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연함™
그림/삽화
08시25분연재
작품등록일 :
2024.08.05 10:54
최근연재일 :
2024.09.17 08: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98,592
추천수 :
11,222
글자수 :
239,207

작성
24.08.18 09:21
조회
16,579
추천
294
글자
11쪽

13화

DUMMY

판결하와 화가람이 떠나자 가족들은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길드선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그리곤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헌영은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고 판당찬은 재빨리 찬물을 떠와 이헌영에게 내밀었다.


“휴.”

“고생했어. 당신.”


그 와중에도 판시안 부녀는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구경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아빠! 사진 좀 봐봐!”

“오~ 대박! 내가 화가람과 일상 사진을 찍다니!”


판시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사진 속 화가람은 유난히 빛이 나 보였다.


“와! 아빠, 얼굴 되게 못생기게 나왔다!”


빈아가 배꼽을 잡고 웃어젖혔다. 그러자 판시안은 화내지 않고 순순히 인정했다. 차마 비벼 볼 수 없는 상대다.


“원래 잘난 사람들 옆에 있으면 더 못생겨 보이는 거야. 그 와중에 우리 빈아는 예쁘네.”

“헤헷! 그래도 화가람이 훨씬 예쁘지!”


빈아가 괜히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화가람이 아니라 작은 엄마라고 해야지.”

“응! 작은 엄마 예쁘다!”

“이거 SNS에 올려도 되겠지?”


판시안의 말에 빈아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응! 지금 올려! 지금 올려 봐!”

“들어가서 올리자.”

“응!”


둘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부녀답게 서로 시시덕거리며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 둘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이헌영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둘이 잘 지내고 있는 거 맞겠죠?”

“그럼, 우리 바쁜 며느리가 직접 시댁까지 남편 마중 나온 거 보면 모르겠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하루 만에 날아왔겠어.”

“그게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이헌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판당찬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옆에 앉았다.


“에이, 우리 앞에서 부끄러우니까 내색하지 않는 거지.”

“그런가······.”

“거기에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사진까지 찍었잖아. 그 세계적인 스타 화가람이 말이지. 난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니까. 당신은 안 그래?”

“가람이를 보고 있으면 나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때가 있죠. 너무 비현실적인 아이니까.”


이헌영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애써 생각을 지우려고 했다.


아무리 상대가 세계적인 스타 헌터고 국내 1위 기업인 화승 그룹의 핏줄이라지만 이헌영은 그녀보다 아들이 더 중요했다.


화가람에게 잘 대해 주는 게 아들에게도 좋을 거란 생각이었고 최대한 신경 써서 그녀를 챙겨 줬다.


부르르릉- 끼이익!

끼익!


그때 집 앞으로 두 대의 고급 세단이 멈춰 섰다.


그리곤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은 점잖게 생긴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집 앞으로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판당찬 씨, 이헌영 씨 되십니까?”

“아, 예.”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에 응했다.


“화승 그룹 변호사단에서 왔습니다. 신속한 피해 보상을 위해서 잠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변호사의 말에 둘은 벙 찐 표정이 되었다.


며느리가 추진력 하나는 기똥 차다고 생각하면서.


***


길드선 내부에는 팀장인 화가람의 전용실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창밖 구름 사이로 끝없이 펼쳐진 산이 한눈에 보였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고 있는데 화가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제까지 당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해?”


뒤치다꺼리? 얼씨구. 누가 할 소리. 이런 걸 보고 적반하장이라고 하나? 어쩌면 알면서도 나를 놀릴 심보일지도.


내가 너무 황당해서 대답을 못하자 화가람은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말을 이었다.


“정말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뭘 어째. 과수원이 멀쩡했겠지.


“내가 도와줬으니 당신도 이제 그만 복귀해. 지금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야.”


언제는 엉망이 아니었나?


“왜 아무 말이 없어?”


그녀가 따지듯 묻자 난 곧장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할지 생각 중이야.”

“평소에는 그렇게 말을 잘하더니 할 말이 없는 모양이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어서 그래.”


빠직.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무덤덤하게 말하자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살짝 돋고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딱히 흥분시킬 생각은 아닌데 흥분해도 땡큐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한가하게 촌구석에 처박혀서 생각 없이 놀 때가 아니란 말이야.”

