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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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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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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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DUMMY

빙엄전 결과는 2007년 0:27 패배의 복수이자, 카후쿠가 전미 상위권에 드는 본토 팀을 상대로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그날 이후.

우린 날개를 달았다.

.

.


▷ 2017.09.16. GAME SET

07 00 03 10 – 20 카후쿠

00 00 00 00 – 00 카이저


.

.


▷ 2017.09.23. GAME SET

21 17 17 24 – 79 카후쿠

00 00 00 00 – 00 래드포드


.

.


▷ 2017.09.29. GAME SET

03 00 00 03 – 06 캠벨

10 21 14 14 – 59 카후쿠


***


#. 2017년 9월 30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CDP

#-3. 와이나 하이나


중간고사 기간이 모두 끝난 토요일.

친구들을 할머니 집으로 초대했다.


일정이 있어 오지 못한 애들을 제외하고.

37명의 팀원이 앞마당에 모인 것이다.


치이이익-

“소시지는 다 구워졌어?”

“Yup. 몇 개나 줄까?”

“둘. 아니, 셋.”

“얼마든지.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어.”


잘 구워진 소시지 세 개를 자이온의 접시에 옮긴 뒤, 나는 계속해서 집게를 바삐 움직였다.


그릴 위.

각종 육류가 잘 익어가고 있다.


소시지와 패티들.

시장에서 공수해온 신선한 생선살.

각종 채소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현재 마당엔 총 네 개의 그릴이 놓였다.

37명의 풋볼 팀원을 다 배불리 먹이려면.

한두 개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니까.


무엇보다, 팀원들만 온 것도 아니다.

여자친구가 있는 애들은.

여자친구들도 데려왔다.


커다란 테이블도 주변에서 구해서 몇 개 놓아뒀는데, 이웃분들이 기꺼이 본인의 것들을 빌려주셨다.


감사의 의미로.

난 사인을 한 유니폼 같은 것들을 드렸다.

오해하지 말길.

이웃분들이 달라고 하셨다.


다가온 애들의 접시에 음식을 채워준 후.

나는 다시 재료들을 불 위에 얹었다.


치—익.


한쪽에서 음악과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고개를 들어, 손님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내 곁으로 카나이가 다가왔다.


“분위기 좋네.”

“그러니까.”

“하여간에 넌 대단한 녀석이야.”

“어떤 면에서?”

“전부.”


대단하다고 말하는 카나이에게.

난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시즌이 개막되고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린 여전히 같은 하와이 팀에게 터치다운을 허용하지 않았다.


새롭게 오신 수비 코디네이터와 포지션 코치님들의 공로가 가장 크다고는 생각하지만, 복잡한 작전을 수행하며 수비팀을 잘 이끈 카나이의 지분도 만만치 않다.


얘는 진짜 좋은 수비수다.

문제가 있다면 부상.

다소 과격한 플레이를 즐기다 보니.

늘 몸 여기저기가 다쳐 있다.


풋볼 선수의 숙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습관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카나이.

뭔가 할 말 있어?


“실은 USC에서 연락이 왔어.”

“진짜?”

“응.”

“언제?”

“어제. 시합이 끝난 다음에.”

“댐-! 그들이 오라고 해?”

“겨울에 캠퍼스를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더라고.”

“젠장!! 그거 진짜 대단한 일이잖아!!”


집게를 들고 있다는 것도 깜빡하고.

난 카나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눈앞에 집게가 와서 살짝 당황했다.


그나저나.

USC면은 SEC네.


전에 제안받았다던 워싱턴 허스키스라든가 말해주지 않은 다른 대학들도 틀림없이 매력적이긴 하겠지만, SEC에서 뛸 기회를 포기하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다.


물론, 나는 멋대로 할 생각이지만.

아무튼.


친구가 받은 제안이 나는 내 일처럼 기뻤다.

카나이도 들뜬 표정이다.


“그래서 남은 시즌엔 더 잘해보려고.”

“지금보다 더? 장난해?”

“하하. 의욕이 막 샘솟는 거 있지.”

“네 실력을 보상받는 거야, 카나이. 그것뿐이라고.”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뭘. 우린 형제잖아-! 안 그래?”

“그래, 맞아.”


다시 한번 서로를 꼭 끌어안은 후.

