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들이 내 카페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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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경
작품등록일 :
2024.08.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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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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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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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카페

DUMMY

카페는 편하게 휴식을 취하러 오는 공간.

주인의 어려움을 손님에게 전염시켜서는 안 된다.

개인적인 문제는 일할 때 드러내면 안 된다.

그게 아버지의 신조였다.


아파도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장사에 어려움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님들을 대접하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손님은 마음을 다해 상대한다.


그런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짐했다.

나도 아버지와 같이 힘든 일이 있어도 웃으며 사람을 대해야겠다고.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그러나 이런 다짐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여러 번 깨졌다.

깨졌지만, 그래도 지키려고 계속해서 노력했다.

그랬기에 난 아무렇지 않게 웃는 낯으로 유하연을 돌려보내고 장사를 계속했다.


마음 같아서는 던전 카페로 달려가 미요에게 자세한 상황을 듣고 싶었지만.

마감까지는 아직 남아 있었고.

손님을 눈앞에 두고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야~ 이거 도대체 뭐야? 그동안 마신 레몬차와는 차원이 다른데?”

“이번에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어떠세요?”

“어떻긴! 끝내줘!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다고!”

“뭐야? 나 죽은 사람 만들려고?”

“말이 그렇다는 거죠!”


손님 적은 시간 때에 잠깐 들른 국밥집 사장님.

브레이크 타임 때 놀러 온 고깃집 사장님.

두 분께 E급 유자차의 시음을 부탁했다.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있나 확인해 보기 위함이었는데.

반응을 보니 잘 먹혀든 것 같았다.


“이거 청은 안 파나?”

“원래는 안 팔려고 했는데······.”

“왜?! 이 맛있는 걸 왜 안 팔려고 했어?!”


레몬청 먹는 데 집중하던 국밥집 사장님이 소리 높여 대화에 끼어들었다.

레몬차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씨익 웃으며 장난스레 답했다.


“이게 아이템이거든요.”

“뭐? 아이템? 요게?”

“와, 나 아이템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거 처음인데. 생각보다 평범하다?”


일반인이라 그런지 아이템이라는 말에 신기해했다.

두 분은 각자 마신 컵을 요리조리 돌리며 관찰했다.


‘포션이라는 말 들으면 놀라겠네.’


한때 일반인이었기에 잘 안다.

포션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포션 아시죠? 이게 그런 거예요.”

“포션?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냐!”

“아니, 그런 걸 우리가 마셔도 되는 거야?”


예상대로 화들짝 놀라는 두 사장님.

난 웃음을 참으며 두 분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이거 값을 얼마나 쳐 줘야 하지?”

“일반인은 연줄 없으면 못 산다지 않습니까. 사려면 김 사장님 국밥집은 줘야 하지 않을지······.”

“이게 그 정도나 해?!”


놀란 와중에도 국밥집 사장님 놀리기 바쁜 고깃집 사장님.

그걸 모르고 이걸 어떻게 갚아야 하나 고민하는 국밥집 사장님.

난 옆에서 두 사람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포션 구하겠다고 집 파는 사람도 있는데요, 뭘.”

“이게 그런 거라고? 막 아프고 그럴 때 찾는 거 아니었나?”

“몸이 개운해지시지 않았습니까. 이런 거 마시면 수명도 늘겠네.”

“수명이?!”


어르신 너무 놀린다.

저러다가 쓰러지시는 건 아닌가 싶어서 나섰다.


“포션도 포션 나름이에요. 등급과 효과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거든요.”

“그, 그래? 그러면 이런 건?”

“글쎄요. 저도 포션 시장은 잘 몰라서요. 변동이 심하기도 하고.”


재료 수급에 따라 포션 공급량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시장 가격도 다르게 형성된다.


일반인일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보면 던전제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나도 미요가 우림을 얻지 못했다면 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헌터에게 재료를 의뢰하느라 순이익도 많이 먹지 못했을 테고.


‘원재료 수급도 수월해졌고, 인부도 저렴하게 쓸 수 있고. 좋네.’


재룟값은 아끼고 음료 가격은 높인다.

돈을 긁어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 한······ 어느 정도 하나?”

“돈 받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아니, 어떻게 그러나. 자네 덕에 가게도 지켰는데, 이런 것까지 먹기는······ 좀 그렇지.”


너무 부담스러워하는데?

일반인에게 포션이 그만한 가치를 지녔나?


이래 봬도 길드에서 십 년을 살았다.

포션을 마셔보지는 못했어도 구경은 해 봤다.

길드 녀석들이 포션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평가하는 것도 들었다.


내게 포션은 비싼 무언가였지 신비로운 무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포션은 금덩어리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길드와 연 없이 살아온 일반인에게는 얘기가 다른 모양이다.


“아이템이 일반인에게도 잘 드나 확인해 주셔야죠.”


난 국밥집 사장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고깃집 사장님의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응? 우리 실험체였어?”


국밥집 사장님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인 걸까.

