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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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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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1
추천수 :
60
글자수 :
123,212

작성
24.08.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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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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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DUMMY

금방나라 주인 강덕은 고개를 휘젓고 말았다.


이 금자는 진품의 금으로 만들어진 물품이 확실했다. 게다가 금자에 새겨진 용과 봉황의 문양이 예사롭지 않은 바, 그의 머리는 팽이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금의 시세로 봤을 때 이 금자라는 건 최소 500만원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만약 이 물품이 700년 전 물품이라면? 1000년 전이라면? 그 가치는 못해도 몇 배는 더 된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강덕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여기서 표정을 드러내는 건 삼류나 하는 짓. 그는 최용준과 김영호를 무심히 쳐다봤다. 그들은 다른 또래들과 다를 게 없이 장난치기에 정신이 없어보였다. 사실 그것은 최용준의 일방적인 괴롭힘에 가까웠지만.


한편, 최용준은 김영호의 등을 두들기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왜냐고?


주인장의 방심을 유도해야지. 분명 어느 순간 본심이 들어나는 표정이 있을 게 확실했으니까.


최용준은 김영호와 노는 것처럼 위장했을 뿐 눈과 마음은 온통 강덕에게 향하고 있음을 강덕은 눈치 채지 못했다.


‘이들이 이것을 어디서 났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금자라는 건 300만원을 주고···. 아니야, 저놈이 이걸 들고 옆 금은방으로 갈 수 있으니 금값만 쳐줘서 500씩 주자. 그리고 나는 이걸 경매에 붙인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강덕은 순간 입 꼬리가 실룩거렸고 용준은 그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했다.


‘호오. 이것 봐라? 역시는 역시군. 어린이가 왔다고 한 건 해먹을 수작이지? 어디서 개수작이여!’


강덕은 금자를 치우고 최용준이 가져온 보석을 살펴봤다. 먼지가 가득히 쌓여있는 보석을 손수건으로 털어내기 시작했다. 흡사 유리구슬처럼 보이는 보석들.


'이건 뭐지? 애들 장난감인가? 별거 아니겠지.'


그는 혹시 몰라 장갑을 낀 손으로 조심히 보석을 집은 뒤 전자현미경으로 감정을 시작했다.


'다이아몬드군······ 응? 다이아?!'


그렇다. 최용준이 가져온 보석은 다이아몬드였던 것.


'굉장히 순도가 높은데다가 하트 컷 이구나······. 이렇게 큰 다이아를 보다니······.'


강덕은 이제 결심을 해야 했다. 감정은 끝났으니까.


"허허. 손님. 이 금덩이는 개당 500만원씩 쳐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시세로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 보석은 사실 보석이라기 보단 유리구슬 장난감인 것 같습니다. 금자가 10개이니 5천만 원 정도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처분 하시겠습니까?"


이제 저 어린이가 넘어온다면 용돈개념으로 몇 푼 주어주고 다이아를 획득할 생각인 강덕은 머리에 온통 엔돌핀이 가득했다.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강덕!


그러나 그 엔돌핀과 핑크빛 미래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 그니까 금자 하나 당 500만원 이고 이 장난감은 값어치가 없다? 이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어느새 존대를 쓰는 강덕의 모습은 누가 봐도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태도였다. 게다가 아까 본 음흉한 미소를 떠올리자 최용준은 섭혼술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최용준은 짐짓 놀란 듯 되물어보며 다시 한 번 주인장의 말을 확인했다.


"진짜 이게 개당 500만원이고 이 보석들은 장난감이라고 하셨죠?"

"허허, 손님. 금은방 경력 30년입니다. 시세대로 쳐주는 거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흐. 그래요오? 진짜로오? 어디서 약을 팔아! 천마전에 가품의 보석이 있을 리 없잖아!"


최용준의 눈빛이 순간 짙은 회색과 검은색으로 변했고 용준을 마주한 강덕은 본인의 의식이 끊어짐을 느끼지도 못한 채 멍해지기 시작했다.


천마환희소의 수법에 걸려든 것. 최용준의 눈빛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야, 김영호. 너 잠깐 나가있어."

"응? 왜?"

