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들이 내 카페를 너무 좋아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전설경
작품등록일 :
2024.08.20 11:32
최근연재일 :
2024.09.17 21: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4,968
추천수 :
221
글자수 :
178,973

작성
24.09.11 20:20
조회
92
추천
8
글자
12쪽

카탈란 산맥의 신

DUMMY

비눗방울처럼 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가던 정화의 빛.

몬스터의 코끝에 닿자마자 힘없이 꺼졌다.


“푸릉-”


간지러운지 콧김을 내뿜는 몬스터.

카페 안의 가구와 집기가 벽에 엉망으로 처박혔다.

종이처럼 연약한 생산직의 몸은 말할 것도 없고.


“······.”

“미요오오!”


내가 벽에 처박혀 멍하니 눈을 깜빡일 때 미요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S급 몬스터답게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몬스터의 코앞으로 폴짝 뛰어오른 미요.

그대로 사뿐히 몬스터의 콧잔등에 내려앉았다.

아니, 사뿐히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으나.


콰가가가강-

굉음을 내며 사라진 몬스터.

더 이상 카페 안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어, 죽은······ 거냐?”

“미요.”

“그러면 들어오기 전에 문을 닫아야······.”

“미요오.”


비장하게 고개를 젓는 미요.

평소와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 네가 상대할 수 있어?”

“미요! 미요오!”


자신만 믿으라며 보무당당히 카페를 나서는 미요.

나는 옆에서 정화의 빛이라도 날려줘야겠다 싶어 뒤따랐다.


미요오오-

쿠어어어-


거대한 괴수와 자그마한 고양이의 싸움.

누가 봐도 괴수가 이길 것만 같았다.

미요 혼자 고생하게 만들 수는 없지.


“난 나대로 싸워 볼까?”


난 괴수의 뒤통수에 빛을 날리며 ‘멸망의 대적자’ 칭호를 다루는 연습을 했다.

흐릿했던 빛은 처음보다 또렷해졌고.

조종도 전보다 쉬워졌다.


빠르게 직구를 던지기도.

빙글빙글 회전시키며 날리기도.

아래로 파고들었다가 솟구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거 뭔가 재밌네.’


뭔가 동심으로 돌아가 공놀이하는 기분이다.

몬스터는 미요가 철저히 막아주고 있지.

난 뒤에서 깔짝거리며 정화의 빛만 날리면 됐다.

심지어 정화의 빛이 잘 먹히는 것을 보니 재밌었다.


몬스터의 몸을 뒤덮은 검은 번개가 점차 밝아지는 게 보였다.

미요가 정화될 때마다 몸을 뒤덮었던 점액질을 떨어뜨렸듯.

저 몬스터는 번개가 제빛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키이이이?”

“삐이이이?”

“너희도? 그래, 뭐. 조심히 던져 봐. 피크닉 시간입니다.”


【피크닉 시간입니다(LV.3)】

던전 내에서 영업할 수 있습니다.

던전 카페의 설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던전 카페와 동시에 영업할 수 없습니다.


난 아스콘과 리트나가 돕기 쉽게 던전에 임시 카페를 차렸다.


“키이이-!”

“삐이이-!”


내가 하는 게 재밌어 보였던 걸까.

아공간 냉장고에서 페퍼민트차를 꺼낸 두 녀석이 각자의 방식으로 차를 대접했다.


아스콘은 페퍼민트차를 얇은 막으로 감싸 몬스터의 입속으로 쏙쏙 집어넣었고.

리트나는 부리에 페퍼민트차를 머금고 물총 쏘듯 몬스터의 입속으로 쏘아 보냈다.


뒤에서는 내가.

앞에서는 아스콘과 리트나가.

사방에서는 미요가.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을까.

지치면 체력을 상승시켜 주는 아메리카노와 피로를 회복해 주는 레몬차를 마시며 싸움을 이어갔다.


띠링-

[라르칸 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멸망의 대적자’에 따라 정화 성공에 대한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각성자 레벨이 오릅니다.]

