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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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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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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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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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투 (3)

DUMMY

장화연은 놀랄 정도로 간단하게 제압되었다.

그렇다기보단 저항을 하지 않았다.

자동인형들이 그녀를 붙잡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바깥을 조심스럽게 살핀 후 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역시 탑 밖에서도 움직이네.”


그녀가 자동인형들을 보면서 말했다.


“너... 무슨 속셈이야?”


나는 조금 거리를 벌린 채 물었다.


“아까 탑에서 날...”


“함부로 말하지 마. 탑 밖이라도 시스템은 영향을 끼치니까.”


“...거기까진 말 안 해. 아무튼 대답이나 해. 무슨 속셈이냐고?”


“당신을 도우러 왔어. 조직에서 당신에게 암살자를 보낼 거야.”


역시 입막음을 할 생각인가...

그런데 조직?


“...왜?”


“탑의 시스템으로 규칙을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간접적으로...”


“아니, 그거 말고. 왜 나를 도우러 온 거지? 그 조직이란 놈들과 같은 편 아닌가?”


“그랬었지. 그런데 이제 손을 털고 나가고 싶거든.”


“나간다고?”


“조직은 지나치게 크고 과격해졌어. 나랑 안 맞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당신 특성. 군단 진화.”


역시 알고 있군.

각성자의 정보를 입수할 방법이 있는 거야.

협회 쪽에 사람이 있나?

아니면 그런 아이템이나 시스템?


“그전에 한 가지, 당신이 대답해 줘야 할 게 있어. 1층을 통과한 게 혹시 어제였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데?”


“그럼, 당신이 각성자가 된 건... 아니, 탑에 처음 들어간 건?”


“...그게 중요해?”


“중요해. 아주.”


“...”


화연을 눈을 보고 진의를 읽어보려 했지만, 여전히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동태눈에 무표정이다.


“...7년 전.”


“과연... 아니, 역시 그래서...”


“너만 아는 소리 그만하고 좀 알려주시지?”


“탑의 평가는 첫 입장부터 클리어까지의 시간도 포함해. 즉, 당신은 7년이란 시간이 걸렸는데도 B를 받은 셈이지. 만약 보통 수준으로만 통과했어도 틀림없이... S를 받았을 거야. 잘하면 EX도 가능했겠지.”


B인지, S인지, EX인지, 다 모르는 것뿐이다.

애초에 탑이 각성자의 행동을 평가한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그 평가 내용이 어디에 공개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아직 레벨이 모자라지만, 곧 조직에 대항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당신의 특성은 탑 밖에서도 작동하는 타입이니까.”


“그 조직이란 게 대체 뭔데?”


“등반절차통계연구원...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려졌지.”


등반절차, 뭐?

요즘은 각성자랑 관련된 회사나 연구소 같은 게 너무 많아.


“하지만 실상은 각성자를 사냥하고 특성을 빼앗는 곳이야.”


“특성을 빼앗는다고?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가능해.”


“으음...”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밀려온다.

듣도 보도 못한 비밀 결투만 해도 어지러운데, 이런 음모론 같은 이야기까지...


“...뭐, 그래. 그 장기털이 조직 같은 곳에 내가 찍혔다 이거지?”


“그런 셈이야.”


“그리고 넌 거기 소속이지만, 이제는 때려치우고 싶은 거고.”


“그래. 미리 말해두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 우리 같은 각성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경찰이 손을 대지 못 하니까. 직접 연관이 있는 곳에는 놈들의 연줄이 가득하고.”


“기대도 안 했어... 아무튼 거기까진 알겠다 이거야. 그런데 왜 하필 나를? 노려진 사람 중에서 굳이 날 골라 돕겠다고 찾아온 이유가 뭔데?”


“아까 말했잖아. 당신 특성은 탑 밖에서도 작동하는 희귀 케이스야. 게다가 잠재력도 높아.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선 최상위권이니까.”


“그러니까 나더러 그 각성자 특성털이하는 악의 조직이랑 싸워라?”


“그래.”


“내가 미쳤냐.”


“어차피 당신에게 선택지는 없어. 암살자는 늦어도 내일 새벽까진 올 테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미 내 정보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게 분명해.

집에서 도망쳤어도 어지간해선 따라잡혔겠지.


