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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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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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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화 재벌가의 장손(2)

DUMMY

26화 재벌가의 장손(2)


2층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정민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걸 알았다.


‘후우······ 할아버지는 나를 너무 못 믿어.’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가끔 자신의 방에서 살펴볼 리가 없었다.

대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는 담배를 찾아내고는 심하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방에 할아버지가 싫어할 만한 것을 놓지 않았다.


“할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술 마셨느냐?”


착실하고 성실한 대학 생활을 보내기를 바라는 할아버지, 단수철은 정민이 술을 마신 게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예, 친구가 군대를 가서 송별회를 했습니다.”

“좀 늦게 갔구나.”

“예, 집안 사정으로 좀 늦게 갔습니다.”


술을 마신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군대에 가는 친구의 송별회에서 마셨기에 크게 노여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식사 시간에는 맞춰서 오도록 해라.”

“예, 별다른 일이 없으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단수철은 정민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정민은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


“피곤할 테니 올라가서 쉬거라.”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 정민은 서둘러 2층의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의 뒤로 단수철이 한마디 했다.


“계열사에 네 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니 졸업하면 바로 출근해라.”

“예? 그건······”


단정민은 그의 말에 반발이라도 하려는 듯 입을 꿈틀거렸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등 뒤에 보이는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고 입술을 닫았다.


“······”


그는 할말을 못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제길······”


자신은 할아버지 회사의 계열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 말을 못 한 자신을 원망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책상 위의 IBN PC를 켰다.

아직 PC라는 것은 대학교 연구실이나 대기업 일부에서 사용하고, 민간에 보급되지는 않았다.

PC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비싼 물건인데 한국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재벌가의 장손이었다.

이런 PC를 집안에 들여놓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PC의 시작 화면에서 익숙하게 키보드를 쳐서 BBS에 들어갔다.

PC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한국에서 BBS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들어간 곳에는 영어로 된 게시판들이 있을 뿐이었다.

해외 전화번호로 접속해야 했기에 전화비가 많이 나와서 일반인은 들어올 엄두도 못 내는 해외 BBS 게시판이었다.

그러나 계왕 그룹의 회장을 할아버지로 둔 단정민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살피던 단정민은 주로 영화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게시판에 들어갔다.


“제길······ 영화를 제대로 볼 줄도 모르면서······”


그는 그곳에 자신이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 ‘파랑새 사냥’의 리뷰를 올렸다.

그러나 그의 게시글에 달린 답글들은 그의 리뷰를 비웃었다.

영화 후진국이 한국이 대단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꽤 많은 한국 영화의 리뷰를 달았으나, 하나 같이 비웃음만 돌아올 뿐이었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친구 놈은 군대에 가고 변함없이 숙부의 끄나풀은 미행하고 할아버지에게 원하지도 않는 그룹 계열사로 취업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울해진 기분에 PC를 끄려던 그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친구처럼 소통하고 고민을 상담해 드립니다. 저의 방송국에 놀러 오세요!-


좀처럼 보기 힘든 한글로 된 게시글이었다.


‘이건 무슨 장난이야?’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엔터키를 눌렀다.


**


띠링-


“어?”


오랜만에 신규 접속자였다.

안병훈과 최희영은 요즘 자주 접속했고, 열혈 시청자인 백연희는 매일 접속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데쉬무크와 단수철은 그날 이후로 접속하지 않았다.

데쉬무크는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됐으니 그러려니 했으나, 단수철은 인생 최대의 고민거리가 남아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접속하지 않았기에 시청자로서 자격을 잃은 거로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접속자가 생겼다.


‘새로운 시청자는 언제나 환영이라고.’


접속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JUNGMIN60-


‘제대로 된 닉네임이잖아?’


백연희나 안병훈 등의 과거에서 접속하는 시청자는 닉네임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본명으로 접속됐다.

데쉬무크 역시 따로 닉네임이 없는지 본명으로 접속했었다.

그래서인지 무척 신선했다.

바로 접속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단정민?’


내가 아는 사람과 이름이 같았다.

뒤를 이어서 정보를 읽었다.


“맞구나,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의 회장 단정민!”


그는 단수철의 손자였다.

단정민에 관한 이야기는 당장 너튜브 같은 곳을 봐도 정보가 넘쳐났다.

어찌 보면 스킬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그에 관해서는 내가 더 잘 알 수도 있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미디어의 황제가 접속해 오다니.”


최희영만 해도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다. 단정민은 그녀에 못지않게 한국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전을 이끌었고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이었다.


‘단수철에게 손자를 잘 해주라고 조언한 효과가 있던 건가?’


단수철은 70년대 후반부터 계왕 전자를 기반으로 사세를 키워나가서 계왕 그룹을 만들면서 재벌의 입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사채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으로 인해 구속될 위기에 처했고 병이 든 것으로 꾸며서 서슬이 퍼런 시국을 피해 나간다.

그러던 중 단수철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이며, 그는 지금 꾀병으로 입원했다.

한국의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단수철을 계왕 그룹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투서가 국무총리에게 날아온다.