"아, 나가라면 나가있어. 너 탕수육 말고 자장면만 먹고 싶은 거냐? 앙?"

"칫······. 엄청 치사하네.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아아, 알겠어. 째려보지 마. 나갔다 오면 될 거 아냐."

"그래. 10분만 있다가와."


딸랑.


문을 열고 김영호가 나가자 최용준의 심문이 시작됐다.


그는 금자를 들더니 물었다.


“솔직히 말해. 이거 얼마야?”

“금의 가치만 봤을 땐 500만원이 맞지만 그것의 생김새는 고대 중국의 물품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래서 실제 가치는 얼마일지 모르나, 경매로 팔게 될 경우 몇 배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이러면 얼마나 좋아. 그럼 내가 섭혼술 따위를 시전 했겠어? 앙? 그리고 이 보석, 얼마야?"


강덕은 순간 멈칫했다. 정확히 얼마 일지 추정조차 하기 힘들었기에. 그래도 명령은 명령이기에 그는 그의 생각을 여지없이 밝히기 시작했다.


"이 보석은 하트 컷 다이아몬드로써 값어치를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굉장히 순도가 높으며 크기 또한 큽니다. 참고로 하트 컷 다이아몬드 같은 경우 다른 다이아몬드와 비교 했을 시 같은 중량이라도 더 비싼 보석입니다."

"뭐라는 거야?"


최용준은 하트 컷이니 순도니 하는 것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가격이 궁금 할뿐. 비호사와 싸우면서 해진 교복과 가방을 새로 사야했다. 그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한번 후비더니 다시 강덕에게 물었다.


"난 그딴 거 잘 모르겠고. 예상 가격이라도 있을 거 아냐. 예상 가격만 말해."

"그···. 값어치를 매기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말씀 드리자면 최소 억 단위로 예상되긴 합니다······."


아직은 이곳의 화폐가치가 크게 와 닿지 않았기에 대충 '큰 금액'이라고 인식한 최용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그래. 이 금자보다 비싼 거잖아, 아무튼. 근데 그걸 장난감이라고 속여?! 양심을 팔아도 적당이 팔아먹어야지. 쯧쯧."


기숙학원에서의 일을 잊어먹은 최용준.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어찌됐건 금자랑 보석이랑 팔아줘. 얼마나 걸릴까."

"경매장만 잘 찾으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합니다.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처분해 드리겠습니다."


최용준은 궁금증이 해결되자 다시 말을 높이기로 생각했다. 하마터면 사기를 당할 뻔 했지만 어쨌든 이 양반으로 인해 물건을 판매할 예정이니까 고마움도 조금은 있었기에.


"그래요, 그래요. 좋습니다. 근데 내가 택시비가 아까 54,320원이 나오는 바람에 용돈이 없거든요. 금자 10개 먼저 최소값으로 지불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5,000만원을 어떻게 드릴까요. 수표로 드릴까요?"

"끙···. 그 흰색 종이 말하는 건가? 그녀가 그걸 쓸 때면 종이 뒤에 뭔가를 적던데······. 불편하게 시리. 그냥 만 원 짜리 로 줘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강덕은 구석진곳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그곳엔 금고가 위치해있었다.


20분 뒤.


딸랑.


"흐흐흐. 흐흐헤헤헤."


강덕은 만 원짜리가 부족해지자 오 만 원 짜리 지폐를 섞어서 지불했고 그렇게 그 돈은 복 주머니로 들어가고 말았다. 물론 용돈으로 쓸 돈을 주머니에 넣어둔 채.


강덕의 마지막 말이 용준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금자는 금자대로 보석은 보석대로 경매로 넘길 것이고 처분이 되는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이 무복도 처분해보겠습니다."


최용준은 혹여 강덕이 사기라도 칠까 섭혼술로 마음까지 조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세계로 와서 삼은 첫 부하가 금은방 주인이라니. 인생사 새옹지마였다.


"용준아. 끝났어? 네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잘 된 거야?"

"흐흐. 그래, 그래. 동파······. 아니 탕수육 먹으러 가야지? 탕수육 할아비라도 못 사줄까. 흐흐."