“희망은 있어. 당신의 특성이 있으니까. 상대도 당신처럼 탑 밖에서 작동하는 특성을 사용하는 타입이야. 애초에 그것 말고는 없기도 하고.”


“그럼... 내가 널 믿어야 하는 이유는?”


“믿든 안 믿든 곧 당신을 죽이러 올 거야.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는 편이 합리적일 텐데?”


“...”


“이번 한 번.”


“응?”


“어차피 조직에 암살자는 한 명밖에 없어. 애초에 흔적을 절대 남기지 않으려고 특성을 사용하는 암살자를 쓰는 거니까. 이번 한 번만 제대로 방어하면 조직도 쉽게 움직이지 못 할 거야.”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후우...”


귀찮고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다.

이런 음모론적인 이야기에 휘말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녀가 하는 말에 특별히 모순된 점은 없었다.

정확히는 모든 말이 다 어처구니없는 것뿐이지만.

그러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점 하나는 분명하다.

안전지대마저 무력화하는 비밀 결투를 일방적으로 걸어오는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까.


“...풀어주면 뭘 도와줄 거지?”


사실 이쯤에서 깊게 의심할 부분은 별로 없다.

내 특성에 대한 것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미리 준비해서 왔을 테니 이미 뭔가 저질렀을 것이다.


“암살자에 대한 정보, 베테랑 각성자로서의 경험, 내 연줄, 그리고 나라는 경호원... 부족해?”


“그렇게 강해지면 당신이 조직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라... 쉽게 말해 나에게 투자한다는 거군.”


“정확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난 1층을 클리어할 때까지 7년이 걸렸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안 물어봐?”


“난 3년 걸렸어.”


“...!”


“극히 일부 특성은 초기 해금 조건이 까다롭지. 놀랄 만한 이야기도 아니야.”


“...”


나는 화연을 풀어주었다.


“그래, 그래서 암살자는 어떤 녀석이야?”


“정확히는 그 녀석의 특성이야.”


각성자가 자기 특성으로 탑 안에서 소환했던 몬스터.

특수 능력으로는 일정 시간 동안 투명해지는 것과 잠긴 문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것, 그리고 마비 능력을 가진 밧줄로 상대를 꼼짝도 못 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집에 누군가 출입한 흔적도, 죽은 사람이 저항한 흔적도 없는 상태에서 필체가 드러나지 않는 컴퓨터로 작성된 유서와 목이 매달린 시체를 본다면 누구나 자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치밀하네.”


“그만큼 조직에서 신뢰하고 있으니, 격퇴한다면 조직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 할 거야.”


“그냥 그 조직이란 곳이 평범하게 킬러를 고용한다면?”


“요즘 시대에 그런 게 안 걸릴 거라 생각해? 아무리 연줄이 많아도 CCTV에 찍힌 사진이 투명해지는 건 아니야.”


“...”


이제 와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우리는 작전을 짠 후 암살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


오후 8시.

나는 계속 거실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는 척했다.

옆에는 자동인형이 셋, 나머지 열하나는 벽장 등에 숨어있었다.


잠시 후 현관 쪽에서 묘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


탑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 안.

이곳에서 싸움이 있을 거라 생각하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스마트폰 화면에 화연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준비해]


그리고 2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단숨에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


무언가 내 얼굴 전체를 가렸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숨을 쉬거나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팔다리도 단단하게 묶여서 도저히 발버둥조차 불가능했다.


죽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


눈앞이 다시 밝아졌다.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아, 하아...”


나는 고개를 들어 침입자를 보았다.

확실히 사람은 아니었다.


망토를 뒤집어쓴 촉수 달린 유령처럼 생긴 것이 거실 한복판에 있었다.

저건... 13층에 서식하는 이계 교살자인가?

녀석의 온몸에 자동인형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옷자락과 촉수를 잡아 뜯었다.


“...!!”


침입자가 촉수를 움직여 자동인형들을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숫자는 이쪽이 더 많았지만 개체의 강함에서 큰 차이가 났다.

전설 강화를 두 번이나 한 자동인형들이 촉수에 붙잡힐 때마다 팔다리나 허리, 머리가 툭툭 떨어져 나갔다.


전멸은 시간문제였다.


“...끽...”


놈의 가슴에 작은 칼날이 뚫고 나왔다.

짧은 단말마와 함께 이계 교살자의 몸이 무너지더니 곧 잿더미로 변해 사라졌다.


“...”


