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악신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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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볶음밥
작품등록일 :
2024.08.02 02:07
최근연재일 :
2024.08.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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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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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왕국

DUMMY

산에 흐르는 개울, 도시를 감싸며 흐르는 강물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대륙인들에게 물이란 여신의 축복이자 풍요의 상징이었다.


내지에 흐르는 물은 그들에게 식수와 농업용수가 되어 주었으며, 바다에 고인 물은 비록 마실 수는 없었지만 풍요로운 어획의 장소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큰 웅덩이. 바다는 무척이나 위험했다.


“씨서펀트가 출몰했다-!!”


“뭐? 벌써?! 사제분들을 모셔와! 빨리!!”


바다의 재앙. 씨서펀트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씨서펀트라는 이름의 바다뱀은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 바닷속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몬스터 중 하나였다.


겁이 많기에 거대한 선박에 부딪쳐오지는 않지만, 마땅한 저항이 없다면 선원들을 하나씩 떨어트려 잡아먹곤 했다.


그런 씨서펀트는 까다로운 몬스터였지만, 인간은 항상 방법을 찾아냈다.


“나디아시여! 당신의 종이 간구하나니, 이곳에 성스러운 빛을 내려주소서-!!”


화아아악-!!


두 명의 사제의 손바닥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일어났다.


- 키에에에엑-!!!


멀리서 다가오던 씨서펀트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다.


사제의 성스러운 기운.


극도로 겁이 많은 녀석들은 사제들의 기운을 두려워했다.


몬스터에게는 상극인 기운.


사제들의 신성한 기운에 의해 입은 상처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았으며 그것이 야생에서 의미하는 것은 곧 죽음과도 같았다.


“아이고! 사제님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일을 마치고 선실로 돌아가던 사제들은 선미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세인트 볼테르 경과 대결하여 승리했다는 젊은 기사.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극구 손을 내저었지만, 그들은 볼테르 경이 결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들어가시죠. 선배님.”


“그래···.”


비록 브리탄으로 향하는 배를 함께 타기는 했으나, 그들의 임무는 저 사람과 별개였다.


한편, 교국의 배려로 브리탄으로 향하는 배에 탑승한 트리스탄은 상념에 빠져있었다.


볼테르가 했던 말.


검은 머리를 한 악신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자네는 악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악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 악마들을 지배하는 존재를 말하는 걸세.”


“음···. 잘 알지 못합니다.”


“악마들에겐 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네. 놈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고 잡아먹지. 하지만 그 투쟁을 버티고 이겨내어 격이 상승한 존재들이 있다네.”


“......”


“그리하여 신격이 깃든 악마를 우리는 악신이라 부르네.”


“그렇군요···.”


“대외적으로 알리진 않았지만, 대륙 어딘가엔 악신이 돌아다니고 있네.”


“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는 임무가···.”


“자네도 혹시라도 검은 머리를 하고 있는 이를 발견한다면 꼭 교국으로 신고해주게. 어째서 그냥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신의 존재는 결국 대륙에 큰 위협이 될 걸세.”


트리스탄은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검은 머리에 이국적인 외모.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위.


가끔 스승이 사람 같지 않다고 그 역시도 종종 생각했던 적은 있었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트리스탄은 헛웃음을 지으며 상념을 흐트러트렸다.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 스승이 악신이라 한들.


‘감히 누가.’


그래. 누가 감히 그분을 건드리겠는가?


트리스탄의 웃음과 함께 배는 물결을 가르며 브리탄으로 향해갔다.


****


화려한 의복을 갖춰 입은 청년이 검을 뽑아 든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군···. 정말로 아름다워. 이런 금속이 존재했던가?”


찬란한 푸른빛을 띠는 검신을 손가락으로 튕기자 듣기 좋은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팅-!


청년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로 물었다.


“누가 가지고 왔다고?”


그를 지켜보던 입국 심사관이 공손한 태도로 답했다.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입니다.”


“이름은?”


“트리스탄이라 합니다.”


