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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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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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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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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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광물

DUMMY

10.


- 경기종료, 경기종료! 다크플레임이 1분 11초만에 쓰러집니다! 스페이스 콜로세움 최다연승 17연승의 챔피언, 지옥마저 불태운다는 다크플레임조차 저 고고한 사막의 전사에겐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습니다! 1급 검투사 룬나임이 6연승을 달립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가볍게 챔피언을 꺾어버리고 기세등등하게 주먹을 위로 향하는 룬나임.

사무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레이븐이 중얼거렸다.


“이반. 룬나임이 싸우는 내내 웃고 있던 거 봤어?”

“예. 봤습니다. 확실히 실력차가 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싸우는 중에 여유나 부리고, 정말이지 어쩜 저렇게 건방진 남자가 있을까?”

“실력만 놓고 보면 건방질 만 합니다. 이제 스페이스 콜로세움 내에서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저 하나뿐일 테니까요.”

“이러다가 이반도 따라잡히면 어떡하지? 저 고삐 풀린 남자를 아무도 못 막게 된다면 조금 곤란해지는데. 후후.”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저 이반!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망나니 자식에게서 아가씨를 지킬 겁니다!”


쿡쿡 웃는 레이븐.

그녀가 다시금 룬나임을 중계중인 홀로그램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경기를 잡아달래서 잡아는 줬는데, 대체 이게 입찰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경기를 다시금 복기해 봐도 평범한 검투사 경기였던 것 같은데요.”

“내 말이... 어?”


- 아아?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 룬나임! 그가 마이크를 요구합니다! 그렇군요! 승자 인터뷰를 할 모양입니다!


“... 승자 인터뷰?”

“대체 뭔 말을 하려는 거지?”


룬나임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이반과 레이븐이 자세를 고쳐앉았다.


“아아. 어때. 경기는 재미있었나?”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네가 최고다! 룬나임!”

“우린 네 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레와 같이 몰아치는 함성.

마이크를 잡은 룬나임이 피식 웃었다.


“오늘 관객들은 하나같이 수준이 낮군. 고작 이 정도에 기뻐하다니.”

“뭐? 수준이 낮아?”

“한낱 검투사 주제에 감히-”

“고작 이 정도 싸움에 만족하냐는 거다!”


룬나임의 고함에 조용해지는 관중석.

룬나임은 은근슬쩍 캔맥주를 꺼냈다.

SC-13에서 판매되는 로메오 푸드의 맥주였다.


꼴깍. 꼴깍. 퉤!


“꼭 쥐 오줌 같군. 이런 하찮은 것들에 길들여지면 하찮은 것에 만족하기 마련이지.”


쪼르르르륵.


룬나임은 캔맥주를 흘려보냈다.


“싸움 또한 마찬가지다. 수준 낮은 싸움을 보다 보면 보는 눈도 덩달아 낮아지지. 안 그런가?”

“...”

“말해 봐라! 이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싸우는 검투사! 싸움을 피하는 챔피언! 약한 놈들의 발버둥!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는가?”


조용하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원한다! 진짜들의 치열한 싸움을! 강자들의 숨 막히는 결투를! 위대한 전사들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혈투를! 너희들 또한 그런 걸 원해서 이곳에 온 거 아니었나?”


위압감 그 자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예였던 검투사 하나가 관객석을 가득 메운 귀족들을 전부 압도하고 있었다.


“왜 다들 벙어리가 됐나! 대답해라! 그대들은 진짜와 가짜! 둘 중 무엇을 원하는가!”


마이크를 놓고 소리치는 룬나임.

그의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관객석을 한바탕 헤집었고.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

“약한 놈들의 싸움은 관심없다!”

“우리는! 진짜들의 경기가 보고 싶다!”


관객들은 홀린 듯 소리쳤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너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

“더 크게 말해! 정녕 진짜를 원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


룬나임은 손가락을 튕겼다.

기다렸다는 듯 시종 한 명이 커다란 5000cc 맥주잔을 가져왔다.

룬나임은 한 손으로 단단히 잡고 그것을 단번에 들이켰다.


벌컥. 벌컥. 벌컥.


목울대가 심장 뛰듯 울렁였다.

입가에서 흐른 맥주방울은 구릿빛 대흉근과 선명한 복근을 적시며 흘러내려갔다.


