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사격 천재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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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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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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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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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을 죽이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라

DUMMY

나는 교도소 생활하는 동안 808번 녀석을 아예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몇 개월 동안 맞은편에 앉아있는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잡담하는 것 대신, 생존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보거나, 전생의 기억을 미리 메모해두곤 하며 향후 계획을 짠다.


그중 [베어 그릴스의 뜨거운 삶의 법칙] 는 몇 번이나 완독했는지 모른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 당신은 미친 듯이 도전해 본 적이 있는가? ] 라는 슬로건은 책을 꺼낼 때마다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실 전생에 감옥이라는 안전한 생존 거점에 너무 안일했었다.’


특수부대에 복무한 경험을 살려서 미리 준비했으면 대 능력자 전에서도 좀 더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


‘통조림 캔 모양으로 만든 폭탄을 주변에 깔아 놓거나, 수비의 지형 이점을 살려 고지대인 첨탑에서 전투하거나, 주변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을 찾아 세력의 크기를 좀 키우거나.’


전생에 아쉬웠던 점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순간 지금도 내 능력이 사용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각성 이후 분명 808번이 내 총알을 화염 결계로 막지 못했다.’


녀석의 대처가 늦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 각성 이전의 총알보다는 각성 이후의 총탄 속도가 눈에 띄게 더 빨랐다.


‘능력에 관해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는 온 정신을 내 몸으로 집중해본다.


심장에서 출발한 마나가 순환하더니 내 몸속 근육으로 깃든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무게는 그대로 이지만, 근육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최대 출력이 늘었다.


팔을 들어보니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팔이 올라간다.


‘가속화?’


체크 하기 위해 팔굽혀 펴기를 한다.


분명 평소와 달리 출력이 두 배나 늘어난 느낌이다.


쿵쿵쿵쿵─


엄청난 속도와 소리에 앞에서 졸던 808번 녀석이 깜짝 놀란다.


“야 땅 부서지겠다. 무슨 팔굽혀 펴기를 그렇게 거칠게 하냐.”







***







어느덧 몇 개월이 더 지나 감옥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바깥 죄수들이 하나둘 떠든다.


“야 교도관들 안 나오는데?”

“미친 이거 진짜 나라 망한 거 아니냐?”


그리고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철문을 부수는 몇몇 죄수들.


쾅─ 쾅─ 쾅─


매우 시끄럽지만, 아직도 아무 반응이 없다.


쿠웅─


철문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들은 교도소 내부를 돌아다니더니 큰소리로 외친다.


“애들아 진짜 나라 망했다. 교도관 아무도 없어.”


그 소리가 기폭제가 되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온 죄수들이 철문을 때려 부순다.


“자유다! 씨발!”


철문을 부순 한 죄수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친다.


그리고는 점차 거의 모든 죄수가 감옥을 떠난다.


수백 명이나 되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파도나 다름없었다.


그중에 독실한 종교인은 본인의 기도가 신께 도달했다 외쳤으며 흉악범들은 혼란이 깃든 사회로 나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생각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만 몇 시간이 지나도 감옥을 나서지 않고 그 속에 남아있는 자가 세 명이 있다.


한 명은 나, 유명한.


한 명은 내가 나가지 말라고 미리 언질을 줬던 1004번.


한 명은 808번이다.


나는 미리 단체 주말 종교 시간에 1004번에게 따로 접근해서 말했었다.


<비밀이지만, 앞으로 교도관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때 감옥을 나가는 것보다 감옥에 남아있는 게 좋을 거다.>


감옥 내에서 내가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서 1004번을 설득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같은 방을 쓰는 808번에게도 똑같이 미리 말해 두었다.


808번 녀석은 내 말대로 교도관이 출근하지 않자 신기해 하며 말을 건넨다.


“오 형씨 어디서 듣는 귀가 있는 거야? 진짜 교도관들 출근 안 하네? 역시 특수부대 출신이야.”


나는 그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능력을 사용한다.


내 마나가 깃든 엘보우가 철문에 직격한다.


쿵─


나는 한방에 부서진 문을 지나며 녀석에게 말한다.


