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새글

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9 12: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11,558
추천수 :
2,663
글자수 :
231,224

작성
24.09.19 12:00
조회
634
추천
41
글자
12쪽

시즌 종료

DUMMY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야구를 책임지는 메이저리그 투나잇 쇼의 진행자, 조엘 브라운입니다.”


짝짝짝.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박수소리를 한참 동안 즐기던 조엘이 이내 카메라 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바로 어제! 2034년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당연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12개의 팀도 정해졌겠죠? 그래서 포스트시즌 시작 전날인 오늘! 저희는 와일드카드 시리즈 진출 팀의 전력분석 특별 편성으로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큼큼. 조엘이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이어 말했다.


“자! 그럼 바로 1부를 시작해 볼까요?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4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오늘 방송엔 특별한 게스트분들까지 준비돼있다는 점! 그럼, 1부의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카메라가 문을 비추자 이내 두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영원한 44번이자 1루수, 골디!”

“안녕하세요. 전(前) 야구선수 폴 골드슈미트입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전 주장이자 아마 마지막 3번의 주인이 될, 몬도!”

“하하.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짝짝짝.


환호를 들으며 조엘이 게스트들과 악수를 나눴고,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바로 진행이 시작됐다.


“시작하기에 앞서 늦었지만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골디.”

“아닙니다. 장수생으로 간신히 들어갔는걸요.”

“그래도요! 명예의 전당입니다, 명예의 전당! 지금 빅리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의 꿈! 아, 그러고 보니 몬도도 이제 곧 입성 자격을 갖추죠?”

“아직 2년이나 남았습니다. 전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 그냥 바로 입성하려고요. 하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카메라 뒤쪽에서 손으로 풍차를 돌리고 있는 한 남성.


그 광경에 조엘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우리 피디님이 빠르게 진행을 부탁한다는군요. 오늘 방송이 4부까지 있어서 마음이 급한가 봅니다. 이거 두 분께 양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당연하죠. 그럼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두 분 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다저스 때문에 지구 1위는 실패했지만, 탄탄한 전력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온 디백스부터 보시죠. 골디?”


폴 골드슈미트가 준비해온 자료를 가지런히 옆에 두고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올해 디백스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단단함’입니다. 시즌 초부터 큰 기복 없이 성적을 유지했죠.”

“그렇습니다. 그 치열하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2위, 와일드카드 순위에선 1위를 줄곧 유지했으니까요.”

“마지막에 어느 팀에게 1위를 뺏겼지만요.”


찌릿.


두 사람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하퍼가 급하게 입을 손으로 가렸다.


“흠흠. 타격으론 15위라는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선발이라는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사이-영 상 최종 3위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맥스 스미스와, 다른 팀이었으면 에이스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했을 벤자민 젠킨스. 이 둘의 원투펀치는 어떤 팀과 맞붙는다 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네.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의 디백스는 선발의 팀이었습니다. 선발진 ERA가 3.21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내셔널리그 2위였죠. 말씀하신 두 명의 선발을 제외하더라도 3선발인 톰도 그 자리엔 과분한 선발 자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발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이는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골드슈미트를 바라보던 조엘의 시선이 하퍼에게로 향했다.


“네. 애리조나 디백스측, 골디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상대편의 말도 들어봐야겠지요?  아까부터 입이 근질거리는 우리 필리스 측 인사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몬도?”


하퍼가 앞의 테이블에 이리저리 자료들을 흩어놓은 채 기다렸다는 듯이 입의 봉인을 풀었다.


“드디어 제 차롄가요? 저 이제 말해도 되는 거죠?”

“하하. 얼마든지요.”

“먼저! 디백스가 선발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데 비해 필리스에 그런 건 없습니다. 선발 13위, 불펜 16위, 타격 9위, 수비 15위. 다 그냥저냥이죠. 아마 부상 때문에 생긴 공백으로 선발과 수비 순위는 더 떨어졌을걸요?”

“하하. 몬도의 말만 들으면, 별 특색 없는 중위권 팀. 딱 그렇게 보이는데요?”


펄럭.


하퍼가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인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기 8월까지의 기록을 확인해 주시죠. 선발 15위, 불펜 19위, 타격 13위, 수비 18위.”

“와우! 한 달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죠? 이건... 엄청난데요?”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는 하퍼.


“자 이제 말씀드려볼까요? 디백스가 단단함의 팀이었다면 필리스는 ‘신구조화와 임기응변의 팀’이라 할 수 있습니다. 9월 초, 부상과 로스터 확장으로 올라온 루키들은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중간에 개럿과 허드슨의 이탈이 있었지만 대체 선수들이 그들 못지않은 활약을 해줬죠.”


“몬도의 말처럼 필리스는 올해, 루키들의 활약이 눈부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선발진의 자리를 차지한 주드 로저와 제일런 클라크, 불펜에서 제 몫을 해준 카일 스티븐스, 백업포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한 스탠리 에반스와 제이크 스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까지.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화려하네요.”