[레벨이······]


레벨이 오른다는 말이 여러 번 떠올랐다.

각성자 레벨을 비롯해 직원 관리 스킬과 초보 팽주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초보 팽주가 중급 팽주로 진화합니다.]


레벨이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급으로 진화한 팽주 스킬.

앞으로 차 등급이 더 잘 나오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알림을 적당히 넘겼다.

상태창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몬스터의 변화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미요오-!”


몬스터의 몸에 올라 선 미요가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래, 네 승리다. 승리야.


“근데······ 집채만 하더니, 번개가 사라져서 그런가. 왜 이렇게 작아졌냐?”


몸을 뒤덮고 있던 검푸른 번개가 사라진 까닭일까.

대형견 크기로 줄어든 몬스터.

미요도 정화하면서 작아졌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등급이 다른가?”

“미요오?”

“당연히 네가 더 강하지. 이렇게 쓰러뜨렸잖아.”

“미요오!”

“그래, 그래. 우리 미요 님 대단하시다!”


비위 맞춰주는 것도 힘드네, 녀석.

칭찬을 원하는 미요에게 칭찬을 던져주고 몬스터 앞에 쭈그려 앉았다.

몬스터가 아니라 라르칸이라고 했던가?


“크르르르-”


의식을 차릴 듯 으르렁거리는 라르칸.

난 녀석의 입에 캐모마일차를 부어주었다.

화내지 말고 진정하라는 의미로.


“쿠륵- 캑-”


갑자기 들어온 차에 기침하며 눈을 라르칸.

커다란 눈을 깜빡이는데.

공포감만 느껴지던 첫인상과 달랐다.

생각보다······.


“귀엽네.”

“미요오?! 미요오!”

“당연히 네가 더 귀엽지. 이쪽은 멋있는 쪽에 더 가깝고.”

“미요오오!”

“그, 그래. 네가 귀엽고 멋있고 다 하지.”


다음부터는 말조심해야겠다.

반려동물을 여럿 들이게 되면 질투가 장난이 아니다던데.

괜한 싸움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듯했다.


“크르릉-”


어느새 완벽하게 정신을 차린 라르칸.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해 왔다.


‘와, 뭔 몬스터가 이렇게 예의가 바르냐.’


정화되자마자 텀블링하며 기쁨을 표출하던 누구와는 달랐다.

내 앞으로 다가와 앉은 라르칸은 몸을 낮춰 복종을 표해 왔다.

가슴과 배를 바닥에 닿게 몸을 낮추고 고개까지 푹 숙이면서.


“음. 감사는 받을게. 근데 내가 입은 피해와 너를 정화하느라 든 차의 값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미요 때와 달리 공손해진다.

상대가 공손하게 나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멋들어진 늑대의 외양 때문일까.

어쩐지 존중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르르릉.”


······진짜 다르네.

누구와 달리 제대로 감사할 줄 알았다.

이렇게 충성을 맹세하다니.


“어······ 근데 네가 누구라고?”


충성 맹세에서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크르르릉.”

“······카란탈 산맥의 신?”


라르칸이 던전을 소개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난 그 뒤를 따라가며 던전을 살폈다.

곁에 미요가 있어서 두렵지는 않았다.


‘동굴인가? 신이라고 하는 걸 보면 보스 몬스터인 것 같고. 이번에도 보스룸에 문이 열린 건가?’


전에 유하성을 구할 때도 그러더니.

보스 근처에 문이 열리는 확률이 높은 걸까.


“어, 빛이······.”


동굴의 끝이 보였다.

라르칸을 따라 동굴을 나가니 잿빛 하늘이 보였다.

사방에 검푸른 번개를 내리는 하늘이.


“와, 멋있다······.”


검은 구름 사이로 무수한 낙뢰의 줄기가 뻗어 내려왔다.

사방으로 번지는 푸른 빛이 신비로웠다.

그러면서도 대지를 내리치는 번개가 위협적이었는데.

맞으면 나 같은 건 가루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았다.


