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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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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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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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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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다시 열린 차원의 문

DUMMY

수호대가 도착한 마을은 구성원 전체가 혈교의 무인들이었다.


양기호가 떨어뜨린 소면이 혈교의 공격 신호가 된 듯 그들은 많은 인원수를 믿고 공격을 감행했다.


채애앵! 서걱!

콰아아아앙!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소리와 함께 객잔 내, 외부가 부셔지며 무인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부대주인 진유혼(震唯魂). 그의 손에서 발휘된 수라마검(修羅魔劍)의 궤적에 혈교 무인의 어깻죽지가 잘려나갔다.


"으아아아악!"

챙그랑!


검이 손에 들린 채 떨어진 그의 팔이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고 그는 왼손으로 곧장 우측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대지만 그 순간 번쩍이는 빛을 봄과 동시에 그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갈 지(之) 자로 뻗어진 진유혼의 검에 목이 잘려 나간 것이다.


천마수호대는 천마교 내에서 최정예만 가려내 뽑은 무력단체이다. 한평생 무(武)에만 치중한 전투부대인 만큼 검법, 장법, 지법 등에 능수능란했고 혈교의 무인들은 그들의 가공할 무력과 자비 없는 손속에 하나둘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한편, 양기호는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무표정을 유지하면서도 행동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수호대가 아무리 막강하다 하나 혈교의 주력부대가 온다면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그는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아 범영을 쳐다봤다.


범영의 광대뼈가 들썩이고, 볼 살과 입술이 심하게 일그러진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양기호는 표정관리 안 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수호대가 혈교 전체를 상대하긴 무리건만. 범 장로의 표정엔 다음 수가 없어 보이는군. 혈교 내부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퍼어어억!

콰다앙!


양기호와 범영의 자리 우측으로 시체 한 구가 떨어졌다. 그 시체는 수호대의 멸혈신장(滅血神掌)에 당한 듯 복부에 아이 머리만한 구멍이 뚫려있었으며 그 상처엔 강한 마기가 뿜어낸 열기에 의해 피가 말라 굳어진 채 어떠한 부산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양기호는 멈췄던 사고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은 일각을 지나 한 식경에 다다르고 있었다.


'수호대를 상대하고 있는 이들은 혈교의 말단 무인들이 분명하다. 한 식경이 지난 지금 혈교의 무력부대중 하나인 혈천검대(血天劍隊)만큼은 진작 나왔어야 옳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장한 폭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 객잔의 입구가, 아니 입구가 있는 벽면이 통 째로 부셔져 나갔다.


그리고 그 곳엔 마영대 대주 진음사와 호검대 대주 천호장이 서 있었고 객잔 주변엔 마영대와 호검대의 대원들 2,000여명 정도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범영의 얼굴은 무너져 내렸고 그의 마음은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허물어져 버렸다.


참살의 현장을 감히 마주하기 힘들었던 걸까? 모든 걸 포기한 듯 시선을 내리 깔았고 그의 양손은 힘이 다 빠진 듯 축 늘어져버렸다.


그리고 양기호의 암석처럼 굳건한 입이 일반적인 도륙의 현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만들었다.


"수호대는 납검(納劍)하라. 더 이상의 공격은 불허한다. 부상자가 있다면 밖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기습에 대비하도록."


시리도록 차가운, 어찌 보면 매 말라버린 그의 말 한마디에 수호대의 공격은 멈췄으며 내부에서 들리는 소음이란 혈교 무인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전부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마교의 새로운 이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금마도가(僸魔刀家)의 가주(家主) 금진철(僸鎭鐵)외 가문 소속 무인 3,450 명.


구월가(嶇月家)의 가주 구월영(嶇月塋) 외 2,503 명.


모휘가(眸徽家)의 가주 모휘찬(眸徽簒) 외 2,322 명.


목운가(凩雲家)의 가주 목운환주(凩雲煥主) 외 3276 명.


야혼가(夜魂家)의 가주 야혼율령(夜魂慄靈) 외 2890 명.


7대 마가 중 5대 마가의 가주들 및 소속 무인들이 속속들이 도착했으며 그 일대는 흉흉한 기운을 뽐내는 마(魔)의 기운이 객잔을 넘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중원침공을 감행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마어마한 병력들이었다.


