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한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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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연
그림/삽화
주호연
작품등록일 :
2024.08.20 09:13
최근연재일 :
2024.09.10 08:4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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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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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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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DUMMY

“용준아, 용준아!”


최용준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걸음을 재촉했다. 학교 옆 공원을 지나야 집이 나오기에 그는 집에 들려 물을 챙긴 뒤 무공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만약 김정이 계속 따라 온다면 골목길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생각을 하던 용준의 발걸음은 김정에 비해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런 용준의 속내를 눈치 챘는지 김정은 쉴 세 없이 말을 뱉기 시작했다.


"용준아, 나 학원도 안 가고 너 쫓아가잖아. 내가 불쌍하지 않아?"

“······.”

"너는 모르겠지만 나도 초등학교 때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 그래. 나도 강해지고 싶어. 더 이상 부당함을 겪고 싶지 않아."

“······.”

"내가 그래도 공부를 좀 하니까 너한테 공부를 알려줄게. 어때? 넌 나한테 공부를 배우고, 난 너한테 무술을 배우고. 괜찮지?!"

“······!”


골목길을 몇 발자국 앞둔 상황에서 김정의 마지막 말이 용준의 발을 묶어 버렸다.


그건 바로 한수아와 한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


- 용준아. 네가 학원을 안 다닌다는 걸 아버지가 알면 난리가 난단다.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라고 있지만 아버지는 나와 생각이 다르단다. 엄마가 부탁할게. 이번 첫 중간고사 때 평균 65점만 넘겨봐. 그럼 엄마가 당분간 그 사실을 숨겨줄게. 아들, 할 수 있지?


천마의 신분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도 제자를 받지 않았던 최용준.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본인의 재능이었다.


무공의 어려운 묘리(妙理)는 범재와 천재를 구분 짓게 만들었고 범재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천재는 그것을 뛰어 넘어 깨달음까지 도달케 했으니까.


그것이 용준을 옥죄었다. 그는 어린 시절 무공수련을 일삼았던 수련동 생활을 떠올렸다.


수련동에서 신분은 무용지물이다. 천마의 아들이라는 막강한 그의 출신도 한낱 수련생이 되어 버리는 곳.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용준은 범재들과 쉽사리 어울릴 수 없는 천재에 속했고 그의 재능을 시샘 하는 이들의 시선에 맞서 싸워야 했다. 물론 최용준 입장에선 범재를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한테 굉장히 쉬운 걸 남들은 쉽사리 하지 못했으니까. 또래의 수련생들에게 용준은 평지에 툭 튀어나온 돌부리와 같았다.


그것도 굉장히 눈에 성가신.


'끙······. 이자식이 가르침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아, 그녀와의 약속만 아니었어도. 응?'


용준의 뇌리를 스치는 한줄기 생각.


'흐흐. 이 녀석한테 무공을 알려주고 공부를 배우 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그러나 제일 큰 장점은 도기환 같은 녀석을 도맡게 해도 되고 말이야. 내공만 잘 축적해도 어디 가서 당하진 않겠지.'


생각을 멈춘 용준은 뒤돌아 김정을 쳐다봤다.


"끙. 이 지독한 놈. 그래, 알겠다. 알려줄게. 네 몸의 기를 순환시켜 건강해지는 방법을 전수 해주마. 이름 하여 생활호흡법! 기(氣)를 네 몸에 축적 할 수 만 있다면, 원활하게 제어를 할 수 있다면, 혈액순환은 물론이거니와 네 신체의 한 부분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정도라면 도기환 정도는 백 명이 몰려와도 너를 이길 수 없을 거다."


김정의 눈가가 촉촉해지고 말았다. 지우개로 머리를 맞던 기억. 돈을 뜯기던 기억. 심지어 신고 있는 신발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이 모든 기억들이 김정의 유년 시절을 망가뜨려 놨으며 정신을 오염케 만들었다.


김정은 옛 기억을 애써 지우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힘차게 답했다.


“고마워! 용준아!”

“고맙긴. 대신 약속 하나만 해줘라.”

“무조건 지킬게. 말만 해!”

“나와의 일은 일절 비밀로 유지하며 그 누가 물어봐도 함구 할 것. 나한테 배운 모든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


꿀꺽.


김정은 호두알 같은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용준의 말이 진지함을 넘어 태산 같은 무게감으로 가슴에 내리 꽂혔기에.


그는 멍해진 정신을 부여잡은 채 진중하게 답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그렇게 할게."

"후훗. 그래 좋다. 네가 하는 걸 봐서 좋은 것도 몇 개 던져주던가 하지."


용준은 그렇게 해가 지평선에 머리를 숨기고 있을 때 쯤 본인의 은신처 이자 수련장소인 야산으로 향했다.


나지막한 절벽에 도착하자 용준은 겉옷을 나뭇가지에 던지듯 걸쳐 놓은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김정. 내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봐라."

"으응."


