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한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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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10 23:1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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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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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아티팩트 (3)

DUMMY

"가볍게 한 라운드만 하자."


띵-


라운드를 알리는 공이 울린 뒤 승호는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팔을 올려 자세를 잡고 풋워크를 밟았다.


"살살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배운 적 있나 보네. 자세가 잡혀 있는데? 봐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네."


관장은 말을 끝내자마자 거구의 몸을 숙인 채 승호의 안으로 파고 들었다.


승호는 들어오는 관장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렸고 관장은 가볍게 옆으로 고개를 돌려 피해낸 뒤 오른쪽 옆구리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우웁!"


"오~ 그걸 막아?"


승호는 순간적으로 팔을 내려 주먹을 막아냈지만 그 충격은 팔을 넘어 안까지 퍼져 들어왔다.


"힘이 무슨···"


중학생 때부터 복싱을 배워와 나름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승호였지만 이만한 힘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승호는 뒤로 빠지며 순식간에 가빠진 호흡을 정비했다.


"파이팅~"


"넌 조용히 해!"


진혁의 응원에 승호는 발끈하며 소리를 질렀다.


"다시 간다."


관장은 이번엔 왼손 잽으로 견제를 하기 시작했고 승호는 가드를 올리고 몸을 숙여 타이밍을 봤다.


몇 번의 견제 후 뻗어오는 관장의 오른 주먹 스트레이트에 승호는 기회라 여기며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카운터를 넣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


하지만 어느새 바디블로우로 바뀌어 있는 관장의 주먹에 승호는 순간 헛웃음을 내뱉었다.


쾅!


마치 트럭에 부딪히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승호의 몸이 떠버렸고 그대로 주저앉아 기침과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이제 그 쪽 차례지?"


관장은 진혁을 보며 링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등록할게요. 음?"


거의 죽어가던 승호는 자신의 헤드기어를 벗고 손사래 치고 있는 진혁의 머리에 씌었다.


"어딜 혼자 빠질려고. 너도 한번 해야지."


승호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경민아, 민태야. 빨리 올려라."


관장은 샌드백을 치고 있던 관원에게 말했고.


"넵!"


그들은 진혁의 양옆에서 팔을 붙잡았다.


"저, 저기요? 아니, 저는 안 할 거에요. 복싱을 해본 적도 없는데. 저기요? 저기요!!"


그저 승호를 놀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진혁은 손사래를 치며 버티려 했지만 링 위로 질질 끌려 올라갔다.


"저··· 복싱은 처음이라 스파링은 조금···"


진혁은 로프를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 옆으로 좀···"


관원이 링 밑에 버티고 있어 나갈 문 따윈 존재하지 않았지만···


"하하! 복싱은 안 해봤어도 싸움은 해봤을 거 아니야. 처음 배우는 중학생들도 스파링 잘만 하니까 전혀 걱정할 거 없어."


관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진혁에게 다가갔다.


"아까 네 친구가 하는 거 봤지? 가드 올려."


띵!


라운드가 시작하는 공이 울리고 관장은 진혁을 파악할 겸 가볍게 잽을 날렸다.


"뭐야? 처음 하는 거 맞아?"


진혁의 자세는 실제로 전혀 해본 적 없는 듯 어정쩡했지만 눈앞으로 뻗어오는 관장의 주먹을 고개를 돌려 옆으로 빗겨냈다.


두 번, 세 번 연속되는 관장의 잽을 눈으로 놓치지 않고 피해내는 진혁을 보고 관장은 흥미롭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제부터 제대로 간다."


관장은 거구의 자세를 낮춰 순식간에 진혁의 안으로 파고들었고 곧바로 허리를 돌려 옆구리에 주먹을 꽂으려 했다.


"뭐야 이거."


아무리 프로선수라도 피해내기 어려운 주먹을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뒤로 물러서 피해내는 진혁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처음 하는 거 맞아?"


관장은 자세를 풀고 진혁에게 다가가려다 씨익 미소를 짓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다.


"완전 집중했구만."


진혁에게는 현재 자신의 숨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


아무리 이보다 더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기억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몸으로 느껴진 직접적인 전투의 감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혁의 눈은 오로지 관장의 주먹에만 향해 있었다.