“크르르르릉-”

“어? 내가? 여길 다?”


난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산맥을 내려다봤다.

한반도의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이 이러할까.

끝없이 이어진 산맥에 입이 벌어졌다.


“크르르르릉-”

“이건 좀······.”


힘들지 않을까?

내가 여길 어떻게 다 정화해.



***



각성을 잘못한 것 같다.

SSS급으로 각성했더니 다들 내가 엄청난 줄 안다.

그래봤자 카페 주인인데.

도대체 카페 주인에게 세상을 구해달라고 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 여기 있네. 여기 있어.’


난 멍청이······ 아니, 카탈란 산맥의 신을 바라봤다.

카페 크기에 맞춰 강아지 정도로 변한 카탈란 산맥의 신.

신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모양새였다.

그래봤자 대형견의 새끼 수준이라 여전히 컸지만.


“미약!”

“컹.”


미요가 털을 세우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카탈란 산맥의 신은 부드럽게 미요의 경계심을 받아줬다.

마치 아이의 짜증을 웃어넘기는 노인을 보는 듯했다.


“근데, 내가 널 뭐라고 부르면 될까?”

“컹컹.”

“라르칸? 그게 종족 이름이 아니었구나.”


늑대의 신을 이르는 단어 라르칸.

그렇다면 그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건데.


“근데 신이라는 게 이름은 아니잖아. 너는 그걸로 괜찮아?”

“컹? 크르릉.”


평생을 신으로 불려 온 녀석.

다른 이름은 생각도 안 한 건지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근엄하던 모습과는 다른 순박한 모습에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이름을 정해줄까? 앞으로 던전 카페에서 일해야 할 텐데 이름 정도는 알아야 부르든지 할 거 아니야.”

“컹.”

“그래? 그러면······.”


내게 작명을 부탁하는 녀석.

미요는 미요미요 울어대기에 미요라고 불렀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성의 없는 작명이었다.


미요의 귀여운 외모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는 했다만.

이번에는 얘기가 좀 달랐다.

그렇다고 크르릉 운다고 크르릉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라르칸. 신. 카탈란 산맥. 늑대. 푸른 번개.’


난 녀석과 관련된 단어를 머릿속에 늘어놓으며 근사한 이름을 고민했다.


“레니르. 어때?”


우레의 레.

북유럽 신화의 신을 잡아먹은 늑대 펜리르에서 딴 니르.

합쳐서 레니르.


위압감 넘치는 모습과 어울리지 않은 부드러운 울림이었으나.

우아한 기품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크르릉······.”

“이름은 레니르, 애칭은 렌. 괜찮지 않아?”


이름을 곱씹는 녀석에게 애칭도 정해주었다.

애칭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름을 받아들였다.


“컹컹!”

“그렇지?”

“미요오-?”

“어? 네 애칭?”


미요라는 짧은 이름을 굳이 줄여야 할까.


“미요오-”


미요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뭐, 애칭이 꼭 줄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미요오는 어때?”

“미요옷!”


분노의 냥냥펀치로 단호히 거절하는 미요.

진심이 담긴 펀치로는 말랑 젤리의 부드러움은 느낄 수 없었다.

아쉽게도.



***



난 솔잎차를 마시며 볼에 생긴 고양이 발바닥 자국을 지웠다.


얼마나 세게 때렸다고 치유 효과가 있는 차야?

그런 시선으로 날 흘기는 미요.

나는 모르는 척 솔잎차를 계속 마셨다.


“렌?”

“컹?”


편안하게 늘어져 있던 레니르가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들었다.


“네 부탁 말이야.”

“컹컹.”

“그 넓은 곳을 정화하려면 지금 재고로는 불가능하거든? 페퍼민트차가 그렇게 많지 않아.”

“크르릉······.”

“얼마 전에 미요네 숲을 정화하느라고 손질해 둔 걸 거의 다 썼거든. 그 후 손질한 건 널 정화하는 데 썼고.”

“끼이잉.”


