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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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최근연재일 :
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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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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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룬나임

DUMMY

1.


“룬나임. 넌 최강이야!”

“하룸 사막에서 너보다 강한 전사는 없어!”


룬나임은 최강이었다.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졌고.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으며.

누구보다 지혜롭게 싸웠다.


‘맞아. 내가 최강이지!’


룬나임 역시 스스로가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몸이 채 다 자라기도 전에 다른 마을 최강의 전사와 겨뤄 이겼다.

몸집이 건물만한 모래벌레도 홀로 사냥한 적이 있었다.

마을의 모든 여자들은 그를 사모했고 모든 남자들은 그를 동경하거나 질투했다.


그렇다.

룬나임은 최강의 전사였다.


‘그것’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사막의 야만인들이여. 우리는 신성 인류제국의 마법기사단이다.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신성 인류제국의 마법기사단.

그들은 강했다.

아니. 강함을 넘어 차원이 달랐다.


“크아아아아아! 우리의 땅을 넘보지 마... 커억!”

“다시 한 번 말한다.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두고 투항하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사막의 전사들은 자기 허벅지보다도 허리가 얇은 여자 기사단원의 손짓에 허공에서 버둥거려야만 했다.


“우리는! 긍지 높은-”


푸슉!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사막에서는 전사는커녕 물지게꾼 소리도 듣지 못할 얄쌍한 남자가 주먹을 쥐면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무형의 힘, 마나.

마나를 다루는 마법기사단에게 사막의 전사들은 싸움다운 싸움조차 하지 못하고 죽거나 포로가 됐다.


룬나임을 제외하면.


“신성 인류제국은 인류에게 관대하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푹! 푸슈우우욱!


투항을 권하던 말단 기사단원의 이마에서 피분수가 일었다.


“전사에게 투항은 없다. 싸우다 죽을 뿐.”


마을 입구에서 촌장 집 기둥을 맞춘다는 룬나임의 도끼 투척술.

마나를 다루는 마법기사단원조차 반응하지 못한 속도였다.


“놈을 잡아!”

“반드시 생포해라!”


우우우웅! 쾅!


마법기사단들의 마법이 몰아쳤다.

불꽃과 염동과 번개가 휩쓸었다.

하지만 룬나임은 멀쩡했다.


‘저 무형의 힘은 놈들의 집중력을 따라 움직인다.’

‘그 말은 곧... 놈들의 시선을 교란하고 또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펼치면 피할 수 있다는 거다.’


능력의 정체를 모르지만 룬나임은 본능적인 직감으로 모든 마나 공격을 피했다.


‘단순히 피하기만 해선 안 된다. 완전히 모습을 숨긴 뒤엔-’


휘리리리릭! 툭.


또 한 명, 기사단원의 목이 사막의 모래 위에 떨어졌다.

신성 인류제국 최고 정예만 모였다던 마법기사단이 고작 한 명의 무능력자 전사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굴욕. 그야말로 전례없는 굴욕!


모두의 눈에 분노가 절반, 또 당혹스러움 절반이 들어찬 그 때였다.


“다들 물러서라.”


붉은 머리.

고요한 불꽃같은 눈빛.

태양 같은 외모의 여자가 앞장섰다.

인류제국 제 2 마법기사단 단장.

태양의 기사 레오니아 하트필드였다.


‘저 년이 대장이군.’


룬나임은 단번에 그녀가 다른 기사단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쿵! 쿵! 쿵!


룬나임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강자와 맞붙는 것만큼 심장 뛰고 짜릿한 일은 없었다.


‘그래 봐야 똑같다. 시선만 피하면 돼.’


룬나임은 마을 건물 뒤에 숨어 레오니아를 살폈다.

자신의 위치는 전혀 모르는지 엉뚱한 곳을 보고 있다.

지금이 기회.


스륵.


룬나임이 허리춤의 도끼를 집은 그 때였다.


쿵!


“크아아아악!”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에 쓰러졌다.

아니. 짓눌렸다는 표현이 더 적당했다.

손가락에 짓눌린 개미처럼 룬나임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네놈이구나.”


레오니아와 마법기사단이 여유롭게 걸어올 때까지도 움직일 수 없었다.

계속해서 무형의 힘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단장님! 이 자를 죽여야 합니다!”

“베르제와 파우스트가 이 야만인에게 죽었습니다! 부디 제가 복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기사단원들이 아우성쳤지만 레오니아는 담담했다.

오히려 자기 부하들보다 룬나임에게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몸을 숙여 바퀴벌레처럼 짓눌려 있는 룬나임에게 물었다.


“야만인 전사여. 이름이 무엇인가?”

“... 룬나임이다. 네년은?”

“레오니아 하트필드.”

