람.

그들이 마주한 건 거대한 로봇이었다.


쿵! 쿵! 쿵!


높이는 20m 정도.

원반을 다리 여덟 개로 떠받친 듯한 형태.

옥타로드(Octalord)였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혹시 저게 사령부인가?”

“그래. 옥타로드라는 기계지. 구역 내에 있는 모든 로봇을 통솔하는 두뇌 역할이자 그 자체로 로봇들의 공장이다. 놔두면 부서진 기계들을 수거해서 새로운 로봇을 재생산하겠지.”

“두뇌이자 공장이라... 여왕개미 같은 거군.”

“적절한 비유로군. 맞다.”


피식 웃은 룬나임이 앞으로 나섰다.


“어디 가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닌가? 여왕개미를 잡지 않고선 개미굴을 정복했다 할 수 없지. 저 놈을 부수러 간다.”

“... 불가능해. 옥타로드를 파괴하려면 숙달된 해커를 데려와서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전용 장비를 끌고 와 넘어뜨려야 한다. 우리 둘로는 저걸 부술 방법이 없어.”

“하하하! 선생답지 않게 왜 이러실까. 가장 간단한 이치를 잠시 잊으신 것 같은데?”

“... 가장 간단한 이치?”

“그래. 인간이건 기계건, 여기를 잃으면 죽는다는 것 말야.”


룬나임이 머리를 톡톡 쳤다.


“뭘 모르나 본데... 옥타로드를 조종하는 메인 컴퓨터는 다리 위 원판에 있다. 뭘 던져서 맞출 수 있는 높이가 아냐.”

“그럼 올라가면 그만이지!”

“뭐?”


룬나임은 옥타로드에 돌진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었고.


“하압!”


콰악!


최대한 높게 도약한 뒤 옥타로드의 다리에 단검을 꽂아넣으며 매달렸다.

그리고는 또 하나의 단검을 꺼내며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하하하! 선생! 또 나 혼자 재미 보게 생겼군!”


‘... 미친놈. 방금 3m도 넘게 뛰었어. 그 와중에 미세한 금속판 접합부분에 정확하게 단검을 꽂아넣었고.’


이반이 혀를 내두르는 사이 룬나임은 옥타로드의 다리를 등반했다.


‘여기가 약해 보이는군.’


콰악!

접합부를 정확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단검!

태양전지와 메인 컴퓨터가 있는 옥타로드의 원판 부분은 그 무게만 40t이 넘는다.

여덟 개의 다리 역시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 매우 튼튼하게 설계돼 있다.


‘그 튼튼한 다리의 약한 부분만을 골라 단검을 박아넣으며 올라가다니...’


콱! 콱! 콱!


그 속도도 어찌나 빠른지, 이반은 마치 바퀴벌레가 벽을 기어다니는 걸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콰악! 휴우!


“역시 높은 곳에 오르는 건 늘 짜릿하군!”


순식간에 옥타로드 정상, 원판부까지 등반한 룬나임.

넓게 펼쳐진 태양전지 정가운데에 딱 봐도 메인 컴퓨터로 보이는 기계장치가 있었다.

룬나임은 도끼를 꺼냈다.


“뇌는 항상 잘 보호해야 하는 법이지. 머리를 이렇게 까놓고 다니면 쓰나.”


콰직!

치직-! 치지지지지직-!

슈우웅.


몇 번 스파크가 일고 나서 기계장치에 들어왔던 불이 전부 꺼졌다.


기이이이이...


균형을 잃고 점점 기울어가는 옥타로드의 몸체.


쿵!


20m가 넘는 거대한 로봇이 쓰러지며 큰 모래먼지가 일었다.


“룬나임!”

“... 왜 부르나. 선생?”


모래먼지를 헤치며 나오는 룬나임.

그가 뻐근하다는 듯 어깨를 풀자 이반이 혀를 내둘렀다.


“... 네놈 몸뚱아리는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거냐.”

“하하하! 착지하는 것만 조심하면 생각 외로 별 거 아냐. 차라리 거대사막코끼리가 더 힘든 사냥감이지. 나중에 선생도 한 번 사냥해 보라고. 꽤 재밌으니까.”

