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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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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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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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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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 (2)

DUMMY

결투 보상?

죽을 뻔했으니 그 정도야 당연히 있어야지.


“하 진짜... 셋 다 고르게 해주면 안 되나.”


그래도 이건 정말 욕심 나는 것뿐이다.


일단 가호.

싸움 중에 상대가 썼던 가호가 분명하겠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정보가 공개된 가호들의 스펙을 고려할 때 고작 그것 하나일 리 없겠지.


만약 이 보상이 그냥 얻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서 강탈하는 거라면, 다음에 또 싸우게 됐을 때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테고.

전략적인 가치도 있을 거야.


그다음이 상대 무작위 장비 아이템.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상대가 입었던 장비가 단순하지 않았다.

그건 흑의 처형자 세트가 틀림없었으니까.

가장 싼 신발 파츠가 걸려도 십억.

상의나 무기가 걸리면 뭐, 앞으로 탑 등반 안 해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겠지...만...


“으음...”


상대는 나에 대한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으려나.

문제는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인데, 이름만 알아도 대한민국 각성자 중에 특정해서 집을 알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즉, 상대가 입막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비밀 결투에 대해서 발설해선 안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뭔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당장 경찰에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애초에 증거가 없으니 믿어주지도 않을 수도 있고.

차라리 흑의 처형자 세트 중 무기나 갑옷이 걸리길 빌고 그 돈으로 안전 가옥과 경비원을 고용하는 게 나을지도.


...하지만 값싼 부분이 걸리면?

그 돈으로 안전까지 보장하려면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같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나는 산산조각 난 자동인형의 잔해 쪽을 보았다.

회복 차단 디버프가 이제야 풀렸는지 하나둘 일어나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운이 좋아서 이겼을 뿐, 내 특성은 조금도 도움이 안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약했으니까.


다음에 또 침입해 올 거라 가정한다면 필요한 것은 힘.

돈은 탑을 등반하는 걸로 벌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선택해야 할 것은 가호와 전설 강화 특성 중 하나뿐.


그래서 내가 고른 것은...


[전설 특성 강화를 선택해 주십시오.]


『재생』

【자동 회복 1】→【초과 회복 1】

*【초과 회복 1】: 최대 체력의 (100%)만큼 초과하여 회복 가능


『학살』

【전투 모듈 1】→【전쟁 모듈 1】

*【전쟁 모듈 1】: 군단원의 전투력 및 전투지능 대폭 증가


『무작위 전설 특성 강화』


가호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르칼라의 능력은 사용자의 직접적인 전투 능력을 강화하는 것 같다.

뒤에서 명령만 내려야 할 나에게 적합한 능력은 아니지.


나는 별 망설임 없이 ‘학살’을 선택했다.

상대가 회복 차단 디버프와 압도적 성능의 장비를 가진 이상 회복은 큰 의미가 없다.

내게 필요한 건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군단원들의 전투 능력.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학살이 최선이다.


“오...”


변화는 극적이었다.

손등에 칼날이 달렸을 뿐인 마네킹 같은 자동인형들이 갑옷을 입은 전사처럼 변했다.

무릎 높이의 낮은 키도 허벅지까지 올 정도로 높아졌다.

그런데 갑옷과 무기의 생김새가 흑의 처형자랑 비슷해 보이는 건 우연일까?

성능도 똑같다면 좋겠지만.


“그런데 레벨은?”


무려 78레벨을 쓰러뜨렸다고.

...아닌가?

능력치가 조정돼서 나랑 비슷하거나 아래로 판정되는 걸까.


“그럼... 계속 레벨이나 올려볼까...”


나는 일어나려고 땅에 손을 짚었다.

하지만 한순간 머리가 띵해지고 눈앞이 흔들리더니 다시 옆으로 기울어졌다.


“아 씨... 또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회복 포션을 쓰긴 했어도 겨우 최하급이었으니까.

등의 상처를 직접 보진 못 했지만 가벼운 찰과상은 아니었겠지.


“더이상의 전투 속행은 위험합니다. 퇴각을 권고합니다.”


“아, 그래. 그래야겠네...”


쓰러지기 전에 나를 붙잡아 준 상대에게 말했다.


“...응?”


잠깐.