"어디까지 하나 볼까?"


점점 자세가 잡히는 진혁을 보고 관장은 호기심을 느끼며 진심으로 상대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도 한번 피해봐!"


관장은 강렬한 스텝으로 진혁을 몰아 붙여 물러날 곳 없는 코너에 밀어 넣고 진심을 다해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이, 이런!'


관장의 주먹만 좇다 주위를 신경 쓰지 못한 진혁은 그제야 자신이 코너에 몰린 것을 깨달았다.


진혁은 마치 몸이 묶여버린 듯 거대하게 다가오는 주먹에 가드를 올리지도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이건 죽겠네.'


툭.


관장은 해탈한 표정을 한 진혁의 안면에 스트레이트가 꽂히기 직전 힘을 빼 이마에 주먹을 살짝 맞췄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해보는 초급자를 때릴 수는 없지."


"어? 저. 저는요??!"


귀에 걸릴 것 같은 웃음을 지으며 스파링을 바라보던 승호는 당황해하며 관장에게 항의했다.


"넌 경험자잖아."


승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링 밖으로 내려오는 진혁에게 두고보자며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사,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하아, 아쉽다. 오늘 밤에 꿀잠 잘 수 있었는데."


"뭐? 너 올라와 새꺄. 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내가 김진혁 이 새끼 며칠 더 누워있게 해준다."


글러브를 다시 끼며 링 위로 올라가려 할 때 관장이 진혁에게 스파링에서 이기면 주겠다던 글러브를 던졌다.


"그건 줄게. 어차피 자리만 차지하던 거였으니까. 그보다 진혁이라고 했지? 복싱 해볼 생각 없어? 눈도 좋고 센스도 있어서 조금만 하면 금방 시합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복싱은 아직 생각이···"


"그래? 아쉽네. 나중에 마음 바뀌면 언제든 찾아와. 근데 글러브 수집한다면서 복싱은 왜 안 하는 거야?"


관장은 말하던 중 순간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


"그게··· 사실···"


진혁은 식은 땀과 함께 말 끝을 흐리며 머리를 최대로 회전 시켰다.


"너··· 너무 예쁘잖아요! 이 곡선과 강렬하고 파괴적인 느낌! 정말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아요??"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은 진혁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눈을 빛내가며 글러브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 그렇구나···"


"네!"


관장은 반짝이는 진혁의 눈을 피하며 본능적으로 몸을 천천히 뒤로 뺐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진혁은 기세를 타며 몸을 과도하게 숙여 인사를 한 뒤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널 욕해서 미안했다. 넌 진짜··· 대단한 새끼야."


승호는 한 손에 글러브를 쥔 채 귀까지 빨개진 진혁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한 동안 태양의 빛을 받으며 말없이 걷기만 하던 진혁은 승호에게 글러브를 건넸다.


"이제 쪽팔린 건 끝났냐?"


"닥쳐."


진혁은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말했다.


"근데 저 체육관 관장 뭐냐? 지금까지 복싱 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이랑 많이 붙어봤는데 저 관장은 아예 사람이 아니라 무슨 곰이랑 스파링 하는 것 같아."


승호는 받은 글러브를 손에 착용하며 아까의 스파링을 생각했다.


"하아, 당연하지. 미래에 권왕으로 불리는 사람인데."


"뭐? 권왕?"


승호는 순간 만화에서나 듣던 호칭에 당황했다.


"맨손으로 많은 몬스터들을 잡고 다녀서 권왕이라 불리더라고."


"하긴, 그 정도면 무슨 몬스터가 나와도 맨손으로 때려 잡을 만 하지."


승호는 당연스럽게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깨달은 듯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그럼 이 글러브··· 가져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 아티팩트로 권왕이 되었다거나 그런 거면 큰일이잖아."


진혁은 불안감에 난리를 피우는 승호를 보며 픽하고 웃었다.


"괜찮아. 그 글러브는 권왕이 죽고 난 뒤에 권왕의 체육관에서 발견 된 거니까. 그 전까지는 존재도 몰랐던 거야."


"아, 그러냐?"


승호는 안심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잠깐, 그럼 진짜 그냥 맨손으로 때려 잡은 거야? 진짜 미쳤네."


