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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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마음
작품등록일 :
2024.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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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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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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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통보

DUMMY

주 태 양.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주태양의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름 덕분이었는지 주태양은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말이다.



"민아야. 그게 무슨 소리야.... 떠난다니? 갑자기 왜?"


"말 그대로야. 나 이제 도저히 지쳐서 못 살겠어. 우리 이혼해."


주태양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이혼 선언.


주태양은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뺨을 세게 꼬집어 본 결과, 지금 이 상황은 현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좋았잖아.... 아니, 우리 최근에 싸운 적도 없고 무난하게 지냈는데 대체 왜...."


주태양의 말에 이민아는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이거 봐. 아무것도 모르잖아. 네 머릿속에는 그저 야구밖에 안 들어있지?"


"......."


"예나도 동의했어. 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뭐!?"


주예나.


주태양과 이민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이다.


"당신, 예나가 올해 몇 살인지는 알아?"


"뭐?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아? 올해 15살이잖아."


주태양의 말에 이민아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 참. 생각보다 더한 인간이었네. 예나 올해 16살이야. 한국이었으면 이제 몇 달 뒤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라고!!"


"아.... 요즘 바쁘다 보니 정신이 없었네. 미안해. 민아야. 내가 다 미안해. 내가 더 노력할게. 응?"


주태양이 연신 사과를 해도 이민아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미 결정 내린 일이야. 내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아. 어차피 네겐 가족보다 야구가 더 소중하잖아?"


"그럴 리가 없잖아.... 내게 제일 중요한 건 가족이야. 너랑 예나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미 주태양은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그런 사람이!! 하.... 아니다. 됐다. 하여튼 나와 예나도 하루 이틀 생각하고 내린 결정은 아니란 것만 알아둬. 예나는 귀국해서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거야. 그렇다고 당신이 하는 일 그만두고 찾아올 생각은 하지 말고."


"......."


"아! 그리고 위자료는 네 재산의 1/3만 받을게. 너 하나만 보고 이 머나먼 미국 땅으로 건너와서 20년 가까이 뒷바라지했으면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거 맞잖아? 안 그래?"


"아니, 민아야. 제발 다시 한번만 생각해 줘. 아! 그래. 내가 가정에 소홀했던 거 인정해. 나 지금 바로 은퇴할게. 구단에 은퇴한다고 알릴게! 우리 이제 예나랑 세 명 여행도 다니고, 어.... 그 뭐냐. 예나가 좋아하는 손흥빈 선수 보러 영국에도 가자! 안면은 없지만 내가 먼저 연락한다면 손흥빈 선수도 흔쾌히 만나줄 거야! 응?"


이민아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선글라스를 끼며 말했다.


"당신한테 야구라는 게 이렇게 쉽게 은퇴를 결정할 정도였다면 진작 가정에 신경 좀 쓰지 그랬어. 근데 이미 나는 너무 지쳤어. 아니, 나뿐만 아니라 예나도 말이야. 나와 예나가 불행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위자료에 대해선 문제없이 처리해 줄 거라고 믿어. 잘 있어."


이민아는 말을 마치고 뒤를 돌아 문으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춰 서서 고개를 슬쩍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손흥빈 선수 은퇴한 지가 언젠데 무슨.... 2년 전에 예나가 손흥빈 선수 은퇴 경기에 가보고 싶다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기억도 안 나나 봐?"


그 말을 끝으로 이민아는 주태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주태양은 이민아가 나간 문을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아내가 떠난 뒤, 내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비시즌이긴 하지만 나는 이 시기쯤 언제나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즌과 별다를 것 없는 식단을 유지했고, 러닝과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체를 단련시켰다.


타자에게도 비시즌은 중요했지만 투수라면 더욱더 중요했다.


이 시기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시즌에 들어가면 구속이 안 나온다.


투수에게 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가장 큰 게 구속 아니던가.


특히 이곳, 메이저리그에서는 구속이 떨어진 투수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었다.


2029년 현재, 올해 한국 나이로 38살.


점점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에 그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몇 배나 되는 훈련을 소화했어야만 했다.


쨍그랑-


나는 마시던 술병을 벽으로 던졌다.


