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사격 천재의 아포칼립스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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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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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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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생존기 (2)

DUMMY

무서운 몽둥이를 피해 노인을 따라 이동한 장소는 구 63빌딩 부지였다.


이곳 여의도에서는 아직도 한창 도시재건 사업이 진행 중이다.


북쪽 작업반장의 명령을 받아 남쪽 노동자들이 시멘트나 건축재료를 나르고 있다.


‘토목공사는 미리 능력자들이 다한 거 같고, 남은 건 잡부들이나 할 시멘트 나르기인가?’


나도 자연스럽게 그 대열에 합류하고, 짐을 옮긴다.


“퍼뜩 하라우. 고깃국에 배불리 밥 먹고 싶으면─”


듣기만 해도 힘이 전혀 안 나는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흘린다.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 못 따면 간다는 아우지 탄광이 이런 모습일까?’


친구들과 농담 삼아 떠들곤 했던 상상 속의 노역 현장에 내가 있다는 착각이 든다.


다만 별로 힘들진 않다. 능력으로 강화된 지금의 내 신체로는 40kg 시멘트를 동시에 2개 나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일하면서 언제든지 도망갈 틈을 보고 있다.


그 순간 내 앞에 가던 한 노인이 시멘트 무게를 못 이기고 쓰러진다.


“어이쿠.”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노인이 넘어져서 길이 막히자 전체적인 대열에 버퍼링이 생겼다.


어느새 뒤에서 찾아온 몽둥이를 든 중년의 감독관.


매질로 노인을 거세게 패더니, 순식간에 노인의 온몸에 피멍이 든다.


“젊은이 내가 미안합니다─ 제발 그만해주시오.”


다만 아직도 화가 난 감시자는 성질을 낸다.


“시멘트 나르던 걸음이 누구 때문에 끊어졌습네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겠습네까?”


그리고는 노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운 뒤 대열 밖으로 집어 던져버린다.


“길 막지 낼름 비키라우.”


그렇게 저 멀리 바닥에서 신음하는 노인의 호흡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분노의 화살은 나에게도 이어진다,


매섭게 나를 쳐다보는 감독관.


“자리 났는데 아직도 구경났습네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곧장 시멘트를 나르며 시멘트를 옮긴다.


‘지금 여기서 나대는 것은 자살 행위다.’


주변에 보이는 감독관만 여러 명이다.


노인의 죽음에 의해 민감해진 현장의 분위기에 숨어 그저 시멘트를 옮길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한 명의 소시민처럼.


악덕 상사에게 까이는 신입 사원처럼.


그저 부품 톱니바퀴처럼.


비겁한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정의감마저 잠재운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란 것은 사춘기를 지나며 진작에 깨달았다.


약자는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힘을 키워야 한다.


힘이 없는 자가 정의를 외치며 강자에게 맞서는 것만큼 미련한 일은 없기에.


그 순간 작업자가 몽둥이를 매만지며 말한다.


“일하기 싫으면 여의도 바깥으로 내 직접 보내주리다. 있으면 퍼뜩 말하라우.”


수많은 노동자 중 감독관의 제안에 답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





몇 시간이나 작업이 진행되었을까? 시멘트 100개쯤을 날랐을 때 즈음에 오늘의 할당량이 끝났다.


“모두 해산하고 식량 받아가라우.”


개인 배급을 받은 작업자들은 곧장 해산하고 나 혼자 남았다.


“밥은 됐고 냉수만 주세요.”


나는 약간의 땀을 닦아내며 벌컥벌컥 건네받은 냉수를 들이켠다.


그리고는 아까 중년의 감독관이 간 방향을 기억해두고 몰래 미행한다.


얼른 뛰어가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아까 감독관을 찾는다.


골목길로 들어서는 중년 감독관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수리의 탈모를 보니 분명 아까 몽둥이 치던 녀석이 확실하다.


나는 은밀하게 접근한 뒤 팬티에서 물건을 꺼낸다.


“멈춰.”


녀석의 머리에 권총의 차가운 금속 촉감이 전해진 듯 녀석의 온몸의 털이 쫑긋 섰다.


“누굽네까?”

“질문은 나만 한다. 이름과 계급이 뭐지?”

“귀신연대 여의도본부 소속 한철진 대위입네다.”

“능력은?”

“...”


아무래도 이건 말하기 민감한지 살짝 망설인다.