김정이 용준의 맞은편에 앉자 용준은 잠시 사색에 잠기고 말았다. 마교의 내공심법을 알려줘도 되지만 김정이 마기를 제어 못할 경우를 생각했다. 자신이 김정과 하루 종일 붙어 있지 않은 이상 심마(心魔)는 필연적이었다. 아니, 용준이 곁에 있어도 피 할 수 없다.


'천마비고······.'


천마비고(天魔備考).


그곳엔 중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세기(世紀)의 보물이 가득 한 곳이다. 기상천외한 영약뿐만 아니라 절세(絕世)의 무기들과 무공이 빽빽이 들어찬 공간. 정파를 대표하는 9파1방, 오대세가의 절기(絕技)는 기본이거니와 새외무림(塞外武林) 이라 자처 하는 곳들의 무공서가 즐비했다. 용준은 무공에 미쳐있었기에 그곳의 비서(祕書)들을 모두 탐독하였고, 그 방대한 지식은 이곳에서도 유용했다.


그는 김정에게 어떤 내공심법이 어울릴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역시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고, 선택권을 김정에게 넘겼다.


"김정."

"으응···?"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라봐라."

"······?"

"화산, 점창, 소림, 무당, 아미, 곤륜, 공동, 청성, 종남, 개방. 끄응. 다 맘에 안 드네."


용준은 9파1방의 이름을 입에 담자 기분이 언짢아 지고 말았다. 천마교의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니 오죽하랴.


"오대세가 라는 다섯 망나니 가문의 내공심법도 있다. 게다가 새외무림이라 자처하는 북해빙궁, 라마교, 남만야수궁, 독문. 아, 해동이라는 곳에 위치한 건곤문(乾坤門) 이라는 곳도 있다. 맘에 드는 게 있냐?"


깜빡. 깜빡.


눈을 바보처럼 꿈뻑꿈뻑 대던 김정은 용준의 말에 쉽사리 대답 할 수 없었다. 강해지게 해준 다면서 이상한 이름을 나열하며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고르라니?


어처구니가 김정의 뺨을 후려치고 말았다.


'내··· 내가 실수 한 건가? 학원 빼먹지 말걸.'


쉽사리 대답을 못하는 김정을 보고 한숨을 푹 쉰 용준은 뭔가가 생각난 듯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 맞다! 개새끼! 이거 설마 죽은 거 아니겠지? 설마······."


뿌직. 부우우우우우우웅.


용준은 다급히 복주머니를 소환하더니 허공에 손을 넣고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용준의 손에 잡혀 끌려나오고 말았는데, 초견이었다.


"멍······. 죽는 줄 알았다멍···."

"설마, 설마 했는데 죽진 않았구나."


불과 6시간 전. 초견을 죽이려던 용준은 들었던 단검을 내려놓고 말았다. 단검을 내리 들자 앞발로 두 눈을 가린 채 연약한 몸을 부르르 떠는 초견을 보니 살심(殺心)이 누그러들었던 것. 게다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듯 보이는 모습이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렇게 용준은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너 여기 들어가 있어. 근데 죽어도 난 모른다."


조금의 측은지심은 몇 초도 안 돼 하늘로 쏘아 보낸 용준은 복 주머니에 초견을 넣고 말았다. 생물(生物)을 복주머니에 넣는 건 처음이기에 용준도 초견의 목숨을 장담 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6시간이나 버틴 것이다.


초견은 칭얼대며 자리를 이탈했다.


"배고프다멍······. 뭐라도 먹고 오겠다멍."


초견은 배가 삐쩍 꼴아있었고 굶주린 배를 채우러 어딘가로 이동했다. 용준은 멀어지는 초견에게 손을 뻗어 가느다란 기(氣) 하나를 연결해두었다. 그 기는 마치 가느다란 실과 같았는데, 초견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쭉 따라 붙고 있었다.


용준이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김정을 보며 말했다.


"어이, 어이. 정신 차려라. 지금 네가 본 것은 나의 능력 중 하나 일 뿐이야. 놀랄 것 없어. 그나저나 맘에 드는 이름은 골랐나? 아아. 어차피 본교의 무공만 아니면 크게 다를 게 없다. 다 거기서 거기, 도찐개찐, 도토리 키 재기 일 뿐이다."

"그······ 그래? 그럼 네가 익혔던 걸 알려주면 안 되려나···?"

"불가 하다."

"왜?"

"지금 당장, 요 며칠, 요 몇 달은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흐르다 보면 너의 마음이 마심(魔心)으로 화(化)하게 된다. 물론 마심으로 변한다 해도 죽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극복한다면 더 강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겠으나, 내가 귀찮다."


김정은 몇 개의 이름을 곱씹기 시작했다. 용준은 자신이 익힌 무술을 알려주기 꺼려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뭐가 있었더라? 제일 처음 들었던 단어가 화산이었고 마지막 단어는 개방이었어. 중간에 무당, 곤륜도 있었던 거 같기도······. 그리고 북해빙궁도 있었지?'


