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악신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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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볶음밥
작품등록일 :
2024.08.02 02:07
최근연재일 :
2024.08.12 02:13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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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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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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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영웅출현

DUMMY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칠일 뒤 여신 나디아의 종들이 찾아와 혼을 거두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오크에게 잡아먹혀 백골만이 땅에 버려진 이의 영혼은 어찌 되는가?


누구도 쉬이 답해줄 수 없는 문제였다.


바들바들.


오크들의 고함에 소년병들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심지어 몇몇 이들의 바지춤은 이미 젖어있기까지 했다.


- 뿌우우우-!


왕국 병사들이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곳곳에서 힘껏 뿔피리를 불어댔지만, 수만에 달하는 오크의 함성을 묻을 수는 없었다.


- 크와아아아아-!!!


준비를 마쳤는지 오크들이 선두부터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마치 초록색 파도가 밀어닥치는 듯한 광경.


중앙 경계탑에서 화살을 발사하라는 깃발이 올라왔다.


실베르가 외쳤다.


“쏴라-!!”


하지만 명령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수만의 오크가 몰려드는 장엄한 장면에 중간 지휘관들조차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이런 미친놈! 정신 차리지 못해?!”


실베르는 빠르게 돌아다니며 명령을 하달하지 않는 중간 지휘관들의 뺨을 후려쳤다.


“쏴라-!! 활을 쏘란 말이다!!”


쐐애애액-!!


그제야 화살이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오크 무리로 쏟아져 내렸다.


전쟁 초기에 화살은 확실히 효과적인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이전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파바바바박-!!


인간들의 무기와 방패를 손에 넣은 오크들이 어느 정도 화살을 방어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크들 사이에 거대한 트롤들이 섞여 있었던 것.


그런 트롤들은 맹렬한 기세로 성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실베르는 성문 쪽으로 이동하여 명령을 내렸다.


“트롤을 노려라!!”


성벽에 오른 수백 명의 궁수가 트롤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


파바바바박-!!


트롤의 몸에 백여 발의 화살이 박혀 들어갔다.


“그어어어···!”


두꺼운 피부에 경이로운 재생력을 자랑하는 트롤이라 할지라도 온몸에 박히다 못해 머리뼈를 뚫고 박힌 십여 발의 화살까지 견디지는 못했다.


맹렬하게 달려오던 트롤은 다리가 풀리며 땅에 쓰러졌다.


쿠우웅-!!


하지만 트롤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쏴라-!!”


어째서 트롤들이 오크의 명령에 따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녀석들을 막지 못한다면 성문은 단숨에 박살이 날 것이 분명했다.


실베르는 검 대신 활을 쥐고 다가오는 트롤을 겨눴다.


쐐애애액-!!


오러가 깃든 화살이 트롤의 머리를 강하게 꿰뚫었다.


쿠웅-!!


두 마리의 트롤이 성문 근처에서 쓰러진 채로 숨을 멈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 마리의 트롤이 서로 경쟁하며 내달리고 있었다.


실베르는 활을 버리고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화아아악-!!


그의 검에서 선연한 빛무리가 폭사하듯 뿜어져 나왔다.


달려오던 트롤도 그 빛만큼은 두려운지 달리는 속도를 늦추었다.


짜아악-!!

트롤의 등으로 떨어지는 오크의 채찍질.


“크워어어어어-!!”


트롤이 고통을 호소하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실베르의 검이 빛의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졌다.


단 일 검에 트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져갔다.


이내 달리던 트롤의 다리에 힘이 빠지며 넘어지기 시작했고, 녀석의 몸은 사선으로 잘린 채로 땅에 쓰러졌다.


병사들이 기세를 되찾으며 소리쳤다.


“소드마스터다!!”

“실베르 경이 우리와 함께한다!!”


전투는 해가 질 때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첫날의 전투는 인간이 성문을 막아내며 마무리되었다.


성을 둘러싼 평원에는 오크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둘째 날. 카이산 왕국의 인간들은 요새를 둘러싼 오크들의 물결을 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날 그토록 많은 오크가 무식하게 전진하다 죽었음에도 전혀 그 수가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수가 늘어난 것만 같았다.


오크들은 다시금 공성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성을 오르려 하기보다 투창을 하며 수성 측의 피해를 강요했다.


워낙 근력이 강해서인지 오크들의 투창은 상당한 위력을 자랑했고, 피하지 못한 이들은 창에 꽂혀 뒤로 날아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들은 성문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셋째 날. 오크들의 수가 조금은 줄어든 듯했다. 녀석들은 이전보다 짧은 시간 동안 공성전을 치르다가 물러났다.


