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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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816
추천수 :
60
글자수 :
123,212

작성
24.08.20 09:31
조회
296
추천
6
글자
12쪽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DUMMY

신강에 위치한 천산(天山).


세외와 경계선이 맞닿고 있는 이곳에 무림인들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단체와 존재가 머물고 있다.


천마교(天魔敎).


그리고 천마교의 교주이자, 중원 무림을 손짓 한번으로 혼란과 공포에 빠뜨릴 수 있는, 삼라만상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내. 천마(天魔) 마도혁(魔刀赫).


천산 지하에 만들어진 대도시. 그곳 중심지에 위치한 건물 안에서 마도혁이 최측근으로부터 충성스런 찬양을 듣고 있었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마교의 핵심 세력 7대 마가(魔家).


7대 마가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확히 말하면 천마의 심복 세력 중 한 곳인 금마도가(僸魔刀家)의 가주(家主) 금진철(僸鎭鐵).


그가 오체투지 한 체 천마교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그의 목소리엔 경외심과 공포심이 잔뜩 묻어 나왔다.


금진철이 엎드린 자세에서 양손을 들고 다시 구호를 외치려하자 계단 위 상석에 앉은 마도혁이 손을 들더니 가볍게 좌우로 까닥거렸다.


그만하라는 의미.


금진철은 마도혁의 행동을 보더니 어찌할 바를 모른 체 벌어졌던 입을 앙 다문 채 그대로 다시 오체투지 했다.


천마의 명령에 불복하는 건 곧 죽음과도 직결된 일이기에.


마도혁의 입이 벌어졌다.


“그만.”

“예. 교주님.”

“그래. 한창 바쁜 시간에 금마도가의 가주께서 어인일로 천마전(天魔殿)에 납셨는지, 이유나 들어볼까? 해가 중천에 이르러 식사시간 까지 침범한 바, 가벼운 용건일리는 없겠고 말이야.”


그렇다.


곧 점심 식사를 앞둔 마도혁은 오늘따라 느껴지는 허기짐이 컸던 바, 어서 빨리 용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다름이 아니옵고······. 이번에 새로운 인물로 바뀐 혈교 교주가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아무래도 무림맹을 와해시킨 우리 천마교의 눈치를 알아서 보는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래? 얼마나 대단한 걸 보냈기에 이리 호들갑일까? 만약 내 성에 차지 않는다면 혈교는 중원 지도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마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발목까지 내려오는 흑색의 장포가 잔잔하게 펄럭이는 가운데, 천장에서 바닥과 벽에서 음영(陰影)의 기운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천마의 직속 호위부대들이 천마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기운을 발산하고 만 것이다.


천마는 밑으로 내려가는 와중에 입만 뻐끔거렸다.


"됐다. 기감을 극대화 하고 있으니 얌전히 있도록."


일렁이던 기운이 일순 멈칫하더니 더 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뚜벅. 뚜벅.


금진철은 품안에서 작은 목함을 꺼내들었다.


그리고선 곧장 엎드린 채 양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목함을 마도혁에게 공손히 받쳤다.


어느새 다가온 마도혁은 투명하리만치 무심한 눈빛으로 목함을 주시했다.


'영약? 아니면···? 절세의 무기라도 들어있는 것인가.'


마도혁은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귀찮았는지 무릎 치 올라온 목함 위로 손을 뻗었고, 목함은 자석에 철가루가 붙듯 마도혁의 손아귀로 솟아올랐다.


덥석.


"흐음."


안에 있는 물건의 정체는 알 수 없으나, 목함 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음침하고 차가운 기운이 음기(陰氣)를 가득 내포하고 있었다.


필시 영약임에 틀림없었다. 그것도 음기가 가득 응축 된.


"혈교 교주라는 작자가 쓸데없는 걸 보내왔군. 이미 내공으로 경지를 이루다 못해 천외천(天外天) 이라 평가받는 나에게 음기가 가득한 영약을 보내다니. 쓸데없는 짓도 가지가지 하는군."


자신의 손에서 물건이 사라지자 금진철은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마도혁의 말에 답했다.