“이제 사람들 다 나갔으니깐 식량 확인부터 하지. 지하 창고로 가서 확인해봐.”


이미 나에 대한 신뢰가 쌓인 녀석은 내 능력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형씨 능력자였어? 허허허. 내가 라인 하나는 제대로 탄 거 같구먼.”


그리고는 내 말을 듣고 쫄래쫄래 지하의 식품 보관 창고로 간다.


나는 그와 달리 곧장 교도관 행정실의 총기 보관함을 찾아간다.


총기 보관함을 부수고 확인해보니 그 속에는 권총 8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가방에 총기 7정과 탄약을 담은 다음, 남은 하나는 내 주머니에 넣어둔다.


그리고는 1004번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1004번과 같이 방을 쓰는 죄수는 이미 감옥을 나간 뒤라 녀석 혼자 남아있었다.


“아직 수도가 끊기진 않았으니, 모든 빈 통을 구해서 물을 최대한 받아 놓아라.”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교도소의 소란이 있고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 일대의 전기와 수도가 끊길 것이다.


‘전기는 미리 저장해 둘 만한 배터리가 없지만, 물은 다르다.’


마실 물로 생수는 고사하고 수돗물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전생에도 무언가를 시키면 의문 대신 항상 실행으로 옮겼던 녀석 답게. 1004번은 내 명령에 토 달지 않고, 곧장 빈 통을 구해 물을 담는다.


나는 1004번을 뒤로 하고 지하 창고로 향한다.


도착한 지하 창고에는 아까 시킨 대로 808번이 있다.


지하 창고에 수백 명이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보관되어 있다.


신선 식품은 어쩔 수 없어도 각종 통조림류 식품은 멸망한 세상에서 금보다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둘이서 순서를 잘 짜서 먹으면 몇 년은 먹겠어.”

“네 그럼요 형님.”


물론 그 둘에 808번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나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녀석의 머리를 조준한다.


녀석은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기려 한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요 형님.”

“다른 사람을 죽이려면, 본인도 죽임 당할 각오는 했겠지?”


내 진지한 말투에 상황 파악을 끝낸 녀석이 말한다.


“아니 저는 살인죄가 아닙니다. 그냥 국가에서 쓰지 말라는 약물 좀 내 몸에 넣은 게 큰 죄입니까? 요즘에 내돈내산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제 돈으로 약 좀 사서 제 몸에 넣은 것뿐입니다.”


실제로 이번 생에서는 녀석이 누군가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 거기다 능력자로 나중에 각성할 것을 생각하면 지금 죽이기 아깝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약쟁이에, 전생에 서로 죽이려고 했던 사이인데, 동료로 삼을 수는 없고.’


그리고 그냥 풀어 줬다간 전생처럼 각성 후에 다시 감옥을 찾아와서 또 협박을 안 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옥에서 만나자. 그때 복수해봐.”


방아쇠를 당긴다.


펑─


내 능력의 보정을 받아 일반적인 총탄보다 더욱 매섭게 날아가는 9.6mm 총탄.


총탄은 녀석이 반응할 틈도 없이 금세 808번 녀석의 머리를 뚫고 회전하며 직선으로 나아간다.


쿵─


머리에 구멍이 뚫린 녀석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총탄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퍽─


결국에는 창고의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15cm 정도 뚫어내고 박힌다.


‘권총이지만, 화력은 군에서 쓰던 저격 총 만큼의 관통력.’


각성하고 얻은 능력의 엄청난 파괴력을 실감한다.


“나중에 저격 총을 구해서 쏘면 얼마나 강력할까?”


아마 콘크리트 벽을 뚫고 안에 있는 사람을 저격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나는 생각을 접고 곧장 녀석의 시체를 집는다.


그리고는 질질 끌어다가 밖으로 내보낸다.


작업할 때 쓰는 삽을 가져다가 땅을 판다.


사람 한 명 들어갈 만한 정도의 구덩이가 파였다.


여기에 녀석의 시체를 던져 넣는다.


시체를 수습한다는 개념보다는, 창고에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는 파낸 흙을 다시 덮는다.


