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를 구해줘! 라이브 클럽 피아체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달파도
작품등록일 :
2024.08.19 20:41
최근연재일 :
2024.09.13 10: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16
추천수 :
0
글자수 :
77,787

작성
24.09.04 20:00
조회
11
추천
0
글자
11쪽

가수들의 회식자리 (2)

DUMMY

"이그.. 왜 또.. 옛날 생각난 거야?"


김호창 옆에 있던 같은 팀 친구, 아코디언을 연주했던 바리톤 포지션의 박지태가 김호창의 어깨를 다독였다.

앞자리에서 박주미와 김호창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있던 소나가 급화제를 돌렸다.


"아코디언 연주 잘하시던데, 그곡 자작곡 인가요?"


"작곡은 제가 했고 호창이가 작사를 했죠."


박지태는 소나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황금티켓? 뮤지컬 넘버 같던데,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전 소나(SoN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 저희는 소나님 공연을 못 봐서 좀 아쉽네요."


소나와 박지태의 대화에 새파란밴드 베이스 오대상이 툭 끼어들었다.


"내일 보면 되지 않을까요? 사장님 내일도 오늘 라인업 그대로죠?"


이쁜오리 여민서와 유채린, 새파란밴드 드럼 강주호와 얘기를 나누던 김진만이 오대상의 질문에 잠시 대화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어.. 난 그랬으면 하는데, 다들 생각이 어때? 내일도 가능하겠어?"


진만의 질문에 옆자리에 앉은 사유빈이 진만의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


"진만쌤! 내일은 주미 약속 있대요. 그렇잖아도 공연 오기 전부터 얘기했었는데.."


사유빈은 박주미와 진만을 번갈아보며 대변을 하고 나섰다.

거절을 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동생인 박주미가 놓이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이었다.


"아, 그래? 주미 내일 약속 있어?"


"네, 그게 사실... 그렇잖아도 피디님이랑 상의할게 있었어요."


"어, 어.. 뭔데?"


"저기, 그.. 쥬비스 있잖아요.. 조현태 이사님."


진만은 조현태 이름이 나오자 들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내일 쥬비스 들어가니?"


"아뇨, 조 이사님이 우리집 근처로 오신다고 하셨어요. 피디님은 뭐 들으신 거 없으세요?"


진만의 빈 잔을 보고 새파란밴드 보컬 유지민이 잔을 채워 주었다.

제각기 대화를 나누던 공연진 모두가 자연스레 진만과 박주미의 대화를 하나둘 경청하기 시작했다.


"움... 주미는 어때?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팀들이랑 디시 한번 해보고 싶지 않아?"


미처 팀 내 다른 멤버들의 생각을 못 하고 내뱉은 말이라 진만은 힐끔 이쁜오리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주미야 우리 몫까지 활동 좀 해주라~"


"넌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야아~ 끄으으.."


눈치를 봤던 진만이 민망하리만큼 여민서와 유채린도 사유빈과 한마음으로 박주미에게 응원을 보냈다.


"너어~ 혹시라도 우리 땜에 이래저래 신경 쓰고 그러면 진짜 바보다! 알겠어?"


멤버 모두의 응원을 들은 박주미는 두 손으로 치마를 꼬옥 움켜 줬다.


"언니들.. 채린아 고마워, 근데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몰라도 돼! 그냥, 너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맞죠? 진만쌤."


"움..."


좋은 말이 다 맞는 게 아닌 어른들의 세계를 아는 진만은 빅주미를 독려하는 사유빈의 순수한 말에 마냥 긍정해 줄 수는 없었다.


"조 이사가 별다른 말은?"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할말이 있다던데..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 하자고 하셨어요."


"일단 만나는 보는데, 주미야. 네 마음이 가는 곳으로 정하는 게 맞는 거고, 그 전에 딱 두 개만 확인하고 가보자."


박주미의 눈빛이 반짝하며 초 집중모드에 들어갔다.


"내가 땡땡을 위해 땡땡 할건지, 땡땡이 나를 위해 땡땡 해줄 건지.. 이 포메이션안에 대입해 보는 거야, 예를 들자면.. 봐봐... 내가 돈을 위해 노래를 할 건지, 돈이 나를 위해 행복을 줄 건지.. 이런 식으로."


자세를 고쳐앉은 진만이 다음 말을 이어가려는데, 새파란밴드 보컬 유지민이 폰을 꺼내 들고 열심히 받아적었다.