"교주님. 그 자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교주로 올라선 자입니다. 생각이 부족한 자로는 보이지 않는 바, 평범한 물건은 아닐 거라 판단됩니다. 물건부터 확인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마도혁이 목함을 멀리 던져버리려 자세를 취하다 멈칫 한다.


'그래. 금 가주 말에 일리가 있다. 그자 역시 나의 무공 수준을 짐작은 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이 목함 안에 든 물건이 마냥 평범하진 않을 터.'


"그래. 어렵게 보내온 선물을 내팽겨 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자, 그럼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잘나신 혈교 교주께서 보내온 선물을."


딸칵.


목함에 걸린 잠금 장치를 손가락으로 튕겨 떼어내자 목함의 뚜껑이 스르륵 열렸다.


목함이 열리고 내용물을 확인하자 그 안에는 태극무늬의 작은 구슬이 들어있었다. 반은 적색(赤色), 나머지 반은 투명한 옥구슬이었다.


"응? 300년 전 혈교 교주가 제조한 혈천옥(血蕆玉)? 이걸 왜 나한테?"


혈천옥.


복용자는 혈천옥에 내공을 주입하면 투명한 부분이 자신의 내공으로 채워지며 그 즉시 영약이 되는, 전설 속의 영약이다.


효험이 대단한 만큼 엄청난 부작용 등이 있지만 300년 전 혈교 교주가 그 부작용마저 최소화 시키며 영약 제조에 성공 한다.


하지만.


이미 고금제일의 경지에 도달한 마도혁에게 내공 증진은 그렇게 매력적인 부분이 아니다.


마도혁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두 가지. 바로 만독불침(萬毒不侵)과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신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막대한 내공과 깨달음으로 단단해질 만큼 단단해진 육신이지만 완벽한 경지는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금진철이 물었다.


“교주님. 그게 정말 혈천옥이 맞습니까···?”

"그렇다. 벌써 나의 내공에 반응하고 있는걸 보니 필시 혈천옥이 틀림없다."


우우웅.


혈천옥은 마치 제 주인을 만난 듯 묘한 공명음을 토해냈다.


"그렇다면 제가 호법을 서 드릴 테니 여기서 복용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금진철의 말이 끝나자 사방에서 무형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천마의 호위부대들이 진득하게 살기를 흘린 것이다.


꿀꺽.


금진철의 목구멍에 호두알 같은 침이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도 명색이 천마의 심복이자 7대 마가 중 한 곳의 수장인데, 호위세력에 기죽는 모습이 창피해서 일까? 금진철은 헛기침과 함께 말을 뱉었다.


"크흠흠! 물론 교주님의 호위부대 역시 이곳을 지키고 있으니 천마전 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금진철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채 마도혁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혈천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못난 자식이 이걸 나한테 준 저의가 뭘까? 그 자식이 혈천옥을 먹어봤자 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테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본인이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해할 수 없군.'


"금 가주."

"예. 교주님."

"그 자식이 이걸 왜 줬을까? 생각해 봤어? 무공을 수련하는 무인에게 내공 증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금 가주도 잘 알지 않은가?"


혈천옥에 사고가 정지됐던 금진철은 마도혁의 말에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아부용 선물이라 생각하기엔 혈천옥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대단했다.


'나 같으면 내가 먹고 강해지겠는데? 새로 신임된 교주는 내부 단속에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뿐만 아니라 마교와 정파를 견제 하려면 힘은 필수불가결이다.'


금진철은 오른손으로 얼굴을 한번 감싸듯이 훑으며 말을 뱉었다.


"흐음······.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복용을 멈추시고 그 후레자식을 당장 잡아다가 심문을 진행해보겠습니다. 교주님, 허락을."


금진철은 말을 하다 오체투지 자세로 바꾸며 이어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그 순간.


혈옥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도혁이 내공을 주입한 것이다.


우우우웅. 우웅.


"허락하마. 그런데 그 놈을 잡아 족치기 전에 이것에 내공을 주입해 보겠다. 물론 먹지는 않을 거야. 혈천옥의 효험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그때 복용하겠다."


