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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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최근연재일 :
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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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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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3. 선생

DUMMY

3.


“무슨 일이야?”

“마담 레이븐의 호위 이반과 룬나임이 맞붙는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감옥.


“닥쳐! 닥치지들 못해!”

“당장 벽들 봐! 이 노예 자식들아!”


간수들이 채찍질했지만 고통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수감자 전원의 시선이 복도의 두 사람으로 향했다.


“무기 없이 맨손으로 한다.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지.”

“이 정도 핸디캡으로 충분한가? 내가 볼 땐 추가로 발에 족쇄도 달아야 할 것 같은데.”


철컥!

룬나임이 말하기 무섭게 손목을 구속하던 밴드가 풀렸다.


“... 건방진 자식.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어 주마.”

“그 나이 먹고도 인생의 업적이 누가 죽여달라 애원한 게 전부였나 보군. 어지간히 기분 좋은 일이었나 봐?”

“이 자식!”


먼저 달려든 건 이반 쪽이었다.


쿵! 쿵! 쿵!


태클을 시도하는 이반.

120kg가 넘는 이반의 거구가 전차처럼 돌진했다.

하지만 룬나임은 사막의 전사.

사방천지가 모래밭인 곳에서 남자아이들의 유일한 놀이는 칼질과 레슬링뿐이다.


“크윽!”

“아직 털이 안 난 게 맞나 보군! 사막에서 이 정도 태클은 코흘리개도 받아낸다!”


어렵지 않게 태클을 막은 룬나임은 총알같이 옆으로 돌아 허리를 잡고 뒤로 던져버렸다.


휘릭! 탁!


거대한 덩치로도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착지하는 이반.

마담 레이븐이 다시금 부채를 펼쳤다.


“장난은 이제 그만해. 이반. 설마 너도 다섯 번의 전투를 못 견디는 건 아니겠지?”

“... 알겠습니다. 제대로 하죠.”


이반의 자세는 권투 자세로 바뀌었다.


“레슬링이 안 되니까 권투냐? 권투도 안 되면 그 다음은 뭐지? 리듬체조나 에어로빅이라도 선보일 건가? 하하하.”

“... 닥쳐라!”


재차 달려드는 이반.

룬나임이 눈을 크게 떴다.


‘정직한 오른손이군.’


룬나임은 이반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뻐억-!


룬나임의 얼굴에 정통으로 ‘왼손’이 꽂히기 전까진 말이다.


‘뭐지? 분명 오른손이었는데?’


퍽! 퍽! 퍽! 퍽!


“하하하. 어떠냐?”


첫 주먹을 필두로 룬나임은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왼손!’


왼손이 날아온다 싶으면 오른손 주먹이 턱에 꽂혔다.


‘카운터 찬스다!’


뻐억!


분명 타이밍 맞춰 날린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역으로 자신이 카운터를 맞는다.

오른손을 보고 있으면 왼손이 날아오고.

왼손을 회피하면 오른주먹에 맞는다.

혹시나 반대로만 날아오나 싶어 노골적인 왼손을 경계치 않으면 그대로 왼손이 날아온다.


퍼버버버버버벅!


그야말로 속수무책!

룬나임은 이반의 속사포같은 주먹을 다 맞아야 했고.

결국 밀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어떠냐! 이제 좀 격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하하!”


기세등등하게 웃는 이반.

룬나임 역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씨익 웃었다.


“대칭이로군.”

“... 뭐?”

“대칭이라고. 너 마음대로 몸의 좌우를 바꿀 수 있구나?”

“뭐, 뭣?”

“몇 번 맞아보니까 알겠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네가 몸의 좌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 제국 마법기사단 녀석들이 보여주던 이능력과 비슷한 맥락인가?”


분명 승기를 잡았던 이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떻게 마나에 대해서 전혀 모르면서... 내 능력을 파악한 거지?’


물론 완벽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었다.

이반 이브라히모비치의 정확한 마나 능력은 ‘중첩’이었으니까.

A자세와 B자세를 중첩한 상태로 존재하다가 상대 반응을 보고 결정하는 능력.

하지만 이반은 맨손 격투에서 좌우 대칭이 아닌 자세를 중첩하지 못했다.

하자면 할 수 있긴 하지만 실전에서 쓰기엔 위력이 너무 떨어졌다.

사실상 룬나임의 ‘대칭’이라는 표현이 틀린 게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설마 마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가?’


아니다.

이반은 아까 감옥 안에 있을 때 마나를 끌어올렸었다.

만일 룬나임도 마나를 안다면 똑같이 마나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대응이니까.

마나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순수한 전투 센스만으로 내 능력을 눈치챘다고? 그게 가능해?’


이반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괴물.

전투를 위해 태어난 괴물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경지다.


‘저 괴물이 마나를 다루는 법까지 익힌다면...’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이반.

상상만으로도 공포가 몰아쳤다.

순간이지만 눈앞의 남자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 능력을 안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오직 싸워 이길 뿐. 그것이 나의 일이다.’


