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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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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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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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1)

DUMMY

“벌써 난리 났네.”


스마트폰으로 아이템 경매와 중고 사이트를 살피려다가 게시판이 불타는 것이 보였다.

5층에서 누군가 골렘을 100개 정도 조종해서 레이드 보스를 혼자 토벌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그 골렘 조종자가 암흑성전 풀세트를 입고 있다는 목격담까지 있었다.


“너 유명해졌어.”


나는 장난스럽게 화연에게 말했다.


“...됐으니까 장비나 사.”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나저나 장비 아이템이라...

물론 나한테 맞는 걸 산 경험은 많지.

전부 샀다가 되팔았지만.


그러나 이번엔 차익을 보려고 사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내가 쓸 물건을 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미 질리도록 한 일인데 조금이지만 부담스러웠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5억 정도.

이 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맞추려면...


“아.”


생각해 보니 신발은 필요 없나?

4층에서 얻은 별빛 발걸음이 있으니까.

딱히 내 특성에 맞는 물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써먹을 것도 없다.


...아니야.

맞출 때 제대로 맞춰야 해.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일단 중고 아이템 플랫폼부터 볼까.

나처럼 물량으로 싸우는 타입은 무기보다 방어구랑 장신구가 우선이지.


“오?”


검색 필터를 적용하자 좋은 물건이 몇 개 있었다.


【출정의 반지 (B)】

아군의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 (10%) 증가

사용자를 제외한 아군에게 생명력 흡수 (4%) 부여

사용자를 제외한 아군에게 [불굴 4] 부여

[불굴 4]: 자신에게 적용되는 이동 방해 효과 지속 시간 (4%) 단축


【성채 - 갑옷 (B)】

[내구도]: 300 / 300

[방어력]: 물리(450)

모든 저항력 (8)% 증가

받는 피해 (8)% 감소

이동속도 (3)% 감소

아군의 방어력 (4%) 증가

‘성채’ 아이템을 4개 장비할 경우 아군에게 [장벽] 부여

[장벽]: 받는 피해 10% 감소


【성채 - 투구 (B)】

【성채 - 장갑 (B)】

【성채 - 각반 (B)】


【징집관의 망토 (B)】

[내구도]: 100 / 100

[방어력]: 물리 (50) / 마력 (120)

받는 마력 피해 (8%) 감소

받는 속성 피해 (4%) 감소

아군 방어력 (4%) 증가

아군 이동 속도 (10%) 증가


출정의 반지는 8천, 성채 갑옷 세트는 전부 B등급으로 맞춰서 3억 7천, 징집관의 망토는 5천.

예산인 5억 안에서 내가 맞출 수 있는 최선이다.

특히 성채 세트는 디자인이 깡통 같아서 성능에 싼 아이템이다.


솔직히 가격 면에서 별로 만족스럽진 않다.

물론 중고품이니 판매자와 잘 협상하면 좀 더 깎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옛날의 나라면 이 가격은 애초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템을 사고파는 쪽에서 사용하는 쪽이 되니 시간이라든지 다른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B급으로 가성비를 아주 무시하진 않았다.

A급 아이템은 B급의 두 배가 되는 게 이 바닥의 규칙이니까.


모든 물건을 장바구니에 넣고 바로 결제...를 누르진 않았다.


“...”


5억.

얼마 전까지도 몇백만 원 아이템 하나에 쩔쩔맸는데, 5억?


60억이던 아공간 아이템은 내 돈도 아니고 애초에 터무니없는 금액이 제시된 걸 깎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매번 쓰는 플랫폼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금액의 극한까지 가서 그런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으음...”


이걸 사는 게 맞나?

물론 사는 게 맞지.


하지만... 정말로?


“혼자서 뭐해?”


화연이 물었다.


“설마 아이템 보는 데 내 도움이 필요해? 그렇다면...”


“아니, 그게 아니야.”


“그럼?”


“하아, 진짜. 그냥 좀, 그...”


“그?”


“그...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겨우 손가락을 눌렀다.

물론 이걸 눌렀다고 바로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 건 아니다.

일단 판매자와 협상을 하고, 결제는 그다음이다.

하지만 일단 거래를 신청한 이상, 사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냈다.


고작 그뿐인데, 숨이 차는 기분이 들어.


“혼자서 진짜 뭐 하는데?”


“너도 옛날에 1층에서 5년이나 뺑뺑이 돌았다며? 갑자기 억대 아이템을 쓰게 된 내 심정을 모르겠냐?”


