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최근연재일 :
2024.08.13 22:4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98
추천수 :
49
글자수 :
64,898

작성
24.08.06 12:12
조회
22
추천
5
글자
12쪽

6. 우주정거장 SC-13

DUMMY

6.


룬나임이 정식 검투사 승격을 마치고 2주.


- 기권, 기권!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첫 노예 출신 챔피언을 꿈꾸던 섀도우지만 이미 챔피언을 꺾은 룬나임에겐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룬나임! 파죽의 4연승!


- 매드 도피니스트 KO 패배! 각종 약물을 써 봤지만 룬나임은 이길 수 없습니다! 대체 이 남자를 누가 막을 겁니까! 키메라도! 안드로이드도! 약쟁이도! 심지어 챔피언 도전자와 챔피언조차도 막을 수 없는데! 대체 누가! 저 위대한 사막의 전사를 막을 거냔 말입니다!


룬나임은 정식 검투사 승격 이후 닷새 만에 2승을 더 챙기고 1급 검투사로 승격했다.

하지만 룬나임의 연승은 거기까지였다.


- 챔피언 포이즌, 무릎 부상 호소

- AI 파이터 알파봇,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이 하나같이 룬나임과의 매칭을 거부했기 때문.

싸울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룬나임에겐 반가운 일이었다.

스승 이반에게 마나를 배울 시간이 늘어났으니까.


퍼버버버버버버벅!


“반응이 늦다! 한 발 빠르게 마나의 흐름을 읽고 두 가지 자세에 동시에 대비해야지!”

“최선을 다하고 있어!”

“전사에게는 결과는 승패뿐! 최선을 다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예측해!”


무쇠 너클을 낀 이반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룬나임.

무기를 사용하는 이반은 맨손 격투 때에 비해 몇십 배, 아니. 몇백 배 강했다.


‘이거... 대칭으로만 바뀔 때랑 차원이 다르잖아?’


부족한 위력은 무기가 채워주니 굳이 ‘대칭’인 자세를 중첩할 필요가 없기 때문.

어디로 튈 지 못하는 변화무쌍한 공격에 룬나임은 훈련을 하는 족족 곤죽이 될 때까지 얻어맞아야만 했다.


털썩-


“이쯤에서 휴식! 1분 쉬고 마저 한다.”

“하아. 하아. 죽겠다. 너클이 이 정도인데 주무장인 단검이면 대체 어느 정도일런지. 고작 맨손 격투에서 이긴 것 가지고 기세등등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지는군.”

“... 웃기는 소리. 나는 너보다 20년 이상 마나를 수련한 몸이다. 마나를 배운 지 한 달도 안 된 풋내기를 수련시키는 데 너클을 쓰는 것조차 망신이라고.”

“그런가? 하하하.”


대자로 누워 웃는 룬나임.

이반이 그런 룬나임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가씨께서 이 녀석과 승부라니...’


-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혼인이 아니라 승부라뇨!

- 청혼했더니 보기 거절당했거든. 뭐. 이반의 말이 맞았어. 룬나임은 확실히 황제의 재목이더라고.

- 그, 그보다 승부란 게 무슨 의미입니까? 대체 무슨 승부입니까?

- 별 거 아냐. 그가 내게 빠지냐, 아니면 내가 그에게 빠지냐의 승부지. 만일 내가 지면 그의 첩이 되고 그가 지면 내 종마이자 노비가 되는 단순한 승부야.

- 전혀 단순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지면 첩이 되다니요!

- 쉿. 이미 결정된 일이야. 오히려 결혼하지 않고 룬나임을 내 것으로 할 기회니 잘 됐지. 설마 내가 질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 그, 그건 아니지만...

- 그럼 됐어. 이만 룬나임에게 가 봐. 지금은 나보다 그에게 이반이 더 필요할 테니.


모시는 주인님과 재능 있는 제자의 승부!

그야말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만큼 골치 아픈 일이다.

물론 룬나임이 괜찮은 남자인건 알고 있다.

지금의 성장속도라면 곧 자신을 넘어서는 훌륭한 전사가 될 것도 안다.

황제의 재목이라는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자질을 가진 것도 안다!


하지만. 하지만!


‘귀하디 귀한 우리 아가씨께서 이런 망나니의 첩이 된다면...!’


“이반, 이반?”

“어, 어? 왜. 무슨 일이지?”

“1분 지났다. 다시 훈련 시작하자고.”

“그, 그러지.”


다시금 자세를 잡는 룬나임과 이반.


“그나저나 요즘 주먹에 감정이 실린 느낌인데. 무슨 일 있나, 이반 선생?”