그는 대니 따위와 다른 진짜 ‘전사’였으니까.

이반은 호흡을 고르고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좋다. 나 이반 이브라히모비치. 지금 이 순간부터 룬나임, 널 한 명의 전사로서 존중하겠다.”

“응? 하하하.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딴소리군. 갑자기 겁이 났나?”

“...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총알같이 쇄도하는 이반.


‘한 방에 끝낸다!’


이반은 다시 한 번 대칭의 자세를 장전했다.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극한의 이지선다!

룬나임은 오른쪽 턱을 막는 것을 선택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자는 늦게 낼 권리를 가진 자다!’


중첩돼있던 이반의 자세는 왼쪽 스트레이트로 ‘고정’됐다.


뻐억!


이반의 왼손이 룬나임의 턱에 깔끔하게 꽂혔다.


‘이겼... 어라?’


이상했다.

얻어맞은 룬나임이 웃고 있었으니까.


“왼손은 좀 약하더군. 맞을 만 하더라고.”

“뭐? 아, 아차-”

“그리고 허리는 좌우 대칭으로 바꿔도 의미가 없지!”


어느샌가 룬나임의 양팔이 이반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이반의 반응이 조금 늦긴 했지만 빨랐더라도 소용없었다.


‘처음부터 주먹 쪽으로 턱을 향해서 위력을 경감하고... 수플렉스를 노린 건가?’


모든 것이 룬나임의 계획대로였으니까.


“모래바닥이 아닌 곳에서 사막의 전사를 만난 걸 후회해라!”


손쓸 틈도 없이 이반의 중력이 뒤집혔고.


쿵!


120kg의 거구가 바닥에 메쳐지며 돌바닥이 움푹 패였다.


“너 또한 좋은 전사였다. 이반. 앞으론 나 룬나임도 널 존중하도록 하지.”


부러진 코뼈를 바로잡는 룬나임.

그가 입안 살점 조각도 내뱉으며 마담 레이븐에게 향했다.


“이제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널 안을 차례인가?”

“... 건방지군.”

“내가 좀 건방지지. 하지만 이만하면 훌륭한 여자를 안기에 모자람 없는 싸움이었다고 보는데.”

“그, 그분에게 손대지 마라...!”


어기적어기적 일어나는 이반.


“질긴 친구네. 아직도 싸울 수 있어?”

“나는 아직 싸울 수... 쿨럭!”


상처가 심한지 이반은 피를 한 움큼 내뱉었다. 마담 레이븐이 부채를 접었다.


“둘 다 그만. 싸움은 됐어. 이만하면 볼 건 다 봤어.”

“그래? 하지만 전사의 싸움은 아직 승부가 나지 않은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나는 전사가 아냐. 장사꾼이지. 두 사람 중 누가 더 강한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아. 최고의 엔터테이너와 최고의 호위, 장사꾼으로서 둘 중 어떤 쪽도 잃을 순 없어.”

“레, 레이븐 님...”

“이반. 이만 방에 들어가 쉬어. 나도 슬슬 들어가 볼 테니.”


따악!


마담 레이븐이 손가락을 튕기자 간수 한 명이 이반을 부축해 나갔다.


“좋은 전사야. 내 부하로 두고 싶군.”

“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이반은 나의 호위니까.”

“그럼 널 가지면 이반도 내 것이 되는 건가?”


마담 레이븐의 턱으로 손을 뻗는 룬나임.

레이븐이 부채로 손을 쳐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1승밖에 못 챙긴 검투사 따위에게 나를 허락할 생각은 없는데.”

“네 호위를 이긴 걸 보면 몰라?”

“맨손으론 이겼지. 하지만 이반의 장기는 맨손 격투가 아냐. 검술이지.”

“검술?”

“그래. 허공에 한 쌍, 양 손에 한 쌍. 종 4개의 단검을 속사포처럼 몰아치는 무한의 검술. 만약 이반과 네가 서로 무기를 잡고 싸웠다면 그렇게 ‘맞으면서’ 버티는 전술이 가능했을까?”


레이븐의 말에 룬나임은 잠시 고민하다 어깨를 으쓱했다.


“만일 그랬다면 내일 검투사들에게 룬나임 넓적다리살 고기가 특식으로 나왔겠군. 이거, 내가 이긴 줄 알았는데 졌네. 하하하.”

“네 승리를 폄하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날 갖고 싶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할 걸. 약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는 없으니까.”


뒤돌아 감옥을 나가는 마담 레이븐.


“챔피언이 되면 널 가질 수 있나?”


룬나임이 소리치자 레이븐은 돌아서 부채로 입을 가렸다.


“글쎄. 최소한 매력적으로 보이긴 할지도.”


그리고는 도로 돌아서 감옥을 나섰다.


쿠구구구궁.


마담 레이븐이 나가자 감옥 입구 철문이 닫혔고.


와아아아아아아아!


검투사들의 함성이 몰아쳤다.


