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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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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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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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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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DUMMY

그날 밤.


최용준은 섭백마안으로 교실을 장악(?) 한 체 본관 뒤에 위치한 야산으로 향했다.


그의 어깨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고, 한 걸음에 4-5장 밖에 이동할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던 발걸음엔 어느새 날개가 달린 듯 가뿐하기 그지없었다.


저 멀리 소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방꽃은 재가 되 버렸으며 이젠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흐흐흐흐."


최용준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로 인해 땅이 얼음처럼 딱딱했지만 손가락에 내공을 주입하고 파기 시작하니 두부가 으깨지듯 손쉽게 파지기 시작했다.


예전 경지였다면 수강(手罡)에 맺힌 기운으로, 아니, 허공에서 아무렇게나 휙휙 손만 휘둘러도 땅을 파냈을 천마였겠지만 지금은 별 수 없었다.


푸욱!


유기호의 전낭이 손끝에 걸려 살짝 찢어졌다.


'히히.'


쓱 쓱 쓱.


흙을 좌우로 쓸어내자 내용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찢어진 전낭에서 흘러나온 금자가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 거리고 있었고 그 양은 약 10 개 정도 되 보였다.


‘유 대주, 생각보다 짠돌이고만? 전낭에 금자 열 개 밖에 안 넣고 다닌다니. 한 달 봉급이 이 열 배는 가뿐히 넘거늘.’


시야를 넓히자 유기호가 죽을힘을 다해 던진 보석들과 황금으로 문양이 수놓아진 무복이 보였다.


'으음. 이 보석들은 어디에 팔아야 되나? 어리다고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으니 신중해야겠군. 어쨌거나 지금 당장 필요한건 흑청단!'


덥썩!


성인남성 손바닥만 한 통이 최용준의 손을 뒤 덮다 못해 삐죽 튀어나왔고, 그는 잠금장치를 풀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딸칵!


약 10개의 단이 먹음직스럽게 놓아져 있었다.


흑청단(黑靑丹)은 소림의 대환단(大還丹), 곤륜파의 청송신단(靑松神丹)만큼 무가지보(無價之寶)의 영약은 아니다.


당연하다.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먹는 간식이었으니까.


영약은 보통 내기로 녹이거나 한 번에 삼키는 게 정석이지만 최용준은 그것을 씹어 먹곤 했다. 쓰디쓴 첫입을 넘기면 쫀득한 식감과 약간의 단맛이 그의 기분을 개선시켜주었던 것이다.


최용준은 영약을 제외한 물품들을 흙으로 얇게 덮은 뒤 그 위를 돌멩이로 가렸다. 어젠 흥분해서 생각 없이 막 덮었던 것을 파내면서 후회했던 것이다. 게다가 기숙학원을 퇴소하기 전에 챙겨 두려면 최대한 편하게 파낼 수 있도록 위장해야 했다.


탁, 탁.


최용준은 흙이 묻은 손바닥을 가볍게 털어내곤 곧장 교실로 복귀했다. 섭백마안의 한계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게다가 흑청단을 완벽한 내기(內氣)로 만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쉬익. 쉬이익.


최용준은 잽싸게 교실로 복귀했고 섭백마안에 취한 이들은 각자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여전히 칠판을 보며 서 있었고 학생들은 책을 보고 있었다. 물론 저들이 진짜 공부를 하는 건 아니다. 같은 페이지만을 보고 있으니까.


드르륵.


뒷좌석으로 가 의자를 빼고 앉고 앉아서 운기행공을 하는 최용준. 임독양맥 타동으로 인해 취옥마공은 더 이상 불필요해졌으며, 그는 곧장 천마심공을 운용했다.


천마심공의 최대 장점은 자세에 구애를 받지 않는 다는 점이다. 굳이 극성으로 다다르지 않아도 이러한 효능을 볼 수 있다. 상승 절예(絕藝)가 무림에 출몰하면 다들 목숨을 걸고 비급(祕笈)을 취득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대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앉아서 운기행공을 하는 순간 말을 못한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이 등을 움찔움찔 거리기 시작한다. 섭백마안의 유효시간이 끝나가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들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가 지나고 며칠이 흘러 주말이 찾아왔다.


'오늘 면회 오지 말라고 그들에게 신신당부했으니 자유롭게 수련을 할 수 있겠군. 게다가 틈만 나면 운기행공을 한 결과 섭백마안의 시간을 늘리게 되었으니 이 시간을 그냥 보내면 안 된다.'