난 카나이에게 잠시 있으라고 했다.


총 2단으로 된 그릴의 위쪽 뚜껑을 열어.

멋지게 구워진 돼지고기를 줄 생각이다.


“SEC 선수에겐 SEC급 음식이 필요하거든.”

“워-오. 이거 엄청 맛있어 보이네.”

“당연하지. 할머니의 비법 소스가 발렸어.”

“댐- 그거 좋은데?”


최근 팀이 워낙에 잘 나가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그동안 대학에 외면받던 친구들도 여러 D1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제안받고 있다.


어제는 버지니아의 리쿠르터가 아예 감독님을 찾아가, 셋을 한꺼번에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전부 수비팀이란 거다.


사실 공격팀은 요즘 조금 지지부진하다.

본토 경기가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못하는 건 괜찮은데, 한계가 드러나 버렸다.


기존에 주목을 받았었던 에녹이나 세코페 그리고 O-라인들은 빙엄전 이후로 조금 아쉽다는 소리를 듣는 중이다.


로토 정도만 D1 가능성이 보이고.

나머지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

난 쿼터백이니까.


공격팀을 책임져야 한다.

저들이 돋보이도록.


하와이로 돌아온 후의 경기들에서 최대한 스크램블을 자제했던 것도 동료들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나야 D1은 확정이니까.

터치다운 한두 개를 덜 한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이!”

“?”


집 안에서 걸어 나온 고모가 손을 높이 들어 흔든다.

그래서 난 곁에 있는 마르커스에게 집게를 넘겼다.

그러면서 당부했다.


“태워 먹지 마.”

“형님을 뭐로 보고.”

“얼간이나, 병신?”

“하-! 지랄하네.”

“아무튼. 자주 뒤집어 줘.”


옆에서 손바닥을 탁탁 털어낸 다음.

고모가 있는 곳으로 얼른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전화가 왔어.”

“전화? 누군데?”

“스포츠 하와이. 너랑 전화 인터뷰를 하고 싶나 봐.”

“···.”


종종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긴 하지만.

토요일 오후에 이런다고?

그거참 예의 없는 양반이네.


하긴.

기자한테 예의를 논해?

애초에 그런 건 밥 말아 먹은 부류다.


간혹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오늘 전화했다는 건.

안 봐도 비디오란 뜻이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선 뒤, 나는 주방 식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발견하곤 얼른 손을 뻗었다.


“여보세요?”

- 드웨인 모이 스톤?

“Yup. 무슨 일이시죠?”

- 스포츠 하와이의 알루 이에키카입니다. 괜찮다면, 리쿠르팅에 관한 대화를 좀···.


리쿠르팅이란 단어가 들려오자마자.

난 기계처럼 어떤 문장들을 읊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어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거고, 저한테 신경 쓰실 시간에 저희 팀 동료들이나 더 챙겨주시는 건 어때요? 당신들이 기사를 써주면, D1으로 가는 애들이 더 늘어날 겁니다. 아무튼. 정해진 건 없어요.”


딸깍.


속사포처럼 단어 더미를 내뱉고 전화를 끊고 돌아서자, 기둥에 기대어 선 고모가 보였다.


“내가 아까 똑같이 말한 거 알아?”

“참 집요한 사람들이야. 그치?”

“하하. 잠깐만. 펀치를 좀 만들었으니까, 들고 나가.”

“고모는 같이 안 어울리고?”

“따로 약속이 있어.”

“흠- 진짜?”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아냐. 아무것도.”


요즘.

고모가 좀 수상하다.


휴대전화가 자주 울리기도 하고.

토요일엔 거의 집에 없다.

밤 9시쯤에는 돌아오긴 하지만.

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물론 대충 이유는 짐작하고 있다.

남자가 생긴 거겠지.

일단은 잘 지켜볼 생각이다.


좋은 사람인가.

그게 아니면.


내가 태클을 걸고.

태클에 걸린 다음에 아빠한테 맞고.

할아버지한테 깔아뭉개질 놈인가.


뭔가 뒤쪽이 가혹하다고?

그야, 당연하지.


“늘 내가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마”

“알지. 그래서 엄청 든든해.”

“알면 됐어. 이거야?”

“응.”


외출 잘 하고 오라는 말을 남긴 후.

난 펀치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때마침.