“우리집은 원래 부자라서.”


“아.”


그러십니까...


잠시 후 아이템 판매자들로부터 메시지 알림이 왔다.

결과적으로 5억을 다 쓰진 않았다.

출정의 반지는 5백만 원을 깎았고, 성채 세트는 2백만 원을 깎았다.

징집관의 망토까지 6백만 원을 깎아 모두 합쳐 천삼백만 원이나 아낄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뭐야?”


화연이 물었다.


“지금 저녁이 문제... 아.”


잠깐, 애초에 5억은 그녀가 준 마정석값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끙끙 대던 것이 약간 허망하게 느껴졌다.


“저녁이 뭐라고?”


“...라면이라고.”


그래도 아끼긴 아껴야지.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6층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구매한 장비 아이템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6층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개미굴.

3층과 거의 비슷한 느낌의 미로에 나오는 몬스터도 벌레에 가깝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온다.”


저 앞에 창백한 녹색빛의 무리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 빛의 근원은 몬스터가 들고 있는 지팡이.

길쭉하고 구불구불한 나무뿌리를 뜯어내 야광빛 돌을 쑤셔 박은 듯한 원시적인 형태의 마법지팡이다.


“따다다다닥...”


개미인간 마법사가 집게 턱을 연신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녹색빛의 지팡이에서 빛이 흘러나와 주변의 동료들을 감쌌다.


“드드득...”


그보다 좀 더 묵직한 소리를 내는 개미인간 기사들이 온몸을 가리는 장벽 같은 방패를 들고 나란히 걸어왔다.


개미인간 몬스터들의 특징은 협동.

물론 다른 층의 몬스터들도 여럿이 달려들긴 하지만,

질서와 규율을 잡고 서서히 침착하게 조여오는 방식은 개미인간이 최초다.


그리고 환경.

3층도 똑같은 미로 형태지만, 몬스터는 반드시 넓은 방에만 나타나는 것에 비해 6층은 그런 몬스터 방 같은 게 없다.

즉, 이 비좁은 통로에서 상대의 의도대로 싸워야만 한다.


지금까지 자동인형 군단의 기본 전술인 압도적인 물량에 기반한 압박은 불가능.

통로가 좁으니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앞에서 싸우는 사람의 숫자는 똑같다.


전략적으로 너무 불리하다.


“사거리 내 적 확인.”


자동인형이 말했다.


“알아서 싸워봐.”


“교전 개시.”


그렇기에 지금의 나에겐 딱 적당하다.

정확하게는 군단에게 좋은 상황이다.

적당히 어려워야 성장할 여지가 있을 테니.


“네가 직접 지휘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화연이 물었다.


“뭐... 물량으로 밀어붙이겠지.”


“...그게 끝? 마법사의 보조를 받는 기사는 네 자동인형보다 스펙에서 우월한데? 정면으로 들이박아봤자 하나씩 깎일 뿐이야.”


“그 이상으로 밀어붙이면 돼.”


“좀 알아듣게 말해줘.”


“확실히 개미인간 기사는 자동인형보다 강해. 하지만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는 정도는 또 아니란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계속 전진하라고 명령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


“...?”


“뒤에 있는 군단원이 앞에서 싸우는 놈들을 타고 넘어가게 될걸?”


“아...!”


사람이라면 압사의 문제가 있겠지만 자동인형에게 그럴 일은 없다.

앞쪽의 자동인형이 개미인간 기사를 상대하는 동안 뒤의 자동인형이 벽이든 머리 위든 타고 넘어가서 마법사를 전부 해치우고 포위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비좁은 통로라는 환경은 우리가 아니라 몬스터 쪽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너무 단순무식한 방법이라 생각도 못 했어.”


“일반적으로는 무식한 방법이지만, 나에겐 아니야. 뭐... 아무튼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나는 다시 자동인형과 개미인간이 싸우는 곳을 보았다.

어두운 통로에서 등불의 빛이 닿지 않는 곳은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양상은 파악할 수 있었다.


자동인형들은 우직하게 순서대로 싸우고 있었다.

원거리 공격은 가능하지만 비좁은 통로라 뒤에서 쏘면 적이 아니라 아군에게 맞을 가능성이 크다.

거기까지 판단한 건 좋지만, 그렇다고 그냥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따다다닥...!!”


개미인간 마법사의 지팡이에 박힌 광석에서 짙은 녹색 연기가 군단을 향해 뿜어졌다.


산성 안개.