“언제부터 네가 그런 걸 신경 썼다고 그래. 안 어울리게. 그냥 날 데려가고 싶어서 핑계 삼아 온 거 아니야?”


나의 말에 본심을 들켰는지 화가람은 팔짱을 풀며 당황한 듯 몸을 바짝 세웠다.


이럴 때 보면 참 단순한 여자 같기도 하고. 조금 전 집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여우 같기도 하고.


여자란 역시 알 수 없는 존재다.


“뭐, 뭐? 정, 정말 심각하다니까? 지금 화승 상황이 어떤지나 알고 하는 말······.”

“잘 알고 있지.”


난 단칼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


말을 더듬는 걸 보니 사실인 모양이다.


난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어젯밤 처제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 주행 후 경찰을 따돌렸고 장모님이 화승 백화점에서 갑질한 영상이 일파만파 퍼져 불매운동까지 시작됐지.”


그녀의 표정이 점점 복잡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출 내가 아니다.


“또 형님께서 술자리에서 변호사들을 폭행했고 이 모든 일들 때문에 화승 주가가 5% 이상 떨어졌지. 아마 지금쯤이면 더 떨어졌을 거야. 맞지?”


아침 인터넷 뉴스에서 본 기사들을 침착하게 하나씩 나열하자 화가람은 입술을 깨물었다. 반격할 말이 없겠지. 모두 사실이니까.


공기가 조금씩 더워지는 게 느껴진다.


말로는 안 되니 아마 분에 참지 못하고 터트릴 모양.


그래. 터트려라. 나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 어차피 많이 터트릴수록 나의 능력은 배가 될 테니.


바로 그때.


“하아······.”


스윽-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쉰 뒤 어딘가 단념했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곤 그대로 팀장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자동으로 문이 닫히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에이, 나한테 한 걸 생각하면.”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창밖 풍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도착하면 바빠질 테니 지금이라도 여유를 즐겨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수습할 일들을 해결책을 궁리하는 중이었다.


‘처제를 만나 봐야겠군.’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닐 걸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프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회장님의 호출을 받고 천수정으로 향했다. 휴가에서 돌아오면 자신을 부르도록 대집사에게 지시를 내려놨던 것이다.


한편 화가람은 도착하자마자 얼굴도 비추지 않고 기지로 복귀했다.


‘왜 부르시는 걸까. 설마 하루 외박했다고 혼내시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또 따로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 직접 부를 정도면 중요한 일일지도.’


난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염두하며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했다. 천수정으로 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전보다 이상하리만큼 머리 회전이 빠르게 돌아갔다.


어쩌면 침착함과 사고력을 높여 주는 ‘잔잔한 호수’ 능력이 E등급으로 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천수정 내에 있는 응접실에 도착하자 이미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자리에 앉자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응접실은 상당히 넓었는데 전혀 휑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부르셨습니까. 할아버님, 할머님.”


내가 깊숙이 고개를 숙이자 두 사람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줬다.


“어서 와요.”

“어서 오거라. 벌써 휴가를 다녀왔다길래 놀라던 참이었다.”

“그게, 집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내가 멋쩍게 웃으며 말하자 할아버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대충 이야기는 들었다. 앉거라.”

“예.”


내가 자리에 앉자 뒤에서 대기 중이던 메이드가 곧바로 다가와 찻잔을 놓고 따뜻한 차를 따라 줬다. 그리곤 모두 할 일을 마친 듯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방에는 세 사람만 남은 상황.


“들거라.”

“예.”


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두 사람이 입을 열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괜히 먼저 입을 열었다간 되레 가벼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절반정도 마실 즈음 할아버님이 물었다. 할머님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화금원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2년 4개월 됐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질문이다.


“하핫! 시간 참 빠르구만. 벌써 2년 반이라니. 가람이와는 잘 지내고 있느냐? 문제는 없고?”

“네. 문제는 없습니다만.”

“다만?”


내가 말을 멈추자 할아버님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되물었다.


“아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거 같습니다.”


이 역시도 어느정도 예상했던 질문.


빤히 우리의 사정을 알고 있는데 굳이 잘 지내는 척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가식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자.


