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악신으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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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볶음밥
작품등록일 :
2024.08.02 02:07
최근연재일 :
2024.08.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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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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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 토벌

DUMMY

어두운 밤하늘.


눈이 부실 정도의 천둥번개가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마치 하늘이 아래로 터져내려오는 듯한 광경.


안디오스 왕국의 북서쪽에 위치한 사이보아 백작가의 대저택.


번-쩍-!


마침 번개가 내려치며 비를 맞고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비춰졌다.


키가 작은 소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년의 모습은 다시 밀려드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몇 초 뒤.


우르르르릉-!!


천지를 울리는 듯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둥소리가 사그라지자 그 자리를 다시금 빗소리가 채워갔다.


쏴아아아아-!


대륙인들에게 천둥번개는 여신의 분노였다.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날이면 귀족이든 평민이든 모두가 집안에서 웅크려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소년은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밤, 폭우를 맞으며 서 있는 것일까?


소년의 고개가 하늘로 향했다.


하늘이 뚫리기라도 한 듯 세차게 얼굴을 때리는 빗방울에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지만, 소년은 다음 번개를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번-쩍-!


번개와 함께 다시금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디로 내려온 것인지 알 수조차 없는 번개를 보며 소년은 울고 있었다. 아니, 화를 내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여신은 무엇에 대해 그리도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누이를 죽인 악인이 저기 버젓이 살아있는데, 여신은 어째서 저자를 벌하지 않는 것일까?


사이보아 백작가로 팔려간 누이.


카잔은 무작정 사이보아 백작가로 찾아갔지만, 흠씬 두들겨 맞은 뒤 쫓겨날 뿐이었다.


사이보아 백작가의 저택을 맴돌며 기다린 끝에 그가 볼 수 있던 것은 누이의 시체였다.


누이의 목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있었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곳을 다스리는 것은 사이보아 백작이었으며, 죄를 판단하는 것 역시도 사이보아 백작이었기에.


누이를 묻은 다음 날.


공교롭게도 밤에 폭우가 내렸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카잔은 단번에 사이보아 백작가의 저택으로 달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기도했다.


저자를 벌해달라고.


기도했다.


마땅한 악인을 벌해달라고.


기도했다.


누이의 넋을 달래주라고.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그때였다.


번-쩍-!


번개가 잠시 어둠을 밀어낸 사이, 카잔의 눈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사내는 소년을 향해 무어라 물었고,


“......”


우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소년을 대신해 대답했다.


****


창문 너머로 빗소리가 들려오는 어둑한 방안. 한 사내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침대 주변으로는 시녀복이 널브러져 있었고 등에 비친 사내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은 채 나체로 서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사내는 인상을 찌푸린 채 문 쪽으로 다가와 줄을 잡아당겼다.


딸랑-!


문 바깥쪽에서 방울이 울렸다. 하지만 그뿐. 곧 방울 소리가 멎어 들고 복도에는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뭐야?”


사내는 의아하단 표정으로 직접 문을 열었다.


“헉-!?”


사내는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어둑한 복도.


로브를 모자까지 덮어쓴 누군가 조용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뚝-!


로브의 끝을 타고 빗물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누, 누구냐?!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정체불명의 인물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안디오스 왕국의 사이보아 백작.


어린 나이부터 검에 두각을 나타내어 안디오스 왕국의 삼대 기사단 중 하나인 로즈 기사단의 단장으로 역임하였으며 한때 왕세자의 검술 선생으로 지내기까지 했다는 ‘검의 대가’


항상 기사도를 강조하며 우수한 기사들을 양성해냈다는 인물.


그것이 정말 저 인물과 동일인이란 말인가?


처진 뱃살과 덜렁이는 하물. 그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트리스탄은 혐오스럽다는 듯 그를 보며 말했다.


“검을 들어라.”


“뭐?!”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검을 들어라.”


“이, 이런 미친 새끼가···? 이것들이!! 어디서 뭣들 하느냐?!”


“후우···.”


트리스탄이 한숨을 쉬며 그를 향해 한걸음 내딛자, 그제야 사이보아 백작은 허겁지겁 검을 뽑아 들었다.


채앵-!!


“네, 네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 것으로 생각하느냐?!”


