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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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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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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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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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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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DUMMY

진정성과 호소력이 가득 담긴 양기호의 말이 마의각에 울려 펴졌다.


"태상장로님. 제가 비급을 익혀보겠습니다. 부디 승낙을 부탁드립니다."


금호천은 유기호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 눈빛엔 무한한 신뢰가 담겨있음이 당연했다.


모휘찬이 언급하길 차원의 문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한단다. 영혼이 몸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하는 데도 양기호는 일절의 망설임도 없다.


만약 양기호가 천옥기공을 연마한다면 천마수호대는 물론이거니와 마영대와 호검대 역시 천옥기공을 숙달 할 게 뻔했다. 모든 교도들이 그렇겠지만 호위부대들이 갖는 천마에 대한 충정은 당연 남다를 수밖에.


금호천 역시 가주들을 포함하여 모든 교도들에게 천옥기공을 연마토록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였지만, 만약 모두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을 경우가 문제였다.


그래, 교주도 없는 마당에 죽는다 한들 그 누구도 목숨을 아까워할 이들은 없겠으나 문제는 천마의 귀환을 생각했을 때 발생했다.


천마가 중원으로 돌아왔건만 교도들이 증발하듯 모두가 죽어버린 뒤라면 그땐 어떡할 것인가?


정파의 위정자들은 무림맹을 다시 만들 것이고 교주를 죽이려고 할 게 명백한 사실이다. 제 아무리 고금제일마 라고 하지만 혈혈단신으로 정파의 무리들을 상대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때 몇몇 가주들이 눈치를 보며 발언권을 얻으려 하자 금호천이 선수를 쳤다.


"양 대주의 천옥기공 연마를 허락하는 바이오.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기공을 숙달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현재로썬 호위부대들의 인력만 허락 하는 바를 확실히 짚고 가겠소."


입을 들썩이던 가주들은 그만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그들은 양기호와 함께 천옥기공을 연마하고자 하는 가주들이었고, 한 마디로 충정이 대단한 이들이었다.


그렇게 회의는 한 시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끝이 나고 말았다.


천마전 내부에 들어선 양기호는 수하들을 훑어봤다. 그곳엔 약 10 여명이 철통 호위를 맡고 있었으며 중앙에는 각종 영약들과 무기, 금자가 궤짝 채로 늘어서 있었다.


양기호의 시선에 비춰진 마도혁의 모습은 그리 넉넉지 않아 보였다. 명주, 비단과 같은 옷을 걸치고 있어도 그의 고귀한 신분을 다 나타낼 수 없건만 윤기가 하나 도 없는 밋밋한 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전낭 과 보석뿐만 아니라 입고 있던 무복까지 요구했던 천마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에 울화가 치민 그였다.


'다른 세계로 가셨으니 얼마나 궁핍하시겠는가? 차원의 문이 다시 열릴 게 분명하다. 주군 이라면 어떻게든 하실 분이시니까. 그땐 부족함 없이 드리리다.'


양기호는 수하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별 이상은 없었겠지?"

"예. 천마전 내부에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양기호가 천마의를 보며 옛 생각에 잠겨들 때쯤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양 대주, 계시오?"


양기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갔다.



* * *



도기환과 그의 무리들은 그 뒤로 몇 분이나 더 대화를 한 채 각자의 반으로 돌아갔다.


9시에 수업 시작이니 더 있다간 수업에 늦을 수도 있었기에. 첫날부터 늦는다면 이들 역시 선생님들에게 찍힐게 뻔했고 그렇게 낙인을 찍힌다면 학교생활이 수월하게 흘러가진 않을 터.


최용준은 그들을 보낸 뒤 여유 있게 반으로 향했다.


1학년이 위치한 4층에 도달하자 잔잔한 분위기속 웅성거림이 귓가로 전달되었고 그 중 용준이 위치한 9반의 소음이 좀 더 컸다.


‘뭐야. 왜들 떠들고 난리래.’


그가 교실 문을 열기 직전. 아까 들었던 목소리가 문을 통과해 전달되었다.


"이 새끼들이! 나 도기환이야. 도기환! 너네 신녹초등학교 도기환 못 들어봤어? 눈깔아!"