몇 분이 흘렀건만 김정은 선택장애를 겪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던 용준은 답답함을 못 이겼는지 결국 입이 터지고 말았다.


"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그냥 생각나는 거 말해라."

"너무 어려운데······. 어쨌든 나도 뭔가를 배워야 하잖아. 근데 어떻게 아무거나 고를 수 있겠어. 아무런 정보도 없는걸?"

"끙······. 답답해, 답답해! 너 종교 있냐?"

"나는 안 믿는데, 우리 집이 불교 집안이야."

"킥킥. 그래? 그럼 끝났어. 불가(佛家)면 진작 불가라고 말 할 것이지. 사람 성가시게 하고 있어. 쯧!"


용준의 웃음소리가 김정의 정수리를 땀으로 젖게 만들었다.


'뭐지? 괜히 말했나? 천주교라고 할 걸. 아니, 무교라고 할 걸 그랬나.'


용준은 한참을 낄낄 거리더니 김정을 보며 말했다.


"넌 앞으로 땡중이다, 땡중! 짜샤. 그래도 무당 안 고른 게 어디냐. 무당 골랐으면 넌 볼기짝 맞고 이 야산에서 뒈졌을 거야. 아하하하하하."

"그, 그래? 다행이다. 아하하···."

"종이랑 볼펜을 꺼내봐라. 이왕 알려주는 거 제대로 해주마."

"알겠어!"


김정에게 종이와 볼펜을 받아든 최용준은 동그라미 6개로 사람을 그렸다. 머리, 몸통, 양손, 양발. 그리고 몸통의 중간을 펜으로 그은 다음 점을 찍으며 혈도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석문, 기해, 음교, 신궐, 수분, 하완, 중환, 상환······.


그리고 다리와 머리에도 점을 찍어가며 기가 흐르는 통로를 그리던 용준은 백회혈을 끝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김정. 이 그림을 유심히 봐라. 그리고 내일 까지 암기하도록.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네가 범재 인지, 천재 인지 확인부터 해볼까? 물론 높은 확률로 범재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김정. 두 눈을 감고 호흡을 해봐라. 호흡은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김정은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곧장 용준의 지시를 따랐고, 용준은 김정의 뒤로가 등에 손을 얹었다.


"잘 들어라. 호흡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데, 그 핵심은 피(血)와 기(氣)다. 네가 숨을 쉼으로써 이것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자연작용으로 네 몸에서 움직임을 갖게 하지. 간단하게 말해서, 그 모든것이 유동적임을 명심해라."


용준의 설명을 들으며 차분히 호흡을 하는 김정.


"사람의 몸에는 내기(內氣)의 도로가 깔려있는데, 내가 이렇게 조금만 도와주면,"


용준은 김정의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미약한 기에 자신의 내기를 섞어 단전부터 위로 조금씩 끌어올려 주었다.


그러나 용준이 이끄는 곳에서 멈춘 김정의 기. 보통 천재라 불리 우는 존재들은 조금만 도와주면 본능적으로 기를 순환시키기 마련.


김정은 범재(凡才)였다.


용준은 기대하지 않았기에 묵묵히 이어 말했다.


"시험은 끝났다. 이제 내가 너한테 구결을 알려주마. 소림의 구결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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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영혼에 새겨진 상처 24.09.10 39 2 12쪽
22 개새끼! 24.09.09 52 2 12쪽
21 지금 당장 최용준, 그 개자식을 불러와라. 24.09.06 56 2 12쪽
20 너희는 나랑 같이 견학부로 간다 24.09.05 55 1 12쪽
19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2) 24.09.04 66 1 12쪽
» 너무나 강력한 생활호흡법 (1) 24.09.03 76 2 12쪽
17 초견 24.09.02 71 1 11쪽
16 아무튼!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어 24.09.01 76 1 12쪽
15 과연 얼마나 받았을까나 24.08.30 85 3 11쪽
14 너 혹시 운동할 생각 없니 24.08.29 98 2 13쪽
13 뻔뻔함은 이미 고금제일이었다. 24.08.28 99 1 12쪽
12 이게 얼마야 24.08.27 106 1 12쪽
11 복(福) 주머니 24.08.26 126 2 13쪽
10 천마의 입학식 (2) 24.08.25 109 2 12쪽
9 천마의 입학식(1) 24.08.23 133 2 12쪽
8 에휴. 네들 성적 올려줄게. 그만 찡찡대라 좀 24.08.22 139 2 13쪽
7 가진 거 다 내놔, 이 새끼야! 24.08.21 157 5 12쪽
6 다시 열린 차원의 문 24.08.21 162 3 13쪽
5 기숙학원으로 간 천마 24.08.21 180 5 11쪽
4 첫 방학 24.08.20 184 5 11쪽
3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24.08.20 210 5 12쪽
2 열세 살 마도혁 24.08.20 246 4 12쪽
1 그는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천마(天魔)였다. 24.08.20 29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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