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사격 천재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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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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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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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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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인

DUMMY



[소집통지서]


장소 : 서울시 미래타워 주차장

도착시간 : 2030년 8월 4일 09:00


실제 상황입니다, 기본 복장을 갖추고 정해진 시간까지 장소에 도착해야 합니다.

소집에 불응할 시 관련 법에 의거 최대 5년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능력자연대 귀신



“하··· 죽으라는 거야?”


나는 읽던 통지서를 구겨 던진다. 그리고는 군복에 달린 독수리 휘장을 만진다.


애국심 하나만으로 10년 동안 특수부대 요원으로 복무했고 전역했다. 다만 지금 상황은 좀 이상하다.


‘외부 적대 세력 때문에 소집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나라야?’


최근 사회의 지도층이던 능력자 간 이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고, 결국 군인을 소모품 취급하며 서로가 자기 구역의 예비군들을 소집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군인은 나라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 맞지만, 이건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


스마트폰 속 단체 채팅방을 킨다. 유독 친했던 전우 두 명과 같이 들어가 있는 방이다. 마침 녀석들에게도 소식이 들렸는지 채팅방에 어제까지 못 봤던 채팅이 여럿 보인다.


[최대위] : 이게 나라냐?

[김중사] : 근데 이거 가게 되면 우리끼리 서로 총 들고 죽이는 거 아닙니까?

[최대위] : 너 어디 연대에서 통지서 날아왔냐? 나는 폭풍.

[김중사] : 저는 귀신입니다.

[최대위] : 연대도 다르네. 이러면 진짜 우리끼리 총 쏘는 상황 생길 수도 있어. 미친.

[김중사] : 진짜 우리 큰일 난 거 아닙니까? 근데 이거 소집 불응하면 감옥 간다는데, 제가 감옥 끌려가면 남은 처자식은 어떻게 먹여 살립니까?

우리가 유 대위님처럼 미혼에 가족이 없었으면 다 같이 안 가면 그만인데.

[최대위] : 그 새끼는 전쟁 끌려갔어도 살아남았을 놈이야. 뭐 일단 우리는 어쩔 수 없어. 일단 소집 기간은 돈 주니깐 가긴 해야지.

[김중사] : 네 알겠습니다. 형님. 무운을 빕니다.


전우들끼리 죽고 죽이는 상황을 만드는 현실이 오늘따라 더 냉혹하게 느껴진다.


나도 채팅방에 한마디 적는다.


[유명한] : 다들 살아서 만나자.




***




내가 소집에 불응하고 감옥에 들어온 지 1년쯤 되는 날.


세간의 예상보다 전쟁은 너무 길어졌고, 어느 한쪽도 본인의 이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전쟁의 여파는 오롯이 군인들과 민간인이 치르게 되었으며, 명령권자인 능력자의 사망은 그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늘은 교도관들도 단체로 안 나오네, 이거 우리 버려진 거 아니야?’


작은 의혹은 점차 사실이 되었고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몇백 명의 죄수들은 단체로 철창을 부수고 감옥을 떠났다.


그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파도에 몸을 실어 감옥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나갔지만, 이제 그들이 나간 감옥 밖 세상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나도 그러한 죄수 중 한 명으로서, 감옥을 나가 인근 도시인 칠암시를 탐색했다.


‘여기가 더 지옥이군.’


이미 사회의 통신망은 마비되었으며, 당장 먹을 거는커녕 마실 물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깨닫고, 감옥으로 되돌아갔다.


되돌아간 감옥 속에는 죄수들이 맨몸으로 자유를 찾아 떠날 때 남기고 간 생활 물품과 보존식품만은 온전했다.







***






감옥에 들어온 지 4년쯤 되는 날.


전쟁은 이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가끔 라디오에 전파가 잡히는데, 거기서 들리는 소식은 내 예상대로였다.


요약하자면 [인프라가 파괴된 세상에는 배고파서, 추워서,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약탈자들에 의해 죽는 사람이 직접적인 전쟁 사망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


현대인들의 장점인 예술을 잘한다던가, 공부를 잘한다든가 하는 기존의 대부분의 능력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당연히 능력자는 논외로 치더라도, 일반인 중에서도 힘이 센 사람, 식량이 많은 사람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었다.


나는 그런 소식을 간혹 들을 때마다 과거의 나를 스스로 칭찬하곤 했다.


‘감옥을 생존 거점으로 선택한 것은 꽤 성공적인 선택이 분명하다.’


감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쾌함은, 약탈자들의 타겟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고, 감옥에 남아있는 물자는 바깥의 사정에 비하면 천국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옥 같은 현실을 깨닫고 최근에 감옥으로 다시 돌아온 현명한 죄수가 한 명 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괜히 먹는 입만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니냐는 생각도 잠깐 들었었다.


다만 같이 지내보니 사람 보기 힘든 세상에서 대화할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나는 감옥 외벽에 솟은 첨탑에 올라가서 주변을 경계하는 1004번 녀석을 바라본다.


녀석을 볼 때마다 군에서 같이 근무했던, 전우들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담뱃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연초를 꺼낸다.