지난 금요일, 도기환이 최용준에게 덤비던 날, 같은 반 학우가 책상 서랍에 핸드폰을 놓고 나가는 바람에 다시 교실로 올 수 밖에 없었고, 도기환이 최용준에게 꼼작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고요한 사막에 태풍이 몰아치듯 9반을 휩쓸었고 도기환은 첫날과 달리 학우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자 성이 나고 만 것이다.


도기환은 무작위로 학우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퍽.


"아퍼! 무슨 짓이야."


뒤통수를 맞은 한 학생은 도기환에게 반발했고 도기환은 더욱 성이 났는지 그 학생의 멱살을 잡았다.


"죽고 싶냐? 괜히 개기지 말고 찌그러져있어."

"이······!"


드르륵.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며 모두의 시선이 뒷문으로 향했다. 최용준이었다.


최용준의 우측 광대뼈가 실룩 거리며 올라갔고 도기환은 멱살을 잡은 손을 놓은 채 최용준을 주시하며 말했다.


"으······. 뭐, 뭘 봐?"


도기환의 허울뿐인 폼이 누그러지고 말았다. 최용준이 없었다면 그 폼은 하늘 모르게 치솟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최용준은 9반이었다.


"뭘 봐아아? 어쭈우우우?"


최용준의 입에서 장난기 있는 어조가 흘러나왔지만 듣는 도기환 입장에선 귀신이 따로 없었다.


최용준은 반 학생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기에 살기를 흘리진 않았지만 무심하게 도기환을 쳐다봤고 그의 눈빛을 마주치자마자 도기환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검지로 발차기를 막은 게 아직도 와 닿지 않았다. 두려웠다. 그의 무정(無情)한 눈빛이. 그리고 알 수 없는, 심해(深海)처럼 느껴지는 막강한 그의 힘이.


최용준이 장난기를 싹 없앤 채 한마디 한다.


"와서 앉아라. 내 옆자리에. 넌 앞으로 여기가 고정이야, 알겠어?"


도기환은 숙였던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최용준의 옆자리로 향했고 그런 그를 바라보던 최용준이 확인 하듯 다시 물었다.


"대답이 없네? 이것 봐라."

"아···, 알겠어. 그, 그만 쳐다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같은 반 학우들은 눈이 보름달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제어를 못하던 도기환. 그런 그를 눈빛과 말 몇 마디로 조련을 해버린 것이다. 소문의 진위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소음. 웅성웅성.


그 소음이 지속되며 커질수록 도기환의 얼굴은 빨개지다 못해 귀까지 새빨갛게 익어갔다.


신녹초등학교 시절 느껴보지 못한 수치심이었다. 그러나 별 수 있나. 상대는 어린아이의 가면을 쓴 천마인 것을.


도기환은 풀이 한껏 죽은 채 최용준의 옆 책상에 앉았고 그때 앞문이 열리며 체육선생인 김영세가 큰 박스를 끌어안은 채 들어왔다.


그는 곧 교탁으로 가서 박스를 내려놓은 뒤 숨을 크게 들이 내쉬곤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반갑다. 난 건북중에서 1학년 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세 라고 한다. 아직 반장 없지? 거기 맨 뒤 풀 죽어 있는 놈."


체육선생인 김영세는 유난히 맥없어 보이는 도기환을 불렀고 그 소리를 듣자 도기환은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저요?"

"그래. 너. 이름이 뭐냐? 이놈 턱 굵은 거 보소."


어떻게 보면 인신공격일 수도 있는 발언. 허나 건북중은 처벌까지 허용되는, 몇 안 되는 학교였다.


건북중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남중인 만큼 별의별 일들이 많았다. 사춘기 남학생들인 만큼 싸움으로 인한 말썽도 많았으며, 도를 넘는 짓궂은 장난들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학생들이었기에 선생님들은 보통 첫 수업 때 나름의 방법으로 군기를 잡곤 했다. 반항 하거나 항거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학교 측은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따라달라는 입장이 단호했고 또한 이런 건북중의 방침을 환영하는 학부모들도 다수였기에 일부의 반발을 매년 잠재울 수 있었다.


선생님의 권위가 살아있는 건북중은 모든 선생님들이 전입 하고 싶어 하는 학교였으며 반대로 학생들에겐 기피대상의 학교였다.


도기환은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는 체육선생을 보며 애써 죽은 기를 피며 답했다.


"도기환 인데요."

"네가 이 반의 체육반장해라. 아주 애들을 잘 잡게 생겼어. 네가 나와서 체육복을 사이즈 별로 나눠줘라."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푸···."

