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한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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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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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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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유민아 (1)

DUMMY

"너 회귀자였냐?"


"회귀자겠냐? 당연히 거짓말이지."


영상을 다 찍은 진혁은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회귀자라고 믿고 있는데 굳이 그걸 아니라면서 부정할 필요는 없잖아. 이런 식으로 해야 내가 하는 말을 믿는다고 한다면 까짓 것 회귀자 한번 해보지."


진혁은 일이 잘 풀린다는 듯이 입가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기억 속에서는 게이트가 발생하고 마력의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초반에 전 세계 인류의 60%가 사망했어. 이렇게 마력의 사용법을 퍼뜨리면 사망자를 더 줄일 수 있겠지. 그럼 인류의 멸망도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다행이네. 다음 게이트는 언제 열리냐?"


"나도 완벽하게는 몰라. 기억에선 주위에 열리는 게이트만 알 수 있었거든. 다행히 기억 속 주인이 서울에 살았어서 망정이긴 하지."


"그래서 발견하긴 했냐?"


"아니."


진혁은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까지 기억의 주인인 여성이 지나가는지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지만 기억의 주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젠 그게 맞는 것 같아."


"그 사람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거?"


"하아, 살아있었으면 꽤 도움이 됐을텐데."


중간의 기억이 잘렸기에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리나 라는 여성이 최후의 인간이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진혁은 존재가 사라졌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그 여자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이젠 우리가 할 수 밖에 없어."


진혁은 주먹을 쥐며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진지함을 보였다.


"그래."


승호도 이 순간 만큼은 장난기 없는 진지한 분위기를 내었··· 지만 어디선가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너 아까부터 스마트폰 울린다."


"아, 엄마네? 근데 너도 지금 전화 오는데?"


"나도 가족이네."


둘은 텔레비전을 보고 걱정한 가족의 전화를 받으며 괜찮다 안부를 전했다.



* * *



"야! 야!! 일어나봐!!"


"왜!! 무슨 일인데!!!"


너튜브에 회귀자라 했던 영상을 올리고 다음 날 아침, 승호는 자고 있던 진혁을 급하게 깨웠다.


진혁은 다급한 소리에 벌떡 일어나 비몽사몽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위는 평소와 같은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야!! 어제 영상 올린 거 지금 1억 뷰야!!"


"뭐? 에이, 씨, 겨우 그런 걸로···"


진혁은 큰일이 아닌 단순한 승호의 호들갑인 걸 알고는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겨우 그런 거라니!! 이렇게 빨리 1억뷰 되는 건 너튜브 최초라고!! 지금 급상승 동영상 1위에 구독자도 100만명이 넘었어!!"


"자, 잠깐···"


진혁은 다시 이불을 옆으로 팽개치며 승호의 팔을 잡았다.


"야! 영상 안 지웠어? 웬만큼 퍼진 다음에 바로 지우라 했잖아!"


"아! 깜빡!"


승호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계속 올리고 있으면 추적 당한다고 말했잖아."


"어제 피곤해서 바로 잤었지. 너도 바로 골아 떨어졌잖아!"


"지금이라도 빨리 지워."


진혁은 다급함을 숨기지 못하고 재촉하며 말했다.


"에이~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너튜브가 외국 플랫폼이고 개인 정보 보호로 유명한데 설마 하루 만에 뚫렸겠냐?"


승호는 괜한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며 그 여유는 바로 사라졌지만.


"여기 올 사람 있···냐?"


"없, 없지? 여길 어떻게 알고 와?"


둘은 작게 숨을 죽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냥 여기 숙소 알바생이나 사장 아니야?"


"그, 그런가? 너무 신경 쓰는 건가?"


"밖에 뭐 없어? 저번처럼 특공대라도 온 거 아니야?"


진혁은 닫혀있는 창문으로 빠르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살짝 열었다.


"주변에 경찰이나 군대는 없어. 사람들도 별일 없이 지나다니는 거 보니까 저번처럼 둘러 싼 건 아닌 것 같아."


"그래? 그럼 연다."


진혁은 가방에 넣어둔 백색의 검을 꺼내며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하기 위한 준비를 했고 승호는 조심스레 문을 열며 열린 틈부터 수상한 인물이 있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문 앞에 서있던 건 단 한 사람이었다.