“애들은 살아 있으려나···.”


텅 빈 담뱃갑을 꾸긴다.


그리고는 고개를 올려 1004번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1004번, 이제 남은 보존식품도 거의 다 먹은 건가?”

“이제 3일 정도 더 먹으면 완전 바닥입니다.”

“그래? 드라이브나 가자.”


사실 미리 교도소 인근에 식량을 구할 만한 편의점을 봐 놨다.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먹고 자고 싸는 것 말고도 내가 추가로 한 게 있다면, 신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일, 그리고 먹을 것을 미리미리 찾아 두는 일이다.


‘피같이 소중한 기름이지만, 거기까지 걸어서 식량을 가지고 돌아오기에는 무리다.’


판단이 선 나는 차 키를 가지러 감옥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차 키를 가지고 다시 감옥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1004번이 첨탑에서 내려와 무언가 낯익은 사람과 대화 중이다.


나는 차 뒤로 접근해 둘 사이의 대화를 듣는다.


“여기는 1004번 너 혼자 사는 건가?”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1004번은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방문자를 대한다.


다만 수상한 방문자는 대답 대신 기묘한 행동을 한다.


손가락을 튕기자 녀석 눈앞에 떠오르는 도깨비불.


불에 의해 주변이 밝아져서 녀석의 얼굴이 명확하게 보인다.


‘808번?’


“내가 탈옥하고 난 이후로 최근에 각성했단 말이야. 그래서 능력자 전형으로 한 연대에 들어가게 됐는데, 승진하려면 실적이 필요하단 말이지.”


녀석이 조커같이 기묘한 웃음을 짓는다.


“그런데 탈옥 전에 감옥에 생활 물품이랑 식량이 많았던 게 생각이 나서 말이야. 설마 다 먹은 건 아니지?”

“남은 식량은 거의 없습니다.”


1004번이 거절하자, 녀석이 불을 움직이며 1004번 쪽으로 근접시킨다.


“식량 남았지? 어디에 있는지 말해라. 이 몸이 이제 겨우 각성해서 인생 피려고 하는데, 그 정도 양보는 괜찮잖아?”


그리고는 도깨비불을 1004번 주위로 회전시킨다.


“아직도 제안인지, 협박인지 구분이 안 되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1004번이 전력으로 녀석을 피해 도망간다. 다만 다리보다 녀석의 불이 훨씬 빠르다.


나는 교도관들이 쓰던 권총을 꺼내 녀석의 머리를 조준한다.


‘30m, 남서풍’


호흡을 잠시 멈추고, 그저 내 귀에는 심장 박동만 들린다. 이윽고 살며시 방아쇠를 당긴다.


탕─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녀석의 머리로 날아가는 권총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즉사할 텐데.


총탄이 녀석 주변 5m 정도에 도달한 순간.


화르륵─


어느새 녀석 주위에 생긴 화염 결계가 총탄을 삼켜버렸다.


“누구야!”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면,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화난 녀석이 총알을 날라 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두 손에서 화염을 쏟아낸다. 폭포수처럼 작렬하는 화염 줄기.


나도 더는 차 뒤에 숨을 수 없었다. 재빠르게 차에서 이탈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사.


탕─ 탕─ 탕─


녀석의 화염 결계는 본인에게 향하는 총알을 모두 태워버린다.


그리고 쏟아지던 화염 줄기는 방향을 직각으로 꺾어 내게 접근한다.


나도 알고 있다. 첫 공격이 실패한 순간 비능력자인 나는 반쯤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내가 아무리 빨리 뛰어도 저 화염 줄기보다 빠르게 도망갈 수는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도망간다.


다만 내 필사적인 노력과는 무심하게도 어느새 발끝까지 바짝 따라온 녀석의 화염 줄기.


나는 초인적인 속도로 화염 줄기에 가까스로 따라잡히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 사격을 한다.


탕─ 탕─


순간 화염 줄기를 컨트롤 하느라 결계 반응이 늦은 녀석의 뺨에 총알이 스친다.


녀석에게서 튕겨 나온 약간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진다.


“이 쥐새끼 같은 놈 곱게 죽을 생각은 마라─”


분노한 녀석의 눈동자가 붉은 태양처럼 변한다.


더욱더 거센 기세로 쫓아오는 화염 줄기.


이전의 속도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내게 접근한다.


나는 그 맹렬한 속도를 보자마자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다.


나는 평생을 훈련받은 특수요원이지만, 그런 나조차도 능력자와의 차이는 뒤집기 어려웠다.


‘여기까지인가. 씨발 어디 능력자연대 간부도 아니고, 막 능력자로 각성한 신입도 못 이기는 상황이라니.’


순간 새하얀 빛이 내 전신을 감쌌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환하게 주변을 밝히는 빛.

그러다가 새하얀 빛은 믿기 힘들 정도로 금세 사라진다.


그동안의 수많은 전투 경험으로 얻어낸 내 날카로움 직감이 무어라 소리친다.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


내게 접근하는 불은 무시하고 다시 녀석의 대가리에 권총을 조준한다.