화연이 뒤에서 칼을 찌른 자세 그대로 고개만 내려 그 잿더미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여전히 전투의 열기나 이겼다는 희열 따윈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해야 할 일을 한 작업자 같았다.


“이긴... 건가?”


“그래. 미끼 역할 수고했어.”


화연이 칼을 다시 옷 안쪽에 넣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 길이의 칼.

칼날이 새빨간 보석처럼 투명했고 이상한 장식이 있던 걸 생각하면 틀림없이 탑의 아이템일 것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아이템을 썼다고는 해도 탑 밖의 인간이 몬스터를 이기다니...

역시 나에게 붙잡힌 건 단지 저항을 안 했을 뿐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었을 거야.


처음부터 손을 잡는다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군.


“이걸로 한동안 조직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 하겠지.”


“너는?”


“내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들키지 않았을 테니까. 들켜도 도망칠 계획 몇 개쯤은 있고.”


지독하군.


“그래도 가장 안전한 계획은 바로 당신이야. 당신의 군단 진화 특성은 틀림없이 강력해질 테니. 서로에게 윈윈이지.”


“윈윈이고 나발이고, 처음부터 네가 오지만 않았어도...”


“어차피 곧 들켰어. 안전지대는 3층까지 감시당하고 있으니까. 당신 정도라면 2층에서 바로 A나 S급 평가를 받았을 테니 어차피 조직에서 당신을 노렸을 거야.”


“...대체 몇 명이나 죽인 거지? 사냥해서 수집한 다음, 뭘 어쩌려는 거야?”


“그걸 모르겠으니 조직을 뜨는 거야. 두목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거든. 옛날에는 그래도 이해할 정도는 됐는데, 이젠 어떻게 될지 조금도 모르겠어...”


“...”


처음으로 화연의 얼굴에 어떤 감정의 편린이 보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할게.”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 뭐가 어찌 됐든 일단 한 배를 탄 셈이니.”


나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런데 아까 만들던 거, 김치볶음밥이야?”


“응? 어어, 그런데?”


집에서 버티기 위해 식재료를 털어 요리하는 중에 화연이 찾아왔다.

결국 요리는 하다가 말고 방치하는 중이었지.


“난 계란 넉넉하게 넣은 게 취향이야.”


“...그래서?”


“앞으로 같이 살려면 서로 알아둬야 하는 게 있으니까.”


“뭐? 같이 살아? 네가? 여기서?”


“당연한 거 아니야? 서로 떨어진 상태로 어떻게 돕는데?”


“아니, 그, 감시라든가...”


“설마 외출할 생각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지. 안 그래도 계속 집에서 버틸 생각이었다고.”


“그럼 감시는 걱정할 거 없어. 지금은 당신이 최대한 빨리 강해지는 게 중요해. 그러니까 내가 옆에 계속 있는 편이 나아.”


“탑은 혼자서 들어가야...”


“또 안전지대로 들어가봤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공격해 오겠지. 앞으로는 나랑 같이 전장으로 가는 거야. 그러려면 같이 있어야 하고.”


“전장...”


전장은 안전과 목숨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벌고, 제대로 강해지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전장이라...”


당연히 걱정된다.

안 그래도 목숨이 노려지고 있는데, 탑에서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상황이 정리된 후, 우리는 어색하긴 해도 식탁에 마주 앉았다.


“김치볶음밥에 왜 베이컨이 없어?”


어쨌든 당장은 화연의 도움을 받아야겠지.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결국 그녀도 자기 이익을 위해 나에게 접근했을 뿐.

애초에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과 동거라니, 제대로 지낼 수 있을 리가 없지.


“김은 어딨는데? 난 김치볶음밥 먹을 때 석쇠로 구운...”


“그냥 먹어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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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톱니바퀴 (3) +1 24.09.13 1,187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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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톱니바퀴 (1) +1 24.09.11 1,422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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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학습 (1) +1 24.09.09 1,520 38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81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53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74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81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73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91 50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71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805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910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3,012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329 63 14쪽
9 독식 (3) +4 24.08.26 3,473 71 13쪽
8 독식 (2) +6 24.08.25 3,639 70 14쪽
7 독식 (1) +2 24.08.24 3,918 67 14쪽
» 결투 (3) +3 24.08.23 4,336 75 12쪽
5 결투 (2) +4 24.08.22 4,482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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