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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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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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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재벌가 장손의 독립(2)

DUMMY

34화 재벌가 장손의 독립(2)


‘단수철이?’


사채왕, 혹은 현금왕이라 불리며 지하 경제계의 정상에서 군림하다가 제도권으로 들어가서 계왕 그룹이라는 재벌을 만든 경제계의 거물.

그의 죽음을 손자에게 들으니 묘한 기분이었다.


‘결국 한 번의 소통으로 끝나버렸구나.’


그렇기에 단수철의 죽음에 커다란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어차피 현대의 내 시점에서 단수철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었으니까.


「1994년에 PC로 접속했어요.」


1994년?

9년이나 지났다니.


화면에 보이는 단정민의 모습을 보고 막연히 2, 3년 정도 지났으리라 생각했는데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닉네임이 바뀌었는지 그는 본명을 사용했다.


「단정민: 그동안 별의별 수단을 다 써도 접속이 안 됐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된다니······ 좀 놀랐습니다.」

“저도 장은서 시나리오 작가가 어떻게 됐는지, 희영 영화제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단정민: 그때 이후로 접속이 안 됐군요. 은서는 백도 재단의 도움으로 놀랍게 완치됐습니다. 그 후로 저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완치됐다니 다행이군요.”

「단정민: 마침 은서가 백도 재단을 찾았을 무렵에 치료법이 확립됐다고 합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희영 영화제는 무사히 출품했겠군요.”

「단정민: 예, 은서의 시나리오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고 지금까지 영화만 찍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요?”

「단정민: 예, 무언가 잘못됐나요?」

“아, 아닙니다.”


단정민이 마지막 접속 이후 9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그가 지금까지 영화를 찍고 있으면 안 됐다.

내가 아는 단정민은 입봉작을 찍은 후 돌연 영화계를 떠나서 계왕 그룹의 계열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하다가, 단수철 사망 후 계열사를 인수해서 계왕 그룹에서 독립한다.

그 계열사가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런데 아직 영화를 찍고 있었다고?’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슬라임: 장은서 시나리오 작가의 생존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요?」

“아······”


그럴듯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장은서 시나리오 작가와 계속 영화를 찍으셨습니까?”

「단정민: 예, 그녀만큼 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독립영화 한 편과 상업 영화 네 편을 함께했습니다.」


장은서의 죽음으로 한 편으로 끝났던 영화제작이었다.

그러나 장은서가 살아남으면서 계속 단정민과 작업을 했다는 건가?


‘괜한 짓을 한 건가?’


그나저나 이때 단수철이 죽었다면 단정민은 괜찮은 걸까?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했습니까?”

「단정민: 예, 한 달 정도 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단정민: 할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단정민: 제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도선생에게 상의하라고······」


단수철은 생각보다 단정민을 더 아꼈던 듯했다.

마지막에 저런 말을 하고 가다니.

단수철과는 그리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정민은 내 시청자였으니, 도울 길이 있다면 도와야겠지.


“그래서 지금 곤란한 상황입니까?”

「단정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본가를 비우라는 요구가 노골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매정하군요. 그래도 평생 살아온 집인데 나가라니.”

「단정민: 솔직히 본가를 나가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갑갑함만 느꼈고, 어머니 역시 맏며느리 노릇을 하면서 고생한 기억밖에 없으니까요.」


영화를 네 편이나 찍은 영화감독이었고, 단수철이 나눠준 계왕 그룹의 지분을 생각하면 지금 상태로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지금 고민하는 건 뭡니까?”

「단정민: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와 어머니가 가진 계왕 물산과 계왕 전자의 지분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할아버님이 생각 없이 지분을 넘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단정민: 숙부는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된 압박이어서 익숙하지만, 최근에는 제가 영화제작까지 방해하면서 노골적으로 압박합니다.」


“단창희 회장으로서는 아들들에게 그룹을 증여하려면 조금이라도 지분이 많으면 좋으니까요.”

「단정민: 아버지의 모든 걸 가져갔으면서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매정하다니······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어차피 단창희의 아들들과 단정민이 나중에 화해를 하지만, 그건 이후의 일이고 지금은 단정민도 한참 독기가 올라와 있는 건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분을 넘겨도 될 것 같습니다.”

「단정민: 지분을 넘겨야 한다는 겁니까?」

“예, 대신 챙길 건 최대한 챙겨야겠죠.”

「단정민: 뭘 챙기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계열사를 달라고 하십시오.”

「단정민: 훗, 숙부가 주겠습니까?」


그 계열사가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라면 줄 것 같은데?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달라고 하십시오.”

「단정민: 프리미어 비전이라면······?」


그의 표정에서 노골적인 실망감이 느껴졌다.


“제법 괜찮은 계열사 아닐까요?”