" 자, 이건 예시라 너무 포괄적이긴 한데.. 그때에 상황에 맞춰 현실적인 단어를 땡땡에 대입해 보라는 거야. 그렇게 문장을 완성 시키잖아? 그러면 몇 번이고 그걸 읽어봐. 그러다가, 그게 맞다? 그러면 기냥 확 밀고 가라 이거야."


.

.


피아체레 번개 공연 뒷풀이, 가수들의 회식이 끝나고 진만은 늦은 홍대의 밤거리를 혼자 터덜터덜 걷고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연락처 목록을 한참 검색하던 그가 갑자기 실소를 흘렸다.


"아, 내 정신 좀 봐.. 나티네님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네.. 풉..."


풀어헤친 넥타이 사이로 코모도왕국의 팬던트를 꺼내 문양을 터치했다.


{"수호자님~"}


나티네의 아름다운 음성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네, 나티네님.. 이제 회식 끝났습니다."


{"네에, 아까 말씀해주신 공연시간과 자운드 안정시퀀스 매칭 데이터 산출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연락주시겠어요?"


{"5분안으로 끝날거 같습니다. 가수들의 회식자리는 어떠셨나요?"}


"참.. 너무 신기한게.. 이게 뭐지? 빈 클럽에서 뭔 공연이야? 라고 할법도 한데 하나같이 최고의 공연을 보여 줬어요... 전 이래서 찐 아티스트들을 지인짜~ 리스펙 합니다."


{"말씀대로 지인짜~ 멋진 분들이신 거 같습니다. 이게 다 수호자님의 기획능력 때문 아닐까요?"}


"헤헤.. 제가 뭐 한게있다고.. 코모도왕국이 소멸되지 않기를 하늘도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진만은 나티네의 칭찬에 찢어지는 입을 주체할만한 정신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오늘 지인짜~ 간만에 술을 좀 마셨더니 좀 취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취하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닌걸요.. 비상체제라 못하고 있을뿐입니다."}


"오잇.. 그렇다면! 빠~알리 그 수정탑 뭐야.. 어템? 아툼? 하튼 그거 완전 정상화 되면 나티네님도 꼭 회식에 오세요! 헤헤헤.."


{"네, 그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 지금막 데이터 산출이 끝났습니다."}


"오.. 어떤가요? 제 생각엔 피아체레 오픈이후 공연은 역대급이었다고 생각이 들긴 하는데.."


{"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타깝게도 낮은 안정화 수치 나왔습니다."}


"네? 그럴 리가... 정확한 거 맞나요?"


{"저희 연구진들이 아템 이상 징후가 시작되고 안정화 초기부터 개발한 자운드 시퀀스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 레벨 측정수치 sqdb 값이라고 합니다. 50~100sqdb에는 그린 라이트. 20~49sqdb는 옐로우 라이트 1~19sqdb에는 레드 라이트가 점등 되어집니다만.. 좀전의 데이터는 20회 이상 반복측정 결과 동일하게 레드 라이트 점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진만은 버스킹으로 유명했던 놀이터(현 홍익문화공원)를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주저 않았다.


{"실망스러운 말씀을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나티네님이 왜 죄송합니까... 근데, 분명... 공연은 최.."


이때 뭔가가 떠올랐는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난 진만이 나티네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 안정화수치? 그 에스큐 어쩌고가 최고점 찍었던게 언제인지 알수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진만은 풀어진 넥타이를 더 풀어헤치며 나티네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정화가 처음 시작되고 70시간 정도 뒤로 확인됩니다. 현시간 기준 4년 전이고, 82sqdb로 역대 3번의 그린 라이트 중 최고수치 입니다."}


"아.. 관객수..."


진만은 이마를 탁쳤다.

4년전 오픈하고 3일뒤 아직 인지도가 죽지않았던 이쁜오리가 처음으로 오픈기념공연을 했던 날 일 것이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그날은 피아체레에서 몇 안 되는 웨이팅이 있던 날이라 기억이 생생했다.


"오늘.. 아니 12시 지났으니까 어제구나.. 어제공연이 왜 수치가 낮았는지 알거 같습니다. 이거... 호락호락하지 않네요.. 확실한건 내일 다시한번 확인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호자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필요한것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넵!"