마도혁의 장포가 펄럭이기 시작하더니 흑색의 기운이 마도혁의 몸에서 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 쥐어져있던 혈천옥에 내공이 주입되자 그것은 곧 광채를 발했다.


파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응? 저게 뭐지?"


마도혁의 눈앞에 생긴 거대한 검은 구멍. 그 구멍은 전기불꽃을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마도혁과 금진철은 발에 못이 박힌 듯 신기한 구멍에 넋이 나가 버렸고 그 순간 천장과 바닥이 뭉개지며 천마의 직속부대인 마영대(魔景隊)와 호검대(虎劍隊) 수 십 여명이 마도혁의 근처로 손살 같이 날아들었다. 아니, 날아드려는 순간.


차아아악!


불길함을 뿜어내고 있는 구멍에선 무형의 흑사슬이 마도혁의 손과 발을 옥죄었다.


"뭐?! 뭐냔 말이다!"


당황한 마도혁은 짧은 외마디를 외친 채 손과 발을 사슬로부터 벗어나려 애쓰지만 사슬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쉬이이이이이익.


무수한 검기와 장풍이 사슬을 향해 쇄도했지만, 무형의 사슬은 그 많은 공격들을 통과시킨 채 미세한 타격하나 입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격들은 바닥과 천장으로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금진철 역시 그 구멍을 향해 자신의 독문무공인 금마도법(僸魔刀法)을 구사했지만 모든 공격은 무용지물이었다.


천마교 최고의 무력부대라 할 수 있는 천마수호대(天魔守護隊) 대주(隊主) 양기호(梁期護)는 어떤 공격으로도 구멍과 사슬을 끊어낼 수 없게 되자 마도혁의 앞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마도혁의 몸부림도, 양기호의 육탄방어도 사슬의 움직임을 방해 할 수 없었다.


사슬이 검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차원의 문과 마도혁 사이에 있는 양기호는 무형의 기운으로 인해 튕겨나가며 벽으로 처박히고 만다.


콰아앙!


"으아아아아아!"

"교주님!"

"주군!"


그렇게 마도혁은 불가항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한 채, 고금제일마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 * *



주먹이 날아온다. 그 주먹은 곧장 마도혁의 우측 볼에 꽂혔다.


퍼억!


아프다.


누가 감히 천하제일인이자 절세 미남인 자신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단 말인가?


무림맹주?


아니다.


그놈은 무림맹이 와해되고 칩거에 들어갔으니 그놈일리 없다.


그럼 천마교내에서 항거 단체가 반발한 것인가?


“우욱! 퉤!”


입 속 비릿한 피를 한 모금 뱉어낸 마도혁.


그리고 곧장 바닥과 뽀뽀를 하며 엎어져 버렸다.


우측 볼이 짓이기며 입안에서 진한 피 맛이 느껴진다.


마도혁은 엎어진 상태에서 상체를 조금 일으킨 뒤 심복들을 불렀다.


“금 가주! 유 대주! 뭣들하나? 당장 앞에 있는 놈을 즉살하라!”

“뭐라고? 즉살? 이게 진짜 미쳤나. 죽고 싶어?!”


마도혁의 귓가에 앳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풋풋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심복들의 대답이 없자 마도혁은 기운 빠진 몸을 애써 돌린 채 일어났다.


비틀비틀.


다시 주먹이 날아온다. 느릿한 주먹인데 막을 수 없다. 마도혁은 손을 뻗어 막아봤지만.


짧다.


예상했던 부근에서 적의 주먹이 나의 손에 막혀야 했는데, 마도혁의 계산은 다 물거품이 되 버렸고 그 주먹은 곧장 나의 손 아래로 뻗혀나가 배에 박혔다.


퍼어억.


그때.


"용준아!"


누군가 나를 걱정하며 부르는 듯한 목소리.


마도혁은 그렇게 희미해지는 시야를 붙잡으려 애써 보지만, 한번 감겨버린 눈을 다시 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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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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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17 초견 24.09.02 7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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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2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8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6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1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79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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