“하긴, 서로 잘 알지도 모른 채 결혼부터 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역시나 할아버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죄송합니다.”


잠시 흐르는 침묵. 괜스레 찻잔을 들었다.


“흠. 그럴 땐 아이를 가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풉!”


난 마시던 차를 뿜어낼 수밖에 없었다. 황급히 손으로 가려 망정이지 하마터면 두 분에게 뿜을 뻔했다.


아이라니.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 불꽃의 여인이라 불리는 그녀가 아이를 가진다는 상상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기가 위험해.


“실없는 소리 말고 주기나 해요. 안 그래도 바쁜 아이를 불러서는.”

“험험. 농담이야. 농담.”


할머님이 슬쩍 노려보며 핀잔을 주자 할아버님은 헛기침을 하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놓으셨다. 테이블에 올려둔 건 바로 조그마한 보석함이었다.


“자, 받거라.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아니. 족쇄이려나.”

“이게 뭡니까?”


난 정말 궁금해서 물었다.


보석함이라. 뜬금없는 등장에 어안이 벙벙하다. 이건 예상했던 수십 가지의 시나리오 중 없는 상황이다.


“열어 보면 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괜한 질문을 한 모양이다. 내가 그런 걸 물을 위치가 아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가감 없이 보석함을 들고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물건이다.


“이건...”


재질은 백금처럼 보이나 훨씬 단단했다. 두꺼운 링에는 용이 음각되어 있고 정중앙에는 인장처럼 생긴 작은 원안에 될 화(化)가 양각되어 있었다.


“알아보겠느냐?”

“이건 화씨 가문의 증표가 아닙니까. 직계만 받을 수 있으며 반지를 가지고 있는 자 중 한 명이 화승 그룹의 후계자를······.”


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 이 반지를 내게 준다는 건······.


“설마?”


난 살짝 놀라며 반지를 바라봤다. 이 반지를 받는다는 건 내가 바로 그 후계자 후보가 된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화승 그룹의 후계자 후보.


순식간에 세계 3위의 기업에 총수가 될 수 있는 자리였다.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선호작과 추천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한시간 늦었습니다.



밤새 명치 부분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아파서 잠을 설쳤더니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예약해놓는다는걸 깜박했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 재벌가의 해결사 데릴사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화씨 가문 후원자> 24.09.05 487 0 -
공지 <제목 공모 골드 이벤트> (종료) +26 24.09.01 1,273 0 -
공지 <판결하의 입장에서 본 가족관계> +2 24.08.31 11,786 0 -
43 43화 NEW +5 19시간 전 3,869 123 12쪽
42 42화 +11 24.09.16 5,493 166 12쪽
41 41화 +4 24.09.15 6,355 173 12쪽
40 40화 +6 24.09.14 7,241 195 12쪽
39 39화 +3 24.09.13 7,751 189 12쪽
38 38화 +20 24.09.12 8,439 217 13쪽
37 37화 +7 24.09.11 8,735 217 12쪽
36 36화 +9 24.09.10 9,218 227 13쪽
35 35화 +8 24.09.09 9,441 238 12쪽
34 34화 +6 24.09.08 9,870 217 12쪽
33 33화 +6 24.09.07 10,239 222 12쪽
32 32화 +7 24.09.06 10,601 228 11쪽
31 31화 +4 24.09.05 10,942 248 12쪽
30 30화 +9 24.09.04 11,327 263 14쪽
29 29화 +4 24.09.03 11,768 247 13쪽
28 28화 +5 24.09.02 12,159 239 12쪽
27 27화 +2 24.09.01 12,419 257 12쪽
26 26화 +6 24.08.31 13,037 242 12쪽
25 25화 +10 24.08.30 13,182 266 14쪽
24 24화 +22 24.08.29 13,317 276 12쪽
23 23화 +6 24.08.28 13,599 253 13쪽
22 22화 +6 24.08.27 13,806 264 12쪽
21 21화 +8 24.08.26 14,118 276 14쪽
20 20화 +6 24.08.25 14,298 258 12쪽
19 19화 +10 24.08.24 14,515 267 13쪽
18 18화(수정) +32 24.08.23 15,219 252 11쪽
17 17화 +9 24.08.22 15,305 26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