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한번 해볼게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달밤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10 23:16
최근연재일 :
2024.08.25 23:0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94
추천수 :
0
글자수 :
75,958

작성
24.08.10 23:33
조회
30
추천
0
글자
13쪽

1화. 만년의 기억 (1)

DUMMY

"야! 왜 그래!!"


"김진혁! 정신 차려!!"


"선생님! 진혁이가 쓰러졌어요!!"


친구들의 다급한 외침.


점점 어두워지는 귀에 들려오던 마지막 소리였다.



삐- 삐-



이상한 기계음이다.


병원에 자주 간 적은 없지만 기억 속에 있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분명 나는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근데 왜 몸에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지?


눈꺼풀이 무겁다. 손가락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입도 벌려지지 않는다. 벌레 수천 마리가 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소리를 질렀지만 목에 공기만 가득 들어차기만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누가 날 납치한 건가? 아니면 병원에서 못 일어나고 있는 건가? 왜? 내가 아픈 곳이 어디 있다고! 그게 아니면··· 죽은 건가?


아니야. 아닐 거야. 그래! 다른 생각을 하자. 지금 이런 생각을 해봤자 무섭기만 할 뿐이야.


그러고 보니 꿈을 꿨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무슨 꿈이었지? 분명···


"끄으아아아아아아악!!!!!!"


"진혁아? 진혁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던 진혁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강렬한 고통의 비명을 지르다 다시 쓰러졌고 원인 모를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멍하니 지켜보던 그의 엄마는 곧장 의사를 부르러 헐레벌떡 병실을 뛰쳐나갔다.



* * *



"진혁씨, 정신이 들어요?"


서서히 눈을 뜬 진혁에게 환한 라이트를 비추며 의사가 말했다.


'진혁? 진혁이 누구지?'


"우리 진혁이 괜찮은 거 맞아요? 괜찮은 거 맞죠?"


진혁은 울음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익숙하고 먹먹한 그리움의 느낌이 들었다.


'맞아, 내가 진혁이었어. 김진혁. 그리고 이 사람은···'


"어··· 엄마···"


진혁은 전신의 힘을 다해 입을 움직였다.


"진혁아!!"


그녀는 진혁의 손을 잡고 깊은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저 환자 어떻게 정신이 돌아온 거야? 교수님들도 거의 포기했었잖아."


"나도 모르겠다.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신 어머니의 기적 일지도 모르지."


"야, 깨어나자마자 몇 년이 지났는지 말하면 안되는 거 몰라?"


"괜찮아. 이 정도로는 안 들리지."


진혁이 깨어났단 소식을 들은 의사들이 병실에 찾아와 수군댔다.


'저기··· 말은 못하겠지만 다 들리는데요? 그보다 5년, 5년이라···'


다른 감각이 차단되어 청각이 유독 발달된 상태였을까 의사들의 말을 들어버린 진혁이었지만 어째선지 그는 차분했다.



* * *



"하아···"


5년이란 긴 잠에서 깨어난 다음 날.


의사도 놀랄 정도의 속도로 몸을 회복한 진혁은 병상 침대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생각했다.


"대체 이 기억은 뭐냐고, 진짜야! 뭐야!"


그는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쥐어 잡았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하고 진짜라고 하기엔 말이 안된다고! 이게 무슨 만화도 아니고."


진혁이 떠오르는 무언가와 씨름하던 중 누군가 병실의 문을 열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와 그의 앞에 섰다.


"음? 누구?"


갑자기 앞에 선 낯선 남자는 진혁을 헤어진 애인을 보는 듯한 눈물이 맺힌 눈으로 바라봤다.


"이제야 일어났냐. 이 개같은 새꺄···"


"뭐, 뭐? 개같은 새끼? 갑자기 뭐야?! 당신 누군데!!"


혼란스러운 와중 나타나 난데없이 욕을 내뱉는 남자에게 진혁은 화를 내며 멱살을 잡았다.


"어? 설마···"


낯선 남자는 진혁이 아는 사람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너··· 설마 승호냐? 한승호?"


"그래, 새꺄···"


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절친으로 지내며 진혁이 쓰러진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같이 농구를 했던 친구.


"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이러니까 내가 못 알아보지!"


뒤늦게 성장이라도 한 듯 키도 많이 커지고 몰라보게 변해버린 승호는 울음 섞인 웃음을 지으며 진혁의 옆에 앉았다.


"울지 마, 새꺄. 징그러우니까."