“... 전혀. 기분 탓이다.”

“좋아. 아무 일 없다면 또 실컷 때려보라고. 슬슬 감을 잡을 것 같으니까-”

“오늘 훈련은 이만 마무리해야겠는데. 룬나임은 나랑 갈 곳이 있거든.”


연무장에 찾아온 건 레이븐이었다.


“아, 아가씨!”

“내가 분명 밖에선 마담이라 부르라 했을 텐데. 이반.”

“죄, 죄송합니다. 마담. 헌데 룬나임과 갈 곳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방금 전 룬나임의 제국 시민권 발급심사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주정거장에 들러서 찾아가라더군.”


우주정거장.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군. 기대되는걸.’


룬나임의 심장이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아가씨가 룬나임과 우주정거장을...!’


이반의 심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그런 일이라면 제가 호위로 동행하겠습니다!”

“괜찮아. 호위는 룬나임으로 충분하니까.”

“내가? 호위?”

“그래. 설마 긍지 높은 사막의 전사가 승부중인 여자를 위험에 빠지게 하진 않겠지?”

“하하하. 그 말도 맞군. 한 방 먹었어.”

“...”


까드드드드드드득.

이반의 이빨에서 냉동 다랑어 자르는 소리가 났다.


“이반. 난 룬나임과 며칠 우주정거장에 갔다올 테니 콜로세움을 부탁해.”

“으... 을긌슴느드...”

“좋아. 그럼 룬나임! 따라와. 이제 곧 예약한 순간이동진이 작동할 시간이야.”

“그러지.”


룬나임이 레이븐을 따라 연무장을 떠나자 이반이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크윽... 결국 아가씨의 고집을 막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아가씨가 승부에서 이기는 걸 바라는 수밖에!’


이미 던져진 주사위.

이반이 할 수 있는 것은 염원을 담아 스페이스 콜로세움이 떠나가도록 소리치는 것뿐이었다.


“아가씨! 화이팅입니다!”


******


슈우우우우-


순간이동진을 타고 우주정거장 SC-13에 도착한 두 사람.

레이븐이 이마를 짚었다.


“밖에선 마담이라 부르라니까. 저 바보가...”

“왜 마담이라는 칭호에 집착하지? 아가씨가 더 어울린다고 보는데.”

“그 쪽이 훨씬 더 관록 있어 보이니까. 검투사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곳의 주인이 얕보일 순 없어.”

“악녀 이미지도 그런 맥락이군. 실체는 소년데 말이지.”

“... 시끄러워.”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쏘아보는 레이븐.

피식 웃은 룬나임이 짐짓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우주정거장은 처음 와 보는데 상당히 번화하군. 적어도 만 명은 모여 살겠어.”

“만 명? SC-13에 등록된 거주자만 1300만명이야. 오가는 인구를 포함하면 그 몇 배는 되고.”

“1300만? 상당하군.”

“그래. 그러니까 미아가 되고 싶지 않으면 잘 따라오라고.”


레이븐의 길안내를 따라 방문한 인류제국 SC-13지부.


“기본정보만 입력하시면 바로 발급해 드리겠습니다.”


[ 성 / 이름 ]


“사막에는 성이 없는데.”

“그런 행성 많아. 그냥 비워 두면 돼.”


[ 나이 ]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생일이었군. 이제 나도 스물셋인가.”

“여, 연하라고? 그것도 두 살이나?”

“몰랐나? 하긴, 별로 누나답진 않더군. 하하하.”

“다, 닥쳐!”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민권 등록은 금방 끝이 났다.

발급받은 시민권 카드를 훑어보는 룬나임에게 레이븐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해. 룬나임. 이제 제국 시민이 됐네.”

“흐음. 이런 플라스틱 카드에 무슨 가치가 있지?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인데.”

“제국의 눈이 달라지지. 노예는 사유재산을 가질 수도 없고 관직에 오를 수도 없어. 그렇다고 정체를 숨길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이 은하에선 큰일 하려면 제국 시민권은 있어야 해.”

“그렇군. 그나저나 이런 카드 하나 받자고 나와 단둘이 우주정거장까지 온 건 아닐 거라 보는데?”

“맞아. 당연히 다른 이유가 있지.”

“어떤 이유?”

“이유를 말하기 전에... 하나 묻겠어.”


탁!

레이븐은 부채를 접었다.

그리고는 진지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1급 검투사 룬나임. 넌 분명 제국의 황제가 되겠다 말했다. 그 결심은 여전한가?”