3층의 사원 거미가 가진 독과 다르게 무생물에도 통하는 강력한 지속 데미지 마법이다.

물론 자기들끼리는 면역이고.


그 지독한 안개가 통로를 서서히 채우기 시작했다.

뒤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자동인형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체력이 깎이기만 했다.


아직 쓰러진 군단원은 없지만, 이래서야 그것도 시간문제다.

그것도 하나씩 쓰러지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전멸하겠어.


어쩔 수 없군.


“뒤에서 대기하는 군단은 두 번째 열부터 앞을 타고 넘어가. 가서 마법사를 죽이고 후에 적을 포위해라.”


“확인.”


느리지만 확실하게 패배를 향하던 군단이 전세를 뒤집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개미인간 마법사들도 지팡이를 휘두르고 방어 마법을 펼치는 등 나름 저항했지만, 몬스터답게 도망은 치지 않았다.

결국 마법사들이 쓸려나가고 기사만 남은 시점에서 앞뒤로 싸먹자 전투가 금방 끝났다.


“음...”


이기긴 했지만, 내가 바라는 형태는 아니다.


“일단 계속 반복하자.”


어쨌든 필요한 건 경험.

첫걸음부터 달릴 수는 없지.


다행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산성 안개에 회복 차단 디버프는 없기에 다음 몬스터 무리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연속해서 싸울 수 있었다.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같은 싸움을 몇 번 반복하자, 드디어 변화가 생겼다.


“좋았어...!”


군단 일부가 내 명령 없이 스스로 전열을 넘어 상대의 뒤로 넘어갔다.

물론 거기까지 닿지 못하고 앞에서 싸우는 사람과 몬스터 사이에 껴서 방해만 되거나, 넘어간 게 극히 일부라서 마법사를 해치우지 못하고 역으로 당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방향성만큼은 옳다.


“이대로만 계속하면 돼!”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됐다.


열다섯 번째 개미인간 무리와의 전투는 군단이 압살한 것이다.

내가 직접 명령했을 때만큼 깔끔하진 않았을 뿐, 내가 바라던 그대로 실행해서 기대하던 결과를 냈다.


하지만...


“...레벨이 안 올랐어.”


이쯤 되면 레벨이 오를 만도 한데, 아직인가?

바로 다음이 전설 특성 강화 차례라 조금 조급해졌을지도.


“정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원래 우리처럼 조금 희귀한 특성은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도 많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오는 경험치의 양 자체가 적은 거겠지만.”


“경험치가 적어져? 그게 무슨 소리야?”


“몬스터를 잡고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상대적이야. 같은 레벨의 각성자가 같은 몬스터를 똑같은 숫자만큼 잡아도 레벨 업에 걸리는 속도는 제각각이지.”


“...얼마나 고생했느냐에 따라 더 많이 얻고, 적게 얻고 그런 건가?”


“대충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확한 기준은 나도 몰라.”


“그 기준을 정하는 건 누구고?”


“누...구?”


“그래, 누구. 누군가는 그런 기준을 정하고 있단 거잖아. 그게 누군지 너도 몰라?”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아마 성좌들끼리 합의하는... 잠깐, 뭐? 무슨 뜻이야?”


갑자기 화연이 혼자서 무언가 중얼거렸다.

자기 성좌와 대화하는 건가?


“...그 주제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말라고, 이르칼라가 말했어.”


오?

뭔가 있긴 있다 이거지?


“아무튼... 그건 넘어가고... 아.”


“또 뭔데?”


“찾았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어! 암흑성전이야! 저기 잠시만요! 어제 5층에서 뵀던...!”


“도망쳐, 당장.”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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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49 홍뱀
    작성일
    24.09.09 23:16
    No. 1

    뒷조사 하고 찾아왔다는건 나랑 싸우자는거지? 일단 서로 죽을때까지 원수졌으니까 죽어봐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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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톱니바퀴 (1) +1 24.09.11 1,422 41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57 31 12쪽
» 학습 (1) +1 24.09.09 1,521 38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81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53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74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81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74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91 50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71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805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910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3,012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330 63 14쪽
9 독식 (3) +4 24.08.26 3,473 71 13쪽
8 독식 (2) +6 24.08.25 3,639 70 14쪽
7 독식 (1) +2 24.08.24 3,918 67 14쪽
6 결투 (3) +3 24.08.23 4,336 75 12쪽
5 결투 (2) +4 24.08.22 4,482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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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화 (2) +3 24.08.20 5,040 9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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