범영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허탈하게 말했다.


"혈교를 뿌리 채 뽑아 버리려고 작정하고 왔군······. 허허."


사실 범영은 천마교에서 이렇게 까지 대규모의 병력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아는 한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


허나 그는 천마교의 병력들을 보자 모든 걸 이해하기 시작했다. 교주와 무력부대들이 한 순간 사라진 것처럼 천마교의 교주도 그렇게 사라졌다면 납득이 가는 것이다.


천마교에서 천마란 신(神)이다. 신을 믿고 따르는 존재들에게 믿음이 없어진다면 그들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진배없었다.


터벅 터벅.


금진철, 구월영, 모휘찬, 목운환주, 야혼율령이 뻥 뚫린 객잔 입구를 지나 양기호와 범영이 있는 자리로 모여들었다.


중간에 혈교 무인들이 들어서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가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성격 급한 모휘찬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양 대주. 고생 많았소. 그나저나 혈교의 병력이 이게 다요? 주력부대들은 다 어디 갔소? 설마 그 사이에 수호대가 다 처리하진 않았을 진데."

"모휘 가주님. 그들은 애초부터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말단의 무인들만 존재 하는 것이, 혈교에 분명 문제가 발생한 듯합니다."


야혼율령이 아무런 희망도 없는, 흡사 말라버린 식물과도 같은 모습을 한 범영에게 물었다.


"혈교주는 어딨소? 그리고 변체환용술(變體換容術)은 언제 까지 유지할 참이오? 우리가 그 더러운 껍데기 뒤에 감춰진 진짜 얼굴을 못 볼 것 같소?"


날카로운 인상의 야혼율령이 칼날 같은 눈빛을 더욱 예리하게 뜨며 범영을 노려보자 범영의 얼굴이 바뀌기 시작했다.


피부의 색이 바뀌고 눈과 코, 입술의 크기가 줄어들고 커지더니 순박했던 마을 촌장의 모습에서 냉혹한 사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객잔 내부와 외부에서 죽어간 혈교의 무인들을 힐끗 보더니 허탈함을 나타내며 야혼율령의 말에 답했다.


"교주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도 궁금하오."


실내를 무겁게 만드는 범영의 말에 모두가 일순 말을 잃은 채 벙 찌고 말았다.


일 각 뒤.


야율가와 모휘가만 마을에 남은 채 나머지 병력들은 복귀를 결정한다.


이유야 아직 명확하진 않았지만 혈교는 내부가 무너져 있었고 일부의 병력들만 남아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천마교 내부에 2개의 가문이 남아 그곳을 지키고 있다고 하지만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 양기호가 복귀를 언급했고 가주들도 이에 동의하자 일사천리로 인원을 나눠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인원수는 가장 적지만 최정예들로만 이루어진 천마수호대가 먼저 출발 하였고 그 뒤로 마가(魔家)의 세력들과 마영대, 호검대가 뒤를 이었다.


엿 새 뒤.


천마수호대가 천마교에 도착하고 그들은 천마교가 무탈 하자 안도의 한 숨을 내쉰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자리를 비운 소식이 다른 세력에게 들어가게 된다면 기습을 당할 수도 있기에 걱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천마의 호위만을 일삼았던 그들은 양기호에 의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것은 바로 무공수련이었다.


그들은 이미 나름의 경지에 도달해있었고 깨달음을 요하는 수준이기에 천산 곳곳에 숨어들어 무공 수련을 시작했다.


한편, 양기호는 천마전에 들어섰다.


그에게 천마는 단순히 주군과 신하의 개념이 아닌 절대적 존재이기에 천마의 부재는 양기호에게 크나큰 정신적 공백을 불러일으켰다.


'주군. 중원에 있는 모든 전각을 부수고, 흙바닥을 뒤집어서라도 반드시 찾아드리겠습니다.'


양기호가 천마전 중앙에 서서 천마의 옥좌(玉座)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군을 수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무치는 미안함이 그의 무릎을 바닥에 닿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기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그의 앞에 검은 전기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마치 그날의 그 모습처럼.




* * *




쉬이이익.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최용준은 곧장 자세를 가다듬고 경공을 펼 칠 준비를 한다.


천마비룡술(天魔飛龍術).