진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승호를 보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오늘 정도는 조금 울어도 되잖아. 근데 어머니한테서 나 온다고 못 들었었어?"


"아예 딴 사람이 됐는데 알아보는 게 더 신기하지 않냐?"


"그래? 내가 그렇게 많이 변했나?"


승호는 옆에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다 슬쩍 진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런데 넌··· 괜찮아?"


"괜찮냐고? 갑자기 뭐가?"


"5년 만에 일어난 거잖아. 나 같으면··· 정말 힘들 것 같은데···"


"그러냐? 나도 그럴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게···"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진혁은 방금 전까지 혼자 안고 있었던 고민을 승호에게 말해도 될지 생각했다.


"아, 뭔데!"


"하아, 그래, 혼자 생각하는 것 보단 낫겠지."


진혁은 자세를 고쳐 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그래? 사람 겁나게."


승호는 갑자기 진지해진 진혁의 분위기에 흠칫 놀랐다.


"사실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누워있었을 때···"


진혁은 막상 말을 하려니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엄청 뜸들이네. 어디 이세계라도 갔다 왔냐?"


"음··· 비슷하긴 한데."


승호는 키득거리며 웃다가 진혁의 반응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보지 마! 새꺄! 나도 지금 겁나 혼란스럽거든?"


"그··· 아직 아픈 거 맞지? 나중에 다시 올까?"


"이 새끼가 친구를 정신병자 취급하네? 그런 거 아니야."


"그, 그래, 한번 들어보자."


승호는 더욱 심하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 이세계에 가거나 그런 건 아니고, 앞으로 일어날 만년의 기억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랄까?"


"그래, 그렇구나."


"뭐야, 바로 믿는 거야?"


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믿어주는 그에게 살짝 감동을 느꼈다.


"의사 선생님!! 진혁이가 머리가 이상해요!!!"


"야 이 새끼야!!"


그들은 병실에 뛰어 들어온 간호사에게 소란 피우지 말라고 한 소리를 듣고 진정된 상태로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만년의 기억은 뭐냐?"


"나도 몰라. 새꺄!"


"새끼, 삐졌냐? 제대로 들을 테니까 말해봐."


"진짜 넌 왜 나이를 처먹어도 이런 건 하나도 변하지가 않았냐?"


진혁은 피식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년 동안 살았던 기억을 꿈으로 꿨어. 그리고 병실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그게 머릿속에 파고 들어왔고."


"갑자기 소리 지르면서 쓰러졌다고 한 거?"


"그래, 근데 누구한테 들었냐?"


"너희 어머니한테 들었지. 지금도 너희 어머니가 어디 가시는 동안 너 좀 봐달라고 부탁하셔서 여기 있는 거고. 너 깨어났다고 들었을 때 진짜 꿈인가 싶긴 했다."


자신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던 동안 승호가 달에 한번씩은 병원에 들렀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진혁은 괜스레 멋쩍어 하며 다시 말을 돌렸다.


"어, 어쨌든 그 때 진짜 대가리 깨지는 줄 알았다. 그 담에 다시 일어났을 때는 내가 누구인지도 잊을 정도였다니까."


승호는 아까와 달리 이번엔 꽤나 진지한 얼굴을 하며 진혁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만년의 기억이란 게 정확히 뭔데?"


"그건 나도 모르겠어. 김리나라는 사람의 기억인데 그 사람이 만년 동안 살면서 겪은 기억이야."


"김리나? 한국 사람이야?"


"맞아. 한국 사람이야."


승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사람이 만년을 산다고? 그냥 개꿈아니야?"


"그게 꿈이라고 하기에는 지금도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는 게 문제지."


"그럼 그 내용이 뭔데?"


승호는 이젠 완전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몰입해 있었다.


"음··· 그게···"


진혁은 입을 열기 머뭇거렸다.


"뭔데 그래?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나서 인류가 멸망하고 막 그러냐?"


장난스러운 기색을 띄고 있던 승호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저··· 정말? 진짜로?"


"와~ 어떻게 그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맞추냐? 대단하다. 너도 기억이 들어왔던 거야?"


"미, 미친! 어, 언제 열리는데?"


"1달 뒤에."


진혁의 표정은 장난기 하나도 없이 그 어느 순간보다 진지했고 어릴 적부터 절친이었던 승호는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님을 느꼈다.


"그 만년의 기억이라는 게 왜 너한테 들어온 거야?"


"그건 나도 모르겠어. 마지막 기억에서 리나라는 사람이 무슨 신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신전 같은 곳에서 성배에 소원을 빌었어. 자기는 다시 시간이 돌아가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사람에게 자신의 기억이 옮겨져 달라고."


