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들이 내 카페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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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경
작품등록일 :
2024.08.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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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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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갚으세요

DUMMY

세상에 균열이 생기고 던전이 열린 지 거의 삼십 년이다.

그간 많은 이들이 균열과 던전을 연구했다.


여전히 많은 것이 미지에 싸여있지만, 몬스터의 핵심이 코어에 관한 연구는 다른 것보다 진전됐다.

그 덕에 코어를 석유나 전기 등을 대신할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었다.

코어는 몬스터의 오염된 기운이 집약된 것.

정화하지 않고 사용하면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데.

그 사실을 알지 못해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그런 시행착오 덕에 코어 연구 분야는 빠르게 발전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그 과정에서 증명되지 않은 무수한 가설이 탄생했다.

그중에는 살아있는 몬스터의 코어를 정화하면 몬스터가 이지를 되찾지 않을까, 하는 가설도 있었다.


여러 번 시도가 있었으나.

정화 능력이 있는 헌터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정화 효과가 있는 포션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정화의 효과는 중독이나 죽은 생명체에게만 통한다.

그게 정설로 여겨졌다.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생겼다.


“미요오-!”

“좋냐? 아니, 좋으십니까, 손님?”

“미요오!”


몬스터 손님이 이지를 되찾았다.

이지를 되찾는 것을 넘어, 몸을 뒤덮었던 점액질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나오는 건 예쁘게 생긴 고양이였다.


오물 덩어리 안에 저런 모습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알았다면 어떻게든 정화시키겠다고 난리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최초로 칭호를 얻을 수 없었겠지.


【멸망을 정화하는 자(성장형)】

정화 능력을 소폭 강화합니다.

사용하는 모든 정화 능력을 중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준 차를 마실 때마다 떨어져 나가던 점액질.

난 몬스터에게 계속해서 차를 우려주었다.

녀석도 차가 도움이 된다는 걸 안 건지 거절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미요오오-!”


이마에 깨끗한 코어가 박힌 고양이가 텀블링을 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선풍기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몸은 단순한 고양이로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였을 적의 스탯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민트를 사랑하겠다.

반박은 받지 않는다.

페퍼민트는 세계 최고고, 민트가 들어간 모든 것은 최고다.

민트 초코를 포함해.


페퍼민트 차.

내가 몬스터 손님에게 준 차의 정체였다.


[페퍼민트 차(E)]

민트의 상쾌한 향에 후추의 톡 쏘는 향이 더해진 차.

심신의 더러운 것을 소폭 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효과는 중첩되지 않습니다.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차인가 했는데.

지금 보니 몬스터를 정화할 수 있는 귀한 차였다.


“손님. 차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미요오오-!”

“그러면 이제 정산해야겠군요.”

“미요?”

“음료를 드셨으니, 대가를 지불하셔야지요. 설마 무전취식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엄청난 걸 드셔놓고?”

“미요오오······.”


몬스터도 귀한 건 아나 보다.

기죽은 모습이 가엾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미요오. 미요오오······. 미요오?”

“되겠습니까?”


이게 어딜 그냥 가겠다고.

귀여우면 다인 줄 아나.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데.


“미요오! 미요오오!”

“누가 공짜로 준다고 했습니까, 손님? 저는 잘 마시기에 계속 준 것밖에 없습니다.”

“미요오······!”


세상 잃은 얼굴로 의자에 납작 엎드린 게 귀여웠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차 한잔에 십만 원이고, 총 열여덟 잔 드셨으니······ 백팔십만 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미요오?”

“단순한 차가 아니지 않습니까. 원래는 중복으로 정화시켜 드리지 않는데, 귀여우셔서 특별히 중복 정화까지 해 드렸습니다. 그 값은 안 받으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의심하시면 저도 어쩔 수가······.”

“미요! 미요오!”


손님이 가격을 받아들였다.

가격 조율은 끝났다고 보면 됐다.

그렇다면 이다음에 해야 할 건······.


“한국의 화폐가 없을 테니, 특별히 그에 상응하는 물건으로 값을 치르겠습니다.”

“미요오?”

“던전에서 나오는 자원이라든가, 몬스터 부산물 같은 것 말입니다.”


설마 알거지인가?

말이 이어질수록 위축되는 녀석을 보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던전에서 사는 녀석이니 뭐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반응을 보니 영 아니었다.


‘칭호도 얻었겠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첫 손님부터 공짜라니.

공짜 음료 주는 곳이라고 소문나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값을 치르기 어렵습니까?”

“미요오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미요?”


축 늘어졌던 녀석이 머리를 번쩍 들었다.

반짝거리는 눈.

무저갱 같던 눈과는 달랐다.

녀석이 귀를 쫑긋거리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한 말은.


“몸으로 갚으세요.”

