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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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827
추천수 :
60
글자수 :
123,212

작성
24.08.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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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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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DUMMY

천마전 내부에서 옥좌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던 양기호는 두 눈이 커질 대로 커지며 몸에 작은 경련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 아니?”


짧은 외마디를 외친 그는 크기가 쌀 톨 만 한 차원의 문을 보고 있었고 어정쩡하게 일어나고 말았다.


"무슨 일 이란 말인가. 설마 주군께서 다시 중원으로 돌아오시려는 징조란 말인가?"


검은 전기불꽃이 점점 거세지며 차원의 문도 덩달아 커지기 시작했다.


문득 불안함이 들었던 양기호는 우측 손으로 검병을 잡고 자세를 낮추며 기수식을 취했다.


현재 천마전 내, 외부에 호위세력은 물론 7대 마가 중 다섯 개의 마가가 부재중인 상황이다.


천마가 차원의 문을 통해 건너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 펼쳐지겠지만 이것은 추측일 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꿀꺽.


양기호는 점점 커지는 차원의 문을 보며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쌀 한 톨만 했던 차원의 문은 점점 커지더니 어린아이의 손만큼 커졌고 그것은 조금씩이지만 계속 부피를 확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뭐가 보이는데···? 눈?! 사람 눈이 대체 왜···?"


작은 틈으로 사람 눈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차원의 문은 이제 어린아이의 머리만큼 커졌으며 그곳에서 한 아이를 마주하게 됐다.


그런데······.


"양 대주?! 양 대주!"


그 작디작은 구멍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하지만 그 소리는 희미하게, 모기의 비명만큼 작게 양기호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조심스레 차원의 문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한편, 사악한 기운에 물든 무방(舞謗)꽃을 해치운 뒤 혈천옥을 꺼내들었던 최용준은 전기불꽃을 사방으로 튀기며 생성 된 차원의 문을 넋이 나간 채 쳐다보고 있었다.


"혈천옥이 요기(妖氣)를 머금더니 차원의 문이 열렸다. 이거 참······."


최용준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너무 기쁘고 흥에 겨운 나머지 광대뼈가 하늘로 불끈 솟더니 허리를 뒤로 젖히며 웃기 시작했다.


"우하하하하하. 흐하하하하하하하. 케켁. 에취."


너무 웃다 사례가 걸린 듯 목이 막히며 기침을 하는 최용준.


어찌됐건 그는 곧장 차원의 문 앞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차원의 문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크기가 갖춰지자 그 안에서 익숙한 공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마전······."


그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천마전. 그 친밀한 장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장에 박힌 야명주와 갖가지 보석들. 그 보석들은 야명주가 발하는 빛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보석들이었다.


그리고 벽에는 아수라의 그림들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것은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자신의 안위를 책임지는, 천마교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천마수호대의 장이 눈에 들어왔다.


'양기호······!'


최용준은 곧장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양 대주?! 양 대주!"


그 조그마한 구멍 틈으로 보이는 양기호는 차원의 문을 향해 기수식을 취 한 채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빨리 와서 나를 구해주지 못 할망정 저리 늦게 온단 말인가!'

"양기호! 빨리 와라! 빨리 와서 나를 당겨라! 뭣하나?!"


최용준은 답답한 마음에 목청이 터져라 외쳤건만 양기호는 더욱 조심하는 듯 했다.


양기호 입장에서 앞에 보이는 꼬마아이가 천마 마도혁이라고 꿈에도 알 리 없었다.


만마를 굴복시키고 무림맹을 와해시킨, 헌앙하고 강력한 통솔력을 가진 마도혁과 도저히 조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구멍에 가까이 다가온 양기호가 최용준에게 물었다.


"넌 누구냐? 야심한 밤에 왜 이곳을 보고 있는 것이지? 이실직고 하지 않는다면 그 모가지가 바닥으로 나뒹굴 것이다."


양기호의 말은 어조가 굴곡 된 채 차원의 문을 통하여 전달되었지만 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은 최용준은 넋이 반쯤 나가버렸다.


양기호를 보자, 현재의 모습을 망각한 채 그를 불렀던 것을 인식한 것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설명할 길이 없는데.


최용준의 시야에 차원의 문이 점점 작아는 게 보였고 다급해진 그는 양기호를 꾸짖음과 동시에 닦달하기 시작했다.


"양 대주! 주군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 나다, 천마!"


익숙한 말투. 그리고 천마전을 바라보는 눈빛과 자신을 쳐다보는 표정은 여지없이 마도혁의 그것과 흡사했다.


양기호의 입이 조심스레 열렸다. 믿기지 않는 말투와 함께.


"주··· 주군이십니까? 정말 주군 맞습니까?"

"그래! 나다! 내가 팔을 뻗을 테니 어서 나를 잡고 끌어다오. 구멍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 뭐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원의 문 안으로 손을 넣은 최용준. 그러나 그 손은 천마전 내부로 통하지 않았다.


양기호 역시 차원의 문 안으로 손을 넣어보지만 최용준의 손을 맞잡을 수 없었다.


"이런 제길! 제길! 으아아아아아!"


최용준 분에 찬 듯 포효했고 그의 목소리에 내공이 자연스레 담기자 야생동물들이 화들짝 놀라 움직이는 소리가 야산에 메아리 치고 말았다.


"이 거지같은! 양기호! 다시 나를 잡아봐라! 얼른!"


차원의 문에서 손을 뺀 최용준은 다급히 말을 뱉더니 곧장 손을 다시 넣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주군! 어찌합니까."


허탈한 양기호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공간만 보일 뿐 신체는 통과 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차원의 문은 더 작아지고 있었고 이제 팔 하나를 집어넣으면 꽉 낄 정도로 작아져버렸다.


"으으···. 으아아아!"