"누구세요?"


문 앞에는 짙게 내려진 다크서클과 주욱 늘어진 긴 검은 머리가 병약한 인상을 주는, 그럼에도 감춰지지 않는 미모의 여성이 서있었다.


여성의 모습은 사장이나 알바라고 하기엔 어딘가 많이 어색했다.


"어··· 그게···"


여성은 우물쭈물 하며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누구···시죠?"


뒤에 있던 진혁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승호의 옆으로 나와 이상한 여성을 보며 말했다.


"어, 엇!"


여성은 진혁을 보고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거렸다.


"음··· 방 잘못 찾아 오신 거 아니에요? 볼일 없으시면 닫을게요."


"···귀자."


승호가 문을 닫으려 하자 여성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뭐? 뭐라고?"


작은 소리였지만 그 소리를 들은 진혁이 승호를 옆으로 재치고 여성의 앞에 섰다.


"방, 방금 뭐라고 했어요?"


"회귀자···"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진혁은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회귀자요? 무슨 회귀자요? 만화에 나오는 그런 말하는 거예요?"


승호가 얼버무리며 능청을 부렸지만 여성의 손은 아랑곳 않고 진혁을 가리켰다.


"그··· 저··· 사, 사···"


여성은 말을 더듬으며 분주하게 자신이 들고 있는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려 손을 집어넣었고 진혁은 그 여성의 손을 붙잡아 벽에 붙이고는 언성을 높였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어디서 온 거야!"


"야! 왜 그래?"


승호는 갑자기 돌변한 진혁의 태도에 당황하며 그를 말렸다.


"사···"


여성은 진혁의 위협에 아랑곳 않고 작게 중얼거렸다.


"사?"


"사··· 사인 해주세요!"


"뭣?"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진혁은 당황하며 손에 힘이 풀렸고 여성은 그 틈에 핸드백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팬, 팬이에요! 사, 사인해주세요!"


진혁은 얼떨결에 종이를 받아 들고는 한없이 눈을 빛내는 여성의 눈빛에 펜으로 이름 대신 알아보지 못하는 낙서를 대충 끄적였다.


"이제 슬슬 그쪽이 누군지 말해주지?"


진혁은 사인을 받고 눈을 빛내며 그 종이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여성에게 말했다.


"저··· 전··· 회귀자 팬이에요."


여성은 진혁의 눈도 쳐다보지 못하게 부끄러워했다.


"그··· 이름이라던가··· 뭐 하는 사람이라거나···"


진혁은 점점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아! 전··· 유민아 에요··· 그리고 하는 일은···해커에요."


"해, 해커?"


승호는 당황함에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해커면 우리가 있는 곳을 해킹해서 알아냈단 거야?"


"네··· 맞아요···"


진혁은 민아의 말을 듣자 바로 일어나 짐을 챙겼다.


"빨리 여기서 나가자. 저런 사람도 알아낼 정도면 이미 우리 위치는 발각된 거나 다름없겠지."


"하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도망자 신세라니."


승호는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내쉬며 같이 짐을 챙기려했다.


"그···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민아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정부에서 회귀자의 신상을 알아내려는 시도가 총 32번 있었어요. 그걸 제가 전부 방어했고 더는 뚫을 수 없게 몇 중으로 방어벽을 프로그래밍하고 찾아온 거에요."


아까의 소심했던 모습과는 달리 해킹에 관해 말하는 지금의 모습은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


"뭐?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승호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못 믿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해킹툴을 보여드릴 순 있는데···"


"그건 봐도 모른다고!"


"그럼··· 공부 하세요···"


한마디도 지지 않는 민아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가슴을 두드리는 승호를 내버려두고 진혁은 민아에게 손을 뻗었다.


"손 줘봐."


"네?"


민아는 볼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했다.


"스킨십이라니··· 우··· 우선··· 친구부터···"


승호는 그런 민아를 질색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마력을 이용해 거짓말을 판별하는 거 뿐이야. 켕기는 게 없으면 상관없겠지?"


"그런 것도 있었냐? 그것도 빛 속성 마법이야?"