짝짝짝.


“와우. 굿! 거기에 더해 제 뒤를 이어 캡틴이 된 마셜과 곧 부상에서 돌아올 선수들, 조 그라함 등의 베테랑들과 감독님까지. 기대가 되지 않습니까? 과연 필리스가 얼마나 스텝업할지!”


“하하. 하지만 9월 초 지구 3위, 와일드카드 4위였던 필리스가 미라클런이라 불릴 정도의 페이스를 보여준 데엔 그 선수의 기여를 얘기하지 않을 순 없겠죠?”

“진홍 리! 올해 필리스 최고의 히트 상품이죠. 그리고 미래이기도 하고요. 엄청난 성적, 특유의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활약하는 선수입니다. 마치 19살의 저를 보는 것 같달까요? 하하.”

“흐흐. 몬도의 19세 시즌은 대단하긴 했죠. 내년엔 19살이 되는 리와 몬도를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네요. 아직은 18살인 리가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요.”


카메라 뒤의 스태프들이 점점 분주해진다.


“자, 두 분의 이야기 모두 잘 들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사전에 조사한 와일드카드 예상 승리팀 결과를 보고 이만 1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골디와 몬도에게도 박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세 남자 뒤로 커다란 화면에 투표 결과가 비쳤다.


NL 디비전시리즈 예상 진출팀.


-필리스(4시드) vs 디백스(5시드)


기자 - 필리스 4 : 6 디백스

선수 - 필리스 5 : 5 디백스

팬(인터넷 투표) - 필리스 8 : 2 디백스


* * *


어제 더블헤더를 끝으로 162경기의 정규 시즌을 마무리한 우리 선수단은 바로 필라델피아로 이동했다.


오늘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전 마지막 휴일이고,


난 캡틴과 함께 간단한 훈련만 하고 집에서 케이트의 보모 역할을 하다가, 이제 겨우 저녁을 먹고 함께 티비를 보는 중이다.


스튜디오에서 침을 튀기며 필리스와 디백스를 옹호하는 두 레전드들.


“넌 어떻게 생각하냐, 꼬맹아?”

“두 분 다 맞는 얘기하셨는데요, 뭐.”


단기전에선 선발이 더 중요하고 디백스가 우리보다 나은 선발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슬프게도 팩트니까. 개럿이 있었어도 그럴진대, 없는 지금은 더더욱.


“근데 저건 좀 웃기긴 하네요. 디비전 시리즈 예상 진출팀이요. 큭큭.”

“기자, 선수들은 그렇다 쳐도 팬들 투표는 어떻게 된 거냐? 흐흐흐.”

“아마, 오랜만에 하는 가을야구에 신나신 팬들의 장난이겠죠. 바다 건너 참전한 사람들의 힘도 조금은 보태졌을 거고요.”

“바다 건너?”

“있어요. 조국의 선수라면 똘똘 뭉쳐 응원해 주는 5천만 전투민족이.”


물론 못하면 먼지가 되도록 까이지만.


-잠시 후 2부에서 보시죠!


티비쇼의 1부가 끝났는지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자 내 품에서 잠이 들었던 꼬마 숙녀가 뒤척인다.


“케이트, 깼어?”

“웅. 나 이제 잘래, 오빠.”


칭얼거리는 케이트를 다독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케이트는 이번에 디백스가 이길 것 같아? 필리스가 이길 것 같아?”


졸린 눈을 비비며 의아하게 날 쳐다보는 케이트.


“응? 필리스는 아빠 팀인데? 아빤 10월에 경기 안 해, 오빠.”

“......”


저기 고개 숙인 가장이 보였다.


깜빡하고 말았다.


이 아이가 태어난 이래로 필리스는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한 적이 없다는걸.


‘헉. 미안해요, 캡틴!’


“케이트, 졸리지? 얼른 자자. 오빠가 침대까지 데려다줄게.”

“웅. 근데 있잖아, 오빠! 경기는 무조건 필리스가 이겨야 되는 거야.”


‘이래서 다들 어려서 교육을 시키는 거구나!’


이상한 지점에서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은 내게 캡틴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늦었으니 케이트만 재워주고 너도 얼른 자라, 꼬맹아.”

“네, 캡틴. 내일이 결전의 날인데 빨리 쉬어야죠!”

“아, 참! 이달의 선수, 이달의 루키 동시 수상 축하하고.”

“에이,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러면 전에 말했던 하숙비는 이걸로 퉁입니다?”


캡틴이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뭐? 하숙비. 하하. 그래, 아주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받았다고 해주지.”

“굿!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캡틴.”


케이트를 침대에 눕혀주고 내 방으로 오자 폰에 축하 메시지가 잔뜩 쌓여있다.


오늘은 10월 3일 화요일.


MLB 사무국이 이달의 선수를 발표하는 날이었고 이변 없이 내가 수상하게 됐다.