나는 눈짓으로 감사를 전하고는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제 소중한 실험체죠. 그러니 계속 이렇게 시음해 주셔야 합니다?”

“걱정마. 미각 하나는 뛰어나다고 자신하니. 효과는 뭐, 김 사장님이 잘 봐주시지 않겠어? 몸 이곳저곳이 아플 테니 말이야.”

“뭐야? 나 늙었다고 놀리나? 자네랑 나랑 얼마나 차이 난다고!”

“많이 차이 나죠. 띠동갑도 더 나는데.”


아웅다웅하는 걸 보니 부담감은 많이 가신 것 같았다.


“그래서, 안 드실 건가요?”

“큼. 아니······ 그런 거라면야, 못 마실 건 없지.”


나이 들면 솔직해지기 어렵다던데.

국밥집 사장님도 그런 걸까.


“그런데 각성자라더니,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건가?”

“네. 운 좋게 직업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각성했지 뭐예요.”


가온 길드장과 검사 길드장이 동시에 카페에 온 날.

그때 두 사장님께 내가 각성자라는 사실을 알렸다.

4대 길드 중 두 곳의 길드장이 날 찾아왔으니 숨기기란 어려웠다.


시끄러워질까 봐 다른 분들께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고는 지금까지 왔다.

다행히 두 분 모두 비밀을 잘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각성자는 어떻게 되나?”

“글쎄요? 명확히 정해져 있는 건 없어서······.”

“던전 자주 들어가면 각성한다는데, 맞나?”

“그건 아니에요. 일반인은 던전에 못 들어가거든요.”


일반인이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나부터가 진작에 던전에 들어갔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보라 길드부터가 날 던전에서 죽어라 굴렸겠지.


“그래? 던전 말고, 그, 필드인가 뭔가는?”


필드.

침식형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을 가리키는 말로.

던전이 지구의 지형과 하나가 되어 되돌릴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 말이 있기는 한데. 맞다고 증명되지는 않았어요. 왜요, 누가 관심 있다고 하나요?”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쉰 국밥집 사장님이 답답하다는 듯 답했다.


“아니, 손주 녀석이 헌터 되겠다고 난리도 아니야.”

“네? 김 사장님 손주 다섯 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국밥집 사장님께 손자도 있었구나.


“우리 젊었을 때는 애들이 위튜버가 되겠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면서 세상 말세였는데. 이제는 그 위험한 헌터를 하고 싶다고 난리니······.”

“김 사장님과 같이 묶지 말아 주시죠. 나이 차이가 몇 인데.”

“허. 자네, 아까부터 계속 나이 가지고 긁는다?”


국밥집 사장님이 고깃집 사장님을 노려보았다.

깨갱 물러난 고깃집 사장님.

나이 소리가 많이 거슬렸는지 일반인인데도 살기가 느껴졌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각성자 되겠다고 난리잖아. 우리 손자도 그러거든. 그 위험한 걸 왜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아직 어리잖아요. 어릴 때 꿈은 바뀌는 법이죠.”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회 분위기가 좀 그렇잖아. 헌터 되고 싶어서 길드에 돈 찔러 넣는 사람도 있다는데.”


손주가 커서 그 사회 분위기에 휩쓸릴까 봐 걱정인 걸까.


“걱정하시는 건 알겠지만, 각성자도 다 달라요. 헌터가 아니면 위험할 일은 거의 없어요.”

“몬스터만 걱정되는 게 아니야. 각성자 납치 사건 있지 않은가. 일 년에 수백 건씩 일어난다는데, 그 안에 우리 애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잖아.”


각성도 안 한 어린애를 데리고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이런 게 부모, 아니 할아버지의 걱정이라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더 묻지 못했다.


“자네도 조심해. 싸우는 헌터 아니면 몸도 약하다며.”

“걱정 마세요.”


이제 저는 단순한 생산직 각성자가 아니거든요.

나는 걱정해 주는 국밥집 사장님에게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



장사를 마친 난 곧장 우림으로 향했다.

미요가 보고 싶어 어쩔 수가 없었다.


전과 달리 온화한 우림의 날씨.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뱀과 새는 있어도 적대하는 몬스터는 없었다.

덕분에 미요의 보호 없이도 안전하게 우림을 누빌 수 있었다.


“미요야!”


신비로운 나무 아래 미요가 보였다.

우아하게 엎드려 있던 미요가 몸을 일으켰다.

난 속도를 높여 미요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미요의 자그마한 몸을 덥석 들어 올렸다.


“미요오······오?”


반갑게 인사하려던 미요가 의아함을 드러냈다.

난 그에 개의치 않고 미요를 힘껏 끌어안았다.


“잘했어, 우리 미요! 장하다! 우리 미요 덕에 칭호가 생겼어!”


자그마한 몸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비행기도 태워주고.

부드러운 털에 얼굴도 비비기도 했다.


“미요오? 미요오!”


미요가 말랑한 발로 내 얼굴을 밀어냈다.

마치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를 밀어내던 과거의 나와 같은 태도였다.


그때의 난 아버지의 격한 행복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랑한 앞발로 밀어내면 포상인 줄 안다?”