극성에 다다르면 지상에서 한 자 높이로 떠 있을 수 있으며 하늘과 땅의 경계선이 허물어 진 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허공답보(虛空踏步)를 능가하는 천마의 기예다.


하지만.


지금은 부족한 내공 탓에 한 번의 발걸음에 고작 4-5장 밖에 이동 할 수 없었다.


최용준이 경공을 펼치며 산 속에 들어서자 산 중턱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호. 이것 봐라?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이 아닌데? 이곳에도 요괴가 나타난단 말인가?'


중원에서는 구경도 못해봤던 요괴를 한국에서 맞이하게 되자 이상한 기분이 드는 최용준이었다.


내심 그것이 사람이 뿜어내길 바랐던 것이다.


그가 발걸음을 옮겨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이 부근인데. 어디냐?'


그의 앞에는 약 10척 정도 되 보이는 커다란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사악한 기운의 발원지가 그 소나무였던 것이다.


소나무를 유심히 쳐다보던 최용준의 눈에 이상한 것이 밟혔다.


'소나무 몸통에 꽃이 폈다? 뭔가 이상한데?'


어둠 속에서도 존재감을 나타내듯 그 꽃은 총 5개의 꽃잎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색이 다 달랐다.


'뭐야? 세상에 이런 꽃이 있나? 보라색, 흑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최용준이 꽃을 유심히 보는 찰나.


쉬이이이익. 퍼어억.


꽃에서 암수 두 개가 채찍을 휘두르듯 최용준을 덮쳤다. 무방비 상태에서 멍하니 있다가 턱과 복부를 맞고 쓰러진 최용준.


"어억! 쿨럭."


복부를 맞고 내상을 입은 듯 그의 입술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소매로 입을 닦지도 못했다. 꽃은 최용준에게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듯 재차 공격을 감행했고 그는 곧바로 천마지존보(天魔至尊步)를 시전 하여 가까스로 피 한 뒤 커터칼을 꼬나쥐고는 곧장 공격에 나섰다.


쉬이익. 쉬이이익.


꽃의 암수가 다가오는 최용준을 방해했지만 천마지존보를 시전 한 그는 무게중심으로 부터 자유로웠기에 날렵하게 움직이는 최용준을 잡을 수 없었다.


찌이이이익.


위로 도약하자 암수 하나가 최용준의 어깨를 스치며 옷을 찢었다. 그리고 커터칼에 내공을 주입한 채 사선에서 아래로 칼을 내뻗은 최용준.


'됐다. 넌 끝났어! 이 새끼야.'


꽃이 잘려나가는 게 명백한 상황. 그러나 커터칼의 날이 꽃에 닿자 흡사 쇠붙이 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그의 몸은 튕겨 나갔다.


채애앵!

철퍼덕!


"뭐···. 뭐야 이거. 식물 아니야? 뭔데?!"


최용준은 매섭게 다가오는 암수를 굴러서 피한 채 왼 손을 뻗어 암수를 잡았다.


그러자 암수는 최용준을 떨어트리려는 듯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졌고 그 순간 최용준의 기지가 발휘됐다.


부우우웅!


위로 솟구친 최용준은 칼날에 내기를 응집하여 꽃이 붙어 있는 소나무 몸통에 작은 검기(劍氣)를 쏘아댔고 밑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검기가 소나무를 베자 붙어 있는 꽃까지 같이 떨어져 버렸다.


그러자 쥐고 있던 암수가 흐물흐물 해지며 손이 자유롭게 된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안전하게 착지 했다.


고개를 들자 소나무에는 더 이상 꽃이 기생하지 않았고 그 꽃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연기를 내뿜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최용준.


"으헤헤헤. 뭐야 이거. 별거 아니었잖아?"


위기의 순간을 여러 번 맞은 것 치고 허풍이 꽤나 들어간 최용준이었다.


"응? 너 왜 울어? 꽃이 죽어서 슬프냐?"


주머니속 혈천옥이 묘한 진동을 내며 울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우우웅.


주머니에서 혈천옥을 꺼내자 꽃에서 나온 연기가 혈천옥에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용준은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손으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연기를 흡수한 혈천옥이 차원의 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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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한국으로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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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5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5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17 초견 24.09.02 70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7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5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5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2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8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6 5 12쪽
»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79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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