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급 투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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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마음
작품등록일 :
2024.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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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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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롬과 주태양의 만남

DUMMY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에서 각 지구별로 일정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트리플 A는 인터내셔널 리그와 퍼시픽 코스트 리그로 나뉘어있다.


그중 내가 속한 팀은 퍼시픽 코스트 북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산하 트리플 A 팀인 리노 에이시즈라는 팀이다.


오늘 상대할 팀은 같은 북부지구에서 4위, 즉 꼴찌를 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 A 팀인 새크라멘토 리버캐츠였고.


1위 팀과 4위 팀.


미국의 도박사들은 탑독(Top dog)인 리노 에이시즈가 압도적으로 승리를 할 것이라고 점치며 1.27배의 배당을 부여했다.


10달러를 배팅한다면 12.7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도박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맛이 없는 배당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도박사들의 예상과는 달리 경기 흐름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따악-


"돌아! 돌아!! 홈까지 Go Go!!!"


상대편 주루코치의 소리가 들린다.


내가 던진 공이 저 멀리 오른쪽 담장까지 날아갔다.


1회와 2회는 어쩌어찌 1점으로 막았는데 3회가 되면서 타순이 한 바퀴 돌자 내 공은 계속해서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공이 트리플 A에서도 통하지 않는 건가?'


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현실이기에.


이미 내 몸은 야구 선수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불어있었다.


198cm에 100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던 주태양은 이제 없다.


살이 뒤룩뒤룩 찐 198cm에 130kg이 다 되어가는 39살의 초라한 아저씨가 있을 뿐.


아무리 더 이상 커리어에 미련이 없다고 한들, 자신의 공이 저렇게 배팅볼이 되어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3 : 0.


1회에 솔로 홈런을 맞았고 3회에 와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크큭. 썬도 완전히 망가졌군."


"예전에 썬이 아니야."


"이제 메이저리거를 호령하던 썬은 없어."


상대 선수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시끄러워! 다 들린다고.'


하지만 마흔을 앞두고 있는 내가, 이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아이들과 드잡이를 하며 싸울 수는 없는 법.


나는 애꿎은 마운드의 흙만 발로 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우리 팀 더그아웃을 바라보았지만 아직 감독을 나를 교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젠장!'


아직 이닝은 끝나지 않았고 1사에 1루 상황.


이제 타석에는 1회에 내 슬라이더를 그대로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버스터 포지 주니어가 들어섰다.


버스터 포지 Jr.


과거 2010년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안방을 든든하게 책임졌던 프랜차이즈 스타, 버스터 포지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안방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바람대로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지명받으며 자이언츠에 입단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싱글 A, 더블 A를 거쳐서 이제는 트리플 A에서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곧 메이저리그 승격까지 한 발자국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0.353 / 0.426 / 0.591의 슬래시 라인과 홈런 30개와 105타점을 기록한 그는 현재 트리플 A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래봐야 트리플 A에서 좀 치는 정도지.'


지난 시즌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한들, 고작 트리플 A에서의 기록이었다.


트리플 A를 폭격하고 올라온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처참하게 무너지고 가는 선수들도 얼마나 많았던가.


17년 동안 내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면서 버스터 포지 주니어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으로 콜업된 선수들도 많이 봤다.


그런 선수들조차도 메이저리그에 콜업돼서 올라오면 2할 초중반에서 허덕이는 선수들이 대다수였다.


'누구나 내 패스트볼 아래에선 공평했었지. 3할 5푼을 치는 타자든, 40홈런을 치는 타자든.'


나는 과거,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버스터 포지 주니어의 몸 쪽으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몸 쪽 승부.


자신이 타자와 승부할 때 가장 즐겨 던지던 코스였다.


100마일이 넘는 공이 타자의 몸 쪽으로 향하면 어떤 타자든 간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기선제압을 하고 천천히 타자를 요리하는 게 주태양식 스타일.


그러나.