"꼭 빛 속성이 아니어도 되지만, 비슷하긴 해."


진혁은 머뭇거리며 내미는 민아의 팔을 잡았다.


"으앗! 그··· 그···"


"조용히 해."


진혁은 다른 팔을 버둥거리며 난리를 피우는 민아를 조용히 시키고 마력을 집중했다.


상대와의 접촉으로 그 자의 마력을 파악하여 말할 때 움직이는 마력의 파동을 느껴 상대의 진실 여부를 알 수 있다.


마력의 파동은 속일 수 없기에 진실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마법도 아닌 단순한 방법이었지만 상대가 마력의 접촉을 허락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했던 말 전부 진실이야?"


"네···"


민아의 마력은 진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진짜네."


진혁은 지금 눈 앞에 있는 병약하고 소심한 여자가 실은 엄청난 수준의 능력자란 것이 사실이라는 것에 눈을 비비며 놀라워했다.


"이, 이제··· 됐나요?"


"아니, 그럼 다음."


"네?"


진혁은 이 기회에 민아의 진위를 파악하기로 생각했다.


"여긴 왜 찾아온 거야?"


"그··· 회귀자의··· 팬이라···"


"회귀자의 팬이라는 게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로··· 팬인 거라···"


"그럼 팬이라서 그냥 나를 보기만 하기 위해서 온 건가?"


"네···"


"거짓말이네."


진혁은 민아의 마력에서 거짓을 판별했다.


"뭐가 더 있다는 건데, 어떤 이유야?"


민아는 깜짝 놀라며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그··· 저도···"


민아는 갑자기 가져온 핸드백을 한 손으로 뒤적거리기 시작하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저도 같이 하고 싶어요!"


가방에서 꺼낸 건 귀여운 고양이 가면이었다.


"뭐?"


진혁은 당황하면서도 민아의 마력을 읽었지만 완전한 진실이었다.


"저도 회귀자의 동료가 되고 싶어요!"


"고양이? 그래서 그걸 준비한 거야?"


승호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민아는 가면을 품에 안으며 승호를 노려봤다.


"하아, 이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너 같이 약해 보이는 여자애한테는 더."


"저 이것도 할 수 있어요!"


민아는 진혁의 말을 끊으며 다급하게 손바닥을 보였다.


"아직··· 이 정도 밖에 안되지만···"


민아의 손바닥 위에는 바람의 마력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동영상에 다룬 마력을 다루는 법에서 알려준 거였지만 하루 만에 이 정도의 형태를 띄울 수 있다니. 민아의 재능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벌, 벌써 이런 형태를 이룬다고?"


"뭐야, 나보다 진하잖아?"


승호는 자신보다 더욱 안정감 있고 뚜렷한 민아의 마력을 보며 놀랐고 진혁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안 돼."


민아의 잠재력은 상당했지만 진혁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진혁이 걸어갈 길은 그 무엇보다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그런 길을 함께 걸어갈 동료가 강한 사람이라면 좋은 일이겠지만 진혁에겐 그것보다 충분히 믿을 수 있고 뒤를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가 더욱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처음 만난, 해킹으로 자신들의 뒤를 판 눈 앞의 여자는 절대 아니었다.


"근데··· 저를 받아 주셔야 할 텐데···"


진혁의 거절에 민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무슨 뜻이지?"


"정체를 숨기고 싶은 거 아니에요? 저를 안 받아주시면 바로 방어벽을 풀 거고 그렇게 되면 신상이 밝혀질 텐데··· 괜찮아요?"


"그, 그건···"


"괜찮아요?"


민아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배배 꼬며 말했다.


"으윽···"


"그럼··· 지금 바로 풀어야겠네요···"


"하, 합격!"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노트북을 들고 무언가 입력하는 민아의 압박에 못 이겨 정체를 들킬 수 없었던 진혁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합격을 외쳤다.


"와~ 진짜요?? 만세~ 만세~!"


민아는 세상 다 가진 기쁜 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높게 들었다.


"괜, 괜찮냐?"


승호는 너덜너덜해진 진혁의 등을 두들겼고 진혁은 모든 걸 포기한 채 작게 중얼거렸다.


"몰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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