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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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833
추천수 :
60
글자수 :
123,212

작성
24.09.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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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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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개새끼!

DUMMY

학교를 벗어나자 복주머니에서 초견을 꺼낸 용준.


“야. 잘 있었냐?”


인사말을 건네며 초견의 상태를 확인 하던 그는 초견의 빵빵해진 배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놈의 배에는 못 먹다 뒈진 개방 방주라도 들어 있는 것인가?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초견은 용준의 인사말에 답했다.


“자고 있었다멍! 용준이는 잘 있었냐멍.”


최용준은 움직이는 와중에 복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 물품을 확인했다. 빈 사료 껍데기, 내용물이 없어진 간식 봉투들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익! 이 자식이 처먹기도 엄청 처먹었네.”

“아껴 먹었다멍······.”


약 15만원 어치의 사료와 간식을 먹었건만 그걸 아껴먹었다고 말하는 초견의 말에 용준은 코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래, 그래. 근데 먹은 건 네가 치워야지? 여기 큰 사료봉투 안에 쓰레기 넣는다. 실시!”

"안 된다멍! 넣지 말라멍!"


용준은 빈 사료봉투와 함께 초견을 복주머니 안으로 다시 넣은 뒤 야산으로 향했다.


이제 곧 다가올 반장 선거도, 특별활동도, 수학여행을 비롯한 그 무엇도 용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과거의 내공을 되찾으려면 아직도 까마득하다. 천마심공이 불세출의 심법이긴 하나 영약도 보탬이 되어야 할 텐데. 물론 그거 몇 번 먹는다고 쉽게 도달하겠냐만······.’


순간 초견의 이마에 새겨진 오색(五色)의 털이 떠올랐지만 용준은 그 생각을 날려버리려는 듯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야산에 도착하자 복주머니에서 초견과 집에서 챙겨온 쌀 포대를 꺼내는 최용준. 쌀 포대는 동체시력과 보법을 훈련하기 위함이었다. 내공이야 천마심공이 24시간 운용중이기에 휴식을 취 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가부좌를 하지 않는 용준이었다.


초견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들어간 게 억울했는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다음부터 잘 치우겠다멍!"

"그래. 잘 생각했다. 근데 네 이름이 뭐냐?"

"나도 모른다멍. 용준이가 예쁜 걸로 만들어 줘라멍."

"개방거지 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떠냐?"

"너무하다멍! 어감이 안 좋다멍."

"킥킥. 그래? 그럼 이제 넌 먹보다, 먹보."

"끼잉···. 그것도멍······."

"시끄럽고, 먹보야. 쌀 포대 좀 입으로 물어봐라. 이야. 어울린다, 어울려. 등치에 비해 힘은 세네? 요괴는 요괴인건가?"


초견은 용준이 시키는 대로 쌀포대를 앙 문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이제 저어기 절벽 위로 올라가서 쌀 포대를 찢은 다음에 쌀들을 한 움큼 씩 밑으로 던지면 돼. 쉽지? 밥 값해야지? 너도 좋지?"


세 가지의 물음표를 초견에게 던져버린 용준은 초견의 의사도 듣지 않은 채 냅다 초견을 위로 던져버렸다.


쉬이이이이익.


중력을 거스른 채 위로 솟구친 초견은 절벽위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물론 놀란 맘에 눈이 뒤집어진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뭐하는 짓이냐멍! 놀랬다멍!"

"하하. 얼른 포대를 찢고 쌀을 던져라. 아, 그리고 밥그릇도 던져줄게."


쉬이이익. 콩!


용준은 쌀 포대와 같이 챙겨온 밥그릇을 위로 던졌고 그 그릇은 초견의 머리를 덮으며 떨어졌다.


"낑······. 두고 보자멍!"


초견의 입에서 불만 섞인 말이 튀어나왔지만 용준이 사준 사료와 간식 덕에 고생을 덜한 초견은 크게 반발 할 수 없었다. 원래라면 산속을 떠돌며 쑥과 죽순, 두릅 등을 찾아 헤맬 게 뻔했기에.


푸욱! 스으으윽!


앙증맞은 발로 그릇에 쌀을 담던 초견은 밑에 있는 최용준을 바라보며 속으로 키득거렸다.