넷째 날. 눈에 보이는 오크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있었다. 녀석들은 공성을 감행하지 않았고 인간은 불안함 가운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날. 오크들이 불안에 떠는 것 같았다. 전투 또한 벌어지지 않았다.


여섯 번째 날. 실베르는 오크 측에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오크들이 서로 다투기까지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일곱 번째 날. 그가 나타났다.


허름한 가죽옷을 걸친 야인이었다. 그의 머리는 지저분했으며 헐벗은 몸으로 검 한 자루를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평원을 가득 채운 수만의 오크를 단신으로 돌파하며 요새로 다가왔다.


그를 향해 달려들던 오크들은 순식간에 목이 잘려나갔으며,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만 같던 오크들이 겁에 질려 길을 터주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고요한 침묵.


평원의 수만에 달하는 오크들도, 요새 성 위에 선 카이산 왕국의 군대도 침묵을 지켰다.


저벅-! 저벅-!


이곳에 울려 퍼지는 것은 야인의 걸음 소리뿐.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실베르는 눈을 의심했다.


‘오러 블레이드?’


아니. 오러 블레이드와 비슷하긴 했지만, 확연히 달랐다.


보통 소드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는 검을 덮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사내가 곧추세운 검은 활활 타오르는 푸른 불꽃처럼 보였다.


감히 말하지만, 그 푸른 성화는 사내의 몸을 가릴 정도로 거대했다.


대륙력 116년의 어느 날.


카이산 왕국은 기적을 마주했다.


****


사내는 자신을 트리스탄이라 소개했다.


그는 무척이나 어려 보였으며 평민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하대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오크들의 지원군과 보급을 홀로 막아냈으며, 평원에 모인 수만의 오크를 거침없이 뚫어낸 인물.


제롬 카이산 왕자가 먼저 나서 그를 ‘경’이라 칭하며 경의를 표했다.


감히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트리스탄 경 또한 제롬 카이산 왕자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신이 그의 명을 따를 것을 천명했다.


이후 트리스탄을 앞세운 카이산 왕국 군은 빠르게 잃어버린 영토를 수복해나갔다.


파죽지세로 밀고 나간 왕국 군이 멈춰선 곳은 협곡의 입구였다.


하이덴 협곡.


실베르는 자신의 검을 어루만졌다.


본래 이곳에서 죽었어야 할 그가 다시 이곳에 검을 쥐고 서 있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모인 소드마스터가 무려 셋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은 소드마스터가 무려 다섯에 달했다.


카이산 왕국 군은 크게 두 개의 군대로 나누어 북부로 진격했고, 제롬 왕자와 트리스탄의 제1군이 하이덴 영지를 수복하는 동안 레이튼 공작을 포함한 제2군이 하이덴 협곡으로 진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튼 공작을 포함한 다섯 명의 소드마스터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오크에 의해 하나씩 도륙당했다.


오크들은 그 거대한 오크를 대전사라 칭했다.


대전사의 대검에서는 붉게 타들어 가는 듯한 오러가 흘러나왔고, 그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카이산 왕국의 소드마스터들은 이곳에서 모두 그의 영양분이 되었다.


어째서 오크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소드마스터를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의 무력.


왕국군에게 트리스탄이 존재했다면, 오크에게는 대전사가 존재했던 것이었다.


소드마스터를 무려 다섯이나 참살한 오크 대전사는 대검을 꼬나쥔 채 협곡 중앙에 오연하게 서 있었다.


녀석이 크게 소리쳤다. 그 음성에는 웅혼한 마나의 기운이 실려있었다.


“취륵! 그 녀석은 아직 멀었나?”


대전사가 기다리는 것은 카이산 왕국의 기적이라 불리는 트리스탄이었다.


카이산 왕국의 인물들은 그를 감히 소드마스터와 비교할 수 없다 하여 경의를 담아 그랜드마스터라 불렀다.


저벅저벅.


카이산 왕국 군의 사이에서 한 사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실베르를 비롯하여 세 명의 소드마스터가 그를 향해 예를 표했다.


사내는 갑주를 걸치지 않았다. 가벼운 복장.


전장으로 나아가는 기사의 모습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복장이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인간은 그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원할 뿐이었다.


카이산 왕국의 기적이 오크들의 악몽을 물리치기를.


붉게 타오르는 대검과 푸르게 타오르는 장검이 협곡에서 서로 부딪쳤다.


****


트리스탄은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는 커 보이는 오크를 상대하며 어려움을 느꼈다.


콰아앙-!!


오러에서는 자신이 앞섰다.