“레오니아 하트필드라. 이 압력, 네가 한 짓인가?”

“그래. 태양이 닿는 곳은 모두 나의 영역이지.”

“태양이 닿는 곳이 스스로의 영역이라... 거 참 빌어먹게 멋지군.”

“그런가? 나를 원망하는 사람에게 칭찬받아보긴 또 처음이군.”

“원망? 하하하하!”


룬나임이 크게 웃었다.


“왜 웃지?”

“너처럼 강한 여자가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게 웃겨서 그런다. 원망? 난 널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 네게 사랑에 빠졌다!”

“사랑?”

“그래! 넌 강하다! 내가 본 그 어떤 사내보다도 강하지! 강한 이성과 살을 섞고 강한 자손을 남기고픈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사랑할 수밖에! 당장이라도 너와 잠자리를 갖고 싶다!”

“이, 이런 무례한! 변방 행성의 야만인 따위가 감히 레오니아 님에게!”

“가만히 있거라.”


레오니아는 룬나임에게 흥미가 동했다.


“침략자인 나이건만 원망치 않고 사랑한다라. 야만인의 법도란 재미있구나.”

“법도? 우리에게 법도 따위는 없다! 명예만이 있을 뿐! 명예로운 사막의 전사들은 승자를 침략자라 매도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늘 침략자였으니까! 중요한 건 오늘 이 곳에서 우리가 약했고, 너희가 강했다는 거다!”

“쿡쿡. 정말 재미있구나.”


레오니아가 작게 웃자 기사단원이 경악했다.


‘레오니아 님이... 웃으셨다?’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레오니아의 웃음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세우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 자를 포박하라. 살려서 본국의 노예로 쓸 것이다.”

“레오니아 님! 하지만 저 자는!”

“기사단장의 명령이다. 당장 포박하라.”

“... 예!”


기사단원들은 짓눌려 있는 룬나임의 몸을 일으켜세우고 꽁꽁 묶었다.

알 수 없는 힘이 계속 작용했고 룬나임은 속수무책으로 쇠사슬로 묶여졌다.

완전히 포박당하고 나자 그를 구속하는 힘이 사라졌다.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흡!”


쾅!


룬나임이 힘을 주자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

하지만 쇠사슬은 굉음만 났을 뿐 부서지지 않았다.

마나가 깃든 사슬이 아니라 평범한 쇠사슬이었다면 그대로 산산조각났을 터였다.


“쳇. 역시 안 되는 건가?”

“이 자식이!”


퍽!


결국 기사단원 중 하나가 뒤에서 날린 발차기.

룬나임은 다시금 앞으로 고꾸라졌다.


“쿡쿡. 볼수록 재미있는 남자구나.”


레오니아는 한 번 더 웃었다.

룬나임은 입에 들어간 모래를 내뱉으며 물었다.


“퉤퉤. 모래맛 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레오니아. 난 이제 어디로 가게 되지?”

“스페이스 콜로세움. 신성 인류제국의 검투사 노예가 될 게다.”

“검투사? 광대가 되는 건가?”

“광대의 일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라면 광대일 것이다.”

“하하하! 죽을 때까지 싸운다라. 그건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


모래에 처박힌 채 크게 웃는 룬나임.

그는 온몸이 묶인 상태에서도 스스로의 발로 일어섰다.


“좋다. 패자는 승자의 말에 복종해야 하는 법. 졌으니 한동안은 노예가 되어야겠지. 하지만 다음에 만났을 땐 내가 이길 것이다. 레오니아.”

“후후. 위대한 사막의 전사가 한낱 여자와 싸워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니. 명예를 논하는 자치곤 그리 멋들어지지 못한 다짐이로구나.”

“싸워 이긴다 한 적 없다. 남자대 남자의 승부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지, 남녀의 승부는 전혀 다른 것이니까.”


룬나임의 말에 레오니아는 다시 한 번 흥미가 동했다.


“오호. 그렇다면 남녀의 승부란 어떤 것이냐?”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것! 아무리 강한 전사라도 가녀린 여자에게 질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나약한 남자라도 절세미녀와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 남녀의 승부란 마음의 일이니까!”

“아하하. 그 말대로라면 너는 오늘 내게 마음을 전부 빼앗긴 게로구나.”

“그렇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땐 다를 거다. 레오니아! 너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애정 한 방울마저도 내게로 쏟아붓도록 할 것이니까! 내가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내게 빠지게 할 것이다!”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빠악!


참다못한 기사단원 중 한 명이 거대한 메이스로 룬나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모래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처박힌 룬나임.


“쿡쿡. 잘 해 보거라. 내 정말로 기대하고 있을 터이니.”