“성이 없군. 심사관?”


“예, 도련님!”


브리탄 왕국의 입국 심사관 앞에 서 있는 청년은 다름 아닌 왕국 최고 실권을 자랑하는 내무대신 스테파노 공작의 늦둥이 막내아들이었다.


쥬다스 스테파노.


스테파노 공작이 늦은 나이에 얻은 사랑스러운 아들.


한없이 사랑만을 받으며 자라온 그는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선을 알지 못했다.


그는 왕국 곳곳을 쑤시고 다니며 말썽을 부렸고, 입국 심사대 역시도 그의 주요 무대 중 하나였다.


같잖은 핑계를 대며 입국자들의 금품을 갈취하기 위해서.


“내가 알기로 우리 대 브리탄 왕국에서 평민이 소지할 수 있는 것은 방어구 뿐인 것으로 아는데, 맞는가?”


“예, 예!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 내륙에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은 왕국에서 평민들이 검을 가져서 무얼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왕국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이 검은 마땅히 압수하는 것이 옳겠군.”


“예! 물론입니다!”


****


터억-!


마른 빵 한 조각이 그릇도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먹어라.”


철창에 갇힌 이는 빵에는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물었다.


“아직 답변이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미친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간수는 조용히 읊조리더니 등을 돌려 사라져갔다.


사흘째였다.


그가 입국 심사대에서 한 말은 한마디뿐이었다.


- 라니스터 경과 결투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왕국에 제 입장을 전달해주십시오.


상부에 보고한다던 심사관은 소식이 없었고, 감옥과도 같은 곳으로 옮겨진 것은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한동안 나타나지 않던 입국 심사관이 나타난 것이었다.


트리스탄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아직 답변이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입국 심사관은 코웃음을 치더니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천민 주제에 검을 들고 입국을 하고, 감히 그 더러운 입으로 라니스터 경의 이름을 들먹여? 네 죄를 인정하고 모든 재산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면 다시 돌아가는 배편은 친히 알아봐 주지.”


“...그것이 브리탄 왕국의 공식적인 입장입니까?”


“물론이다. 천민.”


“그렇다면···.”


“뭐?”


“나는 그 입장에 대한 책임을 물도록 하지.”


휘오오오-!!


좁은 감옥에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트리스탄은 폐허가 된 입국 심사대를 지나 도심으로 향했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브리탄 왕국의 수도 셰르부르빌은 항구 도시이자 입국자들이 처음으로 밟는 땅이었다.


도심으로 들어서자 멀리 웅장한 왕성의 모습이 보였다.


‘내무대신의 아들이 가져갔다던가?’


트리스탄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아름답게 흐르는 강물 위로 지어진 가교를 건너 왕성으로 향하는 대로에 다다른 트리스탄은 천천히 기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휘오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그 기운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갔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하나둘 경악하며 대로변에서 멀어져갔다.


왕성의 정문까지의 거리가 백 보 정도 되었을 때.


트리스탄이 일으킨 기운은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변해있었다.


휘오오오오오-!!!


땅이 미세하게 진동했으며, 누군가의 우산이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이변을 눈치챈 왕성 기사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멈춰라!!”

“감히 왕성 앞에서-!!”


하지만 기세 좋게 다가온 기사들은 이내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기운의 폭풍 속으로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기에.


그때 단단하게 닫혀있던 왕성의 성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나타난 것은 멋들어진 황금빛 갑주를 입은 기사였다.


콧수염을 길게 기른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라, 라니스터 경.”


우왕좌왕하던 왕실 기사들이 그를 향해 예를 취했다. 라니스터라 불린 기사는 그들을 꾸짖었다.


“쯧! 전하께서 나오신다. 질서를 갖춰라!”


그의 말대로 곧 금관을 쓴 브리탄 왕국의 국왕과 여러 신료가 성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로 입을 연 것은 국왕 옆에 서 있던 내무대신이었다.


“이곳은 브리탄 왕성이오!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킨 그대는 누구시오?”


