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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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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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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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1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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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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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초견

DUMMY

한 진돗개가 나지막한 언덕을 넘고 있었다. 생후 3개월 쯤 되었을까?

귀 끝은 살짝 쳐졌으며 새하얀 눈을 연상케 하는 털과 모습은 영락없는 새끼 진돗개였다.


허나, 그 강아지에겐 특이점이 있었는데, 이마엔 불꽃 마크처럼 오색(五色)의 털들이 붓으로 찍어놓은 듯 세로로 그 흔적이 있었으며 이마 양쪽엔 작은 뿔이 뾰족하게 튀어 나와 있었다.


그 강아지는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고 있었고 꼭대기에 다다르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작은 돌부리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데굴데굴.


"악."


콩.


새끼 진돗개는 자신의 몸을 제어 할 수 없었는지 속절없이 굴러 떨어졌으며 머리가 나무에 부딪히면서 움직임이 멈춰들었고, 몇 바퀴 더 구른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머리와 온몸이 쑤셨는지 쌓인 낙엽들을 쿠션삼아 온몸을 비틀며 통증을 완화시키는 강아지였다.


통증이 잦아들자 새끼 진돗개는 양반자세로 앉더니 앙증맞은 손으로 곧장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프다멍······."


요괴 초견. 진돗개 새끼와 흡사하게 생긴 강아지는 요괴였으며 혈천옥이 뿜어내는 기운에 이끌려 건북중 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초견은 그저 그리웠다. 따뜻한 어미의 품이. 안락하고 그리운 고향의 냄새가.


그리고 그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하기를 여러 날. 드디어 코 앞 까지 당도하게 된 것이다.


초견은 울타리 건너 위치한 학교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저곳이다멍······. 고향의 냄새가 나는 곳···. 따뜻한 품이 나를 반길 거다멍···."


초견은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머금곤 곧장 울타리로 향했고 따뜻한 기운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까워지고 있다멍."


그 순간 초견은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존재를 마주치고 말았다. 그 존재에서 익숙한 냄새가 흘러나왔고 초견은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웠다멍······!"



* * *



한편, 용준은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김정의 말에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요기가 느껴졌는데, 그 기운은 차원의 문을 열어줬던 무방꽃과 흡사 했기 때문이다. 비호사와는 확연히 다른 기운.


용준은 그 요괴를 잡는다면 차원의 문이 다시 열릴 것이라 확신했다.


김정을 옆으로 밀친 채 뒷문으로 달려가는 용준은 식당으로 이동하려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으며 학교 밖으로 향했다.


용준은 헐레벌떡 뛰어가며 복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고, 옷소매 안으로 단검을 숨겼다. 강덕에게 요청한 단검이 어제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도착한 것이다.


'학교 뒤? 언덕 부근이다. 기다려라, 얼른 죽여주마!'


골목을 돌자 울타리가 보였고 울타리 안쪽으로 유난히 희고 고운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개······ 새끼?"


욕인지 강아지를 말하는 건지 애매한 어투로 말을 뱉은 용준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다.


몇몇 학생들이 각자 무리를 지어 장난을 치거나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


용준은 이미 내기를 순환하며 온몸에 내공을 분산시켜둔 상태. 그의 무릎이 올라갔다 바닥을 향해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의 움직임은 고요했지만 결과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쿠우웅!


대지를 짤막하게 울리는 진동이 울리고 용준의 발끝에서 발생한 기파가 동그란 원을 그리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수다를 떨고 있는 2학년도, 빵과 우유를 먹던 3학년과 근처를 지나가는 동급생까지. 기의 여파가 발생된 근원지를 쳐다봤고, 얼마 뒤 그들은 모두 용준을 등진 채 뒤를 보기 시작했다.


"넌 뒈졌어. 죽이고 검은 구덩이를 다시 열고 말테다."


용준은 왼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오른손에 든 단검을 어깨높이로 들었다. 그리고 좌측 사선으로 떨어지는 단검에서 검기(劒氣)가 발현되고 그 검기는 울타리를 찢었다.


그 순간.


"그리웠다멍······!"


초견은 찢어진 울타리가 엄마의 품으로 안내하는 길로 보였으며 앙증맞은 발로 힘차게 뛰어나갔다.


"뭐··· 뭐야? 말을 해? 요괴가 인지(認知)를 하고 있단 말인가!"


용준은 말을 길게 할 수 없었다. 꼬리가 헬리콥터의 날개처럼 빙빙 돌아가며 고개까지 돌리고 오는 초견을 죽여야 되나 살려야 되나 고민을 거듭했던 것.


아무리 살기가 없다 해도 요괴는 요괴다. 용준은 달려오는 초견을 피한 채 옆으로 돌아섰다.


초견은 용준의 품을 향해 뛰어올랐으나 피해버린 용준 덕분에 허공을 껴안은 채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쿵!


"아프다멍···. 아까도 머리 다쳤다멍···."


초견은 엎어진 자세로 이마에 두 앞발을 얹으며 몸을 떨어댔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기운을 찾았건만 그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을 가진 이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초견은 그간 비와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버텨왔던 순간이 떠올랐는지 서러움이 폭발하고 말았다.


"서럽다멍. 나를 왜 피하는 거냐멍."


용준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초견을 멀뚱히 쳐다봤다. 사람이 아닌 존재와 대화를 하는 것은 중원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는 곧 정신을 차리며 초견을 향해 말을 건넸다.


"너······. 요괴 아니냐? 공격 안 해? 네가 공격을 해야 내가 죽일 거 아니냐."


초견은 이마에 올렸던 앞발을 내린 채 용준을 조심스레 쳐다봤다. 초견의 투명한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고 서운함을 잔뜩 담아 답했다.