나는 권총 손잡이 쪽의 개머리판으로 녀석의 뒤통수를 후린다.


쿵──


바닥에 쓰러진 한철진.


나는 녀석을 일으켜 세우고 뺨을 때리며 정신을 깨운다.


챡─

챡──

챡───

챡────


“어, 일어났나. 능력은?”

“...”

“한 대 더 맞을래?”

“아···. 아닙네다.”

“보여줘.”


녀석이 마나를 모으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는 곧장 녀석의 삼두와 이두가 터질 듯이 팽창한다.


“확인, 능력 끄고 조용히 두 손 머리에 올리고 벽을 본 체로 무릎 꿇고 있어라.”


내 지시에 얌전히 따르는 한철진.


“여의도에 북쪽 능력자가 얼마나 있지?”

“200명 정도입니다.


이건 아까 만난 노인의 이야기와 다르다.


“능력자가 최대로 많았을 때는 얼마나 있었나?”

“그때도 500명 정도 있었습네다.”


이것도 내가 알던 이야기와 다르다. 나는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질문한다.


“네 이름이 뭐라고?”

“리명진···. 아니 한철진입네다.”


내가 계속해서 빠르게 묻자 당황한 지 이름을 잘못 말한다.


“계급이 뭔데?”

“...중위입네다.”


이제는 계급까지 틀리는 녀석의 거짓투성이인 이야기를 더 들을 가치도 없다.


나는 곧장 권총의 개머리판으로 녀석의 관자놀이를 친다.


쿠쿵──


다시 길바닥에 쓰러지는 한철진.


이번에는 힘을 더 세게 줘서인지 확실하게 마취총에 당한 것처럼 기절했다.


총성 때문에 총을 발사할 수는 없으니 녀석의 허리에서 칼을 뽑아 녀석의 목에 가져다 긋는다.


새빨간 피가 솟구치며 금세 바닥은 피로 흥건해진다.


“사실대로 말했어도 죽일 거였으니, 어떻게 보면 현명한 건가?”


당장 이곳을 벗어나 얼른 도망가야 하겠지만, 약간은 속이 후련해졌다.







***






나는 피 묻은 몸을 숨길 집을 찾아 들어간다.


골목길 끝에 창문이 살짝 열린 집이 있다.


‘창가에 김이 서린 걸 보아하니, 사람이 있는 집인 것 같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다.’


나는 곧장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몸을 던져 넣는다.


방 안에는 침대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나는 그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하며 조심히 옷을 훔치기 위해 옷장을 연다.


옷장 안의 집 주인의 군복과 대위 계급장이 눈에 들어온다.


[대위 최민호]


그의 군복 옆 겨울용 후드티를 꺼내 피 묻은 기존 옷을 벗고 갈아입는다.


그리고는 입던 옷을 조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창문을 넘어 집을 나가려는 순간.


“멈춰.”


침대에서 자던 녀석이 말을 꺼낸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린다.


녀석은 침대에 누워서 자는 중이다.


잘못 들은 건가 싶은 순간. 내 뒤통수에 차가운 권총이 느껴진다.


“마음대로 움직이면 쏠 거야.”


나는 곧장 현실을 받아들이고 머리에 양손을 올린 뒤 바닥에 엎드린다.


‘도플갱어 능력인가?’


혼자 생각하는데 곧장 녀석의 질문이 들어온다.


“내 집에 들어온 이유는?”


다만 녀석의 말투가 북한말이 아니라는 것이 순간 캐치가 된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끼를 던진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히길래 죽이고 도망가는 길입니다.”

“북한 사람이면 귀신연대 쪽 능력자?”


순간 당황한 녀석의 말투가 느껴진다.


나는 당당하게 밀고 나간다.


“오늘 63빌딩 재건 현장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거기서 노동자는 전부 남쪽 일반인, 감독관은 대부분 북한계 쪽이더군요. 그 북쪽 감독관 중 한 명이 무고한 일반인을 죽이길래 제가 피의 복수를 대신 했습니다.”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진 녀석.


나는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감정을 흔든다.


“최민호 대위님. 지금 여의도는 유토피아 같은 곳이 아닙니다. 남한이 내전으로 사실상 멸망하고 3등분 된 것도 모자라, 그 얼마 남지 않은 한 부분의 지도 세력이 북쪽인 게 현실입니다. 저는 한 명의 남쪽 시민으로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

“...”