그사이 거의 근접한 녀석의 화염 줄기.


아직 직접적으로 내 몸이 화염에 닿지는 않았지만, 뜨겁게 데워진 공기는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만든다.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권총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호흡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긴다.


“뒤져라!”


펑─


이번의 총알은 이전과는 달랐다.


아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맹렬하게 녀석에게 접근하는 총탄.


총탄은 녀석의 화염 결계를 찢고 깊숙하게 파고든다.


피슝─


이어서 순식간에 녀석의 머리를 관통한 총탄. 동시에 녀석의 화염은 내 몸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이다.


나는 격발의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통제를 잃은 화염 줄기를 피해 몸을 옆으로 굴린다.


화르륵─


제어를 잃은 화염 줄기는 쓰러져 있는 나를 스쳐 지나간다.


이제 내게 뛰어오는 1004번이 보인다.


“살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하늘을 쳐다본다.


다만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빗방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빗방울이 맞았다.


그 빗방울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고드름이 된다.


맹렬하게 쏟아지는 고드름 다발은 내 주위로 사각지대도 없이 쏟아지기 일보 직전이다.


다만 이전의 교전에서 힘을 다 써서인지 천근만근인 몸이 더는 움직이질 않는다.


나는 마지막으로 온 힘을 짜내서 외친다.


“1004번 내 주위로 오지 마라. 위험하다!”


1004번도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더니 내 위로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고드름을 확인한다.


다만 녀석은 피하지 않고 내 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한다,


“씨발 가라고 제발.”


나를 구하려는 건지, 녀석은 멈추질 않는다.


다만 판타지 소설처럼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차가운 얼음 비수는 우리의 살가죽을 감정 없이 꿰뚫어 버린다.







***






죽기 직전에는 살아왔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던가? 그런 건 그냥 완전 개소리다. 나처럼 죽어본 놈들은 알겠지.


죽기 전까지만 해도 진짜 죽을 거라 실감이 전혀 나질 않는다. 그러다 본인이 죽었다는 인지도 할 틈도 없이 그냥 죽는다. 죽음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뭐 병으로 고생하다가 서서히 죽는 건 좀 다르려나?’


그리고 내가 죽기 전에 몸을 감쌌던 하얀 빛이 생각난다.


그건 분명 각성이 맞다.


사람마다 타고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있다.


성별, 최대로 성장 가능한 키나 같은 선천적인 요소들.


마나도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키가 자라는 것처럼, 최대 서른 살까지 점점 증가하고, 그중에서 일정 수치를 넘긴 소수는 능력자로 각성하게 된다.


살아있을 때 그렇게 능력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죽기 전에 각성은 하고 죽었으니 소원 빈 게 효과가 있던 건가?’


다만 소원을 빌 때 좀 더 자세히 빌어야 했었다.


‘능력자가 되자마자 죽으니 무슨 소용인가?’


아무튼 죽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는 한다.





***





어느새 서서히 세상이 밝아진다.


‘여기는 지옥인가? 천국인가?’


다만 내 옷이 이상하다.


물 빠진 파란색 같은 옷 위에 [912] 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죄수복?’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내 반대쪽 침상에 한 명이 누워있다.


나를 죽음직전까지 몰고 갔던 녀석.


808번이 세상 좋은 줄 모르고 낮잠을 자고 있다.


‘저런 새끼도 각성을 하다니.’


순간 내 얼굴에 녀석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차오른다.


‘지금은 아니다. 기회를 보자.’


지금은 다른 죄수가 감옥 안에 있는 것을 봐서 아직 교도관에 의해 감옥이 통제되는 상황이다.


지금 같은 죄수를 죽이는 소란을 일으키면 사형까지 받을 수도 있다.


판단을 마친 나는 겨우 녀석에 대한 증오를 멈춘다.


‘전쟁 1년 즈음부터는 교도관들이 출근을 안 했었지?’


어느새 잠에서 깬 808번 녀석이 나를 쳐다본다.


“912번 아까 왜 그리 나를 째려봤던 거야?”


세상모르고 자는 줄 알았더니 불편한 시선에 잠에서 깬 모양이다.


“아니, 거기에 파리 한 마리가 날아다녀서 말이야. 죽여야 하는데 못 죽였네.”

“에이 나 자는 거 신경 쓰지 말고 죽이지.”

“그래 다음 기회에는 꼭 죽일게.”


진짜 파리가 누구인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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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의도 생존기 (3) 24.08.23 14 0 11쪽
9 여의도 생존기 (2) 24.08.21 14 0 12쪽
8 여의도 생존기 (1) 24.08.20 23 1 12쪽
7 변곡점 24.08.16 30 2 11쪽
6 최후의 한발 24.08.14 46 0 13쪽
5 훈련 시작 24.08.13 41 0 11쪽
4 은행동 지하상가 (2) 24.08.08 49 0 12쪽
3 은행동 지하상가 (1) 24.08.07 58 1 12쪽
2 남을 죽이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라 24.08.05 75 1 12쪽
» 마지막 코인 24.08.04 10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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