따아악-


몸 쪽 어중간한 코스로 들어가던 90마일의 패스트볼은 포수 글러브로 들어가지 못하고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이 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렸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삐-----


그저 멍할 뿐이었다.


요즘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가?


마운드에 서면 현실과 과거가 잘 구분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구속이 90마일까지 떨어진 지금이라면 저런 공을 던지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볼을 던지며 최대한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며 범타를 유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착각을 했던 건지 타자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고, 예전에 자신이 좋아하던 투구 패턴대로 공을 던져서 초구에 홈런을 맞고 말았다.


더그아웃을 보니 감독이 공을 들고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2와 1/3이닝 5실점.


트리플 A에서도 처참하게 무너진 오늘의 내 기록이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술 냉장고로 가서 소주를 꺼내와서 병째로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꿀꺽꿀꺽꿀꺽-


"크으으으. 역시 한국인은 소주지."


미국에 건너와서 위스키며, 양주며, 와인이며 비싼 술이란 술은 다 마셔봤지만 내겐 이 초록색 병으로 포장된 소주가 딱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는 한국만큼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내가 누군가? 나 주태양인데? 이런 소주쯤은 술 냉장고에 가득 채워놔도 내 자산에 조금의 타격도 없었다.


소주를 병째로 마시니 취기가 금세 올라오기 시작했다.


"크크큭. 예전의 썬이 아니라고? 건방진 새끼들.... 우리 예나보다 고작 한, 두 살 많아 보이는 어린 새끼들이 뭘 안다고 감히...."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나는 마시고 있던 소주 병을 벽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멈칫-


"아! 크크큭. 그럼 안되지. 또 발에 상처가 날 수도 있으니까."


예전에 술을 먹다가 병을 깨고 그대로 잠이 들었었는데 병이 깨진 자리를 1주일 이상 치우지 않아서 집을 나서다가 유리조각을 밟은 적이 있었다.


원래 집을 청소해 주는 분이 따로 있었지만 민아가 떠난 이후 내가 해고했다.


민아가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기에 이 넓은 집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나는 테이블도 아닌 바닥에 자리 잡고 안주도 하나 없이 소주를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바닥에는 빈 병이 한, 두 개씩 늘어가고 있었다.


술기운이 올라오니까 민아와 예나가 더욱더 보고 싶었다.


"민아야.... 예나야.... 흐헝헝."


내가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쯧쯧쯧.... 도저히 한심해서 못 봐주겠군."


뒤에서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뭐야!! 당신 누구야?"


나는 강도가 든 줄 알고 술이 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일어나 옆에 있는 소주 병을 들고 누군가와 대치했다.


하지만 내 눈높이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귀신인가?


그때 내 허리보다 더 아래쪽에서 다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딜 보는 거냐. 여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내려보니 그곳에는 1m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실루엣이 보였다.


'요정? 아니, 엘프?'


실루엣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든 생각은 우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먼저 그 존재에게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가 사람과 달랐고 결정적으로 등에는 날개 같은 것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어린아이가 코스프레를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방안의 달라진 공기가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너, 너 뭐야!!"


나 주태양.


198cm 키에 지금은 130kg 가까이 되는 거구다.


내 부피의 1/4? 아니, 1/5도 되지 않아 보이는 저런 게 내게 위협이 될 순 없겠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그 존재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난 바롬이라고 한다. 너를 도와주기 위해서 먼 길을 왔지. 한데.... 조금 실망이군. 그 사이에 이렇게까지 무너지다니."


"뭐? 바롬? 그, 그게 뭔데? 어, 어!! 가까이 오지 말고 거기 서서 말해."


그러나 바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존재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내가 알던 썬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군. 침착함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경박스럽고 초조한 말투.... 아무래도 괜히 온 건가?"


"다가오지 마!!!"


나는 그 존재가 내 쪽을 향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소주 병을 그곳으로 던져버렸다.


"아차!!"


