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를 구해줘! 라이브 클럽 피아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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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파도
작품등록일 :
2024.08.19 20:41
최근연재일 :
2024.09.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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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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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신 공연 부활의 신화

DUMMY

퀸비, 서드스카이, 소나, 새파란밴드 순으로 사운드세팅과 리허설을 끝마친 출연진들은 무대 왼쪽에 설치된 파티션 뒤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뭔 갑자기 긴장이 되냐.. 후후.."


"확실히 관객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근본이 달라가지고.."


새파란밴드의 보컬 유지민과 친구 기타 현민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하는 사이 피아체레 방음 문이 열리고 환호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 함성은..? 누가 온 거야?"


서드스카이 김호창이 파티션 옆쪽으로 살짝 고개를 내미는데 양손에 비닐봉지를 가득 든 배달맨 두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저.. 기 치킨 배달 왔는데요?"


알 수 없는 환호를 받으며 들어온 배달 맨들 중 한 명이 놀람과 흥분의 목소리로 말하자 BAR 안쪽에서 진만이 걸어 나왔다.


"이쪽으로 주세요~"


피아체레의 커다란 BAR 위에 빈틈없이 치킨 30마리를 가득 올려놓은 배달맨 두 명에게 배달비와 팁까지 챙겨준 진만은 1번 테이블부터 30번 테이블까지 치킨 봉투를 하나씩 올려두었다.

그리고 피아체레 1층 입구로 올라가 골목 초입부터 이어진 사람들의 줄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른 그는 복잡한 감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핏 보아도 1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인파 속에서 진만이 큰소리로 외쳤다.


"자, 순서대로 입장하시겠습니다."


진만의 인솔을 따라 기나긴 인파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클럽 입구에서 3명 이상의 일행을 동반한 사람들은 치킨 박스가 놓인 중간 테이블로, 아닌 사람들은 홀 벽 쪽과 무대 옆 스탠딩 테이블로 안내를 마친 진만이 무대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정확히 공연 시작 10분 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피아체레 사장 김진만입니다."


어느덧 홀을 가득 메운 인파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인산인해를 이룬 피아체레의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미술작품이 살아 요동치는 것 같았다.


"박수 감사합니다. 오늘 갑작스러운 이벤트로 많이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득 메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치킨 이벤트 괜찮았나요?"


선착순 이벤트에 선정되어 치킨을 받은 1번부터 30번까지의 홀 중앙 테이블에선 환호성이, 그렇지 못한 테이블에선 야유와 그 야유로 인해 터지는 웃음소리가 동시에 시끌벅적하게 흘러나왔다.


"네, 오늘 치킨 못 받으신 분들 많이 아쉬우시죠?"


"네에~"

"아쉬워요~~"


"제가 이벤트 못 받으신 분들 아쉬워하는 거 보면서... 특히 31번째 입장하신 분들, 어디 계시죠? 손 한번.."


무대 옆 스탠딩 테이블에서 젊은 남자 3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맞아 저분들... 혹시 내일 또 안 오실래요? 움... 하여튼, 치킨 이벤트는 오늘부터 10일 동안 연장하기로 했으니까요..."


"와아아아아~"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오늘은 맥주도 한 병씩 무료로 쏩니다.

저희 출연진들의 멋진 공연 즐기시면서 질서 있게 홀 오른쪽에 위치한 저 BAR로 와서 한 병씩 받아 가시면 됩니다."


이 세계를 구해줘! 공연 둘째 날.

집계된 인원 152명.

오프닝 공연 시작 전부터 클럽 안이 난리가 났다.


요즘 대세인 어쿠스틱 음악의 혼성 2인조 퀸비 (Qeen B)

동화나라의 악사들 같은 서드스카이 (3rd Sky)

클럽음악으로 폭발적인 올라운드 뮤지션 1인 밴드 소나(SoNa)

그리고 노력형 천재 뮤지션들의 집합체 새파란밴드까지...

이들의 환상적인 공연이 첫날과는 다르게 수많은 관객의 호응과 박수갈채 속에서 막을 내렸다.


.

.


-치이익 치직


"나티네님? 나티.."


{"아, 네.. 수호.."}


-치지직


모두가 떠난 텅 빈 클럽에 혼자 앉아 나티네와 연결을 시도하려는 진만은 당황했다.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연결 상태 불량이 발생한 것.


