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전사는 우주의 황제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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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4.08.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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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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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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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자질

DUMMY

4.


쿵!


두 사람은 감옥을 나섰다.

이반은 룬나임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어디 가는 거지?”

“네 마나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러 가는 중이다.”

“마나에도 종류가 있나?”

“그래. 마나란 의지를 현실에 현현(顯現)하는 능력. 인간의 의지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듯 마나의 종류도 천차만별이지.”

“의지를 현실에 현현하는 능력이라... 육체가 아닌 정신의 힘이라는 거군.”

“이해가 빠르군. 맞다.”


이반이 데려온 곳은 작은 수조가 있는 방이었다.

수조 안에는 검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장어가 들어 있었다.


“행성 이니시움의 다윈장어라는 놈이다. 이 녀석에게 피를 먹이면 피의 주인이 가진 마나의 속성을 따라 진화하지. 참고로 나의 경우는 장어에게서 희미한 잔상이 피어났었다.”


그리 말하며 단도를 건네는 이반.


스륵!


룬나임은 망설임 없이 자기 팔뚝을 그었다.


주르르르륵...


수조에 흘러들어가는 룬나임의 피.


- 꾸룩. 꾸룩. 꾸루루룩!


피를 마신 장어가 괴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내 장어의 몸집이 점점 커지며 팔뚝만해지더니.


챙그랑!


꼬리치기 한 방으로 수조를 부수고 말았다.


“장어가 커지고 강해졌다는 건 너의 마나가 육체를 강화하는 쪽에 특화돼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푸욱! 스으으으으...


이반이 장어의 등에 칼집을 내자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었다.


“빠른 회복력까지. 넌 아무래도 뼛속까지 전사인 듯하군.”

“뼛속까지 전사라. 거 참 듣기 좋은 소리군. 하하하!”


크게 웃은 룬나임.

그는 바닥에서 팔딱거리는 장어를 쥐고는 통으로 입에 넣었다.


꿀꺽.

쿵! 쿵!


팔뚝만한 장어를 삼키고 가슴을 몇 번 치며 쓸어내리는 룬나임.

이반이 혀를 내둘렀다.


“... 그 큰 걸 잘도 삼키는군.”

“후후후. 한낱 미물 따위가 내 피를 이어받을 순 없지. 나의 피를 이어받을 수 있는 건 오직 내가 선택한 여자가 낳을 자식뿐이다.”

“황당할 정도로 엄청난 자신감이군. 그 자신감이 있기에 그 실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실력 덕에 그 자신감이 있는 건지...”

“닭과 달걀 중 뭐가 먼저냐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내게 닭과 달걀이 둘 다 있다는 것이지.”

“... 거 참 잘나셨군.”

“내가 좀. 하하하.”


룬나임이 능글맞게 웃었다.


“그래서 내 마나의 종류는 알았는데, 이걸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스스로의 마나를 느끼는 것. 왼팔을 내밀어 봐라.”


룬나임은 단검으로 베었던 팔을 내밀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상처에선 벌써부터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벌써 아물어가고 있다니... 하긴 그 괴력도 그렇고, 마나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미력하게나마 본능적으로 마나를 쓰고 있다. 그야말로 괴물이라고밖에 표현할 수단이 없군.’


상처가 닫히면 안 되기에 이반은 아물어가는 상처를 벌렸다.

피가 다시 철철 흐르고 있었지만 룬나임은 눈 하나 깜짝 않았다.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마나는 공존할 수 없지. 지금부터 네 상처에 내 마나를 흘려넣을 거다. 그러면 너의 마나가 나의 마나를 밀어내기 위해 움직이게 될 터. 그 기운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첫 단계다. 준비됐나?”

“바로 하라고. 이반 선생.”

“좋다. 바로 하지.”


우우우웅-


이반은 마나를 끌어올려 룬나임의 상처에 주입했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제각성법.