흐려져가는 정신 속에서 레오니아의 목소리만이 울렸다.


******


“으음...”


룬나임이 정신이 들었을 땐 감옥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가죽밴드가 양 팔을 구속하고 있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끊어질 것 같이 생겼건만 아무리 힘을 줘도 끊어지지 않았다.


“하아아앗! 하앗!”

“소용없어. 은하코끼리도 매달 수 있는 합성섬유야. 손목뼈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그만두는 게 좋아.”


룬나임에게 조언을 해 준 건 사십줄 정도 먹어 보이는 수염난 남자였다.


“넌 누구지?”

“대니. 그쪽과 같은 검투사 노예다. 행성 벨라에서 잡혀왔지. 그쪽은?”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와 싸워 이겨라. 그럼 알려주지.”

“... 미친놈. 뭐. 상관없다. 어차피 너나 나나 곧 죽을 테니까.” “죽는다? 어째서지?”

“이곳은 스페이스 콜로세움이니까.”


스페이스 콜로세움.

레오니아의 말대로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곳이다.


“흐흐흐. 재밌겠군.”

“... 재미? 이봐. 뭘 모르나 본데 이곳은 지옥이야. 인류제국의 변태같은 귀족들이 인간들 찢겨나가는 걸 보고 낄낄대기 위해 만들어진 우주 도살장이지. 온 우주의 괴물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한 번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다음번엔 더 강한 괴물과 마주하게 될 걸.”

“거 참 편리한 곳이군! 강한 괴물들과 싸우기 위해 우주 곳곳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하하하!”


‘완전히 정신줄을 놓았군. 저런 놈이 가장 먼저 죽기 마련이지.’


대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룬나임은 오롯이 제정신이었다.


‘이만큼 강해지기 좋은 곳도 없어. 최고의 훈련장소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룬나임은 스스로를 최강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룬 사막의 최강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었다.


‘우주는 넓고 강자는 많다. 배워야 할 것도 많겠지.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베끼고, 훔치고, 빼앗는다.’


룬나임은 다짐했다.

강해지고 또 강해질 것이라고.

그렇게 최강의 자리에 오르고.


‘지금은 네년이 내 모든 마음을 빼앗아갔지만, 언젠간 네 모든 애정이 내게로 향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레오니아에게도 복수할 것이다.

그 첫 단계는 이 스페이스 콜로세움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봐. 대니. 이곳에서 계속 이기면 어떻게 되지?”

“알아서 뭐하게? 네놈이나 나나 곧 죽을 텐데.”

“넌 죽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반드시 살아남는다.”

“뭐?”

“그러니 알려줘. 여기서 계속 이기면 어떻게 되는지. 너의 지식이 모래바람에 흩날려 사라지지 않도록 내 머릿속에 고이 모셔 두겠다.”


뻔뻔한 룬나임의 모습에 대니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 하.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그래. 알려 주지. 듣기로는 검투사 노예가 3연승을 하면 정식 검투사 자격을 얻게 된다. 노예긴 해도 이런 감옥과는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되지.”

“오호라. 3연승이라. 그 이후엔?”

“5연승부터는 1급 검투사. 면천(免賤)하며 자유민 신분을 얻게 되고 10연승부터는 챔피언의 칭호를 받게 된다. 그때부턴 귀족은 아니어도 준귀족 대우를 받게 되지. 챔피언은 자유롭게 콜로세움을 나갈 수 있게 돼.”

“10연승? 거 참 쉽군. 50연승 정도는 해야 할 줄 알았는데.”

“멍청이! 스페이스 콜로세움에서 노예가 챔피언이 된 역사는 없어! 애초에 네놈은 연승은커녕 첫 번째 전투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다!”

“자기 안의 불안감을 소리쳐봐야 처지는 변하지 않는다네, 친구.”

“... 뭐?”

“아무튼 정보 고마워. 대가로 내가 한 번 정도는 도와주지. 사막의 전사는 은혜와 원수는 반드시 갚거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룬나임.


‘허세가 아닌... 건가?’


정말 찰나였지만, 대니는 이 남자라면 정말로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와! 이 노예 새끼들아!”

“빨리빨리 움직여!”


몇 분 지나지 않아 간수들이 소리치며 일제히 감옥 문을 열어댔다.


덜커덩!


“이 굼벵이 새끼들! 빨리 안 움직여?”


두 사람을 가둔 감옥문 역시 열렸다.


“가자고. 친구.”

“... 으, 응.”


머뭇거리는 대니를 일으켜세우는 룬나임.

그가 기세등등하게 걸어나가며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 한 번, 놀아 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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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5 4 12쪽
3 3. 선생 24.08.03 33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39 5 12쪽
» 1. 룬나임 24.08.01 6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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