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stance. 세개가 빛나길, 어제도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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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야상곡
그림/삽화
제13야상곡
작품등록일 :
2024.08.21 14:10
최근연재일 :
2024.09.20 15:41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282
추천수 :
0
글자수 :
78,339

작성
24.08.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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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통행 금지 표지판.

DUMMY

겨울이 지치면


눈사람이 녹듯이


무언가 차갑다는 건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


그렇기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겨울을 원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그 추위를 원했어.


집도 없고


고로 끝나는 것부터


이미 피폐한 삶.


어린 나이의 회상도


상상하기 싫었는데.


이는 그것보다 더 예전의 이야기.


어린 어린 나이인가.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잠시 남아 나는 말을 잃었다.


그 이야기 같아.


성냥팔이 소녀인가.


모티브를 했다고 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이네.


뜨거운 태양이 장렬하는


사막에서의 삶이


우리에겐 익숙하지


허나 잊고 있었나 봐.


밤이 되면 이곳은


지칠 틈도 없이


목숨을 구걸하게 되니까.


어두운 밤.


녹일 성냥도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릴 여유도


없이 오늘도 그녀는 잠에 들었다.


"어머."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겠지.


"얘 좀 봐!"


"응??"


옆에서 작게 들리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이건 그나마 조금 알겠네.


"이 녀석은 왜 여기서 자고 있는거야??"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엔


어울리지 않은 얼굴이


그리고 말투가.


"..."


"??"


성격이 마른 나와는 다르게


녀석은 날카로웠다.


마치 한 마리의 북극여우처럼.


강인함이 느껴지는


그러나 여린.


이누이트인을 보는듯한 털모자.


보석 모양의 모래 바닥에서


날리는 먼지는


보기에는 아름다웠다.


무엇이 아름다움일까.


그저 반짝이는 암석.


"야..!!"


"빨리 와 봐..!"


숨죽이고 크게 말했다.


뭐 효과가 있는진 모르지만.


이건 모험.


녀석 역시 지루한 삶이었나 보다.


음.


실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장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저 기억에 남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돌멩이로 가득 찬 곳.


동굴.


어째서 목소릴 낮추어야 했는지도 모르지만.


실은 이건 끊어진 기억이다.


녀석이 기차에 치이기 전.


내가 내가 아니던 시기의 사건.


다만 어두컴컴하지 않고


따뜻한 밝기의 장소였다는 건


아직도 피부로 느껴진다.


"야...! 빨리..!"


다급한 녀석의 모습.


다만 이것은 걱정이 아니라.


빛나는 곳으로


녀석을 따라 걸어갈 수 있었다.


"어..."


사실 레스토랑이었어.


바닥에 갈린 카펫엔


어디선가 갈려 나간 생명이 있었겠지.


덕분에 고풍스러운 인상.


큰 모자에


다이아 모양 검은 면포.


이 외에도 사실 많은 사람이 보였다.


"우와..."


녀석의 놀라는 듯한 표정.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장소가 바뀌었으니.


"주문은?"


어린애라고 무시 받진 않았어.


꼬마 아가씨보단


이쪽이 편하니까.


"어..."


고민하는 사이.


"전 코코아로 주시죠!"


녀석의 취향.


알지 못했다.


그야 방금까지만 해도


난 사막에 굴러다니는 풀때기에 불과했으니.


녀석과 만난 지 대략 1분.


난 동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손님은요?"


내게 들어온 질문.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눈앞에 놓인 질문을 무시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아..."


그런데 먹어본 거라곤


얼어붙은 빗물과


모래 섞인 뜨뜨미지근한 물 뿐.


주문이라는 것도


마법 같은 일이네.


그러다.


"!"


눈에 들어온 것.


옆자리 여인이 마시고 있는


핑크빛 음료.


"저거! 저걸로 주세요..."


손으로 가리킬 만큼


어지러웠지만.


여인은 웃으며 받아주었다.


보이지 않는 얼굴로.


"체리 에이드. 주문받았습니다."


"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네!!"


...


비록 상상이지만


난 웃을 수 있었어.


처음 마셔본 체리 에이드.


처음 본 사람들과


장소.


그리고 친구까지.


"..."


입에 남아있는 과일의


미련한 맛을 기억한다.


잔잔하게 떠오르는 코코아의


카카오 향도


포근해지는 기분이야.


그래.


이대로.


이 기분 그대로.


"걱정하지 마."


"안 합니다."


망설임


쓰기도 아쉬울 정도.


확고한 대답엔


이유 모를 망설임만 남을 뿐.


"그래."


"..."


"가자."


언제나 다시.


이번에도.


처음으로.


"체리 에이드 한 잔 주세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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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ance. 세개가 빛나길, 어제도 물어봤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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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유. 24.08.21 2 0 3쪽
45 행복회로. 24.08.21 4 0 2쪽
44 분리안정. 24.08.21 2 0 2쪽
43 감아줘 제발. 24.08.21 3 0 3쪽
42 받아주지 않아서 다행이야. 24.08.21 4 0 2쪽
41 밤샌 것 같은 기분에. 24.08.21 2 0 2쪽
40 모르게 생기는 것들. 24.08.21 2 0 4쪽
39 뭉개진 선, 그 위에 선. 24.08.21 3 0 6쪽
38 물어보다. 24.08.21 3 0 2쪽
37 정상 화가. 24.08.21 5 0 4쪽
36 샹들리에. 24.08.21 2 0 6쪽
35 넌 그래도 괜찮아. 24.08.21 3 0 2쪽
34 계획성 부적. 24.08.21 4 0 2쪽
33 그럼 그렇게 하지. 24.08.21 2 0 2쪽
32 그렇다면 너도 재즈가 되어라. 24.08.21 3 0 2쪽
31 이젠 지겨운 처음. 24.08.21 3 0 2쪽
30 내 일. 24.08.21 4 0 3쪽
29 잘 나왔네. 24.08.21 4 0 3쪽
28 주마등은 주인을 찾아서. 24.08.21 2 0 1쪽
27 스트레스. 24.08.21 1 0 2쪽
26 더는 없는 대화. 24.08.21 1 0 1쪽
25 절반 남은 날. 24.08.21 1 0 4쪽
24 벨리의 색. 24.08.21 2 0 3쪽
23 신사의 정장은 레드. 24.08.21 1 0 2쪽
» 통행 금지 표지판. 24.08.21 2 0 4쪽
21 차,선,책. 24.08.21 2 0 2쪽
20 울보의 진심. 24.08.21 2 0 3쪽
19 마지막 대화. 24.08.21 3 0 2쪽
18 차가 온 세상. 24.08.21 2 0 4쪽
17 커피잔의 물. 24.08.21 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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