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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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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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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재벌가의 장손(4)(수정)

DUMMY

28화 재벌가의 장손(4)


의아해하는 단정민을 보며 단수철이 씁쓸한 표정을 했다.

그는 백연희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뒤에 있는 역술인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당시 그녀는 마치 앞날을 예측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일제 페니실린을 팔아서 부자가 된 시점부터 백연희를 아는 단수철은 그녀가 뛰어나다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지.’


백연희의 행동은 마치 미래를 아는 듯 보였다.

자신 역시 자주 점쟁이나 역술인을 찾아다녔기에, 그녀의 뒤에 뛰어난 역술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용한 역술인이라면 알아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백연희의 부탁을 좀 과하다고 할 정도로 처리했다.

최희영이라는 배우가 납치당하는 것만 막으면 됐지만, 하는 김에 뒤처리까지 모두 해버렸다.

결국 백연희의 뒤에 있는 역술인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신을 스스로 사짜 도선생이라고 밝힌 그는 역술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높은 통찰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단수철이 마음을 굳힐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말에 따라서 사채업에서 발을 빼고 제도권 기업으로 전환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사채업에 대한 서슬이 퍼렇던 정권으로 인해 구속을 면치 못했다.

그렇기에 도선생이 말한 대로 패륜을 한 아들은 용서 못 해도 손자에게는 잘 대해줬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도선생과 또 이야기해 보려 노력했지만······’


어째서인지 접속할 수 없었다.

당시 사용했던 TV의 모든 채널을 돌려봤지만 안됐다.

그러는 동안 세월이 흘렀고 계왕 그룹은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이 됐다.

머리 아픈 일이 있거나, 고민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가끔 TV의 채널을 돌려보곤 했으나 도선생과 이야기는 그 한 번으로 끝이었다.

손자에 대해 이야기했던 걸 떠올려서, 가끔 단정민의 방에 들어가서 TV 채널을 돌려보거나 PC를 켜보곤 했다.


‘정민이가 자기를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갑갑한 일이 있을 때는 도선생을 찾게 됐다. 하지만 그가 어떤 수를 써도 결코 도선생의 방송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민이는 도선생과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결국 자신이 도선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소리였다.


“내가 나가고 접속하면 될 것 같구나.”

“예? 그런 일이······”

“도선생이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할아버지, 도선생을 잘 아세요?”


단정민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PC 통신 안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그와 PC 통신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름만 들어봤다. 그래 어쨌든 도선생이 장담한 거니까 네 말대로 하도록 하마.”

“아, 그러면 영화 쪽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하시는 건가요?”


반색하는 손자를 보며 단수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야기를 건너뛰지 말아라. 너는 분명히 성과를 보이면 영화 쪽 일을 하는 걸 허락해달라고 했다.”

“그, 그랬죠.”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를 보이도록 해라. 기간은 석 달을 주마.”

“예? 석 달은 너무 촉박해요.”


그러나 단정민의 말은 할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했다.


“석 달도 많이 준 거다. 이 한 번의 기회는 도선생을 믿고 준 거다. 그러니 다음 기회는 없다고 생각해라.”


말을 마친 단수철은 손자의 방을 나갔다.


“할아버지!”


단정민의 외쳐봤지만, 그는 결국 방에 혼자 남고 말았다.


“기회를 얻은 건 좋은데······”


도대체 도선생과 할아버지는 무슨 관계일까?

그리고 할아버지가 있어서 도선생 방송에 접속할 수 없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어?”


할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방금까지 안 보였던 사째 도선생의 게시글이 보였다.


“귀신이 곡할만한 노릇이네?”


우연인지 아니면 할아버지의 말처럼 자격이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엔터키를 켜자, 평소처럼 도선생의 방송에 접속했다.

그의 방으로 보이는 공간과 그 한가운데 ‘사짜 도선생’이라는 닉네임에 안 어울리는 20대 초반 청년의 모습이 브라운관 모니터를 채웠다.

구석에는 채팅이 올라오는 채팅창이 작게 보였다.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와 친분이 있을 나이가 아니야.’


자신이 보는 도선생의 모습이 인식 저해 스킬로 인해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보인다는 걸 몰랐다.


“JUNGMIN60 님, 할아버지와 이야기는 잘 끝났나요?”


도선생이 말을 걸자, 정민의 손은 키보드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


「JUNGMIN60: 도선생 이야기를 하니까 할아버지가 허락해 줬습니다.」

“잘 됐군요. 기회를 얻었으니 이제 능력을 보여주시면 되겠군요.”

「JUNGMIN60: 그 전에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는 사이입니까?」


질문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물어보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가 JUNGMIN60 님의 할아버지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JUNGMIN60: 하지만 할아버지는 도선생에 관해서 아시는 듯했습니다. 이름을 들어봤다고 하더군요?」

“제 시청자가 JUNGMIN60 님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 기업 관계자들의 상담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살짝 부풀려져서 세간이 퍼진 듯합니다.”

「JUNGMIN60: 기업 관계자의 상담이요?」


의아한 듯한 채팅.


“사람이든 사물이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잖습니까?”

「JUNGMIN60: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가 납득한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을 거로 생각한 듯했다.


“그래서 어떻게 실적을 보여줄 생각입니까?”

