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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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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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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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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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내가 서둘러 그녀를 진정시키는 사이 그녀와 함께 온 헌터 팀원들이 빠르게 과수원의 불길을 잡았다.


워낙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화가람이기에 그녀의 팀원 대다수는 빙결계 능력자와 치유, 복원 능력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수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일까. 다행히(?) 과수원 면적의 사분지 일만 태워 먹었고 복원 능력자의 도움으로 나무들도 살릴 수 있었다.


물론 1~2년간은 수확이 힘들어지겠지만······ 살린 게 어딘가.


오히려 마력을 머금으며 2년 뒤에는 더 품질 좋은 사과를 수확할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을 뿐이다.


물론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각성 능력 숙련도가 25%로나 오른 건 괜찮은 수확이었다.


과수원을 침범했던 사람들은 모두 기겁하며 도망쳤고 밖에서 지켜보던 방송국과 일반인들 역시 경찰이 오자 모두 돌아갔다.


다시 과수원에는 평화가 찾아온 듯했지만 그건 겉보기에 그럴 뿐이었다.


화가람은 길드선에서 열에 강한 전용 슈트를 벗고 깔끔하고 세련된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팀원들을 다시 길드선으로 돌려보낸 뒤 집 앞에 모여 있는 우리 가족들 앞에 섰다.


가족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휘이잉-


길드선이 다시 떠오르자, 한차례 휑한 바람이 불었다.


찰나의 침묵도 나에겐 버거웠기에 재빨리 나서려고 했다.


“인사드······.”

“안녕하셨어요. 아버님, 어머님.”


무미건조한 어조.


놀랍게도 화가람이 먼저 다가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했다.


하지만 어색하기 그지없는 인사에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와! 화가람이다!”

“빈아야!”


빈아가 우다다 달려가며 안기려고 하자 형이 황급히 조카의 입을 막으며 안아 들었다.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 옆구리를 황급히 찔렀다.


“아아! 그래. 우리 가람이 왔구나. 어서 와라. 밥은 먹었니?”


갑자기 밥?


그 순간 가족들이 아버지를 째려봤다.


물어볼 걸 물어보란 눈빛이다.


그때 화가람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아직 안 먹었어요.”


응? 뭐라고?


다시 한번 벙 찐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가족들.


그리고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아직 안 먹었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밥도 못 먹고 여기까지 와서 고생했다란 뜻인가? 아니면 밥을 주라는 뜻인가? 아니면······.


“아이구, 아침은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지. 여보. 뭐 하고 있어. 아침 먹어야지?”


그때 아버지가 재빨리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다.


“아아! 내 정신 좀 봐. 요리하다 말고 나왔네. 가람아, 조금만 기다려라.”


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자 화가람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과수원 태운 건 죄송합니다. 상황이 급박해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저희 변호사팀이 피해 규모와 보상에 관해 조만간 찾아뵐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다.


얘가 지금 뭘 잘못 먹었나?


날 골탕 먹이려는 새로운 수법인가?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니 오히려 더 불안하다. 그냥 평소대로 해!


그러자 어머니가 손을 내저으며 황급히 말했다.


“아이구! 다 우리 결하 때문에 생긴 일인데! 보상은 무슨. 판시안! 빨리 빈아 데리고 들어가서 거실 좀 치워라. 상도 좀 펼치고.”

“아, 응? 아, 네. 만나서 반가워요. 제수씨.”


당황하던 형은 슬쩍 인사를 건네곤 빈아를 안고선 안으로 훌쩍 들어갔다.


빈아가 자꾸 화가람에게 다가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유치원생 때 그녀를 보고 거의 2년 만에 봤으니 신기해할 만하다.


내가 무슨 수작이냐는 듯 화가람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흘깃 나를 쳐다보던 콧방귀 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내 금방 준비해 줄 테니.”


이번엔 어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고.


“험험!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트랙터 시동을 켜 두고 그대로 왔네. 가람아, 평상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거라.”


어설픈 발연기와 함께 아버지까지 퇴장하자 앞마당에는 나와 화가람만 남게 되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여전히 나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화가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며 앙칼지게 말했다.


“난 시댁에 와서 밥도 못 먹어?”

“지금 내가 묻는 건 그런 뜻이 아니잖아.”

“그럼 무슨 뜻인데?”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에 난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게······.”


뭐지? 화가람이 원래 이렇게 침착하게 말을 잘했나?


마음 같아선 한마디 하고 싶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 과수원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난 다시 차분하게 물었다.


“할 말이 있어서 오다가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야.”

“할 말? 전화로 해도 되잖아?”

“전화 안 받던데?”

“아······.”


호주머니를 만져 보니 폰이 없다.


아무래도 급한 나머지 방에 두고 나온 모양이다.


그나저나 할 말이 있어서 직접 여기까지 행차한 걸 보니 뭔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할 말이 뭔데?”

“결하, 제수씨! 빨리 들어오세요. 식사 준비 다 됐어요.”


화가람이 대답하려는 찰나 형이 문을 열고 소리쳤다.


난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미뤄야만 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난 앞장서서 마루에 올라간 뒤 거실로 향했다.


우리 집은 옛 한옥식 일자 구조로 맨 왼쪽이 주방 그리고 그 옆이 거실 그리고 방으로 이어져 있다.


참고로 내 방은 따로 독립적인 사랑방이다.


사람이 많이 모일 때는 거실에 큰 상을 펼치고 먹곤 했다.


“헐.”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상 가득 차려진 산해진미를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내가 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잠깐 사이에 이 많은 걸 준비했다고?


아니, 저건 아버지가 몰래 하나씩 꺼내먹는 보리굴비?


