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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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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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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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영역 (1)

DUMMY

어두컴컴했던 3층을 벗어나 도착한 4층.


이곳도 2층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으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숨 막히는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밤하늘의 달과 별이 반짝이는 경관이 아름다워 눈길을 빼앗았다.


몇몇 각성자는 그저 관광하려고 이곳 4층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태평하게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만 이곳의 경치를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우우우...!!”


저 멀리 늑대의 울음이 들려온다.


“방심하진 마. 4층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니까.”


화연이 말했다.


곧 이곳의 주민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온몸을 수북하게 덮은 푸르스름한 털, 형광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날이 바짝 선 이빨과 송곳니.

거의 모든 특징이 지구의 늑대와 비슷했다.


겉보기에 다른 점은 딱 두 가지.

사족 보행이 아니라 이족 보행을 하고, 서 있는 키도 2m를 넘는다는 것.


“저게 늑대인간인가.”


그녀가 말한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는 아마도 강함에 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4층에 발을 디딘 지 아직 1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저 멀리서 몬스터 몇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듣던 대로 환영 인사가 거치네.”


늑대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터무니없이 넓은 각성자 인식 반경.

대부분은 4층에 들어선 그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 따윈 없다.

어디를 가든 늑대인간의 영역이라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새로운 특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잘됐어.”


이빨과 발톱을 앞세운 채 안광을 궤적처럼 흩뿌리는 것이 마치 들판 위로 달려오는 유성우 같았다.

물론 소원을 들어줄 생각은 없겠지만.


나는 아공간 아이템을 꺼내 발동했다.

눈앞에 푸른 아공간의 입구가 열리고 그 안에서 자동인형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 수백 번을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등장이었다.


“군단, 요격 준비.”


게다가 탑으로 들어오니 특성 강화도 제대로 적용됐는지 숫자가 25개 늘었다.

전부 합쳐 99개.

거의 100개로군.


“사거리에 들어오는 대로 발사해.”


“확인.”


늑대인간들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자동인형들은 이미 완벽한 진형을 짜고 숫자에서도 앞서고 있었다.

이런 압도적인 차이가 있는데도 늑대인간들에게 망설이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교전 개시.”


자동인형 군단이 처음으로 몬스터를 향해 원거리 공격을 시작했다.

벽에 쐈을 때는 한 발이라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99개의 자동인형이 일제히 화망을 펼쳤다.


“오...!”


비록 일반탄이라는 수수한 이름에 근접 공격보다 약할 게 분명하지만 이렇게 뭉쳐서 날아가니 박력이 있었다.

마치 뉴스나 영화에서 보던 전쟁의 한 장면 같았다.


“켕...?!”


“크아아앙!”


압도적인 화망에 얻어맞은 늑대인간 무리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운 좋게 공격을 피한 녀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피격당하면서 바닥을 굴렀다.


“음...”


하지만 지금의 포격으로 죽은 몬스터는 한 마리도 없었다.

공격에 맞긴 했지만 대부분 급소는 피한 것 같고, 살벌한 공격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공격을 잘 피했던 놈은 물론, 쓰러졌던 놈들도 다시 일어나 달려오고 있었다.


“멈추지 마. 계속 쏟아부어.”


“쿨타임 대기 중.”


“쿨타임...?”


아니 그런 게 있으면 미리 말을 해줄 것이지...!


“그 쿨타임이 몇...”


제대로 묻기도 전에 이미 늑대인간들이 가까운 거리까지 도착했다.

물론 가장 앞에 있는 것은 공격을 피해서 거의 만전에 가까운 늑대인간이었다.


“크아아아!”


늑대인간이 휘두르는 손톱에 자동인형의 갑옷이 터져나갔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양 떼 사이에서 날뛰는 늑대.

자동인형들은 멀뚱멀뚱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뿐, 반격할 기미가 없었다.


“뭐해?! 반격하라고!!”


“쿨타임 대기 중.”


“씹! 근접 공격도 해!”


“확인.”


그제야 자동인형들이 손에 쥔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음껏 날뛰던 늑대인간은 순식간에 포위당한 채 온몸을 난도질당했다.


“젠장...”


자동인형이 말은 유창하게 해도 역시 사람보다 지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는 근접 공격밖에 할 줄 몰랐으니 체감할 수 없었지만, 선택의 폭이 늘어난 지금 그 문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컹! 컹!”


곧 처음 포격에 맞고 땅을 굴렀던 늑대인간들이 연속해서 덮쳐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부터 근접 공격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


원거리 공격이 생겼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었어.