마나를 인지하게 하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빠르면서도 위험한 방법이었다.


‘평범한 자들이라면 정신을 잃거나 미쳐버리겠지만 이 남자라면...’


치지지직!

역시나다.

마나를 주입하고 채 3초도 되지 않았는데 룬나임의 마나는 바로 반발을 시작한다.


“오호. 느껴진다. 나의 기운이 너의 기운을 밀어내고 있군. 마치 스스로의 영역을 지키려는 것처럼 말야.”


심지어 그걸 느낀다.

강제각성법이 빠르다 해도 최소 30분은 걸린다.

룬나임은 그걸 10초도 되지 않아 끝내버렸다.


‘조금이나마 염려한 내가 바보였군.’


이반은 자기도 모르게 작게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 스스로의 영역을 지킨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몸은 정신의 그릇이니까.”

“좋군! 그래. 이거 재미있는걸. 어디 더 주입해 보라고. 이반 선생.”

“그만두는 게 좋아. 말했다시피 서로 다른 마나는 공존할 수 없다. 하물며 그 장소가 사람 몸 안이라면 큰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어.”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해 보라고. 마나를 좀 더 주입하다 보면 뭔가 더 깨달음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룬나임의 말에 이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만용! 젊은 강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너무 강하고 재능 있는 탓에 불필요한 용기를 부리고 있어.’


이반은 자기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린 룬나임을 전사로서 존중하고 있었다.

이미 훌륭한 전사인데, 경험을 쌓으면 지금보다 몇 배나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큰 앓음이 있기 전에 예방주사를 놔 주는 것도 스승의 덕목 중 하나지.’


이번 일을 계기로 룬나임이 한층 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 쇠고집이로군. 알겠다. 마나를 좀 더 주입해 보지.”

“고맙다고. 이반 선생.”


이반은 룬나임의 몸속에 한 층 더 섬세하게 마나를 주입했다.

혹시라도 룬나임의 몸속에서 마나가 꼬이거나 폭주가 일어섰을 때 수습할 수 있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몸에서 나간 마나가 룬나임의 혈관을 타고 몸을 돌기 시작했다.


‘나의 마나가 심장까지 도달하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심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회수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 해.’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마나를 주입하는 이반.

그의 마나가 심장 부근을 지나갈 때였다.


스르르륵!


눈 깜짝할 사이 룬나임의 심장으로 빨려들어가는 마나!


“헉!”


이반은 자기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고 말았다.

심장에서 두 마나가 반발작용을 일으키면 대형사고다.

어디 하나 못 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었다.


‘당장 수습해야 해!’


이반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마나를 회수하려던 그 때였다.


스으으으으.

룬나임의 심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자신의 마나가 사라진 것이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녹아들었다.

룬나임의 마나에 말이다!

마나를 수십 년 써 본 이반에게도 이런 현상은 처음.

알 수 없는 현상에 어안이 벙벙하던 그 때였다.


“오호. 내가 선생의 마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군. ‘대칭’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의 마나를 흡수하더니 ‘중첩’의 존재마저 완전하게 파악하는 룬나임.

이반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설마...!’


마나에는 한 사람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두 마나는 공존할 수 없다.

겉으로는 한통속일지언정 깊게 들어가면 다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게 가능했던 자가 있었다.


‘오백 년 전 은하를 통일한, 신성 인류제국의 초대 황제 옵티무스 비스콘티!’


마나를 녹아들게 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상대의 의지를 녹일 수 있는 절대적 카리스마와 그걸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그릇!

눈앞의 젊은 전사는 그 둘을 모두 갖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래서 이 다음 단계는 뭐지. 이반 선생?”


‘이 자는... 황제의 자질을 가진 남자다!’


황제의 자질이었다.


******


그 날 밤.


“이반. 룬나임을 가르쳐 본 소감은 어때?”

“배움이 아주 빠릅니다. 하루 만에 마나를 다루는 기본적인 방식은 다 익혔습니다.”