약간의 침묵이 공간을 감싼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최민호 대위의 예상외 발언이다.


“살려줄 테니 오늘 우리가 만난 일은 없었던 걸로 하지.”


다만 나는 여기서 살아가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여의도본부, 실질적인 리더가 누구입니까?”


잠깐 고민하는 눈치이더니 입을 연다.


“리영식 소장.”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최민호 대위를 쳐다본다.


내 눈앞에 최민호 대위는 두 명으로 보인다.


자는 최민호 대위, 내게 총을 겨누는 최민호 대위.


‘환각계? 아니면 진짜 도플갱어를 만드는 능력인 건가?’


나는 둘 중 총을 겨누는 최민호 대위를 빤히 쳐다본다.


이미 그가 나를 살려주기로 한 이상, 나는 더 많은 계획을 미끼로 터트린다.


나는 팬티에 숨긴 총을 꺼내 땅바닥에 떨어트리고 발로 차 멀리 보낸다.


누가 봐도 나는 저항하지 않겠다는 표시.


그리고는 양손을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여기에서 역적 한번 될 생각 있는데 한번 도와주시렵니까?”


“무슨 이야기지?”


“제 능력은 요인암살에 특화된 능력입니다. 장소만 제공해주시면 제가 그 리영식인지 이영식인지 하는 사람을 죽여드리겠습니다.”


고민하는 최민호 대위. 나는 계속해서 몰아붙인다.


“리영식 소장이 죽으면 분명히 다음 사람이 지도자가 되겠죠. 그때 남쪽 사람을 리더로 밀면 그만입니다. 지금 여의도는 비정상입니다.”


“무슨 능력인데.”

“저격 능력입니다. 이론상 7km 거리에 있어도 맞출 수 있습니다. 3km 안이면 확실하고요.”

“리영식 주위에는 중력장을 다루는 능력자가 경호로 항상 있어서 총으로는 못 죽여.”

“제가 죽여봤습니다. 총으로 중력계통의 능력자를. 못 믿으시면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책상 위에 다트를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능력을 넣어 힘껏 벽을 향해 던진다.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가 던져도 벽에 구멍이 날 리는 없지만, 내 능력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다트.


쿵─


맹렬하게 질주하더니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반쯤 뚫고는 박힌다.


“중력장 그거 별거 없다니깐요?”


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똑똑─


“귀신연대 헌병대입니다.”


이때 바깥에서 시체를 누가 발견하고 신고한 건지 헌병대가 문을 두드린다.


“일단 옷장 안으로 들어가.”





***





다시 옷장 문이 열렸을 때는 헌병대는 이미 떠나가고 난 뒤였다.


“나와서 의자에 앉아.”


한 몇 분쯤 기다렸을까?


뜨거운 인스턴트커피를 타온 최민호도 자리에 앉는다.


“당신의 리영식을 죽일 수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얻는 게 뭐죠? 귀신연대 간부도 아닌 당신이 굳이 조직 내부의 힘 싸움에 관여하는 이유가 뭡니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솔직히 말한다.


“첫째로는 제가 리영식을 죽이고 살아남을 능력이 있기도 한 부분, 둘째로는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약간의 도움이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미약하지만 애국심입니다.”

“죽일 능력이 있다는 부분은 그렇다고 쳐도, 제게 바라는 게 뭐죠?”

“당신이 제 전우이자 친구인 사람 한 명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1년 전 전시에 귀신연대로 소집된 이후 여의도로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메모지에 적어뒀던 김중사의 프로파일을 건넨다,


“여기 제 전우인 김중사의 군번과 이름입니다.”


최민호는 메모지를 읽더니 곧장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진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계약은 성립입니다만, 리영식의 주변 경호가 워낙 삼엄한지라 기회는 딱 한 번일 겁니다. 3km 거리에, 딱 한발에 성공해야 합니다. 실패하는 순간 우리 둘 다 개죽음임을 아시길.”


나는 오른손으로 리볼버 모양새를 흉내 내며 받아친다.


“당장 지금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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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은행동 지하상가 (2) 24.08.08 50 0 12쪽
3 은행동 지하상가 (1) 24.08.07 58 1 12쪽
2 남을 죽이려면 본인도 죽을 각오를 해라 24.08.05 75 1 12쪽
1 마지막 코인 24.08.04 11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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