“미요오?”


질색하는 얼굴 또한 귀여웠다.

뭘 하든 예쁜 짓만 하는 녀석 같으니라고.

나 일하는 동안 어떻게 그런 기특한 업적을 달성할 생각을 한 건지.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예쁜 생명체가 또 있을까?


“미요오! 묘오!”


믕먕먕하며 귀엽게 밀어내던 미요.

귀엽지 못한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들었다.

S급의 위협 앞에 난 얌전히 미요를 내려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페퍼민트차 200주전자로 충분했어?”

“미요오오. 미요오오.”

“그래? 던전 코어가 정화된 게 그런 데에도 영향을 미쳤구나?”


정화된 던전 코어.

기괴하게 변한 우림을 정상으로 만들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우림에 사는 생명체의 오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한 잔을 마시게 해야 정화가 될까 말까 했는데.

나중에는 할짝- 한 번으로 정화가 됐다고 한다.


“던전 코어 먼저 정화한 게 신의 한 수였네.”

“미요오!”

“그래, 우리 미요 장하다.”


난 미요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쓰다듬어주었다.

발톱이 또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조심하면서.


“미요오?”

“아. 무슨 칭호가 생겼냐고?”

“미요오.”

“별거는 아니고······.”


우우웅-

손에서 새하얀 빛이 피어났다.

아직은 작고 미약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멸망의 대적자(성장형)】

멸망을 정화하는 힘을 다룰 수 있습니다.

정화 성공에 따른 경험치를 추가로 얻습니다.


성장형.

모든 건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게다가 경험치를 추가로 얻을 수 있으니 각성자 레벨업도 빨라지겠지.

그렇다면······.


‘랭커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레벨업을 하려면 몬스터 사냥이나 던전 공략에 기여를 해야 하는데.

생산직이 기여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생산직이 만든 아이템이 공략에 도움이 되더라도, 기여도는 대부분 헌터에게 돌아갔다.


생산직은 미미한 경험치를 모으고 모아 레벨업을 이루고.

그 과정은 지루하고 지지부진했다.

랭커에 오른 생산직이 드문 것도 다 그 까닭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칭호가 있으니······.


“미요야, 다음에 몬스터가 나타나도 네가 나서지는 마.”

“미요오?”

“이걸로 해결해 보려고.”

“미요오오?”


불신의 눈빛.

그러나 난 자신 있었다.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몬스터는 멸망에 물든 존재.

이 빛이 그 누구보다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걸로 몬스터를 정화해 직원으로 들이고.

경험치도 추가로 쌓고.


이 칭호 하나면 난 생산직이면서 전투직인 각성자가 되는 셈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수백의 직원을 들이며 얻은 게 있었으니······.


직원 휴게실.

이 문을 언제 어디서든 열 수 있다면.

A급 아니, S급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S급이 영업하는 카페.

무해한 몬스터 직원이 서빙하는 카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이색 카페, 고양이 카페 같은 것보다 경쟁력 있는 카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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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오늘 무슨 날인가? NEW 7시간 전 31 3 14쪽
30 멘티아 군락 24.09.16 49 4 13쪽
29 뭐 하는 녀석이지? 24.09.15 72 6 13쪽
28 가향 커피 24.09.14 79 8 12쪽
27 코어 손님 오셨다 24.09.13 78 6 12쪽
26 직원이 되고 싶어 24.09.12 82 8 13쪽
25 카탈란 산맥의 신 24.09.11 92 8 12쪽
24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열리는 24.09.10 104 7 12쪽
23 말랑 젤리 꾹꾹이 형 24.09.09 112 5 13쪽
22 미요, 지금이야 24.09.08 115 5 14쪽
21 수백 마리 뱀의 포효 24.09.07 122 7 13쪽
20 사장의 위엄 24.09.06 128 7 12쪽
» 경쟁력 있는 카페 24.09.05 133 7 13쪽
18 새로운 칭호 24.09.04 132 9 14쪽
17 미샤트의 숲 24.09.03 134 6 12쪽
16 S급으로 진화한 24.09.02 147 6 12쪽
15 이게 무슨 코어인데? 24.09.01 148 6 12쪽
14 어떻게든 얻어야 한다 24.08.31 149 6 13쪽
13 돌파구 24.08.30 153 7 14쪽
12 이거 커피나무 같은데요? 24.08.29 161 8 12쪽
11 행운의 캐러멜 마키아토 +1 24.08.28 170 7 14쪽
10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1 24.08.27 184 7 12쪽
9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 24.08.26 193 9 14쪽
8 거절하기 어려운 돈 +2 24.08.25 204 8 12쪽
7 좋습니다. 열 배 24.08.24 222 7 14쪽
6 다른 녀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24.08.23 230 10 12쪽
5 야간 수당 다섯 배 +2 24.08.22 247 9 13쪽
4 몸으로 갚으세요 +1 24.08.21 271 9 12쪽
3 이건 또 뭔 칭호지? +2 24.08.20 29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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