“열흘은 걸릴 거라 하지 않았어?”

“... 그의 자질을 제가 과소평가했던 모양입니다. 천재. 아니. 천재라기 보단 괴물입니다.”

“흐음... 놀랍네. 이반이 그렇게까지 말할 줄이야.”


이반의 보고를 받은 마담 레이븐이 부채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 보이는 그녀만의 버릇이었다.


“룬나임의 정식 검투사 승격전 상대는 정하셨습니까?”

“원래는 행성 디멘투스의 헤라클로스용암벌레를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반의 말을 들으니 이치와의 키메라 벨로로폰을 붙이는 게 좋아 보이네.”

“그것도 모자랍니다. 섀도우를 붙이시죠.”

“섀도우를?”


레이븐이 눈이 살짝 커졌다.

섀도우(Shadow).

행성 얀워의 노예 출신 검투사로 현재 9연승을 달리는 실력자다.

스페이스 콜로세움의 첫 노예 출신 챔피언이 될 거란 평가가 유력하기도 했다.


“승격전 상대로 섀도우는 과하지 않아? 좀 더 쉬운 상대를 붙여서 경험치를 먹이면 더 훌륭한 검투사가 될 텐데.”

“좀 과할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그 정도는 붙여야 합니다.”

“왜?”

“룬나임에게 황제의 자질이 보입니다.”


황제의 자질!

레이븐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비범한 건 알았지만... 황제의 자질까지 가졌을 줄이야!’


레이븐은 잠시 고민하다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부채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룬나임이 황제의 자질을 가졌다면 섀도우 정도는 상대가 안 되지.”

“그, 그렇다면?”

“애시드 정도는 붙여줘야 하지 않겠어?”

“애, 애시드를!”


이반이 되려 놀라자 레이븐이 쿡쿡 웃었다.


“왜 놀라? 황제의 자질을 가졌다면 확실하게 황제가 될 수 있는 재목인지, 아니면 애매한 자질로 피바람만 불러올 재앙의 씨앗인지를 테스트해야 하잖아. 섀도우를 붙이라는 의미가 그 뜻 아니었어?”

“그, 그렇습니다만...”

“테스트를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 애시드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애시드(Acid). 본명 존 후퍼.

노예 출신이 아닌 제국 제 12마법기사단 출신의 검투사다.

생긴 꼴은 키 작고 못생기고.

민간인 학살 및 상관 명령 불복종으로 불명예제대 했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그 증거로 11연승, 이미 챔피언의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스페이스 콜로세움에서 챔피언의 칭호는 쉽게 사사받을 수 없다.

과장 조금 보태서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번 이기는 것이 그 전의 9연승보다 몇 배나 힘들다.

방금 전 얘기가 나왔던 섀도우 역시 애시드랑 붙는다면 한 라운드를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정식 검투사 승격전에 애시드를 붙인다면 관객들의 반발이 상당할 겁니다.”

“관객들의 반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룬나임이 진짜 제대로 된 황제의 자질을 갖췄냐는 거지. 만약 그가 애시드에게서 이긴다면...”

“이긴다면...?”

“나는 룬나임을 남편으로 맞이할 거야.”


이반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예카테리나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혼인이라뇨!”

“장사꾼으로서 유망주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 유망주가 황제의 재목이라면 더더욱. 코마로프 가문의 영광을 다시 되찾으려면 이 정도 도박수는 둬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좀 더 지켜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셔도...”

“그만. 이미 마음먹은 일이야. 아무리 이반이라도 더 이상 내 의견에 토를 다는 건 허락하지 않겠어.”

“... 후우. 알겠습니다.”


작은 한숨을 내쉬는 이반.

레이븐이 부채를 입술에 얹고 웃었다.


“후후. 사흘 뒤가 기대되는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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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질 24.08.04 26 4 12쪽
3 3. 선생 24.08.03 3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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