'키킥! 복수다멍! 쌀로 맞아보라멍.'


그러나 초견의 바램은 현실로 이어지지 못 했다. 용준이 초견에게 전음을 시전 한 것이다.


- 먹보야. 잠시 기다려라. 뭔가 느껴지는 기운이 있거든.


용준은 기감에 걸린 기운을 감지하며 뒤를 돌아봤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오는 길이 아니기에 경각심을 가득 품은 채.


"으응···?"


멀리서 보이건만 낯익은 옷차림이 용준의 동공에 각인됐다. 그는 바로 김정과 라종환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입 주변에 묻은 피 자국이 내상의 흔적을 나타냈다.


용준은 수련을 뒤로 한 채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편, 김정은 용준을 보자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서러움이 온몸을 강타했다. 다시는 부당함을 겪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그에게 무공을 배운 지 고작 하루가 지났건만 억울한 일이 그를 또 다시 덮쳐왔다. 그들의 기세와 힘에 눌려 꿈적도 못한 채.


과거에도 그랬다. 강자에게 당하고 병신 같이 고개를 숙였던 자신의 모습을 사무치도록 증오했건만 과거의 경험은 그를 비웃듯 다시 나락으로 밀쳐버렸다.


용준이 코앞까지 도달하자 김정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용준아, 네가 전화를 안 받아서 여기까지 왔어. 이곳에 있을 거 같았거든. 종환이 좀 부축해줄래? 이 녀석 나랑 같이 있다가 당했거든."


라종환은 다리 한쪽을 절고 있었다. 아무래도 뼈에 금이 가거나 근육이 파열된 것으로 보였다.


"헤···. 용준아 나 맞았어. 특별활동비 때문에 도기환이랑 대화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녀석들이 와있었더라고."


최용준은 그들의 상태를 보며 범인이 누군지 즉각 눈치 챌 수 있었다. 얼굴만 피해서 때린 비열함. 아마도 그 녀석이 확실했다.


용준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기환, 그 녀석도 함께 있었냐?"


분명 경고를 했던 바, 만약 도기환이 이 일에 참여했다면 반쯤 죽여 버릴 작정을 한 최용준이었다.


라종환이 답했다.


"아, 아니···. 도기환은 같이 때리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갔어. 미안하지만······. 그 녀석들이 너를 찾고 있어, 용준아···."


종환의 말을 들은 용준의 우측 입 꼬리가 사악하게 말려들어갔다. 다친 이들을 보자 속으로 내심 후회의 감정도 들었던 최용준. 이들이 맞은 건 본인의 잘못도 있었다. 점심시간에 기선 제압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여지를 주고 만 것이다.


최용준은 한 겨울에 꽁꽁 얼어버린 호수처럼, 차디찬 목소리로 답했다.


"안내해. 그곳으로."




* * *




정적이 흐르는 학교 옆 공원.


그곳엔 김기춘, 박송하, 김덕영이 용준을 기다리고 있었고 김덕영이 김기춘에게 물었다.


"기춘아. 그 녀석이 과연 올까? 우리가 인원이 더 많은데, 지 까짓게 여길 올 수 있겠어?"

"퉤."


김기춘은 씹던 껌을 바닥에 뱉은 채, 새 껌을 까서 입에 넣으며 답했다.


"온다, 그 놈은 보통이 아니거든. 송하야, 네 주먹을 코앞에서 피하는 건 나도 할 수 없는 행위다."


박송하가 놀라며 묻는다.


"기춘아, 그 정도야? 아까 내 주먹을 피 한건 운 이라고. 그 놈에게 두 번에 운은 오지 않아. 만약 그놈이 다시 오면··· 짓밟아 버리겠어."


김기춘에게 패배란 없었다. 앞으로도 그 후에도.


'내가 느낀 게 잘못 된 걸 수도 있다. 설령···. 아니야. 내가 질 리가 없어.'


그들이 나무 주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먼 곳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인물이었다.


김기춘이 죽마고우를 만난 것 마냥 정겹게 용준을 맞이했다.


"여, 왔냐? 근데 그 녀석들은 왜 데리고 온 거야? 혹시··· 네가 맞을 때 그 녀석 들이 도와준데? 킥킥."