“미요오오-?!”


클래식 중의 클래식.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 였다.



***



난 환골탈태한 몬스터에게 미요라는 이름을 주었다.

미요가 직원이 되는 것을 거부하기는 했으나.

상관없다.

우리는 시스템이 인정한 관계였으니까.


[카페를 마감합니다.]

[정산이 시작됩니다.]


카페를 마감하자 알아서 마감 정산이 치러졌다.


띠링-

[값을 치르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손님에서 채무자로 변경됩니다.]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합니다.]


띠링-

[압류할 재산이 없습니다.]

[신체는 재산. 채무자에서 던전 카페의 노예로 변경됩니다.]

[빚을 갚을 때까지 칭호를 변경할 수 없습니다.]


봐라.

이게 시스템이 인정한 관계가 아니면 뭐겠는가.

미요는 빚을 갚기 전까지 카페를 벗어날 수 없다.

평생 노예······ 아니, 직원이 생긴 셈이었다.


잘된 일이었다.

보아하니 던전 카페는 던전 안에 문이 생기는 것 같은데.

이번처럼 레벨 차이가 큰 몬스터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몬스터가 올 때마다 카페를 마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손님은 미요에게 맡겨야겠어.’


진상에게는 고양이 펀치를 주고.

단골에게는 분홍 젤리를 주게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자리 안내나 메뉴 소개 같은 것을 맡기는 건 기본이고.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 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다른 생각하는 사이 손님이 들어왔다.

꽃집 사장님이셨다.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문 여는 소리도 못 들으세요?”

“별거 아니에요. 오늘 단체 주문이 들어와서 기분이 좋네요. 그보다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맞으시죠?”


고양이가 된 몬스터 얘기를 꺼낼 수는 없으니 적당히 말을 돌렸다.

실제로 단체 주문이 들어오기도 했고.


“네, 맞아요. 그런데 단체 주문 들어왔으면 제가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거 아닐까요?”

“커피 하나 더 내리는 게 뭐 대수라고요.”


난 빠른 속도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전문 바리스타 스킬 덕분인지 이전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와아! 손이 엄청 빨라요!”

“그렇죠? 그러니 단체 주문 걱정은 마세요.”


난 컵에 얼음과 물을 넣었다.

에스프레소 추출보다도 빠르게 컵이 준비됐고.

한발 늦게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준비된 컵에 부었다.


“자, 여기. 맛있게 드세요.”

“와! 지금 1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요?”

“그럴 거예요. 원두 가는 데 10초, 에스프레소 추출하는데 25초 정도니까요.”

“그러면 35초에요?”

“템핑하는······ 그러니까 원두 평평하게 눌러주는 과정도 있으니, 그것보다는 좀 더 걸리겠죠?”

“그래도 엄청 빠르네요.”


단체 주문 힘내세요!

감탄사를 터뜨리던 꽃집 사장님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난 마저 단체 주문 들어온 음료를 만들었다.

단체 주문 덕에 오늘 매출이 잘 나올 테니, 일찍 문 닫고 던전 카페에나 가 봐야겠다.



***



난 던전 카페에 오자마자 미요를 교육했다.

직원 교육이라고 해야 할까.

손님 응대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내 말 알아들었지?”

“미요오오!”


우렁찬 대답.

과연 잘 이해한 건지 걱정이었지만.

이런 건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 보는 게 나았다.


“좋아. 그러면 가게 오픈한다?”

“미요오!”


띠링-

[스킬 ‘카페 오픈합니다’를 발동합니다.]

[하루에 생성할 수 있는 문은 ‘하나’입니다.]

[랜덤으로 문이 생성됩니다.]

[문이 열립니다.]


어제와 같은 알림 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오늘의 손님은 과연 누구일지 궁금했다.

난 누구든 정화해서 경험치로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열 시가 다 된 시간.

이제 슬슬 마감할 때가 됐다.


오늘의 손님은 0명.

단 한 명도 없었다.


‘뭐, 이런······.’


원래 장사가 그런 거기는 하다.

손님 많을 때가 있고,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싶을 때가 있다.


어제는 그래도 금방 들어와서 나름 기대했었다.

그런데 마감이 다 되도록 한 명도 없을 줄이야.


“도대체 문이 어디에 열린 거야? 설마 바닷속인가?”


헌터들은 수중 전투를 꺼리고.

수중 생물은 손이 없을 테니 문을 못 여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


“아니지. 너도 손은 없잖아.”

“미요?”


털 공을 가지고 놀던 미요가 멈췄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미요? 미요오. 미요. 미요.”

“그래? 그러면 문에 닿기만 해도 들어올 수 있다는 건데.”


딸랑-

청명하게 울리는 종소리.

고대하던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난 추측을 중단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던전 카페 실바입니다!”