화를 못 이겨 땅을 발로 찬 최용준. 그러자 흙먼지가 차원의 문 안으로 들어가고 그 흙은 작은 돌멩이와 함께 고스란히 양기호의 얼굴로 떨어졌다.


"에취! 주군! 흐··· 흙이 통과 되는 것 같습니다만?!"


돌을 코에 맞고 코피를 흘리는 양기호. 그리고 그 순간 최용준의 고개가 번개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혈천옥에 내공을 불어넣는 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최용준은 영약부터 찾았다.


"양 대주! 시간이 없어. 천마비고 까지 갔다 오면 이미 늦는다. 내 의자에 가서 방석을 들어봐라! 그 안에 작은 통이 있다. 그걸 가져와라! 빨리!"


그 통에는 마도혁이 간식으로 먹던 영약, 흑청단(黑靑丹)이 들어있었다. 지금 수준이라면 심심풀이로 먹던 그것이 큰 도움이 될게 확실했다.


마도혁의 지시를 받은 양기호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다시 나타났다.


엄청난 속도로 인해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임무를 완수한 것이었다.


양기호가 작은 통을 차원의 문으로 던졌고 그 통은 최용준에게 전달되었다.


"좋았어! 이게 어디냐. 그리고 또······."


그리고 최용준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팔뚝만 했던 차원의 문은 어느새 손목만 들어갈 정도로 작아지고 말았다.


'뭐를 요청하지?! 아! 천마검(天魔劍)이랑 돈! 천마검을 가져오라 하기엔 너무 늦다.'


"양 기호! 옷을 벗어라!"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양기호는 어이없는 천마의 말에 일순 대답을 못했다.


"주··· 주군. 이 급박한 상황에서 대체···."

"너 뭘 생각하는 것이냐! 네가 가진 옷이랑 전낭(錢囊) 내 놔!"


답답한 최용준은 고함을 바락바락 질렀다. 차원의 문은 이제 구겨진 옷마저 통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만큼 작아지려 했기에.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양기호는 마도혁의 말을 이해하자마자 빛의 속도가 무색할 정도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의 장포와 무복엔 천마수호대의 상징인 흑룡과 천마교의 상징인 아수라가 황금으로 수놓아져 있던 것.


그리고 양기호는 찰나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천장으로 박차 올랐다.


양기호의 손이 허공에서 가로로 휘둘러지자 천장에 박혀있던 야명주와 보석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수수수수수.

터억. 터어억.


그리고 그는 곧장 옷을 구긴 채 전낭과 함께 차원의 문 속으로 던졌고 바닥에 떨어진 보석들을 손에 잡히는 데로 마구 던져버렸다.


툭 툭.


툭 툭.


최용준은 차원의 문 옆에 서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보석들을 보자 광대뼈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지직.

슈우우우우웅.


결국 차원의 문은 닫혀버렸고 양기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아주 작게 메아리 쳐 왔다.


"주군!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때 동안 강녕하십시오!"


몇 시간 뒤.


최용준은 교실로 들어갔지만 그곳엔 불이 꺼진 채 아무도 없었으며 다른 반 학생들도 모두 기숙사로 복귀 한 것 같았다.


최용준이 속한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섭혼술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현실로 돌아왔을 것이다.


최용준은 본관을 빠져나와 기숙사로 발걸음을 향했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다음 날.


오전 7시에 기상한 최용준은 오랜만에 단 잠을 푹 잔 듯 개운해 보였고 같은 방을 쓰는 애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방은 총 4인이 쓰고 있었으며 모두가 최용준과 동갑내기 들로 특이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난한 학생들이었다.


3명 중 두 명은 먼저 밥을 먹으러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때 최용준보다 조금 작은 한 사내아이가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 너 최용준 맞지? 어제 늦게 온."

"어···. 맞아. 반갑다."

"난 김진묵이야. 너 어제 자습 중에 어디 갔었어? 끝나고 너만 안보여서 선생님이 엄청 찾았어."


아마도 섭혼술이 풀리고 인원체크를 한 게 분명했다.


"끄응···. 그래? 나 화장실에 있었지, 배가 아파서. 그거 말곤 별 일 없었나?"

"응. 별일은 없었는데,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나신 거 같아. 말도 없이 화장실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니···. 아무튼 있다가 말 좀 잘해봐."

"알겠어. 말 해줘서 고맙다."

"오늘 아침 먹고 체조한데.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식당은 지하1층에 있다네. 다른 애들은 먼저 내려갔어."

"그래? 가자, 밥 먹으러."


그렇게 최용준이 기숙학원에서 처음으로 인사한 김진묵과 같이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 밥을 먹은 뒤 운동장에 모여 체조를 하고 교실로 복귀했다.


최용준의 담당선생은 용준을 보자 화가 잔뜩 난 듯 성난 어조로 말을 뱉었다.


"최용준! 너 어제 어디 갔었니? 대체 첫 날부터 말도 없이 어딜 싸돌아다닌 거야?"


선생님의 꾸짖음에 천하의 천마도 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어린 학생이었기에.


"끄응. 어제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에 좀 오래 있었어요. 교실로 와보니까 아무도 없더라고요. 다음부터 조심할게요."

"그래, 이 녀석아. 배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고 갔어야지. 앞으로 조심 좀 해라."

"네."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최용준은 사실 다른 생각에 속으론 웃고 있었다.


어제 밤 양기호가 건네준 각종 보석들과 전낭, 영약에 들 뜬 것이다.


'히히. 오늘 밤 흑청단을 먹고 나서부턴 들킬 일 없을 테니까, 안심 하슈. 흐헤헤헤.'


어느새 조금씩 이 세계에 적응하고 있는 마도혁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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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6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17 초견 24.09.02 71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6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6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7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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