너무 흥분해서 그만 나도 모르게 던져버렸다.


만약 내 예상과 달리 사람이라면?


즉사다.


와인드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역 야구선수가 힘껏 내던진 소주 병이다.


다 큰 성인도 아니고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치명적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소주 병도.


그때 내 뒤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다가 폭력성까지.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군."


"헉!!"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바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존재가 소주 병을 손가락에 꼽고 빙빙 돌리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너, 너 도대체 뭐야...."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나는 바롬이다."


"그니까 도대체 바롬이 뭐냐고!! 넌 뭐지? 귀신인가?"


"아! 그렇군. 바롬이라고만 하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를 수 있지. 나는 이 세계를 담당하는 신들 중에 하나다. 30년 전쯤에 이곳으로 배정되어 왔지."


바롬이라는 존재에게서 들려오는 말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말이었다.


"하하하.... 내가 술이 정말 취하긴 했나 보군. 저런 게 눈앞에 보이는 걸 보니."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잠을 청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다.


"후후. 못 믿는 눈치군.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어떨까?"


순간 이상한 기운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고 조금 전까지 만취 상태였던 나는 정신이 뚜렷해진 상태였다.


"헉. 이게 뭐야!"


"너의 정신을 침범하고 있는 술기운을 해독시켰다. 정신이 번쩍 들겠지. 자. 그럼 이야기를 좀 해볼까?"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분명 나는 집에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장소로 와있었다.


끝이 보이지도 않는 드넓은 공간, 그곳에는 나와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는 바롬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존재가 신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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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011 정규시즌 개막 NEW 13시간 전 315 11 11쪽
32 좀 속아주셔야겠어요. 24.09.16 569 12 13쪽
31 누가 내 공 좀 받아줘! +2 24.09.15 719 12 11쪽
30 태양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해. 24.09.14 828 11 13쪽
29 쟤 왜 제구도 돼? +2 24.09.13 904 15 12쪽
28 이게 팀이야? +3 24.09.12 955 12 11쪽
27 2011 KBP 신인 드래프트 +3 24.09.11 1,055 12 12쪽
26 야! 우냐? 울어? 24.09.10 1,158 14 12쪽
25 저 메이저리그 안 갈 건데요? +3 24.09.09 1,278 13 11쪽
24 D-day 24.09.08 1,371 23 13쪽
23 300승! 그리고.... +1 24.09.07 1,365 16 12쪽
22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4.09.06 1,278 15 12쪽
21 1년 반 만의 승리, 그리고.... +4 24.09.05 1,340 18 12쪽
20 직접 상대해봐라. 그럼 알게 될 테니까 +2 24.09.04 1,302 15 13쪽
19 체이스 필드로 돌아온 주태양 +1 24.09.03 1,353 15 13쪽
18 기가 팍 죽은 규철이 +2 24.09.02 1,352 12 15쪽
17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은 쿠어스필드 +1 24.09.01 1,501 16 12쪽
16 돌아온 탈삼진왕 +1 24.08.31 1,566 15 14쪽
15 시범경기 개막 +2 24.08.31 1,553 15 11쪽
14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2 24.08.30 1,547 17 14쪽
13 2031 시즌 스프링캠프 +1 24.08.29 1,601 17 14쪽
12 엄청나게 화끈한 LA 다저스의 구단주 +1 24.08.28 1,635 20 10쪽
11 엥? 어디라고? +1 24.08.27 1,593 17 13쪽
10 좀 당황스럽네? +1 24.08.26 1,653 18 13쪽
9 4,000만 달러의 가치 +1 24.08.25 1,688 19 13쪽
8 완벽한 경기력 +1 24.08.24 1,703 19 14쪽
7 왕의 귀환 +1 24.08.23 1,807 20 12쪽
6 노인의 정체 +1 24.08.22 1,815 19 11쪽
5 재도약을 위한 준비 +1 24.08.21 1,945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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