“미요! 미요!”


교육한 대로 폴짝폴짝 뛰면서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 미요.

상대가 몬스터면 저대로 튀어 올라 안면을 가격할 것이다.

그게 아니고 사람이면 앞에 멈춰서서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오늘 손님은 사족보행······ 아니, 사람이구나!’


기어들어 오길래 순간 몬스터인가 했다.

사람이면서 왜 기어들어······.


“피이-?”

“미요오?!”


손님에게 다가가 애교를 피우려던 미요의 발치로 피가 흘러왔다.

미요가 화들짝 발을 빼며 그루밍했다.


“아니, 지금 네 털 정리하는 게 중요하냐? 피 묻지도 않았거든?”

“미요오?”

“뭘 하긴, 와서 차나 서빙해.”


포트에 물을 가득 붓고 끓였다.

주전자와 찻잎을 주르르 꺼낸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다음에는······.”


차가 우러나는 것을 하염없이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동안 난 에스프레소를 내리기로 했다.


물론, 나중에 깨어났을 때 돈을 청구한다고 아무거나 막 만드는 건 아니었다.

그저 치료에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E)]

5분 동안 체력, 근력, 마력 스탯 5씩 상승.

효과는 중첩되지 않습니다.


체력, 근력, 민첩.

버티는 힘이 있어야 치료가 수월한 법 아니겠는가.


‘치유 효과가 있는 차가 완성될 때까지는 죽으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


난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했다.

비슷한 효과가 있는 아메리카노도 만들기 위해 총 네 번 추출했다.


아메리카노는 체력을,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는 근력을, 바닐라 아메리카노는 민첩을 상승시킨다.


같은 효과만 중첩되지 않는 것이기에 비슷한 효과는 상관없었다.


“미요!”

“미요오-!”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먼저 서빙시킨 후 각각의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아메리카노마저 서빙시킨 후 차를 찻잔에 덜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과정.

이 모든 것이 5분, 차 우러나는 시간만큼만 걸렸다.


마지막, 치유 효과가 있는 차를 서빙할 때까지 손님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손님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흠. 이번에는 목숨값까지 청구해야겠지?’


헌터가 착용한 아이템을 살폈다.

길드에서 일한 경험 덕에 얼마나 비싼 건지 알아볼 수 있었다.


“와아, 이 정도면 돈을 더······ 응?”

“미요?”


헌터의 몸에 묻은 피를 행주로 챱챱 닦던 미요가 왜 그러냐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게······. 얼굴, 얼굴을 좀 더 닦아 볼래?”

“미요!”


얼굴을 뒤덮은 피가 말끔히 닦여 나갔다.

그러자 드러난 익숙한 얼굴.


“······랭커가 왜 여기에?”


영상으로만 보던 랭커의 얼굴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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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오늘 무슨 날인가? NEW 7시간 전 31 3 14쪽
30 멘티아 군락 24.09.16 49 4 13쪽
29 뭐 하는 녀석이지? 24.09.15 72 6 13쪽
28 가향 커피 24.09.14 79 8 12쪽
27 코어 손님 오셨다 24.09.13 78 6 12쪽
26 직원이 되고 싶어 24.09.12 82 8 13쪽
25 카탈란 산맥의 신 24.09.11 92 8 12쪽
24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열리는 24.09.10 104 7 12쪽
23 말랑 젤리 꾹꾹이 형 24.09.09 112 5 13쪽
22 미요, 지금이야 24.09.08 115 5 14쪽
21 수백 마리 뱀의 포효 24.09.07 121 7 13쪽
20 사장의 위엄 24.09.06 128 7 12쪽
19 경쟁력 있는 카페 24.09.05 132 7 13쪽
18 새로운 칭호 24.09.04 132 9 14쪽
17 미샤트의 숲 24.09.03 134 6 12쪽
16 S급으로 진화한 24.09.02 147 6 12쪽
15 이게 무슨 코어인데? 24.09.01 147 6 12쪽
14 어떻게든 얻어야 한다 24.08.31 149 6 13쪽
13 돌파구 24.08.30 153 7 14쪽
12 이거 커피나무 같은데요? 24.08.29 161 8 12쪽
11 행운의 캐러멜 마키아토 +1 24.08.28 170 7 14쪽
10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1 24.08.27 184 7 12쪽
9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 24.08.26 193 9 14쪽
8 거절하기 어려운 돈 +2 24.08.25 204 8 12쪽
7 좋습니다. 열 배 24.08.24 222 7 14쪽
6 다른 녀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24.08.23 229 10 12쪽
5 야간 수당 다섯 배 +2 24.08.22 247 9 13쪽
» 몸으로 갚으세요 +1 24.08.21 271 9 12쪽
3 이건 또 뭔 칭호지? +2 24.08.20 29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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