친구들도 마실 게 필요했던 것 같다.


“마실 거다, 이 원시인들아!”


솔트레이크시티 동물원에서의 짐승과도 같은 모습을 목격한 이후, 나는 종종 이렇게 친구들을 원시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다들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아서 슬펐다.

딴에는 놀리려고 하는 건데 말이다.

역시 장난은 반응이 좋아야 제맛이다.


“집게 내놔.”

“저건 뭐야?”

“펀치. 알코올은 없어. 너도 가서 마셔.”

“오-!”


반색하는 마르커스가 펀치 쪽으로 걸어가고.

집게를 다시 쥔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머리 위가 조금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푸른 하와이의 하늘.

비행기 한 대가 보였다.

떠나는 건 아니고.

여기로 도착하는 것 같다.


뭐.

하루 이틀 일이야.


다시 무심하게 고개를 내린 나는.

빈 곳에 패티 몇 개를 더 올렸다.


치—익.


***


#. 2017년 10월 2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CDP

#-3. 와이나 하이나


약 1년 전, 지역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미나 스톤(Mina Stone)의 집 맞은편으로 한 남자가 이사 왔다.


몸에 밴 친절함과 친근한 웃음이 인상적인 남성의 이름은 제리 플로이드로, 그는 주변에 본인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소설 작가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처음에 낯선 본토인을 경계했지만, 최근에야 무해한 인물이라는 걸 확신하곤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제리 플로이드의 집으로.

금방 손님 하나가 찾아왔다.


“어떻게 되고 있지?”

“순조로워요.”

“그거 잘 됐군.”


대접받은 커피를 홀짝이는 남성은 플로리다 게이터스의 리크루터로 잘 알려진 자마 암스트롱(Jamar Armstrong)이다.


그리고 제리 플로이드.

아니.


조쉬 루이스는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이제는 식사에 초대받을 정도가 됐죠.”

“겨우? 1년이나 됐는데 말인가?”

“말도 마세요. 여긴 그런 동넵니다.”


하와이의 사람들은 관광객에게는 한없이 친절하지만, 이곳에 새로이 뿌리를 내리려고 드는 사람들에게는 정반대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폴리네시아 문화가 겹쳐,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하는 울타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과 진정으로 어울리려면 먼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오랜 기간에 걸쳐 입증해야 했다.


조쉬 루이스가 지난 1년간 해왔던 것도.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거였다.


“그래도 이틀 전엔 모이랑 직접 대화도 나눴어요.”

“그건 반가운 이야기로군.”

“조만간에 플로리다 출신이란 말도 하려고요.”

“태어난 곳? 아니면 대학?”

“대학요. 사연도 대충 만들어 뒀어요.”


조쉬 루이스의 목적은 드웨인 모이 스톤의 리쿠르팅으로, 플로리다 대학 총장에게 직접 부탁을 받았다.


다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인지라.

누구도 이를 알지 못했다.


조쉬 루이스의 은밀한 제안을 드웨인 모이 스톤이 받아들이면, 자마 암스트롱이 나서 최종 계약서를 받게 될 것이다.


“일단, 연줄이 있다는 식으로 갈까 해요.”


게이터스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걸 시작으로.

조쉬 루이스는 은밀한 거래에 나설 예정이다.


천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약속하는 건 물론, 여자도 바란다면 얼마든지 제공할 생각이 있었다.


그보다 더한 것도 가능했다.


“본래는 고모 쪽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멜리시아 말인가?”

“네. 경계가 더 심하더라고요. 제가 뭐 실수라도 했는가. 또 최근엔 따로 만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요. 아무튼.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순조롭다는 건 분명합니다.”

“기대하고 있겠네. 그럼.”

“응? 벌써 가시게요?”


자마 암스트롱이 오늘 오아후를 방문한 목적은 카후쿠 고등학교의 오펜시브 센터를 리쿠르팅 하기 위해서였다.


로토 후아마투.

3-Star Player.


NFL 진출 가능성은 0%에 가깝고 대학에서도 일단 연습 팀에서 출발해야 할 수준이지만, 스페셜 팀의 롱 스내퍼로는 키워볼 수 있을 거란 판단을 내렸다.


“물론, 더 좋은 선수를 구할 순 있지.”

“그렇겠죠.”