"그리고 그게 너라는 거야?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네가 왜?"


진혁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으쓱거리기만 했다.


"이게 진짜라면 어차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다 알고 있는 거니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게 말이지···"


진혁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만년의 기억이라는 건 알겠는데 초반의 일이랑 마지막 밖에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라니, 너무하네. 아무튼 만년의 기억이 한 번에 들어오면 머리에 과부화가 걸리거나 미쳐버린다 거나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보긴 했어. 약간의 기억이 들어온 걸로도 진짜 죽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니까."


"음··· 말이 되긴 하네."


승호는 턱에 손을 올리고 천장을 올려다보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생각을 하다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근데 솔직히 네가 하는 말을 믿으려고 해도 안 믿긴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고, 그냥 네가 코마상태에 빠졌을 때 길고 긴 꿈을 꾼 거라고 밖에 생각이 안 돼."


"그러니까 말했잖아. 나도 긴가민가 하다고. 그래도 만약 진짜라면 이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네가 조금 도와줘야 되겠다."


"내가?"


승호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초반의 기억이 있다고 했잖아. 기억에 따르면 마침 여기 한국대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거든."


"여기에 기연이라도 있다는 거야?"


"기연? 그게 뭐냐? 기억 속에서는 아티팩트라고 하는 것 같던데."


"아, 너 만화나 소설 같은 거 잘 안 봤었지? 뭐 그런 거 있어. 비슷한 거야. 그래서 이 병원에 그런 게 있다고? 어디에 있는데?"


"저기 밑에."


진혁은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켰다.


"밑? 밑이면 어디? 지하주차장에 있다는 거야?"


"아니."


"그럼 어딘데?"


"영안실."


순간 사색이 된 승호는 앉아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영안실?? 야 이 미친놈아! 그런 짓 할 거면 너 혼자 해!"


"나 지금 못 걷는다고. 아직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나 혼자 어떻게 가."


이틀 만에 몸을 일으키는 건 성공했지만 아직 잠자고 있던 근육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걸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영안실은 아니지! 가서 뭐할려고! 설마 시체 꺼내서 뭐 찾고 그러는 거야?"


"에이~ 시체를 뒤지는 건 아니고, 영안실에 안에 있는 반지만 찾으면 돼."


진혁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 때는 내가 알아서 둘러댈 테니까 걱정하지 마. 갔는데 반지가 없으면 나도 개꿈이라 생각할 수 있으니까."


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승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해. 지금은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아. 이 기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미쳐버린 건지."


그 모습을 보며 승호는 머리를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같이 가줄게. 근데 어떻게 들어가는데? 방법은 있어?"


"내 기억에 따르면 영안실 앞에는 경비가 없고 CCTV 근무 교대도 조금만 있으면 바뀔 시간이야. 그 시간에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면 아무도 모르게 갈 수 있을 거야."


"이제 곧 이라고?!"


승호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진혁을 바라봤다.


"그것도 만년의 기억 속에 있는 거겠지?"


"그치, 그걸 확인하러 가는 거고."


"하아···"


이미 같이 가겠다고 말은 꺼냈지만 아직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승호는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더니 머리를 손으로 부비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휠체어는 어딨냐?"


"아! 어제 휠체어 반납해서 빌려와야 되니까, 좀 빌려와 주라."


"개새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자? 한번 해볼게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3화. 인터넷 방송 (1) 24.08.25 5 0 13쪽
13 12화. 유민아 (4) 24.08.22 4 0 13쪽
12 11화. 유민아 (3) 24.08.20 4 0 12쪽
11 10화. 유민아 (2) 24.08.19 8 0 14쪽
10 9화. 유민아 (1) 24.08.18 6 0 12쪽
9 8화. 서울역 게이트 (3) 24.08.17 11 0 14쪽
8 7화. 서울역 게이트 (2) 24.08.16 10 0 12쪽
7 6화. 서울역 게이트 (1) 24.08.15 13 0 14쪽
6 5화. 아티팩트 (3) 24.08.14 14 0 12쪽
5 4화. 아티팩트 (2) 24.08.13 16 0 11쪽
4 3화. 아티팩트 (1) 24.08.12 12 0 12쪽
3 2화. 만년의 기억 (2) 24.08.11 21 0 16쪽
» 1화. 만년의 기억 (1) 24.08.10 31 0 13쪽
1 프롤로그 24.08.10 40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