그 모습에 룬나임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그렇게 무게 잡을 필요 없어. 원래 사막의 전사는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으니까.”

“... 좋아. 그렇다면 하나 더 물을게. 너는 어떻게 황제가 될 생각이야?”

“어떻게 황제가 될 생각이냐고?”

“그래. 네가 황제가 될 방법. 그게 뭐냐고 묻는 거야.”

“간단하지. 강해지고 또 강해진다. 그렇게 이 은하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된다. 이게 내 황제의 길이다.”

“자신만만한건 좋지만 방법은 틀렸어.”


레이븐이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존재’야. 네가 은하에서 제일 강해지더라도 너 혼자서 황제의 세력을 전부 이길 수 없다면 넌 그저 반란군 1에 불과하지. 안 그래?”

“그것도 그렇군. 일리가 있어.”

“그래. 그런 의미에서 네가 황제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지.”

“어떤 거지?”


레이븐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첫째는 제국의 관료가 되는 거야. 제국 내부에서부터 힘을 조금씩 뺏어오고 정치와 이간질을 통해 반 황제파를 규합하여 뒤집어엎는 거지.”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전사가 할 짓은 아니군.”

“맞아. 위험하기도 제일 위험하지. 작당모의 중에 들통나면 꼼짝없이 잡혀 처형당할 테니까.”


레이븐은 두 번째 손가락을 펼쳤다.


“두 번째 방법은 전면전이야. 이곳 은하 변방은 제국의 눈이 거의 닿지 않지. 그러니 여기에서 세력을 키워 제국 이상가는 전력을 가다듬고, 전쟁을 해서 이기는 거야.”

“그 방법은 불가능하다.”

즉답하는 룬나임.

레이븐이 눈썹을 들썩였다.


“오호. 의외네. 전쟁이라는 단어에 열광할 줄 알았는데.”

“천만에! 명예로운 전사는 전사들끼리의 ‘싸움’을 하지 승자에게나 패자에게나 폐허와 잿덩이만을 남기는 전쟁을 하진 않아. 전쟁이란 결국 명예도 긍지도 남지 않은, 갈 데까지 간 놈들이 시도하는 최후의 발악! 걸어오는 전쟁을 피하진 않지만 결코 먼저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전사의 명예다.”

“흐음. 명예란 고지식하다더니 그런 점은 또 마음에 드네. 뭐. 나도 동감이야. 장사꾼의 입장에서 남의 전쟁은 돈이 되지만 내가 하는 전쟁은 수지가 안 맞거든.”

“그래서 마지막 방법은?”

“간단해. 새 나라를 세우는 거야.”

“새 나라를 세운다?”


새 나라.

룬나임이 크게 흥미가 동했다.


“그래. 이곳 은하 변방에서부터 세력을 키우는 것은 두 번째 방법과 같아. 하지만 전쟁이 아니라 제국이 건드릴 수 없는 새 나라를 구축하는 거지. 그리고 새 나라에서 네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거야. 한 은하에 두 명의 황제가 공존하는 거지.”

“한 은하에 두 명의 황제라... 최선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드는군!”

“나 또한 이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해. 현실적이고 가장 빠르지. 적어도 레오니아가 늙다리 할망구가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왜 그런 눈빛으로 봐?”


룬나임의 묘한 눈빛에 레이븐이 흠칫했다.


“여자란 외모를 뽐낼 때보다 현명한 모습을 보일 때 더 아름답게 비치는 법이지. 미모만 상당한 줄 알았는데 지모도 상당하군.”

“칭찬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내 마음을 얻기 위한 알량한 사탕발림이라는 게 너무 눈에 보이거든.”

“하하하. 들켰나? 예카테리나 아가씨는 여타 계집들과는 다른 현명한 여자로군.”

“... 닥쳐.”


레이븐이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다.


“뭐. 아무튼 처음으로 돌아와 널 데려온 이유는 이거야.”

“이거? 어떤 걸 말하는 거지?”

“바로 이거. 우주정거장 SC-13 전체를 말하는 거야.”


콩콩.


레이븐이 작게 발을 구르며 말을 이었다.


“SC-13을 장악하고 세력을 키운다. 그것이 황제로 향하는 첫 번째 길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 고고학자 24.08.13 15 4 14쪽
10 10. 광물 24.08.12 16 4 12쪽
9 9. 방해 24.08.09 18 4 13쪽
8 8. 곡창지대 24.08.08 19 4 12쪽
7 7. 식량 24.08.07 22 5 13쪽
»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3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6 4 12쪽
3 3. 선생 24.08.03 34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40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4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