기사로서 검을 쥐었음에도 무엇이 그리도 겁이 날까?


트리스탄은 힐끗 침대를 살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다.


‘약자를 보호한다.’


이자를 기사라고 칭해야 할까? 아니.


기사로서 대해줄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트리스탄이 검도 뽑아 들지 않고 다가오자, 자존심이 상하는지 사이보아 백작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날 무시해-?!!”


촤아악-!!


검광이 번쩍인다 싶더니 애매하게 열려있던 문짝이 대번에 잘려나갔다.


“하아압-!!”


트리스탄이 그의 검을 피해 뒤로 물러선 것을 보며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사이보아 백작이 공세를 이어갔다.


멋들어진 검술.


하지만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을 쓸 뿐, 실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검이었다.


형편없는 검.


트리스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더니, 어느새 사이보아 백작의 품으로 파고 들어있었다.


쩌어억-!!


그의 주먹이 사이보아 백작의 옆구리로 깊게 파고들었다.


“꺼, 꺼흐억-?!”


사이보아 백작이 입을 떡 벌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커, 커헉···. 크···.”


숨을 제대로 들이마시지 못하는 모습.


트리스탄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 잠깐!”


사이보아 백작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거요?”


그 말을 무시하고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순간.


화아아악-!!


사이보아 백작의 목 언저리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빛무리는 순식간에 사이보아 백작을 감싸 은은하게 푸른색을 띠는 막을 형성했다.


“크, 크흐흐. 이 미친놈! 감히 날 건드려?”


눈앞의 막을 믿는 건지 사이보아 백작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티틱-!


손을 가져다 대니 막에서는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스릉-!


트리스탄은 천천히 검을 뽑아 들어서 막을 내리쳤다.


카앙-!


“이런 무식한 놈! 이게 얼마짜리 아티팩트인 줄이나 아느냐?”


트리스탄은 막을 응시하며 천천히 검을 잡아당겼다.


피이잉-!!


검 끝이 빠르게 막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보호막에 막혀 튕겨 나갔다.


카아앙-!!


사이보아 백작은 그것 보라는 듯 손가락질하며 그를 조롱했다.


“크흐! 이게 어디 일반적인 보호막인 줄 아느냐?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로즈 기사단에 연락을 취했으니 어디 맘껏 해보거라!”


스으윽-!


집중한 트리스탄에게 사이보아 백작의 말을 들려오지 않았다.


‘삼라만상에는 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스승의 가르침이 그의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워낙에 어려운 개념이기도 했고,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어려움이 없었기에 잠시 잊고 있었던 가르침이었다.


‘결.’


다른 말로는 ‘기의 흐름.’


그것은 인간에게도 존재했으며 심지어 호흡이 없는 무생물에도 존재하는 것이라 하였다.


트리스탄은 천천히 손바닥을 뻗었다.


티티티틱-!!


손바닥에서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지만 마나를 일으켜 버텼다.


느꼈다. 잘 느껴지지 않았다.


트리스탄은 보호막에 손바닥을 댄 채로 한차례 검을 찔러넣었다.


카앙-!


순간적으로 손바닥으로 대고 있던 막에서 검에 찔린 곳으로 기운이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보호막은 다시 안정되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느껴지기 시작했다.


기운이 빠르게 흐르는 곳과 느리게 흐르는 곳. 끊임없이 흐르는 지점과 일시적으로 흐름이 멈추곤 하는 지점.


“그렇군···.”


트리스탄이 다시 자세를 잡고 검을 천천히 찔러넣었다.


대체 무얼 하는 건지 멍하게 지켜보던 사이보아 백작은 갑자기 온몸에 솟아오른 소름에 전율했다.


“뭐, 뭐하는-!?”


쑤욱-!


검 끝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왔다. 작은 틈이었다.


화아아악-!!


하지만 이윽고 검에서 푸른 불꽃이 일어나며 보호막에 생긴 그 작은 틈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는 사이보아 백작을 바라보며 트리스탄은 작게 읊조렸다.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이군···.”


푸욱-!


트리스탄의 검이 사이보아 백작의 가슴을 가볍게 파고들었다.


****


대륙의 북부 최첨단.


도무지 인간이 살아갈 수 없는 혹한의 환경.