현재 플로리다 게이터스의 리쿠르팅 리스트엔, 롱 스내퍼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15명의 후보가 있다.


그중 로토 후아마투는 13위 정도다.

위로 12명이나 더 있다는 뜻이다.


한데도 굳이 장학금 자리 하나를 투자하려는 건, 로토 후아마투가 드웨인 모이 스톤과 친구였기 때문이다.


“가문의 갈등을 극복하고 친구가 된 사이야.”

“모이의 리쿠르팅 때 유리하겠네요.”

“내년에 대학을 결정하지 않으면,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는 거죠?”

“당연히. 커피 잘 마셨네.”


밖으로 나선 자마 암스트롱이 주차된 차에 올라타고.

따라 나온 조쉬 루이스는 맞은편의 시선을 느꼈다.


걸어가던 이웃들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조쉬 루이스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그제야 사람들도 친근한 표정을 지어 보이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조쉬 루이스는 감시받는 기분을 느꼈다.

분명 근처의 집 어딘가 커튼 뒤에서.

자신을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거참, 더럽게 빡빡하네.’


만약 이곳이 하와이가 아니었다면, 훨씬 더 일찍 드웨인 모이 스톤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게 틀림없다.


은밀한 제안도 이미 이뤄졌을 거고.

어떤 식으로든 결론도 났을 거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더 답답했지만.

조쉬 루이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앞으로는 나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평범한 이웃으로 위장한 조쉬 루이스.

아니.

가짜 신분으로 돌아온 제리 플로이드.


그는 다시, 친절한 미소를 얼굴에 장착했다.

반대편에서 미나 스톤이 나왔기 때문이다.


얼른 달려간 그는 쓰레기통을 대신 열어주었고,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좋은 사람으로서의 어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자마 암스트롱은 카후쿠로 향했다.


본래였다면, 겨우 스페셜 팀 롱 스내퍼를 데려오자고 자신이 직접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필요했다.

성의를 보이는 것 말이다.


현재 게이터스는 드웨인 모이 스톤의 리쿠르팅에 정말로 필사적이었는데, 어느새 중위권으로 전락한 팀의 위상을 끌어올리려면 꼭 그 쿼터백이 필요했다.


2015년 두 명의 5-Star를 리쿠르팅한 이후, 게이터스는 2년 연속 5-Star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미디어가 평가한 리쿠르팅 순위에서도.

하나같이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와중에도 성적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 작년엔 SEC 동부 우승을 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염원하는 내셔널 챔피언과 컨퍼런스 타이틀 획득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에 걸친 침체.


이로 인해 플로리다 대학의 기부금은 매년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렀다.


그리고 학교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졸업생들은 하나같이 [“풋볼팀을 강하게 만들라.”]는 요구를 해왔다.


그래야만 본인들의 지갑을 열 것이라며.


풋볼팀의 성공이 곧 대학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NCAA D1이기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들의 압박은 학교 최고 리쿠르터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최근.

자마 루이스의 흡연이 잦아진 이유다.


“후우-”


진정으로 간절한 플로리다 게이터스.

이들은 모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무엇이든.


***


#. 2017년 10월 4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쿼터백 실


지난번 캠벨 전을 끝으로.

시즌 역시도 끝났다.


리그 7승 0패.

전체 8승 0패.


나아가 다섯 개의 승리를 더 추가하길 바라는 우린 13일부터 시작될 플레이오프를 준비 중이다.


“스크린 패스를 하자고?”

“네.”

“굳이?”

“틀림없이 성공해요.”

“···.”


올해 새롭게 정비된 팀의 공격 전술.

거기에 난 정말 많이 개입했다.


보통의 고등학생이라면 팀의 공격 스태프가 만든 전술을 외우고 이해하는 데만도 벅찼겠지만.


나야.

나라고.

제츠에 슈퍼볼을 네 번이나 안긴 감독 출신.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 보드의 앞에 섰다.

그러곤 마커를 쥐었다.


지금의 이 전술은 내가 전생에서 굉장히 즐겨 사용했던 공격 방식이다.


“샷 건으로 세우고, 에녹을 옆으로 보내요.”

“···.”

“패스를 바로 줄 거라서 라인은 다섯이면 되고요.”

“타이트 엔드는 없이?”