“오늘 제사에요? 아침부터 무슨 반찬이······.”

“새아가, 빨리 앉아서 먹어라.”

“그래그래. 만사 제쳐 두고 오느라 배고팠겠네.”


부모님은 황당해하는 나를 무시하고 상석에 화가람을 앉히려고 했다.


하지만 화가람은 살짝 얼굴을 굳히며 그대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리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보고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으라고?”

“······.”


그녀의 말에 다들 말없이 그녀를 올려다봤다.


‘네가 그러면 그렇지.’


“후, 그래. 너랑 안 어울리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데 어머니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끊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요즘 애들은 좌식이 불편하다는 걸 깜박했네. 잠깐 기다리거라 주방 식탁에 따로 차려 줄 테니까.”

“아니요. 어머니. 괜찮아요. 앉아서 먹죠. 뭐.”


그때 화가람이 어머니의 팔목을 잡으며 말렸다.


그리고 어색한 자세를 취하며 겨우 다리를 포개 앉더니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얘 오늘 왜 이래?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아버지가 화통하게 웃으며 주절거렸다.


“하하하! 그래그래. 이렇게 가족이 모두 모이니까 정말 기분이 좋구나. 아름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 온다더니 갑자기 전화 와서 논문 준비하느라 못 온다고 하더구나.”

“아, 네. 아쉽네요.”


난 영혼 없는 대답을 했다.


“자, 먹자. 가람아. 어서 먹거라. 국 식겠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 자리.


어머니는 최대한 맛있는 반찬을 화가람 앞에 내어 줬고 아버지는 이때다 싶어 보리굴비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형은 자꾸 먹으려는 반찬을 어머니가 가져가자 못마땅해했고 빈아는 야무지게 수저로 밥을 퍼 입에 넣고 있었다.


유일하게 젓가락을 못 놀리는 화가람.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 화금원에서는 각자 자신 앞에 미리 짜여진 식단이 준비된다.


당연히 모두 최고의 쉐프가 만든 고급지고 균형 잡힌 음식들이다. 이런 평범한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왜? 입맛이 없니?”


보다 못한 어머니가 물었다.


그리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양푼과 고추장, 참기름을 가지고 오셨다.


화가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양푼을 내려다봤다.


어머니는 양푼에 화가람의 밥을 쏟아 넣더니 풀때기를 종류별로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소고기와 계란 후라이를 올리고 참기름을 뿌린 뒤 젓가락으로 슥슥 비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가람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하긴 이것저것 몽땅 때려 넣고 비벼대니 황당하겠지.


화가람 입장에선 이게 개밥인가 싶을 거다.


어릴 적부터 쉐프들이 해 주는 음식들을 먹고 자랐으니 아마 비빔밥을 먹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턱.


“자, 먹어봐. 입맛 없을 땐 비벼 먹는 게 최고지.”


어머니는 당황해하는 화가람에게 수저를 손에 쥐여 줬다.


“이, 이걸······.”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 화가람. 네 정체성을 찾으라고! 평소대로 당장 박차고 나가 버려!’


난 당연히 벌어질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기 위해 언제든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양손으로 상을 잡았다.


자칫 엎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스슥-


대충 수저로 젓던 그녀가 갑자기 한쪽 끝을 살짝 떠먹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놀라운 건 지금부터였다.


“음?”


조심스럽게 한입 맛보던 화가람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어머.”


그러더니 갑자기 손놀림이 빨라지면서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게 아니겠는가.


마치 게 눈 훔치듯 빠르게 사라지는 비빔밥.


“잘 먹네! 맛있지?”


그 모습을 어머니는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때 깨달았다.


워낙 다혈질에 혈압도 높아 평소 철저하게 식단관리를 받던 그녀였다.


당연히 자신의 능력 때문에 수명을 갉아먹으니 그렇게라도 버티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걸. 적당히 간이 되어 있는 나물에 자극적인 고추장과 참기름 등등.


그녀 입장에선 난생 처음 먹어 보는 자극적인 음식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뭐 이런 황당한······.’


바닥에 앉아 비빔밥을 열심히 먹고 있는 화가람을 보게 될 줄이야.


이런 모습은 꿈에서도 꿀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이런 모습을 찍어서 본인 SNS에 올리면 비빔밥이란 음식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질 게 분명하다.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차 한 잔씩 한 뒤 화가람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온 가족이 마당으로 마중을 나왔고 형이 뜬금없이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화가람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답했다.


당연히 거절이겠지.


살면서 누구와 사진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사진이요? 그건 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좋아요. 어려울 거 없죠.”


응?


“오오! 감사합니다. 제수씨.”

“나도 나도!”

“그럼 우리도 한번 같이 찍을까?”


형이 재빨리 먼저 함께 사진을 찍더니 다음엔 빈아도 함께 찍었고 마지막으로 부모님마저 그녀와 사진을 함께 찍었다.


물론 화가람은 무표정하게 목석같이 서 있긴 했지만, 가족들은 그것도 감지덕지인 듯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결하야! 뭐 하니! 빨리 안 오고!”


엄마의 외침에 결국 나까지 함께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그래. 잘 가라. 난 집에서 푹 쉬다 갈 테니.’


“조심히······.”

“자기야, 뭐해. 집에 가야지.”


내가 잘 가라고 말하려는 순간 화가람이 나에게 손을 내밀며 산뜻하게 웃어 보였다.


‘응?’


그녀의 말에 온 가족들이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더니 가만히 서 있는 나에게 어서 가라는 눈빛을 강하게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아, 이런······ 당했······.’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행복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댓글은 잘 참고하며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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