술병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 파편이 튀어 얼굴에 작은 상처가 생기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젠장.... 그놈의 야구가 뭐라고."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괴물들만 득실득실거린다는 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투수였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전성기에서 조금 내려온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팀의 1, 2선발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통산 17시즌을 뛰며 475경기에 등판해서 271승 128패, 방어율 3.28을 기록했고 3310 1/3이닝을 던지며 탈삼진은 무려 3708개를 잡았다.


이닝당 1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이 시대 최고의 탈삼진 왕이라고 불렸다.


개인 수상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사이영상 6회, 다승왕 3회, 평균자책점 1위를 4번 기록했고 탈삼진왕은 무려 10번을 기록했다.


야구에 굉장히 진심이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며 살아온 결과, 큰 부상 없이 롱런을 할 수 있었다.


고교 시절, 최고 102마일(164km)의 패스트볼과 90마일(145km)에 달하는 고속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던 나는 대한민국 야구계가 주목하는 초특급 유망주였다.


거기다가 좌완 투수였기에 내게 쏟아지는 기대는 엄청났다.


그러나 욕심이 많았던 나는 KBP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미국으로 직행했다.


처음에는 신인이 건방지다며 그런 실력으로는 메이저리그 콜업도 못하고 마이너에서 썩다가 결국 돌아올 거라는 비난의 소리를 들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나를 비난하는 여론을 잠재우는 시간은 딱 1년, 1년이면 충분했다.


나는 1년 만에 마이너리그를 폭격하고 메이저리그로 콜업 됐다.


그리고 17년을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쳐왔다.


내가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건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민아와 나는 팬과 선수의 관계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친구와 함께 내 경기를 보러 온 민아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아이였다.


민아가 처음 야구장을 찾은 그날, 나는 9이닝 동안 탈삼진을 1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완봉을 기록했다.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반했다며 며칠 뒤에 우리 학교로 찾아왔고, 나 역시 청순한 외모와 똑 부러진 성격을 가진 민아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우리는 곧 연인이 되었고 1년 뒤, 내가 미국행을 선택하자 민아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마이너리그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었다.


단언컨대 민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아내가 떠나갔다.


살아가는 의욕이 뚝 떨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분명 예나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내 몸은 젊고 활력이 넘쳤기 때문에 비시즌에도 적당히 몸을 관리하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데 큰 지장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었고 시즌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내가 떠난 후 며칠을 생각해 본 결과, 가족에게 점점 신경을 못 쓰게 된 시기는 20대가 지나 30대에 접어들 무렵이었던 거 같다.


30대가 되자 유연성, 근육량, 회복 속도 등, 신체의 전반적인 능력이 모두 하락했다.


당시의 나는 전성기를 맞이해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있었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각 분야에서 최고의 트레이너들을 고용하며 최상의 폼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시즌 중은 말할 것도 없고 비시즌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대신 훈련장에만 박혀서 땀방울을 흘려대는 나날을 보냈었다.


집은 잠시 들려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에 불과했고, 원정 경기라도 떠나는 날에는 10일씩 자리를 비우는 날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내는 지쳐갔나 보다.


나는 떠나간 아내를 생각하며 냉장고에서 새로운 술을 꺼내 병째로 마시고 있던 때였다.


띠리리링-


띠리리리링-


한쪽 구석에 박혀있던 내 스마트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혹시나 민아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서둘러 스마트폰을 확인해 봤지만 화면에는 제임스라는 이름이 떠있었다.


제임스, 우리 구단에서 내 일정과 컨디션을 담당하는 코치 중 하나였다.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의 투수였기에 나를 담당하는 코치가 여럿 있었다.


그중 제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코치가 이 제임스라는 사람이었다.


다른 구단 사람들의 전화는 다 무시했었지만 제임스의 전화를 무시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여보세요."


- 앗! 헤이. 썬(Sun)!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자네 집에도 찾아가 봤지만 불도 다 꺼져있고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집에까지 왔었나? 모르겠다. 술에 너무 취해있어서였는지, 아내를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몰랐다.


"그랬었나. 난 계속 집에 있었는데.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 뭣? 그 큰 집에 불도 안 켜고 그렇게 혼자 있었단 말이야? 젠장!! 자네 아내는 자네가 그럴 줄 알았나 보군. 내게 신경 좀 써주라고 말하고 떠난 걸 보니.