“대단하다 룬나임! 그 이반을 이기다니!”

“맨손은 네가 최강이다!”

“닥쳐! 닥쳐!”

“다들 벽 보라 했지!”


간수들이 열심히 채찍과 전기봉을 휘두르며 검투사를 진압하고자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검투사들은 끊임없이 룬나임을 추앙하고 있었으니까.


“룬나임! 네가 최고다!”

“너라면 챔피언이 될 수 있어! 룬나임!”

“챔피언이 되어 우릴 구해다오!”


동기인 룬나임이 잘 되면 자기들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을 담아 소리치는 검투사들.

허나 룬나임은 전혀 안 듣고 딴생각 중이었다.


‘4개의 검을 속사포로 몰아치는 무한의 검술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는 이미지가 안 나오는군.’


대칭의 주먹도 결국 한 대 허용하면서 파훼했다.

만일 검술이었다면 목에 바람구멍이 났을 터.

이반에게 이긴 건 ‘스포츠’지 목숨 건 싸움이면 백 번 싸워 백 번 다 졌을 것이다.


‘지진 않았지만... 사실상 또 진 거나 다름없군.’


레오니아에 이은 두 번째 패배.

레이븐에게 까인 것까지 생각하면 세 번이나 졌다.

하룸 사막에서 단 한 번의 패배조차 모르고 산 룬나임.


그런 룬나임이 고작 이틀 만에 세 번이나 패배를 겪었다.


‘레오니아에 이반, 그리고 레이븐까지... 세상이란 정말 넓군! 재미있어!’


그야말로 가슴 뛰는 일이었다.


******


스페이스 콜로세움 신입 검투사들의 두 번째 전투는 바로 다음 날 진행됐다.

상대는 하체는 말의 바디, 상체는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안드로이드 ‘케이론’.


“으아아악!”

“아아악!”


투두두두두두두-!


쏘아지는 기관총에 검투사들은 벌집이 되며 쓰러졌다.


‘젠장... 언제 총알이 다 떨어지는 거지?’

‘언젠가 기회는 온다!’


종종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검투사들은 은엄폐 이후 마나 배리어까지 펼치며 총알을 버텼다.

물론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룬나임은.


“하하하! 할 줄 아는 것이 고작 총질이라니. 총알도시 놈들이랑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오늘도 돌진, 또 돌진이다.


티디디디디디딩-!


- 아아아! 검투장에 박혀 있던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총알을 모두 흘려보내는 룬나임! 그가 맹렬하게 돌진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철컥. 철커덕-


아주 짧은 케이론의 장전시간.

룬나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방패를 부메랑처럼 던졌다.


콰직!


총질을 위해 바닥에 고정됐던 케이론의 네 다리가 볏짚처럼 베어져 나갔다.


- 장전 완료... 타겟 서치 불가! 타겟 서치 불가!


팔 없이 기관총만 달린 안드로이드 케이론이 일어설 방법은 없었고.


“기계든 인간이든! 쓰러졌을 때 일어나지 못한다면 전사의 자격이 없다!”


콰지지직!


결국 대형 해머에 박살나는 수밖에 없었다.


- 또 룬나임입니다! 룬나임이! 고작 2분 11초만에 호라이즌 사의 배틀 안드로이드 ‘케이론’을 무찌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집단전을 승리로 견인하는 룬나임.


“룬나임의 경기를 특집으로 내라!”

“우린 그의 경기를 보러 왔다!”

“다른 놈들은 치워버려!”


- 아아! 관객 여러분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다음에 있을 룬나임의 정식 검투사 승격전! 승격전은 개인전으로 치뤄지니 꼭 다시 스페이스 콜로세움을 찾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스페이스 콜로세움에서 그의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음. 오늘도 이만한 고기를 먹을 자격은 없는 것 같지만... 방이 한 층 쾌적해진 건 좋군!”


케이론의 총에 맞아 대니가 죽게 되며 독방을 쓰게 된 룬나임.


저벅- 저벅-


그런 룬나임의 방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이반이었다.


“또 화려하게 해냈더군. 룬나임.”

“상대가 약했으니까. 그보다 무슨 일로 찾아왔지?”

“마담의 명령이다. 네게 마나를 가르치라더군.”

“마나?”

“그래. 제국 기사단이나 내가 쓰는 ‘이능력’의 정체다.”


이능력!


‘그걸 마나라 하는군.’


룬나임의 눈이 빛났다.


“내게 배우고 싶지 않다면 배우지 않아도 좋다. 조건이야 어떻던 난 네게 한 번 졌으니까. 어쩌겠나. 내게 배우겠나?”


자신감 없이 이야기하는 이반.

룬나임은 피식 웃더니 먹던 고기를 내려놓고 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는 세 가지 행운이 있지. 좋은 친구와 어울리는 행운, 좋은 반려를 만나는 행운. 또 좋은 스승을 둘 행운. 잘 부탁드리오. 이반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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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2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5 4 12쪽
» 3. 선생 24.08.03 34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39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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