기운을 다소 가라앉힌 트리스탄이 대답했다.


“트리스탄이오.”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내무대신은 왕에게 무어라 속삭이더니 다시 물었다.


“혹시 그대는 오크 대전사를 물리쳤다는 카이산 왕국의 영웅이 아니시오?”


트리스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확신했는지 내무대신이 국왕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폐하, 카이산 왕국의 영웅은 작위를 받지 않고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 섭외해야만 합니다.”


국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트리스탄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이리 복잡한 길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들어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트리스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싸늘했다.


“먼저 검을 돌려주시오.”


“응?”


“내무대신의 자제라는 자가 내 검을 가져갔소. 내게 검의 소유권을 포기한 채 배를 타고 돌아가라더군.”


그 말을 들은 내무대신 스테파노 공작의 얼굴이 흙빛으로 굳어갔다.


“무, 무슨···?!”


****


브리탄 왕성. 기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무대신 스테파노 공작의 막내아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스테파노 공작은 얼굴이 붉어진 채 연신 기사들을 재촉했다.


“빨리! 빨리 녀석을 찾아서 끌고 오라!”


고작 스물에 미치지 않는 나이로 오크 대전사를 물리쳐 한 왕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브리탄 왕국 최강의 기사. 라니스터 경조차 놀랍다고 표현한 젊은 기사.


섭외할 수만 있다면, 국격이 몇 단계는 상승할 것이 분명한 인재였다.


그런 그의 검을 자기 아들이 강탈했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라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이런 사달이 날 줄은 몰랐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영웅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바라며 뒷수습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때 내무대신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놔, 놔라!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그곳에는 기사 두 명에 의해 들린 채로 끌려오는 자신의 아들이 있었다.


마침 그를 발견한 것인지 아들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버지! 이놈들이 저를-”


하지만 스테파노 공작의 반응은 그가 생각했던 것관 달랐다.


“닥쳐라-!! 네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기는 하느냐?!”


“예, 예?”


“네가 빼앗은 그 검이 누구의 것인지 아느냔 말이다!”


“아, 아버지. 이건 그냥 천민이 가지고 있던 것-”


“네놈은 카이산 왕국의 소문도 듣지 못하였느냐?!”


“......??”


그럼에도 쥬다스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깊은 한숨을 내쉰 스테파노 공작은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하아···. 녀석을 끌고 따라와라!”


****


트리스탄은 라니스터 공작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강자들과 대결을 펼치겠다는 것인가?”


“예.”


라니스터 공작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확실히 젊군! 젊어! 그래서 나는 몇 번째 상대인가?”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교국의 볼테르 경이겠지?”


그때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방 내부로 들어왔다. 내무대신 스테파노 공작과 그의 아들 쥬다스.


“트리스탄 경, 검을 가져왔소.”


스테파노 공작은 트리스탄에게 조심히 검을 넘겼다.


스릉-!


자신의 검을 확인해본 트리스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내 아들이 큰 실례를 저질렀네. 그간의 죄목을 제대로 파악하여 반드시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네.”


“아, 아버지?!”


“닥쳐라! 이놈!!”

짜악-!


망나니 아들의 뺨을 때린 스테파노 공작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느냐? 어서 사죄드리지 못할까?!”


난생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결국 쥬다스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내 스테파노 공작이 쥬다스를 끌고 나가자, 라니스터 공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귀한 손님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라니스터 공작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본국을 대표하여 사과하는 바이네. 미안하오, 트리스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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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압도적인 재능 +1 24.08.07 43 4 14쪽
» 해상 왕국 24.08.06 49 5 13쪽
6 교국의 성기사 24.08.05 53 5 11쪽
5 영웅출현 24.08.03 59 5 14쪽
4 절체절명의 위기 24.08.03 71 5 14쪽
3 하산하거라 24.08.02 67 7 12쪽
2 소년을 만나다 24.08.02 79 6 12쪽
1 이름을 묻다 24.08.02 114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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