"뭐!!?? 민아가 제임스, 당신에게 연락했었다고?"


- 그래. 소식은 들었어. 썬, 자네와 갈라지고 고국으로 돌아간다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얼른 떨쳐내야지 어떡하겠나. 힘들수록 더욱더 바쁘게 움직여서 잡생각이 안 나게 하는 게 최선이야.


"젠장!!!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 당신이 뭘 안다고."


나는 우리가 이혼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는 제임스에게 화가 나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 썬. 그렇다고 자네가 그렇게 있으면 어떡하나. 힘들겠지만 이겨내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지. 자네는 프로 아닌가. 그것도 높은 연봉을 받는.


그랬다.


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거의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구단 입장에서는 그런 돈을 내게 주는 만큼 내게 이런 요구쯤은 할 수 있는 위치였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젠장. 마음에 안 들면 방출시키라고. 잔여 연봉은 받지 않을 테니. 아니, 이게 구단과의 계약에 어긋난다면 위약금도 내지. 그러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군."


나는 제임스에게 내가 할 말만을 쏘아붙힌 후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옆에 있는 술병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얼마 정도가 지났을까?


어느새 만취 상태가 된 나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 나를 누군가가 관찰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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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8.26 17:16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3

  • 작성자
    Personacon 서비스
    작성일
    24.09.04 17:22
    No. 2

    보통 회귀시작이거나 짧은 회귀전 전개후 회귀진행인데...
    이건 회귀조건 만족하려면... 완결쯤에 회귀할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서준
    작성일
    24.09.17 14:21
    No. 3

    아내가 아주 나쁜인간이네
    진지한 대화도 여러번 없이
    혼자 쌓아만 놓타가 일방적 이혼선언!
    이런게 인간이라니...

    남편만 욕할것이 아니다
    결혼 할 자격없는 사람들이 결혼해 서로 민폐만 끼치는구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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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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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1 정규시즌 개막 NEW 13시간 전 315 11 11쪽
32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24.09.16 569 12 13쪽
31 누가 내 공 좀 받아줘! +2 24.09.15 719 12 11쪽
30 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24.09.14 828 11 13쪽
29 쟤 왜 제구도 돼? +2 24.09.13 904 15 12쪽
28 이게 팀이야? +3 24.09.12 955 12 11쪽
27 2011 KBP 신인 드래프트 +3 24.09.11 1,055 12 12쪽
26 야! 우냐? 울어? 24.09.10 1,158 14 12쪽
25 저 메이저리그 안 갈 건데요? +3 24.09.09 1,277 13 11쪽
24 D-day 24.09.08 1,371 23 13쪽
23 300승! 그리고.... +1 24.09.07 1,365 16 12쪽
22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4.09.06 1,278 15 12쪽
21 1년 반 만의 승리, 그리고.... +4 24.09.05 1,339 18 12쪽
20 직접 상대해봐라. 그럼 알게 될 테니까 +2 24.09.04 1,301 15 13쪽
19 체이스 필드로 돌아온 주태양 +1 24.09.03 1,353 15 13쪽
18 기가 팍 죽은 규철이 +2 24.09.02 1,352 12 15쪽
17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은 쿠어스필드 +1 24.09.01 1,501 16 12쪽
16 돌아온 탈삼진왕 +1 24.08.31 1,566 15 14쪽
15 시범경기 개막 +2 24.08.31 1,552 15 11쪽
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2 24.08.30 1,547 17 14쪽
13 2031 시즌 스프링캠프 +1 24.08.29 1,601 17 14쪽
12 엄청나게 화끈한 LA 다저스의 구단주 +1 24.08.28 1,635 20 10쪽
11 엥? 어디라고? +1 24.08.27 1,592 17 13쪽
10 좀 당황스럽네? +1 24.08.26 1,653 18 13쪽
9 4,000만 달러의 가치 +1 24.08.25 1,688 19 13쪽
8 완벽한 경기력 +1 24.08.24 1,703 19 14쪽
7 왕의 귀환 +1 24.08.23 1,806 20 12쪽
6 노인의 정체 +1 24.08.22 1,815 19 11쪽
5 재도약을 위한 준비 +1 24.08.21 1,945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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