모두가 룬나임의 5000cc 맥주 원샷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보던 관객도.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파는 비어걸도.

캔맥주를 마시며 집에서 중계를 보던 은하 곳곳의 시청자들도.


꿀꺽.


고작 맥주 마시는 게 뭐라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마른침까지 삼켜가며 말이다.


크하!


단번에 5000cc, 5L나 되는 맥주를 전부 비워버리는 룬나임.

그는 입가에 묻은 거품을 슥 닦으며 말했다.


“나 또한 그렇다. 진짜를 원하지.”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가 끝날 때보다 더욱 크게 터져나오는 함성.

그야말로 관객석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몰아쳤다.


한편 그 모습을 사무실에서 지켜보던 이반 레이븐.

그 중 이반은 완전히 입이 떡 벌어진 상태였다.


“아, 아가씨. 저 맥주는 설마...”

“맞아. 우리가 독점권 입찰용으로 등록해 놓은 맥주지.”

“그렇다면 룬나임은... 처음부터 저 맥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를 잡아달라 한 겁니까?”

“그렇겠지.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 아니. 바이럴 쇼야. 은근히 로메오의 것은 가짜, 반대로 우리 것은 진짜라고 모두의 무의식에 심어줄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우리 맥주를 한 번 먹어보고 싶게 만들었잖아.”


룬나임은 알고 있었다.

로메오가 시작한 음해작전에 레이븐이 반박기사 내고 팩트로 정정하고 해 봐야 사람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는 것을.


‘백문이불여일견... 이라 했었나? 결국 본질은 간단하다. 논리로 설득하는 것보단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거지.’


다만 그냥 보여주면 됐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 강력한 임팩트를 말이다.


- 아무튼 마담 레이븐. 다음 상대는 ‘진짜’로 준비해 주길 바라.


카메라를 향해 살짝 윙크하는 룬나임.


“정말이지 이 남자... 못 당하겠다니까. 쿡쿡.”


예카테리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


룬나임의 바이럴 쇼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향을 이끌어냈다.


“마담 레이븐은 제대로 된 검투사를 데려와라!”

“허접한 챔피언들은 싹 갈아 치워버려!”


일단 수준 낮은 검투사 경기에 대한 불만이 터졌고.


“룬나임이 마신 맥주는 대체 뭐지?”

“우리도 그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 이런 비릿한 오줌맛 나는 맥주 말고!”


그 이상으로 맥주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경기 중계를 본 사람들에게서까지 말이다.

당연하게도 레이븐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해당 맥주는 SC-13 식량 판매 독점권 심사회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


SC-13 심사회에서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여기 ‘진짜 맥주세트’ 하나!”

“난 거기다 ‘사막의 묵직한 핫도그’까지 추가해서!”


곧바로 심사중인 음식들을 스페이스 콜로세움 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맥주도 맥주지만... 이 핫도그, 엄청나게 맛있는데?”

“빵이 맛있어서 그래. 빵이 퍽퍽한 곡물공장 밀로 만든 빵과는 차원이 달라.”

“듣자하니 페르세포네에서 직접 기른 밀로 만들었다더군. 우리 행성계 것보다 훨씬 나아.”

“흐음. SC-13 녀석들 부럽구만. 이런 걸 집앞에서 사먹을 수 있다니.”


룬나임이라는 슈퍼스타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음식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여파는 단순히 검투사 경기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SC-13 내의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퍼졌다.


“뭐야. 스페이스 콜로세움 쪽 물건이 훨씬 맛있는데 로메오 푸드 거보다 싸잖아?”

“그냥 싼 것도 아니라 사분의 일, 오분의 일 가격인데? 말이 안 되잖아!”

“로메오 그 자식, 대체 얼마나 남겨먹고 있던 거야?”


조금씩 인지도를 얻어가는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식품들!

물론 로메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전조사 결과 스페이스 콜로세움이 63%? 방송위원회 이 병신들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왜 우리가 밀리는 건데?”

“스, 스페이스 콜로세움 측 물건의 이미지가 너무 좋습니다. 싸고 맛있고 종류도 우리보다 훨씬 많아서...”

“멍청하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깎아내리라고 전해! 개돼지들 조종도 제대로 못할 거면 왜 방송위원회 윗자리에 앉아있냐고!”