기숙학원의 주말은 면회 및 자율학습의 시간을 갖는다. 교실의 학생들에게 굳이 섭백마안을 시전 하는 이유는 이들이 최용준의 부재를 문제 삼거나 다른 반 선생님께 고자질 할 수도 있기 때문.


'너네 들도 머리 좀 식혀라. 하루 종일 앉아서 책만 본다고 뭔 고생들이냐.'


멍 때리게 만들어 놓고 휴식으로 가장하는 최용준이었다.


드르륵.


최용준은 학생들이 반에 다 모이자 의자를 뒤로 밀며 교실 앞으로 나갔고 그를 자연스레 쳐다보는 학생들은 어김없이 바로 고개를 숙이며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중력이 좋은 애들은 끝까지 최용준을 쳐다보지 않자 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말을 건네며 눈 맞춤을 하는 최용준이었다.


"어? 네 이름이 황소라였던가? 공부는 잘 돼?"

"이야. 너 책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구나. 열심히 좀 하지는."

"너는 왜 감기에 걸려서 나한테까지······ 에취!"

"어후, 입 냄새! 너 빈속에 커피 먹었냐? 혹시··· 아니겠지. 어린놈이 벌써부터 구름과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섭혼술에 빠지자, 마치 큰일이나 한 듯 고개를 동그랗게 돌리며 목을 푸는 최용준이었다.


"흐흐. 다 끝났다. 열심히들 하고."


곧장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 최용준은 깃털처럼 사뿐히 착지한다. 그리고 경공술을 펼치며 야산으로 향했다. 그의 주머니엔 삐죽 튀어나온 상자가 보였고, 은신처를 찾기 시작했다.


'운기 도중 위험을 맞닥뜨리면 대처가 어렵다. 교실에선 특이점이 없어 걱정이 덜 했다만, 야산은 상황이 다르지. 멧돼지 같은 게 나올 수 있으니.'


그러나 야산엔 그 흔한 구덩이 하나 보이지 않았고 최용준은 운기행공을 할 장소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약간 각 이져있으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장소를 모색한 뒤 땅을 파기 시작했고, 그의 입에선 하얀 입김과 함께 초식명이 튀어나왔다.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콰아아앙.


큰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천마적룡장(天魔赤龍掌)!"


최용준의 손이 희미한 잔상을 남기며 허공에서 수십 차례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덩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돌들이 미세하게 부셔지기 시작한다.


콰득! 콰드드득!


그리고 구덩이 안을 향해 몇 번의 무공을 시전 함으로써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용준은 구덩이 입구를 부러진 나뭇가지와 돌로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만든 뒤 안으로 쏙 들어갔다.


"우하하하. 이제 편하게 수련 좀 해볼까!"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들어 흑청단 10개중 다섯 개를 손에 거머쥐었다.

지금 수준에선 한 번에 10개를 들이키는 것보다 5개씩 나눠 먹는 게 효율 측면에서 나은 선택이리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눈으로 다섯 개를 확인 한 뒤 한 번에 입가로 털어 넣는 최용준.


우걱 우걱.


와그작. 와그작.


쓴 맛이 입안을 지배하고 있을 때 쯤, 약간의 단 맛과 함께 청아함이 입안을 감돌았다.


"우움. 역시 이 맛이야. 이걸 여기에서 만들 수 없을까? 재료들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흑청단의 핵심 재료인 만년하수오(萬年何首烏)와 주과(朱果)를 한국에서 찾는 최용준. 있을 리 만무했다.


여하튼.


흑청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본격적인 운기행공이 시작됐다.


'영약을 내기(內氣)로 화 하려면 온전한 일주천(一周天)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혈맥(血脈)에서 혈도(穴道)로 기운을 흡수시켜야 하며 옥당(玉堂)에서 잠시 기운을 정체 시킨 뒤 석문(石門)으로 기운을 인도한다.'


의식을 집중하자 몸에 미세한 진동이 일어났다.


30분이나 흘렀을까. 배꼽에서 밑 부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떨어진 곳에서 광채를 발하는 칠흑(漆黑)의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완벽한 원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으며 크기가 시시각각 변동했다. 성인남성 주먹의 크기에서 머물던 기운은 어느새 어린아이 주먹 크기로 화 하더니 원의 형태가 선이 되고, 부드러운 곡선이 되어 하나의 물결을 형성했다. 그리고 시냇물처럼 잔잔하게 찰랑이며 최용준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일주천(一周天)이 이주천(一周天)이 되고 그것이 다시 오주천(五周天)······.