「JUNGMIN60: 가장 좋은 건 제가 영상을 만든 겁니다만, 지금은 공모전이나 영화제가 모두 끝난 시점이라서······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제가 알기로는 꽤 큰 게 하나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JUNGMIN60: 큰 거 하나? 어떤 걸······ 아! 희영 영화제?」

“맞습니다. 배우 최희영과 그의 남편 안병훈 사장이 만든 독립영화제가 있잖습니까?”

「JUNGMIN60: 제가 멍청했군요. 이런 희영 영화제를 잊고 있었다니. 하지만······」

“뭐가 또 문제 있습니까?”

「JUNGMIN60: 희영 영화제의 마감이 삼 개월 후네요. 할아버지가 전한 기간도 그때쯤인데, 어찌 보면 공교롭습니다.」

“삼 개월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겠군요.”

「JUNGMIN60: 예, 하지만 해볼 수밖에 없겠네요.」

“JUNGMIN60 님이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단정민과 한참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방송을 종료했다.

지금 그에게 돈은 있었으나 가장 필요한 인맥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당장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나 역시 당시 영화계 상황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슬라임, 단정민의 영화를 만들 때 필요한 인맥들을 찾아줘 봐. 이왕이면 재능있는데 조명받지 못하고 묻힌 사람이거나, 미래에 크게 터질 능력자지만 지금은 불우한 사람이 좋겠지.”

「슬라임: 예, 말씀하신 걸 찾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조사해달라고 하셨던 BN 인베스트리에 관해서 조사해봤습니다.」

“그래. 뭔가 수상한 점을 찾았어?”

「슬라임: BN 인베스트리의 전신이 BN 파트너스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BN 파트너스라면 안병훈을 비롯한 젊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사기를 치려던 곳이잖아?”


슬라임의 말은 정말 뜻밖이었다.

당시 경제적으로도 별 볼 일 없는 70년대 한국에서 투자사기나 치던 업체가 2015년에는 라리안트 그룹의 정보통신 분야를 인수하려는 투자회사가 됐다고?


“BN 인베스트리의 대표가 김복남이 아니라고 했잖아?”

「슬라임: 김복남은 대표로서 표면에 나서지 않지만, 사실상 BN 인베스트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잠깐? 김복남이 몇 살이었지?”

「슬라임: 2015년이면 84세입니다.」

“그 나이인데도 은퇴 안 하고 BN 인베스트리라는 곳을 지배하고 있다고?”


도대체 김복남 이 인간은 뭐야?

처음에는 단순한 강도였다가 이어서 화교 연합의 대리인.

그리고 다음에는 투자 사기꾼, 그리고 종국에는 BN 인베스트리라는 투자회사의 실질적인 지배자?


「슬라임: BN 인베스트리에 관해서 더 조사해보겠습니다.」

“이왕이면 김복남에 관해서도 조사해 봐.”


김복남이 계속 얽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슬라임에게 맡긴 건 별도로 두고 인터넷으로 그에 관련된 정보를 검색했으나 정보가 없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승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오빠, 저녁은 함께 먹을 거지?”

“당연히 그래야지.”


어머니가 퇴원하신 이후로는 식사는 직접 만들어주셨다.


“내가 만들어도 되는데.”


그러나 어머니가 좋아서 하시는 일이라 말릴 수는 없었다.


“어이쿠,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식탁에 음식이 가득했다.


“열심히 일하는데 이 정도는 먹어야지. 승아도 한창 먹을 나이잖아?”


퇴원 이후 정기적으로 개인화 암 백신 플랫폼 치료를 받으신 후 어머니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식사를 하면서 TV를 보니 마침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나왔다.

그걸 보다가 어머니와 승아에게 말했다.


“가족여행 갈까요?”


뜬금없이 나온 말이었지만 승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가자! 가자!!”


녀석의 기대에 찬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너 일은 괜찮은 거니?”

“괜찮아요. 우리 매니저 팀장이 워낙 유능해서 제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요.”


정윤서에게 팀장을 달아준 게 신의 한 수였다.

회계나 법적인 부분이야 슬라임이 처리했으나, 그 외의 일은 정윤서가 다 알아서 했다.

무언가 필요한 게 있으면 망설임 없이 요청해 오는 등 일 처리도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가족여행으로 잠깐 회사를 비워도 될 정도였다.


“엄마, 가족여행이야. 우리 가족여행 간 적이 없잖아? 이럴 때 가 보자!”


승아가 조르자, 어머니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신 형철이네 가족도 부르자.”

“형철이까지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잖니? 듣자 하니 아기도 여행 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고 하니까. 함께 가면 괜찮잖니?”


그리고 보니 형철이도 한 번쯤 쉴 때가 됐다.


‘다음 달부터 다시 콘텐츠에 들어가면 쉴 틈이 없을 테니까.’


**


우리 가족과 형철이 가족을 위한 여행이었다.

최대한 신경을 써서 세계적인 휴양지인 몰디브에 프라이빗 빌라를 예약했다.

이용객만 머물면서 외부 사람들과 접촉할 일 없는 프라이빗 빌라는 수영장과 스파, 전용 쉐프까지 있는 곳으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었다.


“프라이빗 빌라를 통째로?”


형철이가 내 여행 플랜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여행이 끝나면 개처럼 부려 먹을 거니까 이번에 푹 쉬라고."


녀석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가 들어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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