“걔들은 슬롯으로 써요. 윅 사이드에 피터를 스플릿으로 세워두고, 라인 좌우에 슬롯을 하나씩 두는 거죠. 그리고 스트롱사이드에 있는 와이드리시버랑 같이 다들 태클에 가담시키는 거고요.”

“흠-”


***

스크린 패스.png

<모이가 제안한 스크린 패스 전술>


1. 샷 건 대형

2. 타이트 엔드를 슬롯 리시버에 세움


3. 스냅과 동시이 러닝백이 첫 번째 화살표로 이동

4. 그 즉시 쿼너백이 스크린 패스

5. 이후 지정된 경로로 달림


6. 해당 러싱 공격의 특이점은 옆으로 보내는 패스를 쓴다는 것

7. 그리고 리시버들을 블록에 가담시킨다는 것

8 러싱을 가져가는 쪽 리시버들이 러닝백에게 태클할 수 있는 선수를 상대함으로써, 공간을 열어주는 게 포인트


***


만약 계획대로만 공격이 전개된다면, 우리는 러싱으로 단숨에 10야드 이상을 벌 수 있다.


보통 러닝백들의 러싱은 [“3야드만 얻어도 성공.”]이란 인식이라, 높은 확률로 더 먼 거리를 보장할 수 있다면 레드존 전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나도 레드존에서 더 많이 썼다.

그러면 상대 수비는 넋이 빠지곤 했다.


“모이.”

“Yes, Sir?”

“대체 어떻게 이런 건 떠올린 거니?”

“마음에 드세요?”

“그런 걸 떠나서··· 난 너 같은 15살은 본 적도 없어.”

“왜 또 그러세요. 익숙해질 법도 한데.”

“허!”


허탈해하는 존 모스 코치님을 향해.

난 윙크를 한번 찡긋 보냈다.


지금 이건 에녹을 위한 전술이다.

걔를 대학에 보내려고.


지나치게 팀원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쿼터백의 평가는 경기만으론 높아지지 않는다.

외적인 부분도 엄청 크게 작용한다.


재능은 있으나 최악의 동료로 평가받는 쿼터백들은 D1에 진학하더라도 곧 방출되어 D2나 주니어 칼리지 등에서 인간이 되는 법부터 배운다.


그래야 팀을 이끌 수 있으니까.


지금 하는 일도 외부에 내가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는 걸 증명하는 일화로 남을 것이다.


약았다고?

당연히.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좋은 사람으로 있으려고는 하겠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뭐든지 그리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다.


“좋아. 한번 해보지, 뭐.”

“탁월한 선택이세요.”


밑그림을 던져줬으니.

곧 코치님들이 색을 칠해 완성할 것이다.


바보라도 전술을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을 했기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로 본다.


“그럼, 전 체육관으로 갈게요.”

“오늘도 하려고?”

“넵. 플레이오프 전이잖아요. 이번 주는 주 3회에요.”

“그거 멋지네. 다치지 않게 조심해.”

“염려 붙들어 매세요.”


쿼터백 실을 빠져나와 체육관으로 향한다.

조금 피곤했지만.

운동하고 나면 꿀잠을 잘 것 같다.


<형님 출발.>


근육맨들이 있는 스냅챗에 메시지를 남긴 후.

난 음악을 틀곤 경쾌하게 발을 움직였다.


What the Fuck though.

Where the Love Go?


아-

좋네.


아무래도 오늘은 이 노래를 틀고 운동을 해야겠다.


작가의말

본문에 나온 전술은 현실에서

2021년부터 크게 유행한 전술입니다.

NCAA에서 점차 스크린 패스가 유행하면서

NFL 팀 코치들이 영감을 받았습니다.


공지에 용어와 포지션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시간되실 때 한 번 읽어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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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세요 +38 24.09.16 7,537 421 19쪽
36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33 24.09.15 8,290 396 18쪽
35 035. 그러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33 24.09.14 9,019 432 18쪽
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9,525 475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2 24.09.12 10,226 486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8 24.09.11 10,460 469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3 24.09.11 10,860 519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1,257 699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1,201 540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626 502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4 24.09.08 12,210 507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2,288 584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2,563 487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3,043 576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3,310 591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3,233 628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3,202 510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3,855 501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4,078 554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4,383 49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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