{"들리시나요? 수호자님?"}


"아, 네 이제 들립니다. 그쪽에 무슨 일 있으신가요?"


{"지금 자운드의 급격한 변동으로 이곳의 전자기 제어 장치들의 오류가 좀 있습니다."}


"괜찮은 건가요?


뭔가 격양된 나티네의 음성이 결국 울먹이는 톤으로 바뀌었다.


{"네, 지금 막 소멸이 가장 가속화되던 제7도시에서 전해오는 소식에 따르면... 훌쩍. 붕괴 현상이 멈추었다고 합니다. 흑흑... 하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티네의 울먹이는 소리에 요즘 다시 섬세한 감성을 되찾은 진만이 마른 기침을 하며 올라오는 감격의 눈물을 삼켰다.


"아.. 진짜 다행..입니다. 진짜.. 음음!"


이세계를 유지시켜주는 신비한 수정탑 아템.

그곳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자운드는 진만의 예상대로 현 세계의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호작용의 감정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서 보라는 거냐.."


진만은 피아체레 무대로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도 뜨거웠던 무대 밑의 어질러진 테이블들을 빙 둘러보며 더벅머리를 쓸어올렸다.


"다행이다. 아직 완전 어색하진 않네..이런 기분이..."


고딩시절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레이 찰스, 퀸시 존스, 마이클 잭슨을 보고 들으며 '내 음악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진만의 마음 깊숙한 곳 자신도 모르게 봉인돼있던 그 꿈이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그랬으면 좋겠다.'로 진화했다.


-치이익~치직.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연결이 끊어져서 못 들었습니다."}


진만이 비장한 표정으로 코모도 왕국의 문양이 새겨진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금 1kg 박스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엔 금박스를 전해 주셨던 그 시녀분도 함께 받겠습니다."


.

.


10개월 뒤


.

.


동네 마트 비닐봉지를 양손 가득 든 하얀 얼굴에 고양이 상을 한 30대 초반의 아가씨가 눈썹 위로 단정한 까만색 생머리를 찰랑대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수동 투룸 빌라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왜 전화를 안 받으시는 거야.."


양손의 무거움에 헉헉대며 올라온 301호.

문 앞에 선 그녀는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사장님~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아침은?.."


"어.. 어, 왔어? 잠깐만.."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 기사를 심각하게 읽어 내려가던 진만은 TV를 켰다.


"스웨이드핀 오늘 뉴스."


-네, 관련 영상을 검색했습니다.


"첫 번째 영상 재생."


<"깊고 빠른 뉴스 뉴스홀입니다. 요즘 밀레니엄 콘셉으로 화제가 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걸그룹이죠. 스웨이드핀이 오늘 자신들의 소속사인 쥬비스 엔터테인먼트와의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라고 발표를 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최지현 기자?">


<"네, 저는 잠시 후 시작될 기자 회견장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오전, 스웨이드핀 측은 소속사 쥬비스 엔터테인먼트의 과도한 스케줄 요구와 정산금 미지급에 대해 부당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기자를 잡고 있던 카메라 화면이 컷으로 넘어가며 한창 준비 중인 기자 회견장을 비추었다.


<"스웨이드핀 측의 입장은 데뷔 후 5개월 동안 총 6개의 싱글과 2개의 EP 발매, 그리고 3개월 동안의 국내외 투어는 너무나도 과도한 스케줄을 강요당했다는 건데요, 이에 소속사 쥬비스 엔터테인먼트는 모든 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진행되고 있고 이를 불이행 시 손해배상 등 계약 위반 관련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거라는 입장입니다. 잠시 후 열릴 기자회견에서 스웨이드핀 측의 추가 입장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 최지현 기자. 감사합니다. 스웨이드핀과 쥬비스 엔터테인먼트 간의 갈등 상황 계속 주목하겠습니다.">


TV를 꺼버린 진만은 리모컨을 소파에 던져놓고 괴로운 듯 이마에 두 팔을 올리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사장님?"


"아... 미안 아침부터 내가 정신이 좀 없네.."


'멜로디아 드 빌리에' 줄여서 '멜로디'라고 부르게 된 그녀는 10개월 전 진만이 금박스와 함께 도우미로 요청했던 코모도 왕국의 시녀이다.

현재는 피아체레의 매니저이자 진만의 개인비서로 현 세계에서 잘 적응해 나가며 살고 있다.