최용준은 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정말 반갑다는 듯이.


"어···. 여기 공원에 족제비 하나 있다고 해서 잡으러 왔지. 내가 얼마 전에 여기서 뱀도 잡았거든. 뱀을 잡으니까 족제비가 왔네? 게다가 떨거지 까지 데리고 말이야."


용준의 말이 끝나자 박송하와 김덕영이 발끈했다.


"이 개자식이!"

"뭐? 떨거지? 이게 죽으려고!"


김기춘은 흥분한 박송하와 김덕영의 어깨를 양 손으로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네들은 빠져있어. 이봐, 최용준. 네놈한테서 진한 피 냄새를 맡았다. 아까 말이지. 처음 이었어. 나를 그렇게 흥분케 한건."


김기춘은 최용준에게 점점 다가오면서 말을 뱉었다.


"이제 까지 그 누구한테도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살인을 한 친형한테도 말이지."


최용준 역시 김기춘을 마주보며 앞으로 나아갔으며, 무공의 사용여부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끄응. 이런 갓난 애기 들과 놀아나다니. 천하의 천마께서 별의별 경험을 다 하는구나······. 그래. 이 어르신이 약속 하나하마. 무공은 쓰지 않기로.'


결심을 한 최용준. 이제 서로 주먹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이게 되었다.


김기춘의 뒷 발꿈치가 움직이며 체중을 실은 주먹이 최용준의 얼굴을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 * *



30분 뒤.


김정, 라종환은 앞서 걸어가는 용준을 따라갔다. 이대로 그를 놓친다면 궁금해서 밤에 잠이 안 올 터였다.


김정이 물었다.


"용준아. 어떻게 한 거야?"

"무엇을?"

"아, 아니···. 그 살벌한 김기춘이 너한테 공격을 퍼부었잖아. 물론 네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지만."

"저놈은 타고난 싸움꾼이야. 나 역시 수많은 실전경험을 겪지 못했다면 한 대 정돈 맞을 법한 공격이 더러 있었어."

"그, 그래? 근데 왜 김기춘이 마지막에 공격을 포기하고 대 자로 누운 거지? 혹시···."


김정은 라종환을 살짝 쳐다보며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혹시나 숨긴 힘을 썼는지 물어보고 싶었건만 대놓고 물어 볼 수 없었다. 용준과의 약속 때문에.


"그 녀석은 내 내면에 존재하는 힘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놈이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휘두를수록 확신을 가졌을 거야. 나와의 격차를. 그리고 내가 가진 힘에 대해서."


옆에서 대화를 듣던 라종환이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는지 대뜸 묻기 시작했다.


"근데 마지막에 있잖아. 김기춘이 쓰러지고 났을 때. 내가 그 모습을 유심히 봤거든?! 바짓가랑이가 살짝 젖었던데···. 그, 그건 뭐 땜에 그런 거야?"


용준은 종환의 말에 '풉' 웃고 말았다. 그가 아무리 타고난 싸움꾼이라 해도 아직은 길들여지지 않은 늑대 새끼에 불과 했다.


용준은 웃음을 멈춘 채 종환의 말에 답했다.


"살짝 보여줬어. 아주 조금."

"뭘?!"

"진짜 살기를."


종환은 용준의 말이 끝나자 무언가 결심을 굳힌 듯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며 말을 건넸다.


"용준아, 나도 네한테 그······ 기술 좀 배우면 안 될까? 엄마가 공부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우라고 했단 말이야. 물론 그 기술이 이 기술은 아니지만. 네가 기환이를 제압 할 때부터였을 거야. 네가 참 부럽더라고. 모든 것이."


종환의 말이 끝나자 김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하고 있는지 그조차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친한 사이였던 둘인지라 김정은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종환이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지만 종환의 말은 용준의 고막을 통과하지 못 한 채 튕겨 나가고 말았다.


무언가 까먹은 느낌.


무언가 놓치고 온 느낌.


마치 화장실에서 큰 것을 보고 마무리를 안 한 느낌.


그 순간 용준은 외마디를 외친 채 앞으로 달려갔다.


"개새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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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한국으로 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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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 개새끼! 24.09.09 53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6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18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6 2 12쪽
17 초견 24.09.02 71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6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100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6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6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10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7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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