“... 참나. 나까지 상식이 박살나는 기분이군.”


쿠우우우우우우-!


둘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레이븐의 스페이스쉽이 착륙했다.


“말도 안 돼.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옥타로드까지 해치웠다고?”

“후후. 예카테리나 아씨 눈 동그래진 게 정말 귀엽군. 천진난만한 소녀 같아.”

“... 조용히 해. 아무튼 이걸로 일 자체는 빨라졌어. 잠깐 두 사람 다 들어와 볼래?”


스페이스쉽 안에는 구운 식빵을 놓은 접시가 세팅돼 있었다.


“오. 우리가 싸우는 동안 아가씨께선 요리를 하고 계셨군. 어떤 맛일지 기대되는걸.”

“... 조용히 하고 먹기나 해.”


와작. 와작.


“맛이 어때?”

“정말 맛있습니다! 아가씨! 식빵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입니다!”

“이반. 호들갑 떨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그게 진짜 맛있어?”

“소, 솔직히 평범합니다. 맛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군요.”

“오히려 마음에 드는군. 사람이 너무 맛있는 것만 먹다 보면 혀의 노예로 전락하기 마련이지. 전사의 식량으로 적절한 음식이다.”

“그래. 그럼 이번엔 이걸 먹어봐.”


레이븐은 또 다른 접시에 구운 식빵을 담아 건넸다.


와삭.


식빵을 한 입 베어물자 룬나임과 이반의 표정이 굳었다.


“어때?”

“... 이건 조금 위험한 음식이군.”

“아가씨. 거짓이 아니라 이거야말로 식빵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쿡쿡. 뭐. 두 사람 다 아까 것보단 맛있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겠지? 그럼 다행이네.”

“두 식빵의 차이가 뭐지?”

“전자는 현재 SC-13에서 일괄적으로 판매되는, 곡물공장에서 생산한 곡물로 만든 식빵. 후자는 바로 이걸로 만든 식빵.”


레이븐의 손바닥에 갈색 밀알들을 담아 보였다.


“그냥 평범한 밀 같은데.”

“쥐눈이밀이야. 맛도 좋은데 재배기간도 짧고 대충 뿌리기만 해도 잘 자라는 슈퍼작물이지. 한 가지 조건만 만족한다면 말야.”

“조건이라면?”

“야외에서 키울 것. 곡물공장에서 쓰는 키트를 쓰면 자라긴 하는데 맛이 엄청나게 떨어져. 자연광 때문인지 바람이나 땅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말야.”

“그러니까 이 땅에 쥐눈이밀을 키우겠다는 거군. 재배할 농기계는 있나?”

“물론. 행성 페르세포네는 원래 코마로프가의 것이었어. 제국이 보낸 로봇들에 점령당해서 못 쓰고 있던 거지. 로봇들 잔해 싹 치우고, 불 한 번 시원하게 질러서 화전(火田)하면 당장 한 달 안에 수확도 가능해.”

“오오! 이거면 SC-13 식량 판매 독점권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이반의 호들갑에 레이븐이 고개를 저었다.


“오버하지 마. 이반. 쥐눈이밀 하나로는 택도 없어. 입찰 조건도 못 맞춘다고.”

“그, 그렇습니까?”

“흠. 내 귀엔 쥐눈이밀 말고도 다른 작물들의 종자도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군.”

“눈치 빠르네. 맞아. 코마로프가엔 밀, 쌀, 콩, 옥수수. 종류별로 슈퍼작물 종자가 있지. 전부 다 야외에서 키워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들로만 말야.”

“그렇다면 곡창지대를 더 많이 확보해야겠군요!”

“응. 다 먹고 나면 다음 지대로 이동하자. 마침 1200km쯤 떨어진 곳에 뱀서리콩 키우기 좋은 땅이 있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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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곡창지대 24.08.08 20 4 12쪽
7 7. 식량 24.08.07 23 5 13쪽
6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3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3 5 15쪽
4 4. 자질 24.08.04 26 4 12쪽
3 3. 선생 24.08.03 34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40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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