다시금 괴물 같은 사람이란 걸 깨닫고 감탄하던 승호는 낡은 글러브를 보며 진혁에게 물었다.


"근데 이 글러브는 어떤 아티팩트인 거야? 지금은 누가 봐도 낡고 헤진 평범한 글러브인데?"


"강철 글러브라고 불렸는데, 글러브를 끼면 무게는 아무것도 착용 안 한 것처럼 사라지고 경도가 강철처럼 단단해지는 아티팩트였어. 주먹 자체가 너클이 된다는 거지."


"오~"


승호는 낡고 헤진 글러브를 보며 감탄사를 뱉으며 눈을 빛내다 순간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냥 이거 관장님한테 돌려드리자."


"뭐? 왜? 그냥 네가 써."


진혁은 그 고생을 해서 얻은 것을 돌려주자는 승호의 행동에 이해하지 못하며 말했다.


"맨손으로 몬스터도 때려잡는 사람이 초반에 죽는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권왕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살아있는 게 우리한테도 훨씬 도움이 되는 거 아니야?"


"뭐? 아닌데? 권왕이 죽는 건 더 나중이야."


"음? 너 기억이 초반만 있다고 하지 않았었냐?"


"어? 그러게?"


의아해 하며 묻는 승호의 질문에 진혁은 이상함을 느끼고 기억을 다시 떠올려봤다.


"윽!"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려면 떠올릴 수록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야! 왜 그래?"


승호는 쓰러지려는 진혁을 부축하며 말했다.


"모, 모르겠어··· 초반이 아닌 다른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니까 갑자기···"


"야! 됐어! 하지 마! 지금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래? 병원으로 갈까? 아님 다시 연습하러 갈래?"


승호는 다급하게 외치며 주제를 돌렸다.


"이제 머리 안 아프니까 놔도 괜찮아."


기억에 대해 떠올리는 것을 멈춘 진혁은 승호의 부축을 벗어내고 숨을 크게 쉬었다.


"너도 아티팩트 얻었으니까 익숙해져야지. 연습하러 가자. 한 번 대련 해보는 것도 좋겠네."


"대, 대련? 내가 상상하는 그런 거 아니지?"


승호는 순간 흠칫하며 자신의 상상을 부정했고 진혁은 씨익 웃었다.


"서로 아티팩트에 익숙해져야지."


"미친놈아! 넌 검이잖아!"


"말했잖아. 강철 글러브라고. 검 정도는 당연히 막아내지."


"아직 아니잖아!"



* * *



"왔어?"


"오늘 퇴원 하는 거지?"


"더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진혁이 퇴원을 원했을 때 의사는 아직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몇 번의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일반인 보다 더욱 건강한 상태란 결과와 보호자의 허락으로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뭐라고 하셨어?"


"엄마는 좀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퇴원하겠다 고집 부렸지. 죄송하긴 해도 어떻게 하냐."


"그렇긴 하지."


승호는 얼마 없는 진혁의 짐을 정리하는 걸 도와줬다.


"처음엔 어디로 갈 거냐?"


"다른 지역도 가야 되긴 하는데 일단 이 주위에 하나 있어서 거기부터 갈려고."


진혁은 몸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건강해져 게이트가 열리기 전 아티팩트를 모으기 위해 직접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 그럼 조심하고 잘 갔다 와라."


"뭔 소리야? 너도 같이 가야지."


진혁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승호는 처음 듣는 소리에 황당해 했다.


"아티팩트 찾으러 갔다 온다며."


"같이."


"뭔, 시발."


승호는 욕을 뱉으며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생각해보니까 처음부터 엄청난 마법을 쓸 수 있는 아티팩트가 있었는데, 아~ 그냥 내가 가져야겠다~"


진혁은 허공에 대며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혼잣말을 흘려보냈고 승호는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뱉었다.


"에휴, 알았다. 가자! 가!"


"쉬운 자식."


진혁은 피식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 했냐?"


"쉬운 자식이라고."


"야, 이 개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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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아티팩트 (3) 24.08.14 15 0 12쪽
5 4화. 아티팩트 (2) 24.08.13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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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4.08.10 41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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