"내가 왜 공격 하냐멍! 나는 그저 따뜻함을 찾아 왔다멍!"


의아함을 느낀 용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혈천옥을 꺼내들었다. 혈천옥은 반이 적색이었고 반은 투명한 부분이다. 그 적색으로 가득 채워진 것이 뭔지 몰랐으나 그의 예상이 맞다 면 이 요괴는 혈천옥에 끌려 온 것이 틀림없었다.


혈천옥을 보자 초견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간절함과 그리움으로 물들었다.


한편, 용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다. 무방꽃과 똑같은 색이 초견의 이마에 새겨져 있었으며, 분명 그것과 유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기에. 초견을 죽여야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 상황.


'설마 이 자식도 나처럼 차원을 이동한 건가? 그래서 혈천옥을 본능적으로 찾아온 거고? 이거 참···. 죽여야 하는데······. 분명 양 대주가 천마검과 영약을 잔뜩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터.'


마음을 다 잡은 용준은 단검에 기운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천마검과 영약이 더 중요하다.


영약을 섭취하여 내공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래야 혈천옥에서 새어나오는 내공보다 더 많은 내공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용준의 단검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수학 선생인 안미선의 눈에 한 학생이 밟혔다. 맨 뒤 창가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한 채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길 한참이었던 것이다.


안미선은 일부로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집중 시켰다.


"흠흠!"


다른 학생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건만 그 학생만큼은 사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화가 난 안미선은 곧장 그 학생을 불렀다.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어보라고 시킬 생각.


"거기. 맨 뒤 창가자리에 앉은 학생?"


그 학생은 바로 최용준이었다.


천마심공이 극성에 다다른지라 운기행공을 하면서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 최용준은 내기를 계속 순환시키며 자신을 부르는 선생의 말에 답했다.


"저요?"


대답도 맘에 들지 않았다.


"너 이름이 뭐니?"

"최용준 인데요."

"그래? 용준아, 나와서 칠판에 적힌 문제 좀 풀어보렴. 공부를 엄청 잘하니까 수업시간에 집중도 안 한 거겠지?"


모두의 이목이 용준에게 집중되었고 그는 자리에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곳은 스승이 제자를 못 잡아먹어서 안 달이 난 곳이군. 골치가 심히 아프다, 아퍼!'


용준이 중간쯤 걸어갔을 까? 김정이 용준을 애타는 눈빛으로 쳐다봤고 그는 그런 김정을 자세히 쳐다보자, 김정은 공책을 살짝 들어보였다.


공책엔 2줄짜리 짤막한 풀이식과 정답이 적혀 있었다.


용준은 눈에 보이는 공간 자체를 뇌리에 새겼다. 이것은 환검(幻劍)이나 쏟아지는 장력을 상대 할 때 쓰는 방법이다. 눈으로 하나하나 쫓을 수 없는 공격을 상대 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기억 한 뒤 허접을 파고드는 수법이었는데 그것을 김정의 공책을 외우는 방법으로 쓴 것이다.


물론 천마 시절 용준은 시야로 공간을 뇌리에 새겨둘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공격의 결을 파악하여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의 무공 때문.


여하튼.


용준은 마치 못 풀 것처럼 어깨를 푹 숙인 채 분필을 잡았고 김정이 알려준 풀이식과 답을 적기 시작했다.


슥. 스윽. 슥.


풀이식과 정답을 다 적자 안미선은 조금 놀라고 말았다. 맨 뒤 창가 자리. 멍 때리는 모습.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하는 태도로 봤을 때 그녀의 데이터상 문제를 풀지 못했어야 했기에.


그녀는 머쓱해 하면서 용준에게 말했다.


"그, 그래. 잘 풀었다. 그런데 수업에 집중 좀 해, 용준아."

"아, 네···."


성의 없는 용준의 대답에 미선의 화가 다시 뿜어져 나오려 했지만 애써 감정을 누른 채 답했다.


"용준이는 수학을 잘 하는 거 같으니까 앞으로 자주 나와서 문제 좀 풀어보렴. 수고했어."


"네엡."

'저 자식을 확 그냥···! 아휴. 참자, 참어. 왜 저렇게 얄미울까?'


그렇게 수학시간이 지나고 영어시간 마저 끝나자 하교 시간이 다가왔건만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담임선생인 박영하가 끝나고 잠시 앉아 있으라고 언질을 해둔 것이었다.


드르륵.


박영하가 교실에 들어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다들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거 같아서 매우 기쁘다. 다름이 아니라 너네 들을 붙잡은 이유는 몇 가지 알림 사항이 있는데, 바로 반장선거가 며칠 뒤 진행 될 거라는 소식과 우리 학교 전통인 금요일 오후 특별활동에 관한 것이다."


박영하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했다.


"너네 들도 알다시피 우리 학교는 매주 금요일 오후 특별활동을 한다. 본인이 원하는, 취미가 맞는 활동을 찾아서 정해보도록. 갖가지 많은 것들이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고···. 아직 반장이 없으니 체육부장이 수고 좀 하자. 기환이는 반 친구들 특별활동을 파악해서 교무실로 가져와라. 이틀이면 되겠지?"


도기환은 딴생각 중이었는지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에···. 네!"


그렇게 박영하는 전달사항을 전해주곤 교실을 빠져나갔다. 최용준 역시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향했건만 뒤에서 누군가 졸졸 따라 붙었다. 바로 김영이었다.


"용준아. 나 오늘부터 무조건 너만 쫓아다닐 거야. 무술을 알려 줄때까지."

"에휴."


최용준은 한숨을 내쉬며 교실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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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5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 초견 24.09.02 71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5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6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6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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