일일이 명령할 게 아니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근접 공격 상태로만 싸우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닐지도...


“후우...”


가호 보유자가 지휘하는 군단도 쓰러뜨리고 올라왔는데 4층의 몬스터 무리 따위에게 애를 먹다니...

뭐, 엄밀히 말해서 군단을 쓰러뜨린 건 아니지만, 꽤 실망스러운 결과인걸.


“쿨타임이 얼마라고?”


“약 17초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길다.


“17초라...”


길긴 길지만... 이 경우에는 명령을 내릴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자동인형의 지능이 충분하다면 문제도 아니었겠지.

레벨을 올리고 특성 진화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상황이 그리 나쁜 건 아니야.

이전까지와 똑같은 전술로 나아간다면 4층도 어려울 거 없겠지.


하지만...


“...여긴 손바닥 놈들 올 걱정 없지?”


“괜찮을 거야.”


“그러면 조금 천천히 가자.”


“그래.”


“이유 안 물어봐?”


“뭔가 떠올린 거지? 생각대로 해 봐.”


뭐, 방금 전투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건 일목요연하니까.


“아우우우...!!”


4층의 늑대인간들은 그 명성답게 전멸한 지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공격의 신호를 보내왔다.

보통은 몬스터의 끝없는 파상공세에 진절머리를 내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오히려 딱 좋은 환경이다.


“군단, 다시 원거리 공격 준비. 이번에는 사거리 안에 들어와도 기다려.”


“확인.”


잠시 후 아까와는 다른 방향에서 늑대인간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숫자는 아까보다 몇 마리 더 많았다.


“...”


나는 놈들이 달려오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자동인형의 포격 범위 안에 들어온 후에도, 계속 기다렸다.


“크르르...!”


늑대인간들이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덩치와 속도에 비해 땅이 별로 울리진 않았다.

그만큼 날렵하다는 건가.

그러니까 첫 포격에도 멀쩡한 놈이 있었지.

이 거리까지 오니 확실히 알겠어.

전부 합쳐서 일곱 마리군.


“...발사.”


“교전 개시.”


자동인형이 다시 한번 화망을 뿌렸다.

처음과 같은 종류의 공격을 같은 숫자가 쏘았다.

오히려 적의 숫자만 늘어났을 뿐.


그러나 결과는 아까와 꽤 달랐다.


“케엥...!?”


“켁...”


두 마리, 확실하게 잡았다.

남은 다섯 마리 중에도 멀쩡한 녀석은 단 하나도 없었다.

늑대인간들이 포격에 얻어맞고 잠시 주춤했다.


“군단, 근접 전투로 전환해라.”


“확인.”


그 빈틈을 자동인형 군단이 비집고 들어가자 전투는 싱거울 정도로 일찍 끝났다.


“이제 됐어?”


화연이 물었다.


“그럴 리가.”


이제 겨우 한 번 연습했을 뿐이다.

단순히 운이 좋았을 가능성도 있어.


4층의 늑대인간은 이후로도 쉴 새 없이 우리를 향해 몰아쳐 왔다.

나는 연속되는 전투 속에서 최적의 전환 타이밍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포격을 날리면 전투 방식을 전환할 여유가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서 쏘면 놈들이 공격을 피해버리거나, 아니면 상대에게 정비할 시간을 주고 만다.


다행히 연습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매번 완벽한 타이밍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합격점을 넘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연습을 반복할수록 공세의 전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점점 쉬워졌다.

다만 레벨 업이 점점 더뎌지는 것도 체감되었다.

설마 군단원이 늘어날수록 내 경험치도 적게 들어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낮은 층에 오래 머무르는 건 역시 좋지 않겠어.

그런데 4층 클리어 시간이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였더라...


“...슬슬 나타날 것 같네.”


12번째 늑대인간 무리를 해치운 직후 화연이 말했다.

처음에는 꽤 고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군 피해가 거의 없는 수준에서 늑대인간 무리를 전멸시킬 수 있게 되었다.


“누가?”


그녀가 조용히 검지를 폈다.


“아.”


아니, 검지를 편 게 아니라 위를 가리킨 거다.

나는 4층에 대해 들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밤하늘의 크고 둥근 달.

그 가운데에 사람이 있었다.

늑대 가죽을 뒤집어썼고, 양손에 거대한 도끼를 든 전사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4층부터는 지금까지의 층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몬스터의 활동 범위가 넓은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사도 베오울프.”