눈보라를 뚫으며 나아가는 일단의 무리가 존재했다.


일견, 그들은 눈보라에 뒤덮인 듯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성스러운 기운이 그들을 원형으로 둘러싼 채 눈보라를 원천 차단하고 있던 것이었다.


선두에서 길을 뚫는 이의 등에는 교국의 기가 걸려있었다.


세인트 볼테르와 오십여 명의 성기사와 사제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까마득한 절벽이었다.


딱히 어딘가를 목표로 하고 걸은 것은 아니었다. 신탁 역시도 정확한 지형을 지칭하진 않았다.


하지만 볼테르는 멀리서부터 이곳을 바라보며 다가왔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볼테르는 그 절벽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모습을 드러내시오-!!!”


웅혼한 마나의 기운이 깃든 그의 목소리가 설원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절벽의 끝에서 누군가 나타나더니 그대로 뛰어내렸다.


탓-!


까마득한 절벽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마치 고양이가 앞발로 서듯 가볍게 착지한 이를 보며 모두가 말을 잃었다.


검은 머리.


“다, 당신은···?!”


검은 머리의 사내가 볼테르를 보더니 눈을 빛냈다.


“구면이로군.”


“......”


잠시 침묵하던 볼테르가 뒤에 서 있는 한 성기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볼테르의 앞으로 나아온 성기사는 결연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설원에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하얀 설원에 반사되어 눈이 멀 것처럼 환하게 퍼져나가는 빛은 장관이었다.


그 기적을 마주한 볼테르와 일행이 모두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하얗게 물든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기사의 모습에 검은 머리의 사내는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꼈다.


“당신이 이 땅의 주신이란 존재인가?”


“그건 아니지.”


대답은 절벽 위에서 들려왔다.


창백한 얼굴의 엘프가 마찬가지로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검은 머리 사내와는 다르게 엘프의 동체는 천천히 설원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저 태초의 신을 모방하는 존재일 뿐. 주신이라고 할 순 없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기사가 입을 열었다.


“어린 도마뱀이 시건방지구나. 감히 내 앞에서 헛소리를 내뱉다니. 썩 꺼져라!”


기괴할 정도로 울림이 가득한 여성의 목소리가 성기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카이베른은 그 목소리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불퉁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디아, 나는 당신의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오. 내가 당신의 명령을 따라야 할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아.”


성기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일에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건 당연한 일이지.”


“......”


성기사는 눈을 돌려 등세극을 바라보며 물었다.


“악업을 쌓는 것도 아니고, 마계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 땅에서 무얼 하려는 거지?”


등세극은 가만히 성기사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두려운가?”


“무슨···?”


“네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운가 보군.”


성기사의 입에서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감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성기사가 눈을 뒤집어 깐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머리는 어느새 하얗게 새어있었다.


또 한 명의 성기사가 그가 서 있던 자리로 나아왔다.


“나디아시여···.”


조용히 읊조리며 성기사는 눈을 감았다.


번쩍-!


다시금 눈을 하얗게 뜨는 성기사를 바라보며 등세극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징글징글하군. 이래서야 네가 하는 짓이 사황성주와 다를 것이 무엇이더냐? 네 존재가 천마라는 자와 다를 것이 있겠느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등세극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어갔다.


“거두절미하고 그래서 왜 나를 찾아왔지?”


“네놈이 스스로 마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면, 강제로 내쫓을 수밖에.”


“그래?”


등세극의 입꼬리가 천천히 치켜 올라갔다.


“어디 한 번 해보거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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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저주 24.08.12 28 3 12쪽
11 계약 이행 24.08.10 33 6 12쪽
10 악신의 선언 24.08.09 35 5 13쪽
» 악신 토벌 24.08.08 38 6 13쪽
8 압도적인 재능 +1 24.08.07 43 4 14쪽
7 해상 왕국 24.08.06 49 5 13쪽
6 교국의 성기사 24.08.05 53 5 11쪽
5 영웅출현 24.08.03 59 5 14쪽
4 절체절명의 위기 24.08.03 71 5 14쪽
3 하산하거라 24.08.02 68 7 12쪽
2 소년을 만나다 24.08.02 80 6 12쪽
1 이름을 묻다 24.08.02 11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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