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걸 쓰면 너의 존재가 사라지게 될 거야. 정말 괜찮겠어?"
핏빛의 장엄한 신전 안.
각각 다른 형상을 한 거대한 존재들의 조각난 파편이 흩뿌려져 있는 가운데에서 미적으로 생긴 남성이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발에 슬픈 눈을 감추며 광채의 성배를 든 여성을 바라봤다.
"레니온,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어. 나 같이 한심한 사람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하지만 나에게 몇 만년의 시간이 더 주어지더라도 그들의 복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거야."
금발을 가진 여성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리나, 네가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야!!!"
남성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너와 나는 달라. 지금까지 고마웠어. 하지만 마지막 인류의 생존자로써 나는 인류를 놓을 수 없어. 지금까지 살아온 만년의 시간 동안 생각했어.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미래까지 오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리나!!!!!"
"잘 있어··· 레니온···"
여성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성배를 향해 말했다.
"나의 기억을 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과거의 사람에게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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