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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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글
그림/삽화
귀글
작품등록일 :
2024.08.18 16: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1:11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85
추천수 :
1
글자수 :
21,066

작성
24.09.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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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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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IMF(2)

DUMMY

베트남 전쟁에 나가

총알받이가 되어

눈과 귀가 멀고

한쪽 다리를 잃으면서

외화를 벌어온 한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나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뜨거운 태양 아래

지옥과 같은 고된 노동으로

외화를 벌어온 한국.


한국이 이토록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목숨을 갈아 넣어 손에 쥔 외화였다.


개발도상국 당시

세계시장에서 원화의 가치는

휴지조각과 같았고,

언제든 멸망할 수 있는

위태위태한 나라였다.


신용등급 최저인 한국이

세계와 교류하며

투자를 받고, 투자를 하고,

기술을 얻고,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목숨을 담보로 한 외화벌이에 있었다.


1945년 해방 후

오랜 기간 힘들게 한푼 두푼

벌어온 외화를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단기적 목적으로

1997년 모두 탕진하였다.


한국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던 걸까.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의 저력이

물거품이 돼버릴까 두려웠던 것일까.


원화가

세계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던 것일까.


시중에 풀린 외화로

잠시나마 막혀있던 혈관이

뚫리며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듯 했으나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한국은 신용을 잃었다.


외국 투자자들은

일제히 투자한 돈을 회수했고,

묶여있던 장기채권도 상환을

요구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한국은 안전하다고 믿는 이들까지

합세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곳간이 텅 빈 한국은

방어는커녕 외화가 빠져나가는 걸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외화 곳간을 연 것만으로

이렇게 국제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국의 경제정책도 한 몫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관치금융과 재벌 총수의

무지한 경영방식이었다.


관치금융(官治金融)

정부가 민간 금융기관의 인사와 자금 배분을

직접 개입하고 경제시장에 참여하여

금융을 장악,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목적하에

정부는 기업이 돈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었고

은행이 부족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메꿔주었다.


아무런 리스크 없이

성장한 대기업은

덩치를 부풀리기 바빳고,

전문 기술 및 지식 없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단행한다.


철강회사가

백화점을 여는가 하면,

건설회사가

은행을 개점했다.


대기업은

확장된 사업부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은행에서 끌어다 썼고,

이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승인해 준다.


부채 위에 세워진 기업.


부채 위에 선 나라.


빚으로만 가득한 세상.


갚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


그저 필요하면 빌리고

또 빌리면 되는 것이었다.


정부의 도움도 은행의 도움도

성에 안 찼는지

재계 30위안에 든 기업은 모두

유사 여신과 수신을 하는

종합금융회사를 만든다.


정부는

금융 경쟁력 강화 및 금융활성화를 명목으로

종합금융회사 즉 종금사 개설을

모두 승인해 준다.


대기업은 이제

은행에 아쉬운 소리할 필요도 없고,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자신의 계열사인 종금사로부터

예치된 자금을 끌어와 쓰면 그만이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종금사는

예금의 예치부터 어음 할인까지

기존 은행에서 주로 취급한 업무를

모두 가져와 영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발행한 어음을

자신의 계열사가 할인하여

대출해 주는 기이한 형태.


소위 말하는 융통이다.


연구개발 없이

기술을 사 오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고,

설비투자 없이

싼 노동력에만 의존한 한국은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성장선을 빠르게 올라왔을 뿐이었다.


막바지 상한선에 다다랐을 때


우려한 모든 악재가 겹치며

한국은 초유의 사태.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한다.





수호의 아버지는

갑이 발행한 어음 한 장을 들고

계열사인 대우종금사를 찾는다.


그도 이 어음 한 장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갑이 발행한 어음은

1차 밴드 하청의 결제 대금으로

현금대신 주고,

2차 밴드 역시 3차 밴드에게

결제 대금으로 갑이 발행한

어음을 주었다.


마지막 3차 밴드인

아버지의 회사는

물품매입 대금을 거래처에

지불하기 위해 종금사를 찾았다.


어음만기는 보통 6개월로

6개월 동안 매입처는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상황이니,

할인료를 주더라도

당장 현금을 받아야만 했다.


은행의 비싼 할인료보다

같은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같은 계열사인 종금사가

할인하면 저리로 할인 대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은행은 어음할인 하려면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매번 해왔던 일.


익숙한 듯

문을 연다.


“어서 오세요.”


아직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자리에 일어나 인사한다.


고등학생같이 보이는 그녀.


생글 생글 웃는 얼굴에

아버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에 앉자 마자

수호의 아버지는

어음을 창구에 들이민다.


“할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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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편전쟁(5) 24.09.02 16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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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편전쟁(1) 24.08.24 30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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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4.08.18 74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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