누구라고?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자동인형들이 나를 아래에서 받치고 있었다.


“방금 네가 말한 거야?”


“네.”


“워우... 말도 할 줄 알아?”


“네.”


“전쟁 모듈 개쩌네...”


대단한 변화긴 한데... 이 녀석이 말한 것처럼 더는 안 될 것 같다.

애초에 2층에 올라온 것부터가 그냥 구경이나 하러 온 거였고.

역시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나는 떨어지려는 눈꺼풀을 어떻게든 붙잡은 채 탑에서 나갔다.


***


“뭐? 도망쳤다고?”


“그래.”


화연이 다 마신 포션병을 내려놓고 말했다.


“상대가 도망쳤다는 거지? 그렇지?”


팀장이 다시 물었다.


“아니, 내가 도망쳤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설마 졌어?”


“어.”


“이런 씹...! 졌어? 졌다고?! 레벨 5짜리 개초보 상대로?!?!”


“방심했어.”


“아니 그게 방심한다고 질 수 있는 레벨 차이야?! 흑의 처형자는 장식이냐?! 어?!”


“흑의 처형자는 저주 저항력이 없어. 그리고 상대는 엑토플라즘 포션이 있었고.”


“에, 엑토플라즘 포션?”


“1층 보스는 스켈레톤 나이트. 이론상 가지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하아.. 시발, 망했네. 사장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돼... 아, 아니 일단 그게 아니라, 그... 김대숭인지 대성인지라고 했지? 그 새끼 입부터 막아야 해!”


“...마음대로.”


화연이 등을 돌렸다.


“야! 어디가!”


“쉬러.”


“쉬긴 뭘 쉬어 이 샹년아! 네가 책임지라고! 레벨 5짜리에게 졌으면서 뭘 잘했다고 쉬는데?! 엉!?”


“나는 받은 만큼만 일해.”


“저, 저... 아오 진짜!!!”


팀장이 울화통을 터뜨리며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한 가지 충고할게.”


“뭐?!”


“그 사람, 1층 평가가 B라고 했지?”


“그래! 그 B급에게 쳐발렸다고 네가!”


“절대 아니야.”


화연이 문을 열고 나갔다.

동시에 처음 대성의 정보를 확인했던 직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 수고하셨습니다.”


그가 화연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는 무시하고 지나갔다.


“오늘도 철벽이네. 팀장님, 언제 한번 화연 씨 데리고 회식이라도...”


“회식은 얼어 죽을!”


팀장이 그에게 책상에 있던 컴퓨터 마우스를 집어던졌다.

물론 선을 뽑은 게 아니라서 제대로 날아가지 못하고 책상 위의 컴퓨터만 넘어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인데요?”


“...김대성인지 뭔지 하는 새끼한테 빨리 작업자 보내.”


“네? 화연 씨가 탑에 묻어버렸을...”


“빨리 보내라고!”


***


나는 탑에서 나오자마자 찬물로 세수부터 했다.

안전지대에서 나오면 몸에 상처는 사라지지만, 정신적 피로는 남으니까.


“...대체 다 뭐냐고.”


나는 욕실의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비밀 결투?

경찰에 신고도 못 해?

그럼 집을 나가야 하나?

대체 어디로?


“존나 복잡하네...”


정신은 맑아졌지만 처리할 문제가 산더미다.

그러나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욕실에서 나온 후 자동인형들에게 말했다.


“다들 짐 싸.”


전쟁 모듈로 강화한 자동인형들이 탑 밖에서도 움직인다는 것.

네크로맨서 계열의 각성자는 윤리 문제 때문에 규제 대상이지만 골렘이나 인형술사 각성자는 탑 밖에서도 부하들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

특성을 사용한 게 아니라 탑 안에서 만든 물건이 밖에서도 움직이는 것뿐이지만, 그걸로 혼자 공장까지 돌리는 각성자도 있다.

물론 나처럼 부하들에게 자율성이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탑 안에서는 초인이라고 해도 탑 밖에서는 일반인이니까.


“명령을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자동인형이 대답했다.


“여기서 나간다고. 짐 정리해야하니까 도와줘.”


“주변에 드랍된 아이템이 없습니다.”


“뭔 소리야... 설마 싸우는 거 말고 이해를 못 해?”


“네.”


