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화가.
"그래 그럼."
으즉!
툭.
근육들의 절단과 함께 빠져나온 칼.
흔들.
그렇게 무너진 균형은
보기 힘들게 꾸겨진 목.
리스의 모습을 한 그 놈은
왼손으로 머리를 받히며 걸어왔다.
"..."
질끈.
겁쟁이.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세상이 무섭다.
누군가 말했지.
강한 충격으로
뇌가 망가진 생명체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수 있다고.
...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픈 건 언제나 아프다.
그게 소멸에 대한
호감도 상승 원인이겠지.
그렇게 몸에 몸을 찔리면서도
알게 된 사실.
아무리 더럽히고
엉망이 되더라도
여전히 살아갈 궁리만 한다는 게.
오른 눈의 감각은 반납한 지 오래.
리스가 들어가도
아프지 않을 눈이었을 터.
정작.
마주하곤 다른 의미로 눈을 감았다.
"아일..."
푸욱.
어딘가 익숙한 소리.
"!!"
갑자기 이런 짓을.
어딘가 익숙한 상황.
망상에서 본 것만 같은 자세로
리스는 아일의 등에 기대
허리춤을 휘감고 안으며 말했다.
"!.."
"..."
또 다시 정적.
우훗.
"아일은..."
"!!"
"말야."
"아, 아니 그 ㅁㅏㄴ..!"
"이런 거 좋아하잖아.."
".. 아냐."
나와 같은 망상을 본 것, 마냥.
리스는 소름 끼치게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으..으. 읏!.. 하아.."
몸의 여러 부분을 부드럽게 훑으며 지나다니는 손.
그렇게 15초 정도가 지나고
어느덧 민감한 곳까지.
마치 조각상의 s자 모양처럼
조형물 같은 두 사람의 모습.
"아흣!..!!"
모든 것을 지운 채 들린 소리.
상식.
인식.
연식까지.
"아일은 정말 야한 거 좋아하는구나..."
이전과는 다르게 축축하게 늘어진 손은
절정, 즉 끝을 의미.
"..."
말이 없어진 아일.
무엇 때문인가.
...
키힛!
"역겨워."
"이런 꼬맹이를 좋아하는 것도 역겨운데..."
"30초도 안 돼서 가버리다니... 얼마나 변태인 거야 너??"
불쑥.
멍해진 아일의 얼굴 옆에 나타나며.
"응? 말해봐. 언니는 날 항상 그런 눈으로 봤던 거구나..."
"..."
여전히 무음.
혼자서 신난 듯 말을 이어갔다.
"우웩~ 토 나오네 아일."
그러곤.
"그거. OO콘이랑 다를 게 뭐야?"
음식물 쓰레기를 보듯 경멸하며.
"!!"
쐐기를 박았다기 엔
그것이 사실인지도 모르는 상황.
그럼에도 충격 받을 말이긴 하다.
적어도 그 상대가 리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부서진 멘탈.
...
이런 간단한 정신 공격에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어쩌면 그것이 아일을 멈추게 했을지도 몰라.
근데
정말 별로게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거 같아서.
아일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만..."
"응? 힘 빠진 목소리가 귀엽게 들리는데?"
차라리 죽여.
같은 심정인가.
...
그걸 무엇보다 잘 아는 리스가
"뭔 소릴 하는 거야. 아일."
그렇게 쉽게 놔줄 일은.
"지금까진 잘 돼 가고 있나 확인한 것뿐이야."
"..? 무슨.."
뚫린 목을 감싸며.
스윽.
손을 치우자 어느새 상처는 실종.
"지금부턴 개인감정이야. 아일!"
싱글 웃으며.
툭.
털썩.
리스가 아일의 허리에 손을 놓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와락.
그 위를
덮치듯이.
찰싹!
꾸물거리며 달라붙었다.
어느덧 아일의 귀에
호흡이 닿을 정도로
입을 가져다 대곤.
"평범한 건 기억도 못하게 만들어 줄게."
와앙.
"!!"
"으윽."
살포시 무는 귀.
주륵.
흘러내리는 피.
장면은
아일의 손으로.
잘 일구어진 흙을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연신 쓸고
쥐었다 폈다.
그렇게 하루의 끝까지.
이하.
생략.
- 작가의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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