사도, 혹은 엘리트 몬스터.

그 강함은 종종 보스 몬스터 이상으로 평가받을 때도 있다.


베오울프가 달에서부터 내려와 대지 위에 섰다.

얼굴에 쓴 늑대 가죽의 머리에서 노란색 안광이 활활 타올랐다.


“달에서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비유가 아니라 진짜 달에서 오는 거구나.”


가장 낮은 층에서 나타나는 엘리트 몬스터지만 의외로 정보는 많지 않다.

4층은 늑대인간이 매우 빠르게, 끊임없이 몰려오는 층이라 대부분의 각성자는 금방 넘어가려 하기 때문이다.


“[월랑 소환]!”


베오울프가 쌍도끼를 교차한 채 위로 쳐들자 그가 서 있는 땅 주변에서 반투명한 늑대들이 솟아났다.


월랑들은 일반 몬스터인 늑대인간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것도 들판 위가 아니라, 드론이나 유령처럼 자유롭게 허공 위를 내달렸다.


지금까지 연습한 표적보다 더 빠르고, 더 어지럽게 움직인다.

완벽한 공격 타이밍을 잡아채는 건... 지금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군단, 요격 준비.”


하지만 애초에 나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았다.

적당한 타이밍, 대충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확인.”


월랑은 날벌레처럼 어지러운 궤적으로 날아왔다.

그것들이 정확히 몇 마리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내 군단보다 적은 건 확실하다.

그리고 조용하군.

늑대인간처럼 시끄럽게 짖어대지 않는 건 좋아.


“...발사.”


자동인형 군단의 화망이 월랑을 쓸고 지나갔다.

피격당한 월랑들은 아지랑이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회피 능력은 더 우수할 테지만 늑대인간과 별로 다를 거 없는 결과였다.

이 결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군단의 전투 지능.

전략적인 판단은 바보를 넘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전술 능력만큼은 믿을 만하거든.


“전원, 근접 전투로 전환해.”


“확인.”


하지만 월랑이 전멸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열 마리에 가까운 월랑이 군단을 향해 몰아쳤다.


“...”


나는 월랑과 자동인형의 싸움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았다.

월랑의 너머, 엘리트 몬스터이자 사도라 불리는 베오울프를.


“[월랑 소환].”


놈이 아까와 같은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땅에서 영혼의 늑대들이 솟아나 반딧불처럼 주변을 떠돌았다.

바로 공격하진 않는군.

뭔가 노리는 건가?


“[달의 가호].”


차가울 정도로 서늘하게 빛나는 달빛이 베오울프와 월랑의 위로 쏟아졌다.

설마 광역 버프?


“...!”


갑자기 전열에 있던 자동인형 하나가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대체 무슨... 아...!


“장난하냐고...”


베오울프가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에 깃든 푸르스름한 빛이 반달 모양으로 날아와 순식간에 또 다른 자동인형을 토막 냈다.


놈과 우리 사이의 거리는... 자동인형의 포격 사거리를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게다가 광역 버프를 받은 월랑들은 여전히 날아올 기미 없이 베오울프를 지키듯이 위성처럼 주변을 빙빙 돌고만 있었다.


아주 잠깐 전황을 살피는 사이 또 초장거리 참격이 날아와 자동인형 하나를 베어버렸다.

떨어져 있어도 몰아치는 속도는 늑대인간이나 다를 거 없군.


“군단.”


나는 곧장 바로 앞에 있는 자동인형의 등에 올라탔다.


“최고 속도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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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변성 (1) +1 24.09.15 1,075 26 13쪽
26 톱니바퀴 (4) +1 24.09.14 1,128 31 12쪽
25 톱니바퀴 (3) +1 24.09.13 1,187 32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320 37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422 41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57 31 12쪽
21 학습 (1) +1 24.09.09 1,520 38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81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53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74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81 44 13쪽
»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74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91 50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71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805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910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3,012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329 63 14쪽
9 독식 (3) +4 24.08.26 3,473 71 13쪽
8 독식 (2) +6 24.08.25 3,639 70 14쪽
7 독식 (1) +2 24.08.24 3,918 67 14쪽
6 결투 (3) +3 24.08.23 4,336 75 12쪽
5 결투 (2) +4 24.08.22 4,482 76 12쪽
4 결투 (1) +3 24.08.21 4,693 85 13쪽
3 진화 (2) +3 24.08.20 5,040 90 13쪽
2 진화 (1) +1 24.08.20 5,216 10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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