“대답은 잘해요.”


자동인형들이 싸움밖에 모르는 깡통이란 게 드러났다.

애초에 짐을 싸서 도망친다고 해도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하느냐도 문제였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무릎 높이의 작은 키에 네 개밖에 없어서 어떻게든 상자에 담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허벅지 높이까지 커졌고 숫자도 열넷이나 된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알아서 따라오게 만들면 지나치게 눈에 띄고...


“...너희, 집은 잘 지켜?”


“거점 방어는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말 참 어렵게 하네. 아무튼 지키는 건 가능하다고... 흐음...”


처음에는 짐을 싸서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이 녀석들이 날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한 건 아니야.

연구소에 전시된 자의식을 가진 검을 훔치려던 도둑이 역으로 검에게 살해당한 사례도 있었으니까.


“그럼 명령이다. 여기서는 침입자를 경계하고 날 지켜.”


“네.”


“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생포하고. 물어봐야 할 게 많으니까. 위협받는다는 증거도 되겠지.”


탑에 침입해서 비밀 결투를 한 일을 직접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불법 침입은 상관없겠지.


일단 집에서 버틴다는 방침은 정해졌다.

그래, 어쭙잖게 도망치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가 나을 수도 있어.

먹는 건 배달시키면 되고, 쓰레기만 어떻게 잘 버리면 될 텐데...


그때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렸다.

어제 경매에 내놓은 해골왕의 축성 반지가 137만 원에 팔렸다는 내용이었다.


“아, 그렇지. 아이템도 처분해야 하는데.”


엑토플라즘과 회복 포션은 써버렸지만 단검과 마정석, 무엇보다 비탄의 검이라는 수백만 원짜리 무기도 있다.

집에서 버티는 것도 돈이 필요한 일.

아이템의 판매와 배달도 공무원이 직접 수거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니 누군가와 접촉하긴 해야 한다.


그 순간이 아마도 제일 취약해지겠지만...


“뭐... 그건 어떻게든 조심해서 잘 해보는 수밖에.”


알림에는 내일 오전 10시에 반지를 수거하러 공무원이 방문할 거라는 내용도 있었다.

마정석의 유통도 그쪽에서 같이 담당하고 있으니 비탄의 검과 단검만 경매에 올리면 된다.


단검은 만 원, 비탄의 검은 400만 원에 올린 후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도 최대한 털었다.

앞으로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냄새도 나고 상할 수 있는 식재료는 최대한 비워야 했다.


그렇게 한창 요리를 하는 중, 갑자기 현관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설마 내일 아이템 수거하러 온다던 공무원이 벌써 왔다거나...


“후우...”


나는 가스불을 끄고 현관으로 나가 카메라를 확인했다.


“...!”


그 여자다!

헤어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저 눈!

도저히 산 사람 같지 않은 그 생기 없는 눈동자!

날 죽이려고 했던 장화연이라는 여자가 분명했다.


아니 저녁에 집에 온다는 게 진짜였어?!


[...]


카메라 속 장화연이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장과 볼펜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거리더니 화면을 향해 펼쳤다.


[‘당신을 죽이러 온 게 아니다’]


[‘도와주러 왔으니 문을 열어라’]


“뭔 개소리야.”


어떻게 하지?

경찰에 신고할까?


잠깐, 날 죽이러 온 게 맞나?

그러면 미리 온다고 말한 게...


“...?”


잠시 고민하는 사이 문고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보통 집안에서는 들을 일이 없는, 밖에서 열쇠로 문을 따는 소리가.


“...실례.”


날 죽이려던 그 여자가 문을 열고 말했다.


“ㅈ, 잡아!!”


나는 다급하게 자동인형들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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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톱니바퀴 (3) +1 24.09.13 1,187 32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320 37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422 41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57 31 12쪽
21 학습 (1) +1 24.09.09 1,520 38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81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53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74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81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73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91 50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71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805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910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3,012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329 63 14쪽
9 독식 (3) +4 24.08.26 3,473 71 13쪽
8 독식 (2) +6 24.08.25 3,639 70 14쪽
7 독식 (1) +2 24.08.24 3,918 67 14쪽
6 결투 (3) +3 24.08.23 4,335 75 12쪽
» 결투 (2) +4 24.08.22 4,482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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