그렇게 그들은 가장 비싸 보이는 중식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주말은 빠르게 흘렀고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침대에 누워 운기행공을 하던 최용준은 눈을 뜨며 사색에 잠겼다.


'꾸준한 내공심법과 흑청단으로 내공이 증진되었다고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혈천옥에 내공을 불어 넣어봤자 기별도 안 갈 터. 그 빌어먹을 꽃을 찾아봐야겠군. 그나저나 이 세계엔 무공도 없건만 요괴가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만 하구나.'


최용준은 알지 못했다. 차원의 문이 열리며 시공간에 균열이 발생했고 그 균열의 틈으로 갖가지 요기(妖氣)들이 함께 이동 했다는 것을.


"다시 그 빌어먹을 구멍이 열린다면 영약과 천마검을 요구해야겠다. 그리고 금자도."


용준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문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한수아였다.


"용준아, 혼자 방에서 뭐라고 중얼 거리는 거니? 나와서 밥 먹으렴. 오늘부터 첫 수업이잖아. 든든히 먹고 학교 가야지."

"네, 알겠어요. 금방 나가요."


최용준은 간단히 답한 후 문을 열고 나섰다. 귀여운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잠옷은 어느새 최용준이 가장 먼저 찾는 옷이 되었다.


최현수가 말을 건네 왔다.


"얼른 먹고 학교 가거라. 공부도 열심히 좀 하고."

"네엡."


아침부터 공부 얘기를 하는 최현수. 그걸 또 귓등으로 듣고 대답하는 최용준이었다.


식탁엔 여전히 건강식이 올라와 있었고 편식이 없는 최용준은 밥을 후딱 해치운 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향했다.


더러워진 교복과 가방은 주말에 새로 구입했기에 깔끔했으며 그의 교복 주머니엔 돈이 가득했다.


"용준아, 아버지가 데려다 준다고 하던데. 또 그냥 갈거니?"

"네. 앞으로도 혼자 갈 거니까 이제 안 물어보셔도 되요."

"그래, 알겠구나. 조심히 다녀오렴."


끼익.


옥상으로 향한 그는 곧장 경공술과 함께 은신술을 시전하며 학교로 향했다.


쉬이이이이이익.


차가운 아침 공기가 최용준의 온몸을 훑었다.


10분 뒤.


쿠우웅.


학교 뒤편에 위치한 언덕에 착지한 최용준은 늘 그렇듯 손을 두 번 정도 털어낸 뒤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려가던 도중 인기척을 발견한 최용준은 은신술을 펼치며 움직임에 신중을 가하기 시작했다.


'네 명?'


네 명의 인기척이 그의 기감에 감지되었던 것. 최용준은 발소리마저 죽인 채 그들의 근처로 향했다.


"기환아, 네가 정말 한 번도 그놈을 못 때렸다고?"


며 칠 전 시비를 걸던 도기환이 보였고 그 주변으로 세 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어 대담을 나누고 있었다.


"주먹과 발길질을 모두 피하더라. 난 그놈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어. 마지막엔 몸을 날려 덮쳐도 봤지만 소용없었고······."


도기환은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발길질이 검지에 막혔다는 말을 했다간 미친놈 취급 받을게 뻔 했으니까. 게다가 눈빛에 겁을 먹고 교실 청소를 대신 했다는 말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도기환과 그들은 모두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던 사이였으며 나름 운동과 무술을 배우면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녔던 것.


도기환의 앞에선 이들은 차례대로 김기춘, 박송하, 김덕영 이었고 모두 3반으로 배정받은 이들이었다.


박송하가 물었다.


"기춘아, 어떡할래? 하교 시간에 그 최용준이라는 놈을 좀 봐야하지 않겠어?"

"기환이는 나 다음으로 싸움을 잘해. 그런데 기환이가 손도 못쓰고 당했다고 하는 거보니 탐색을 좀 해봐야겠다. 그 뒤에 담가도 늦지 않아."


그들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던 최용준의 한쪽 광대뼈가 승천을 하고 말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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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한국으로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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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6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6 2 12쪽
17 초견 24.09.02 71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6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100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6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6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10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7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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