몸이 운기행공을 행하는 동안 의식에선 별 다른 깨달음이 찾아오지 않았다. 내공의 부족함이 큰 이유다.


내공의 그릇, 즉 단전을 넓힐 때 마다 찾아오던 깨달음. 하늘의 마(天魔)인 만큼 깨달음에 다다를 때면 식은땀으로 목욕은 기본이오, 주화입마(走火入魔)에 시달려 반 쯤 미쳤던 적이 많았던 그였다.


'하하. 그래. 내가 정신이 잠깐 온전치 못할 때면 7대 마가 가주들과 태상장로가 고생들 했었지. 그로인해 서로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말이야.'


옛 생각에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머금던 최용준은 고요히 눈을 떴다.


흑과 백이 뚜렷한 그의 눈동자가 쏟아지는 햇살을 마주하자 살짝 찡그리며 작아졌다.


아침에 시작 됐던 운기조식 이건만 화창한 햇살을 보니 만 하루가 지난 것이 틀림없었다.


"끄응. 기지개 좀 펴 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최용준은 팔을 당기고 다리를 쭉 펴며 굳어있던 몸을 풀었다.


"불어난 내공으로 무공을 쓰는 건 다음에. 지금은 마냥 쉬고 싶구나."


최용준은 천마비룡술을 사용하며 산을 하산하기 시작했고, 한 걸음에 10 장이나 되는 거리를 이동했다.


'이동하는 거리가 두 배로 늘었어. 금세 도착하겠구나.'


한 달 뒤.


평소와 다름없이 섭백마안술로 학우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던 최용준에게 문제가 닥쳤다.


최용준이 속한 8반의 성적이 저조하여 담당선생님은 상사에게 엄청 깨졌으며, 그에 대한 화풀이로 8반 전체가 혼이 난 것이다.


산속에 틀어박힌 채 공부만 죽어라 했던 학생들은 도무지 오르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분통을 터트리며 몇몇은 교실에서 울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매일 죽도록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성적이 더 떨어지냐고."

"흑흑흑. 너무 속상해. 부모님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흑흑."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머릿속에 남는 건 왜 첫 장의 지은이랑 편집자 밖에 없는 거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교실 곳곳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남의 집 불구경 하듯 지켜보던 용준은 서럽게 우는 학생들을 보니 조그마한 죄책감이 들었다.


'천하의 천마가 어린애들 울음에 약해지다니. 근데 그 이유가 또 나란 말이지. 허허.'


뒤에서 팔짱을 끼며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앞뒤로 까딱까딱 움직이던 최용준은 선심을 쓰기로 결정한다.


'그래. 네들이 그렇게 울고불고 하니 내가 선심써주마. 속사정을 알면 나한테 고마워하겠지?'


양심도 중원에 놓고 온 최용준이었다.


그날 밤.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찾아오자 학생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눈에 독기를 품으며 책을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힝. 이번에도 헛공부 할 거 같아. 공부가 무서워."

"에잇! 안 해. 공부하면 뭐해? 지은이 밖에 기억을 못하는데. 쳇."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최용준과 눈이 마주친 선생이 뒤돌아서 칠판을 보기 시작했고 교실 앞으로간 최용준은 같은 반 학생들을 주목시켰다.


"네들! 잠깐 여기 좀 봐라."


최용준의 단전에서 꿈틀대는 내공이 온몸을 순환하고 시신경에 도달하자 천마환희소(天魔歡喜笑)의 구결을 읊었다.


'네들이 목적을 갖고 하는 행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섭혼술이다. 능동적으로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게 해주니, 보약 주는 거나 다름없지. 에헴.'


최용준과 눈이 마주친 학생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눈으로 책을 보며 노트에 필기 까지 하는 것이다.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섭혼술에 당한 학생들 앞에선 그는 덩실덩실 춤도 추고, 큰 소리로 고함까지 질렀건만 그들은 책과 한 몸이 되어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집중력이었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아 맞다. 입 냄새 심한 놈이랑 감기 옮긴 놈. 네들은 섭백마안으로 해줄게. 구름과자 먹는 거 다 봤고, 더럽게 안 씻어서 감기를 나한테 옮긴 죄다."


“으헤헤헤.”


최용준의 헤픈 웃음이 교실을 울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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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한국으로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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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5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17 초견 24.09.02 70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5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5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6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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