능력으로 몸에 힘이 넘치지만, 땅을 삽으로 파는 것은 여전히 노가다와 다름이 없다.


나는 작업하느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는다.


“나중에 염력 계열 능력자를 한 명 구해야겠어.”


회귀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인데, 이번 생에는 전생과는 달리 유능한 인재를 찾아다니며 거점에 같이 합류시키기로 계획했다.


전생의 경험에 따르면 모든 능력자가 능력자 연대에 소속돼서 살았던 것은 아니었으니, 나와 가치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감옥에 영입할 사람은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조용히 사는 것도 좋지만, 아예 몸집을 키워서 약탈자들이 넘보지 못할 세력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전생에 뼈저리게 느꼈지만, 약탈자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사는 것에도 분명한 한계는 있다.


아무리 잘 은닉한다고 해도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들이 능력으로 감옥 속에 숨어서 사는 우리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 감옥이 물자가 많긴 하지만, 평생을 먹고 버틸만한 물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감옥 밖으로 나가 새로운 물자를 찾을 모험을 해야 하는 시기는 분명히 찾아온다.’


나는 생각을 마치고 수돗가에 있는 1004번에게 다가간다.


1004번은 내가 시킨 대로 빈 통이란 빈 통을 모조리 구해서 물을 다 담아두었다.


“이제 수도 틀어도 물이 안 나옵니다.”


녀석이 계속해서 수도를 틀어 놓아서 인근 물탱크의 물이 다 소진된 듯하다.


“고생했어.”


다만 녀석이 내 몸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놀란 눈치다.


“물자 때문에 다른 죄수와 좀 분란이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설명한다.


“요즘 세상에서, 물자를 구걸하거나, 아니면 달라고 협박하는 행위 자체는 나 죽여주세요─ 나 다름없으니 반드시 죽여라.”


그리고 진중하게 녀석을 쳐다본다.


“내 편 빼고.”


녀석은 의문이 해소된 느낌인지 내게 묻는다.


“담아 놓은 물은 어떻게 할까요?”


내 눈에 녀석 뒤쪽에 바퀴가 달린 수레가 보인다.


‘아마 교도소에 보급 물건이 들어오면 교도관들이 저걸로 창고로 옮겼나 보군.’


생각을 마친 나는 녀석에게 대답한다.


“저기 수레 안에 넣고 지하 창고로 옮기지.”


아무리 내가 신체를 강화할 능력이 있어도 편하게 해줄 도구를 활용하지 않는 행위는 멍청한 짓이다.


그리고 수레를 끌며 녀석에게 마지막 조언을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으면, 최대한 아껴 두어야 한다. 위험은 노크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니.”


수레로 이용해 무거운 물통 수십 개를 지하 창고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창고 안에 가득 찬 물자를 보니 벌써 속이 든든하다.


나는 녀석에게 물자 사용법을 설명한다.


“통조림은 유통기한 좀 지나도 먹어도 된다. 그래도 우선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부터 꺼내기 쉽도록 분류하고 메모해 놓아라. 그리고 당장 먹는 건 금방 상하는 신선식품 부터.”


그리고는 시선을 물통으로 옮긴다.


“수돗물은, 어쩌면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 이 물은 전부 마시는 용도로 사용될 거고, 샤워는 일주일에 두 번 인근 강가에서 하면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샤워를 귀중한 수돗물로 하는 놈은 미친놈이다.


다만 물 아깝다고 샤워를 하지 않으면 위생 상 온갖 질환이 생길 우려가 있으니 시간을 써서 강가에 간 다음 최소 일주일에 두 번은 샤워 해야 한다.


다만 1004번 녀석의 눈에 아직도 궁금증이 보인다.


“뭐가 그리 궁금해?”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건가요? 혼자 살 능력도 있으신 대단한 분이.”


나는 녀석이 믿을 진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외롭거든. 혼자 살면.”


그리고는 전생에 나를 구하기 위해 죽음 앞에 달려들었던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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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을 죽이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라 24.08.05 75 1 12쪽
1 마지막 코인 24.08.04 10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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