투서의 주인이 단수철의 장남 단광희의 짓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가 왜 이런 투서를 썼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정말로 한국 경제를 생각해서 부도덕한 아버지를 고발한 건지, 아니면 단수철이 자리를 잠시 비운 기회를 이용해서 계왕 그룹을 집어삼키려 한 건지.

얼마 안 가서 복귀한 단수철은 분노했고 단광희는 그룹 내의 모든 권한을 빼앗겼고 후계자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계왕 그룹의 후계자는 차남 단창희에게 돌아갔다.

실의에 빠진 단광희는 객지를 떠돌다가 죽었다.


‘장남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던 단수철이지만, 내 충고 덕분인지 맏며느리와 장손인 단정민에게는 꽤 잘해줬지.’


단광희의 아내는 계속 단수철의 집에 머물면서 맏며느리 노릇을 하게 했고, 단정민 역시 장손으로 역할을 맡겼다.


‘두 사람에게 준 계왕 그룹의 지분도 상당했다고 기억하는데?’


그러나 그룹은 단수철의 둘째인 단창희의 손에 있었고, 그의 사람들이 그룹의 요직에 박혀있었다.

이런 와중에 단정민 모자가 가진 지분에 위협을 느낀 단창희는 노골적으로 두 사람을 압박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청자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청자와 친구처럼 허물없이 소통하고, 어떤 고민이라도 함께 상담하는 사짜 도선생의 방송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JUNGMIN60: 사짜······ 도선생?」


의아해하는 채팅이 올라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내 방송에 대한 의문의 글이 올라왔다.

내 시선이 채팅창 아래에 보이는 작은 덩어리, 슬라임을 향했다.

어제 갑자기 레벨이 올랐다며 매니저 슬라임은 저런 모습이 됐다.

지금까지 모습 없이 채팅창에 이름만 나왔던 녀석은 게임 ‘드X곤 퀘스트’에 나오는 슬라임과 비슷한 모습으로 채팅창 아래 공간에 자리 잡았다.

그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졌다.

슬라임은 내가 뭘 물으려는지 안다는 듯 대답했다.


「슬라임: 단정민은 1984년에 접속했습니다.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IBN PC입니다.」


PC로 접속했다고 해도 1984년이면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다.

연구소나 일부 대기업에서 겨우 사용했던 PC는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보급된다.

적어도 데쉬무크처럼 인터넷 스트리밍이라는 걸 아는 시대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모뎀으로 BBS에 접속해서 텍스트로 된 게시글을 읽고 소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선명한 화질의 내가 모니터에 나타나서, 말하며 소통하는 모습은 충격일 듯했다.


“새롭게 시도하는 PC 통신 프로토콜을 시험하는 방송입니다. JUNGMIN60 님은 편하게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타다다닥-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렸다.


「JUNGMIN60: 신기하군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까요?」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으니, 화젯거리가 궁했다.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떤가요?”

「JUNGMIN60: 영화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단정민은 반색했다.

영화라는 화젯거리를 물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는 미래에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고 투자하는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세우니까.


“파랑새 사냥이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JUNGMIN60: 파랑새 사냥! 그 명작은 당연히 봤습니다.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어서 개봉일 아침에 달려가서 봤습니다.」

“저도 우연히 봤는데 잘 만든 청춘 로드 무비더군요.”

「JUNGMIN60: 단순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닙니다. 한국도 이 정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영화입니다. 내용도 좋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주인공들이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결국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부 헛소리였다.

내 옆에서 슬라임이 파랑새 사냥의 검색 결과를 띄워주고 있었다.

내가 1984년에 개봉된 영화를 봤을 리 없잖은가?

그러나 슬라임의 검색 결과대로 떠든 말이 마음에 드는지 단정민의 채팅이 빨라졌다.


「JUNGMIN60: 맞습니다. 이야!!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니까 좋네요.」


‘단정민의 마음에 드는 건 무척 쉬운 일이라고.’


그가 한창 주목받을 때 인터뷰했던 내용과 자서전, 그리고 너튜브의 영상들을 보면서 이야기했으니까.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는 건 쉽지 않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단정민은 매일 같이 내 방송에 접속했다.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점점 커지는 게 보였다.

어느 날 평소와 달리 단정민이 늦게 접속했다.


“졸업 준비로 바쁜가 봅니다?”


그에게 내 상담이 본격적으로 필요해질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단정민은 잠시 침묵하다가 채팅을 쳤다.


「JUNGMIN60: 예, 사실 할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돼서 미리 보러 갔다가 왔습니다.」

“JUNGMIN60 님의 할아버지께서 경영하는 회사는 미디어 제작 계열인가요?”

「JUNGMIN60: 아닙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그야 이상하니까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그는 할아버지의 요구대로 계왕 그룹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안에 대한 반발심과 꿈을 좇는 마음이 합쳐져서 영화 제작사에 들어간 후 감독으로 데뷔까지 한다.

이때의 경험이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즉 지금 단정민이 계왕그룹에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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