트로피는 팀으로 온다는데 이사 가게 되면 방에 진열대라도 하나 놔야겠다.


‘앞으로 진열할 트로피가 넘쳐날 테니까.’


하지만 지금, 온통 내 신경이 쏠린 곳은 트로피 따위가 아니었다.


*카르마 스킬(악) - 금강불괴 Lv. 2 (61.89%)


지난번 홈런 기록을 세울 때보단 못했지만 벌써 반 이상을 채운 경험치통.


[2013년 야시엘 푸이그 이후 처음으로 데뷔 첫 달에, 이달의 신인과 이달의 선수를 동시 수상한 진홍 리!]


[팀을 와일드카드 1위로 올려놓은 진홍 리, 최연소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완벽한 정규 시즌 마무리!]


아마 지금 조회수 상위에 있는 이런 기사들 덕분이겠지.


지금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경험치다.

아마 포스트시즌과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한다면, 올해 안으로 간당간당하게 레벨 업할 정도는 되는 것도 같고.


‘그나저나 돈 벌 생각도 하긴 해야 하는데...’


현재 난 최저연봉을 받으며 출전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은 100만 달러, 정확히는 97만 달러고,

내가 로스터에 포함되고 치른 경기가 29경기니까...


난 9월 한 달 동안 17만 달러 정도를 번 셈이다. 세금 떼고 하면 또 훅 줄겠지만.


어쨌든 난 신인이기 때문에 연장 계약을 맺지 않는 한,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게 되는 4년 차까지는 꼼짝없이 최저연봉만 받고 뛰어야 한다.


연장 계약을 맺더라도 대부분의 금액이 계약 후반에 몰려있거나, 디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계약은 하나마나였기에,


지금 최선은 3년 동안 활약을 해서 연봉 조정 때 조금씩 벌다가, 6년 차가 끝나고 FA 대박을 터뜨리는 거다.


그전에 스포츠 브랜드나 광고 쪽에서 계약 제안을 해 온다면 감지덕지고.


그러려면 결국 포스트시즌과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이 필요하다.


‘휴... 결국은 야구를 잘해야 하는 걸로 귀결이 되는구나.’


그래. 한 경기, 한 경기 잘 하다 보면 언젠간 이 끝이 안 보이는 경험치량도 채울 수 있겠지.


띠링. 가은이 문자다.


아! 가은이는 1, 2차전만 직관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장인어른 일정도 있고, 가은이도 무리하면 안 되니까.


‘가은이는 내일 언제 오려나? 아무래도 좀 일찍 오는 게 편할 텐데...’


「아빠가 일 생겨서 내일 못 감ㅠㅠ 대신 2차전이랑 3차전 가기로 했어!」


‘아, 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정오입니다. 24.08.22 1,806 0 -
» 시즌 종료 NEW 15시간 전 635 41 12쪽
45 티핑(2) +1 24.09.18 946 45 12쪽
44 티핑(1) 24.09.17 1,117 48 11쪽
43 국가 대표 +1 24.09.16 1,220 51 12쪽
42 루키 헤이징 24.09.15 1,332 51 12쪽
41 캐쳐(3) 24.09.14 1,415 47 12쪽
40 캐쳐(2) +3 24.09.13 1,545 45 12쪽
39 캐쳐(1) +2 24.09.12 1,645 48 12쪽
38 늙은 여우(2) +1 24.09.11 1,683 51 12쪽
37 늙은 여우(1) 24.09.10 1,738 55 12쪽
36 홈런(3) 24.09.09 1,773 53 12쪽
35 홈런(2) 24.09.08 1,891 60 12쪽
34 홈런(1) +1 24.09.07 1,945 59 12쪽
33 위기(2) 24.09.06 2,012 53 12쪽
32 위기(1) +1 24.09.05 2,122 53 12쪽
31 탈각(3) +1 24.09.04 2,236 55 12쪽
30 탈각(2) +2 24.09.03 2,262 58 12쪽
29 탈각(1) +1 24.09.02 2,385 58 12쪽
28 허리케인(3) +1 24.09.01 2,426 63 11쪽
27 허리케인(2) +1 24.08.31 2,445 63 11쪽
26 허리케인(1) +3 24.08.30 2,469 60 13쪽
25 홈! 스위트 홈!(3) +1 24.08.29 2,503 62 12쪽
24 홈! 스위트 홈!(2) +1 24.08.28 2,516 59 12쪽
23 홈! 스위트 홈!(1) +1 24.08.27 2,551 69 13쪽
22 WELCOME TO MLB(3) +2 24.08.26 2,586 59 14쪽
21 WELCOME TO MLB(2) +1 24.08.25 2,597 60 13쪽
20 WELCOME TO MLB(1) +2 24.08.24 2,672 54 11쪽
19 확장 로스터 +2 24.08.23 2,681 61 11쪽
18 서클 체인지업 +1 24.08.22 2,684 6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