"킥."

"푸헬."


마지막 웃음소리는 최용준이었다.


도기환은 비웃던 학우들을 한번씩 흘낏 째려본 채 앞으로 나섰다.


"야, 여기 가위 줄 테니까 테이프 뜯고."

"네···."


도기환은 가위를 받아들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김영세는 사이즈 별로 학생들에게 손을 들게 했고 그들에게 체육복을 나눠주는 건 도기환의 몫이었다.


일사분란하게 옷을 받은 학생들은 곧장 옷을 바꿔입기 시작했다.


"오늘은 첫 수업이니 만큼 진도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대신 100m 달리기를 할 테니 모두 체육복으로 환복하고 운동장으로 집합! 5분 준다! 실시!"


완전 군대였다. 그럴 수밖에. 그는 군 장교 출신이었다.


김영세가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학생들은 분주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먼저 환복한 이들은 재빨리 운동장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휴. 이게 뭐야. 사람 너무 귀찮게 하네. 운기 해야 되는데.'


그렇게 최용준은 느릿느릿 환복하며 교실에서 가장 늦게 나가고 말았다.


운동장 중앙에 모인 학생들은 5명씩 줄을 서 있었고 최용준은 제일 뒤로 서서 김영세의 말을 경청했다.


"그래. 다 모였나? 여기서 정문까지가 대략 100m다. 제일 첫줄 앞에 선을 미리 그어놨으니, 호각이 울리면 전력질주를 한다. 쉽지? 질문?"


김영세는 그렇게 질문을 던져 놓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정문으로 걸어갔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이익.


첫 줄에 있는 학생들은 얼떨결에 전력질주를 시작했고 그렇게 맨 뒷줄에 있는 최용준까지 순서가 오게 됐다.


옆에는 도기환이 있었고 그는 달리기만큼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에 근엄과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내가 이 자식한테 싸움은 안 될지 몰라도 달리기만큼은 반드시 이긴다.'


반면 최용준은 시큰둥했다. 선생들 눈에 띄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니며 무공 수련만 할 생각이기에.


도기환은 두 손을 땅에 짚은 채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흡사 육상선수의 달리기 준비 자세와도 같았고, 그만큼 최용준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호루라기가 울렸다.


삐이이익.


마지막 줄이자 6번째 줄의 달리기가 시작 됐다. 도기환이 먼저 튀어 나갔으며 나머지들은 도기환의 뒤를 쫓고 있었다.


30m 쯤 달렸을까? 거친 숨을 내뱉던 도기환은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확인했다.


'내가 가장 빠르다. 그러나 방심은 안 돼. 저 녀석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놈이다.'


"헉헉."

"크헉."


나름의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리던 중 도기환은 출발 전 손에 쥐었던 흙을 최용준의 얼굴 방향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별 생각 없이 달리던 최용준은 얼굴에 흙을 맞으며 한쪽 눈을 찡그렸다. 눈에 흙이 조금 들어간 것이다.


"저 미친놈이!"


순간 최용준의 몸놀림에 변화가 생겼다. 무릎과 발목에 집중되었던 무게 중심이 온몸으로 분산되며 흩어져버렸다.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이뤄졌건만 속도의 변화는 굉장했다.


쉬이이이익.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순식간에 도기환의 앞을 앞질러간 최용준은 누구도 보지 못할 속도로 도기환의 발목을 '툭' 건드렸고 도기환은 다리가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철푸덕! 데굴데굴.

퍼억!

“아악!”


흙바닥을 거칠 게 구르는 도기환. 게다가 그의 손을 은근슬쩍 밟는 최용준.


'푸헤헤. 이 자식아. 어디서 개수작이여, 개수작은. 보는 눈이 많아 여기까지 인걸 다행으로 알거라.'


그렇게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정문에 도달한 최용준.


삑!


마지막조가 100m를 통과하고 그들의 기록을 타임워치로 기록한 김영세.


순간 그는 타임워치를 의심하고 말았다.


제일 먼저 들어온 학생. 그 학생의 기록이 9.89초 이었던 것!


자메이카의 유명 단거리 선수인 우사인 볼터 신기록과 무려 0.26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김영세는 최용준에게 다가가 넋이 나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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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한국으로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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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5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5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5 2 12쪽
17 초견 24.09.02 70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5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5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8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6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79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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