한번 부딪칠 때마다 트리스탄의 검에 어린 푸른빛의 오러는 단단하게 버텼으나, 오크의 붉은 오러는 눈에 띄게 희미해졌다가 다시 선명해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근력과 체력 그리고 공격 범위의 차이에 있었다.


오크는 체력의 안배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초반부터 맹렬한 공격을 이어갔다.


콰아아아앙-!!!


오크가 사선으로 내리친 대검을 트리스탄은 검으로 살며시 흘리며 피해냈고, 대신 땅이 그 충격의 여파를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으읏-!!”

대검은 피해냈으나, 화약이라도 터진 듯 사방으로 튄 돌의 파편이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트리스탄이 눈을 찡그린 그 틈을 오크 대전사는 놓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귀를 먹먹하게 하는 고함을 내지르며 대검을 횡으로 회전시키는 오크 대전사를 힐끗 바라보며 트리스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후우우우웅-!!!


대검의 반경은 벗어났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강한 검풍이 트리스탄의 시야를 괴롭혔다.


“크아아아!!”


오크 대전사는 흉포한 고함을 내지르며 연신 트리스탄을 몰아붙였고, 오크들은 신이나 고래고래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반면, 카이산 왕국 측은 조용했다. 트리스탄이 밀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땀에 젖은 머리를 넘기며 옅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트리스탄은 스승의 말을 떠올렸다.


단 한순간의 경험이 긴 수련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했던가?


정말이지 맞는 말이었다.


트리스탄은 오크 대전사와의 싸움을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기의 효율적인 분배.


스승이 항상 강조하던 것이었다.


검이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이었다.


그러니 상대가 미친 듯이 달려든다고 하여 본인도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트리스탄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어느새 스승의 미소를 닮아있었다.


“계속해보자고.”


****


오크 대전사와 트리스탄이 검을 맞댄 지 수 시간이 지났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진 탓에 왕국 군의 병사들이 협곡으로 들어와 곳곳에 횃불을 두고 갔다.


전투 초기에 침울했던 분위기는 이미 역전된 상태였다.


왕국 군은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며 그랜드마스터를 칭송하며 기도를 올렸다.


“오오···. 나디아시여.”

“트리스탄 경께서 오크 놈들의 대전사를 이기고 있다!!”


콰아앙-!!

오크 대전사의 대검은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녀석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해져 있었다.


한 차례의 큰 공격을 흘려내면 트리스탄은 녀석에게 반격을 가했고, 그때마다 녀석은 거대한 동체를 뒤흔들며 비틀거렸다.


대전사의 대검과 트리스탄의 검 역시도 확연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오크 대전사의 대검은 이미 트리스탄의 검에 의해 한차례 잘려나갔으며, 붉은 불꽃도 금방이라도 사그라들 듯 위태로웠다.


트리스탄이 힘차게 땅을 짓밟으며 오크 대전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휘오오오-!!


그의 검은 여전히 푸르게 타오르며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콰아앙-!!


트리스탄의 검에 깃든 힘을 해소하지 못한 오크 대전사가 크게 몸을 휘청였다.


트리스탄은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빠르진 않았다.


지켜보는 왕국 군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정적인 검.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던 검은 어느 순간 흐릿해지며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우우우웅-!!!


순식간에 거대한 검풍이 일어나며 협곡 곳곳에 놓였던 횃불이 단번에 꺼져버렸다.


이윽고 강한 돌풍이 왕국군에게 몰아닥쳤다.


“읏-!!”

“모두 조심하라!!”


한차례 돌풍이 몰아닥친 이후.


협곡 중앙은 조용하고 어두웠다.


그리고 잠시 뒤.


화아아악-!!


협곡 중앙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듯 일어났다.


“와아아아아-!!”

“트리스탄 경이 오크 대전사를 무찔렀다-!!”


숨을 참고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협곡 중앙에는 한 사내와 그가 일으킨 푸른 불꽃만이 존재했다.


대륙력 116년.


단 일 년 만에 카이산 왕국을 거의 멸망까지 몰아넣었던 오크의 남하가 종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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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악신의 선언 24.08.09 36 5 13쪽
9 악신 토벌 24.08.08 38 6 13쪽
8 압도적인 재능 +1 24.08.07 43 4 14쪽
7 해상 왕국 24.08.06 49 5 13쪽
6 교국의 성기사 24.08.05 53 5 11쪽
» 영웅출현 24.08.03 60 5 14쪽
4 절체절명의 위기 24.08.03 71 5 14쪽
3 하산하거라 24.08.02 68 7 12쪽
2 소년을 만나다 24.08.02 80 6 12쪽
1 이름을 묻다 24.08.02 11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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