「단정민: 도선생님이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계왕 그룹의 광고를 만들어서 유지하는 자생력이 없는 회사입니다.」

“단정민 님이라면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계왕 그룹의 광고나 받아서 먹고사는 신세에서 벗어나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단정민: 아무리 그래도 저와 어머니의 지분으로 달랑 프리미어 비전과 교환하는 건······」

“나머지는 파셔도 괜찮고 가지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 비전만은 꼭 가지고 나오시는 게 좋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 단정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단정민: 어머니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단정민: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도선생을 만나고 싶었던 건 단순히 할아버지의 말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아, 그럼 따로 할 말이 있으신가요?”

「단정민: 제 아내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도선생의 말씀대로 백도 재단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치료도 못하고 죽었을 겁니다.」

“아내······요?”

「단정민: 아, 은서랑 결혼했습니다. 애도 둘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단정민: 도선생이 아니었다면 할아버지에게 영화 일을 하도록 허락받지 못했고, 은서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은서를 만났더라도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머쓱해져서 코를 긁적였다.


“모두 단정민 님이 열심히 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단정민: 아닙니다. 모두 도선생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띠링-


그의 감사 인사와 함께 후원 메시지가 커졌다.


「슬라임: 1억의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아이고, 후원 감사합니다.”


비록 다른 시청자보다 많은 후원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큰돈일 터였다.


「단정민: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압니다. 더 드리고 싶지만, 최근 신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한참 돈이 말랐습니다. 좋은 성적이 나면 더 많은 후원을 하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는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혹시 할아버지의 유언이 공개됐습니까?”

「아직 안 됐습니다.」


한 달이 지났는데도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았다.

원래 단수철 회장 정도의 거부가 죽으면 유언장 공개가 늦어지는 법이었다.


“내가 약 좀 쳐볼까?”


단창희라면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달라는 말도 거절할지 몰랐다.


“백연희 님, 어떠셨습니까?”

「백연희: 지금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후 벌어지는 일을 본다는 건 무척 흥미진진하네요.」

“그래도 단수철 정도면 후계 구도 정리가 잘 된 편입니다. 창립자가 죽은 후 그룹이 사분오열된 경우도 많습니다.”

「백연희: 그런 경우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봐도 많이 있었죠.」

“사람 사는 건 어느 시대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백연희: 후후후, 그래서 제가 약을 치는 데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될까요?」

“뭐, 별건 아닙니다. 단수철을 만나서 장손에게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적정 지분에 넘기라고 유언장 한쪽에 쓰도록 해주십시오.”

「백연희: 도선생님은 말 몇 마디로 단수철의 가문을 좌지우지하네요.」

“저는 탈선한 기차를 원래의 선로로 돌려놓는 것뿐입니다.”


화면 너머의 백연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연희: 단수철이 기뻐할 거예요. 그날 이후로 또 도선생님과 만날 수 있냐고 무척 채근했으니까요.」


**


“설마 할아버지께서 이런 일을 예측하고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적당한 지분에 넘기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니.”


단정민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네 할아버지에게 섭섭하구나. 내가 곁에서 모신 게 몇 년이고 또 너는 장손 아니니? 작은 계열사는 먹고 떨어지라는 것처럼 느껴지는구나.”


어쩌면 어머니의 말이 맞을지 몰랐다.

하지만 단정민을 더욱 놀라게 하는 건 얼마 전 도선생이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도선생의 정체는 뭘까?’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과 영화 취미가 잘 맞는 BBS 게시판의 친구였다.

하지만 그가 할아버지에게 계열사 취업을 강요당할 때 여러 가지 도움을 줬다.


‘도선생의 말대로 학교 영화서클에 쌓여있던 시나리오 중 나에게 딱 맞는 것이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과 뜻이 잘 맞아서 이후로 쭉 함께 영화를 찍었고 지금은 아내가 됐다.


‘은주가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려서 죽기 직전이었다는 것도 도선생 덕분에 알게 됐지.’


그가 이야기한 백도 재단이 없었다면 장은주는 일찍 세상을 떴고, 영화 인생은 이렇게 길게 이어지지 않을 터였다.


‘도선생은 할아버지의 유언장 내용까지 알고 있다는 건가?’


그리고 보니 할아버지는 도선생을 아는 듯하지 않았던가?


‘할아버지는 도선생에게 유언장 내용을 이야기했던 걸까?’


그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든 지분이었잖아요. 계열사 하나라도 가지고 나가는 게 어디예요.”


단정민은 어머니를 위로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단수철에 대한 원망이 가시지 않는 듯했다.

적어도 장손에 단정민에게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 같은 작은 계열사가 아니, 굵직굵직한 계열사 몇 개는 물려줘도 이상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숙부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야.’


계왕 그룹이 걸려있었다.

숙부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몰랐다.

할아버지는 숙부를 잘 알았다.

그래서 작은 계열사와 지분 일부를 바꾸라고 한 건지 몰랐다.


‘도선생의 말도 있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러나 얼마 후 들려온 소식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단창희의 첫 번째 며느리가 업계 1위의 광고기획사 스파크 팩토리를 인수했다.

계왕 그룹의 모든 광고를 스파크 팩토리가 맡게 되면서 프리미어 비전 엔터테인먼트는 손가락만 빨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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