"주미님이죠? 아까 그 뉴스.."


"그래, 그렇다네.. 후움..."


다시 같은 자세로 소파에 몸을 기댄 진만에게 멜로디가 식탁 위에 올려둔 마트 봉투를 뒤적거려 바나나우유 하나를 빨대에 꽃아 건넸다.


"일단 이거 좀 마시고 계세요. 금방 식사 준비해 드릴게요."


"아.. 고마워~"


바나나우유를 건네받고 빨대를 입에 무는 진만에게 멜로디가 스케줄 브리핑을 해주었다.


"식사하시고, 11시에 잡지사 인터뷰 있으세요. 끝나고 1시에 졍키TV 촬영, 그리고 3시 새파란밴드 녹음 스케줄 하시고, 피아체레 같이 넘어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어, 그래 땡큐~ 오늘이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


"수요일입니다."


다 마신 바나나우유통을 소파 옆 베란다 밖에 있는 재활용 박스에 던져 넣은 진만이 폰을 꺼내 공연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오늘 녹음실 끝나고 잠깐 어디 좀 다녀올 수도 있어. 수요일은 고정 멤버들 휴일 없으니까.. 그래도 되지?"


"네에.. 근데, 어디 가시게요?"


"통화해보고 확정되면 얘기해 줄게."


피아체레에서 이 세계 차원 문이 열리고 어느덧 세 번째 계절을 맞이했다.

즐겨 입던 겨울용 후드티 세트를 입고 빌라 앞 놀이터로 향한 진만이 따뜻한 봄의 아침 햇살에 팔을 걷어붙였다.


"아... 여름 옷 꺼내야겠다.."


늦은 장마가 끝나고 시작된 이세계 구하기 프로젝트 공연이 가을과 겨울 그리고 연말연시, 커다란 세 번의 이벤트를 성황리에 치러냈다.


고정으로 출연 중인 새파란밴드와 소나, 그리고 서드스카이와 퀸비는 인스타 팔로워가 말해주듯 음악을 좀 듣는다 하는 마니아들의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런 그들의 뒤를 잇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지속적인 영입은 고정 출연진들의 휴일과 월차 등의 공석에도 문제없이 365일 연중무휴로 고퀄의 공연을 가능하게 했다.


피아체레는 어느덧 음악인들과 대중들을 이어주는 전국적인 음악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게 가능하기까지는 당연히 코모도 왕국의 절대적인 지원과 선배인 음원 유통사 뮤직허브의 대표 박경민의 도움이 컸다.


진만은 큰 숨을 들이쉬고 잠시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폰을 들어 박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아침은 먹었어?"


"이게 누구신가.. 대한민국 인디신 공연 부활의 신화 김진만 대표님!"


"웬, 갑자기 신화 같은 소리야."


"아침에 본 신문기사 타이틀이다 인마. 열심히 한다. 진짜.."


"머리 아파.. 좀 있다 밥 먹고 또 하러 가야 돼.. 하여튼, 형 오늘 저녁에 바빠?"


"왜?"


"간만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아무리 바빠도 밥 먹을 시간은 있지. 그럼 니가 넘어올래?"


"그래, 그럼 7시까지 형 회사 앞으로 갈 테니까 내려와."


"그럽시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 그래, 있다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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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존재와 생존 다음 24.09.13 11 0 12쪽
» 인디신 공연 부활의 신화 24.09.11 15 0 12쪽
14 경제적 자유가 이런 거였어? 24.09.09 12 0 12쪽
13 믿는 구석 24.09.06 14 0 12쪽
12 가수들의 회식자리 (2) 24.09.04 12 0 11쪽
11 가수들의 회식자리 (1) 24.09.02 10 0 11쪽
10 번개 공연 (3) 24.08.30 12 0 11쪽
9 번개 공연 (2) 24.08.28 14 0 12쪽
8 번개 공연 (1) 24.08.27 12 0 12쪽
7 구했다! 하우스 밴드 24.08.26 12 0 11쪽
6 2500억 치워 주세요 24.08.24 15 0 11쪽
5 절대적 혜택 24.08.23 22 0 13쪽
4 왕국의 사연 24.08.22 26 0 10쪽
3 이세계의 안내자 24.08.21 28 0 11쪽
2 이 남자의 사정 24.08.20 39 0 12쪽
1 프롤로그 24.08.19 64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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