진만은 다시 힘찬 발걸음으로 가로등불이 어스름한 놀이터를 가로질러 홍대 정문으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늦은 대학가 밤거리는 상점들에서 흘러나오는 힙한 음악들로 밤의 정취를 한층 더하고 있었다.

어느덧 시원해진 밤공기는 벌써 귀뚜라미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소리는 더위와 대조를 이루며 진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티네와의 대화를 마친 진만은 벽화거리로 들어섰다.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들이 유려한 선과 색채로, 거리 전체를 거리의 미술관으로 변모시켰다.

주택가 담벼락 골목의 고요한 기운 속에서, 홍대 벽화거리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됐어. 놓으라고.."


"아니, 말은 끝까지 듣고 가.."


벽화골목에 들어서자 멀리 보이는 어둑한 주택가 담벼락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밤에 웬 소란이냐..'


시끄러운 번화가를 지나 조용한 주택가로 접어들어서 일것이다.

이들의 소란은 진만의 발걸음을 늦추게 했다.


"너 착각 하지마. 이곡은 우리꺼야! 너꺼가 아니라고, 왜 니마음대로 해?"


"그러니까 들어보라고.. 그렇게 편곡을 해달라잖아 제작자가 그러는데 어떻게 해?"


"그럼 니가 그런 음악을 만들어서 넘겨! 이곡은 안돼! 이건 바꾸지 마라고!"


"더 많은 사람이 들어야 하는거 아니야? 우리 둘이 좋자고 만든게 아니잖아."


"야, 우리가 좋으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좋아 해줄거 아냐! 그걸 왜 제작자 귀에 맞춰!"


"제작자의 귀에 맞추는게 아니지. 넌 왜...하.. 진짜 깝깝하다."


그들에게 가까워진 진만을 의식했는지 남자가 하려던 말을 멈추고 한숨으로 톤을 낮추었다.


"뭐? 깝깝?"


어느덧 진만이 그들의 옆을 스쳐지나 가는 타이밍이었다.

여자는 진만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났는지 냅다 남자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 찼다.


"악! 너 미쳤어?"


"돌았다. 새꺄!"


여자가 메고 있던 가방을 휘둘러 남자를 폭행하기 시작하자, 진만은 무의식적으로 뛰어들어가 그녀를 말리고 나섰다.


"오~오오~ 잠깐.. 모멘트 플리즈, 참으세요.. 워워~"


한껏 쫄아있는 남자 앞을 막아서며 여자가 휘두르는 가방을 두 손으로 겨우 막아낸 진만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제가 낄자리는 아닌거 같지만.. 폭력은 안됩니다. 네버! 말로 하세요.. 말로...컴다운 플리즈으.."


"흐앙~~~"


갑자기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울음을 터린 여자를 보며 더 당황한 진만이 이번엔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오..오... 저기... 제가 죄송해요. 뚝. 울지마세요.. 뚝!"


진만은 생각했다.

끝도 없이 긴 하루가 얼마 만인가..


깊어가는 여름 밤, 조용한 주택가의 평화로움 속에서 가로등 불빛에 은은하게 비치는 벽화와 귀뚜라미 소리로 서정적인 벽화거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를 구해줘! 라이브 클럽 피아체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월 셋째 주는 추석 연휴로 휴재합니다. 24.09.14 3 0 -
공지 매주 월, 수, 금 오후 8시 주 3회 연재로 변경됩니다. 24.08.28 7 0 -
16 존재와 생존 다음 24.09.13 11 0 12쪽
15 인디신 공연 부활의 신화 24.09.11 14 0 12쪽
14 경제적 자유가 이런 거였어? 24.09.09 12 0 12쪽
13 믿는 구석 24.09.06 14 0 12쪽
» 가수들의 회식자리 (2) 24.09.04 11 0 11쪽
11 가수들의 회식자리 (1) 24.09.02 10 0 11쪽
10 번개 공연 (3) 24.08.30 11 0 11쪽
9 번개 공연 (2) 24.08.28 14 0 12쪽
8 번개 공연 (1) 24.08.27 12 0 12쪽
7 구했다! 하우스 밴드 24.08.26 12 0 11쪽
6 2500억 치워 주세요 24.08.24 15 0 11쪽
5 절대적 혜택 24.08.23 22 0 13쪽
4 왕국의 사연 24.08.22 26 0 10쪽
3 이세계의 안내자 24.08.21 28 0 11쪽
2 이 남자의 사정 24.08.20 39 0 12쪽
1 프롤로그 24.08.19 64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