힘없이 축 처진 고개와 꼬리.

낑낑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니야.”

“커엉?”


반짝반짝 빛나는 눈.

저 기대에 부응해 줘야겠지.

겸사겸사 얻을 것도 얻고.


“우선 확인할 게 있는데, 너도 마음대로 네가 살던 세상과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는 거지?”

“컹!”

“그러면 장기전으로 가자. 페퍼민트차가 준비되면 네가 있는 세상부터 갈게. 어때?”

“크헝! 컹!”


언제 축 처졌냐는 듯 번쩍 일어나 신나게 짖는 레니르.

팽팽 돌아가는 꼬리가 기분을 드러냈다.


“대신.”

“크엉?”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해.”

“컹! 컹!”


레니르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다고 각오했다.


“좋아. 그러면 우선 평생 직원 계약부터 하자.”

“크헝?”

“세상 하나 구해주는 건데 그 정도면 싸지. 안 그래?”

“그르르······.”

“인간의 수명이 몇인데. 백 년도 안 된다고.”

“크르릉. 컹!”


망설이던 레니르가 동의했다.

마음이 바뀔세라 재빨리 직원 계약서를 내밀었다.


띠링-

[라르칸이 직원 계약에 동의했습니다.]


빠르네.

계약서 보기는 한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독소라도 좀 더 넣었을······.


띠링-

[세계 최초로 S급 신을 직원으로 들이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칭호 ‘이끄는 자’를 얻습니다.]


어? 미요도 S급이었는데?

이게 왜 지금 뜨지?


직원이었을 때 S급으로 바뀐 것과 태생 S급은 다른 걸까?

뭐가 됐든 나쁠 건 없었다.


“던전 카페 실바의 직원이 된 걸 환영해, 레니르.”

“크헝!”


재료가 풍부해 보이는 산맥의 신도 손에 넣었고.

칭호도 얻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급들이 내 카페를 너무 좋아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13]제목 변경 완료 24.08.21 138 0 -
31 오늘 무슨 날인가? NEW 7시간 전 31 3 14쪽
30 멘티아 군락 24.09.16 49 4 13쪽
29 뭐 하는 녀석이지? 24.09.15 72 6 13쪽
28 가향 커피 24.09.14 79 8 12쪽
27 코어 손님 오셨다 24.09.13 78 6 12쪽
26 직원이 되고 싶어 24.09.12 82 8 13쪽
» 카탈란 산맥의 신 24.09.11 93 8 12쪽
24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열리는 24.09.10 104 7 12쪽
23 말랑 젤리 꾹꾹이 형 24.09.09 113 5 13쪽
22 미요, 지금이야 24.09.08 115 5 14쪽
21 수백 마리 뱀의 포효 24.09.07 122 7 13쪽
20 사장의 위엄 24.09.06 128 7 12쪽
19 경쟁력 있는 카페 24.09.05 133 7 13쪽
18 새로운 칭호 24.09.04 132 9 14쪽
17 미샤트의 숲 24.09.03 135 6 12쪽
16 S급으로 진화한 24.09.02 148 6 12쪽
15 이게 무슨 코어인데? 24.09.01 148 6 12쪽
14 어떻게든 얻어야 한다 24.08.31 149 6 13쪽
13 돌파구 24.08.30 153 7 14쪽
12 이거 커피나무 같은데요? 24.08.29 161 8 12쪽
11 행운의 캐러멜 마키아토 +1 24.08.28 171 7 14쪽
10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1 24.08.27 184 7 12쪽
9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 24.08.26 193 9 14쪽
8 거절하기 어려운 돈 +2 24.08.25 205 8 12쪽
7 좋습니다. 열 배 24.08.24 223 7 14쪽
6 다른 녀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24.08.23 230 10 12쪽
5 야간 수당 다섯 배 +2 24.08.22 247 9 13쪽
4 몸으로 갚으세요 +1 24.08.21 271 9 12쪽
3 이건 또 뭔 칭호지? +2 24.08.20 292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