“아, 알겠습니다!”


[ 공장곡물이 자연곡물보다 좋은 7가지 이유 ]

[ 행성 페르세포네 땅엔 중금속이 묻혀 있다? ]


로메오는 온갖 방송가 인맥과 뒷공작을 사용하며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식량을 비하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

“로메오 푸드는 식량 판매 사업을 그만둬라!”

“스페이스 콜로세움에 식량 판매권을 넘겨라!”


이미 SC-13의 시민들은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라는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슬로건으로 한 마음 한 뜻이 된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두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 주민투표날이 되었고.


“주민투표 결과... 총 91.4%의 지지를 받은 스페이스 콜로세움이 앞으로 5년간 SC-13의 독점적 식량 판매 권한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스페이스 콜로세움 측의 압승.

사무실에 모여 투표결과를 지켜보던 중, 결과가 확정되자 이반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겼습니다, 아가씨! 저희가 이겼어요!”

“호들갑 떨 거 없어. 진즉 예상된 결과잖아?”

“하하하. 아가씨께선 그다지 솔직하지 못하군. 입꼬리는 계속 씰룩거리고 있는데 말이지.”

“... 시, 시끄러워.”


레이븐이 부채로 입을 가렸다.


“뭐. 아무튼 기뻐하긴 일러. 이건 고작 SC-13 장악의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해. 진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그렇군요. 그럼 이 다음 단계는 뭡니까?”

“뻔하지. 코스모움 광산 채굴권이야.”

“오호. 역시 그렇군요.”

“코스모움? 그게 뭐지?”

“마나석의 일종이야. 순간이동진을 가동할 때 필수적으로 쓰이는 에너지원이라 상당히 비싸지.”

“그렇군. 그럼 그 코스모움이 나는 광산은 누가 가지고 있지?”

“글쎄. 누구일 것 같아?”

“로메오로군.”

“음...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어.”

“무슨 의미지?”

“광산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그 사람밖에 못 캔다는 의미야.”


레이븐이 홀로그램으로 한 행성의 모습을 띄웠다.


“행성 솔리온이야. 이 행성계에서 유일하게 코스모움이 매장돼 있는 행성이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코스모움 매장량만 보면 은하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야. 다만...”

“다만?”

“채굴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 마나석 광산이 있는 행성은 하나같이 마나밀도가 높고, 마나밀도 높은 행성의 야생동물들은 하나하나가 키메라급이거든. 솔리온도 마찬가지구.”


레이븐이 홀로그램을 향해 손짓하자 클로즈업되며 작은 광산이 비쳤다.


“여기가 로메오가 점령하고 있는 광맥이야. 순도 낮은 저질 코스모움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만큼 약한 야생동물이 나오지. 제국에게 침략받기 전 코마로프가도 여기서만 코스모움을 캤어. 다른 곳은 너무 위험하거든.”

“반대로 가장 순도 높은 코스모움이 나오는 광맥은 어디지?”

“코마로프가에 내려오는 정보에 따르면... 약 3200km떨어진 여기. 평균기온 영하 11도의 극지방인데... 단순하게 눈밭이야. 1년 내내 겨울이고 설인들도 무더기로 살고 있어.”

“눈!”


눈이란 단어에 룬나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딘가에선 질리도록 내리는 하얀 쓰레기지만 사막에서 눈은 전설과도 같았으니까.


‘한 번 내리면 온 세상에 다섯 쌍의 반려가 생긴다는, 전설에서만 전해지는 하늘의 축복!’


룬나임이 간만에 순진무구한 소년의 표정을 지었고.


‘무지막지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저런 면도 있네. 쿡쿡.’


그 표정을 본 예카테리나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제법 흥미가 있는 모양이네. 어디, 사전답사라도 준비해 볼까?”

“긴 말 할 것 없지. 바로 가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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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식량 24.08.07 22 5 13쪽
6 6. 우주정거장 SC-13 24.08.06 22 5 12쪽
5 5. 챔피언 24.08.05 22 5 15쪽
4 4. 자질 24.08.04 25 4 12쪽
3 3. 선생 24.08.03 33 5 14쪽
2 2. 스페이스 콜로세움 24.08.02 39 5 12쪽
1 1. 룬나임 24.08.01 6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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