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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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그림/삽화
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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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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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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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1. 붉은 신부 복

DUMMY

소란은 울었다. 울음 소리가 새어나갈 까봐 입술은 꽉 다문 채 울었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이 붉은색의 혼례복 치마를 적셔갔다. 곧 죽을 것이기에 그녀의 눈물은 마를 새 없이 폭포수 마냥 흘렀다. 꽃가마를 타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이 길이 저승길이나 다름 없었다.


‘하녀 신분에 왕부에 시집가는 게 가당키나 하니? 복 인줄 알아야지.’


‘아가씨. 제가 하녀라는 거 바로 들킬겁니다’


‘아니. 들켜도 너만 잘하면 문제없어. 자식만 낳아주면 첩으로 라도 삼아 줄지 누가 아니?’



소란은 더 이상 거절 할 수 없었다. 허락하지 않으면 기루에 팔아넘긴다는 말에 울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기능위


현 황제의 형제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연 왕의 독자로 소왕야인 그는 다재다능하여 황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했지만 19살에 전장에 나갔다가 4년 만에 바보가 되어 돌아왔다.

연왕부부는 몇 년 간 황궁의 태의를 포함하여 유명하다는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치료했으나 소왕야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황실에서는 후사라도 이어야 한다며 혼인을 명해5품 이하의 관리의 여식에게 엄청난 지참금을 주고 혼인을 시켰으나 한달 후 원인 모를 이유로 죽자 도성에서는 여식을 주려는 자가 없어 할 수 없이 지방 관리의 자녀와 재혼을 시켰는데 그녀도 3개월만에 죽어버렸다. 그러자 도성에서는 소왕야가 미쳐서 부인을 살해했다는 끔찍한 소문이 퍼졌고 그 소문을 들은 연왕부부는 황제에게 달려가 기능위의 불명예를 벗겨달라 울며 사정을 했다. 이에 황제가 직접 조사를 명했으나 6개월동안 조사한 끝에 두 명의 소왕비는 병사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황제가 직접 조사를 명했기에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도성의 관리 중 그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자들은 없었다. 믿지 않았기에 딸을 가진 자들은 소왕야 와의 혼인을 피하기 위해 아프다며 멀리 요양을 보내는게 도성은 물론 도성에서 하루정도 걸리는 성까지 유행처럼 번져갔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황제가 직접 수도에서 한달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안양의 관직도 없는 조부가 5품 관리였던 심 가에 매파를 보내 혼인을 명하게 되었다. 허나 아무리 황제의 명이라고 해도 한 제국 전체에 이미 저승사자로 소문이 난 소왕야에게 딸을 보낼 수 없어 심가에서는 딸의 몸종이었던 소란을 협박하여 급히 양딸로 삼은 뒤 혼인 가마에 태워 연왕부로 보낸 것이다.


연왕부에 들어가면 이유 모를 병에 걸려 죽고 다행히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몸종이라는 것이 들통나면 황제기만 죄로 죽으니 소란은 그저 하염없이 울 수 밖에 없었다.



“신부가 도착했습니다. 신랑은 나와서 신부를 맞이하세요”


“헙!!”


소란은 매파의 커다란 목소리에 숨까지 멈췄다. 왕부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소란은 가마에서 끌어내리다 시피 내려졌다.



‘파파파파팡’



축하의 폭죽이 터졌다. 그녀는 면 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자신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또한 신부를 맞이할 때면 얼굴을 모르는 이라 할지라도 축하해주기 마련인데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흑!!”


기어코 소란의 입에서 참지 못하고 억눌린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당황한 매파가 급히 소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신호를 주었지만 한번 터진 울음 소리는 입술을 깨물며 막아보려 해도 깨진 바가지에서 물새는 것 마냥 새어나왔다.


“으흐흐흐흑!”


소란은 보지 못했지만 문 앞에 나와있는 연왕 부부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가고 사람들의 무거운 침묵 속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미 터져버린 울음과 뒤늦게 느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소란은 어쩔 줄 몰라하며 옷자락만 동아줄인 마냥 잡고 있을 때였다.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에 덮어쓴 면 포가 갑자기 벗겨졌다. 그리고 소란의 눈앞에 나타난 얼굴을 본 그녀는 한순간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 잊어버렸다.


“울어? 울어?”


다 큰 성인 남자가 어린 아이 같은 말투로 물으니 기이했으나 소란은 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린듯한 눈썹과 반듯한 코 그리고 맑고도 투명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소란의 눈 앞에 불쑥 과자를 들이밀었다.


“울지마 이거 줄게.”


태어나서 처음 본 잘생긴 공자가 아이 같은 말투로 달래기 위해 준 과자를 본 소란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심장을 멈추게 할 정도로 잘생긴 이 공자가 자신의 남편이 될 기능위라는 것을 알았다. 상황이 이상했지만 어쨌건 남편이 준 거라 소란은 과자를 집어 먹었다. 소란이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본 기능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왕이 남자는 우는 게 아니랬어”


전 남자가 아닌데요 라는 말 대신 소란은 기능위처럼 미소 지었다. 죽을 줄 알고 저승으로 향하는 길인 줄로만 생각하고 왔는데 갑자기 불쑥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기능위의 미소가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녀는 따라 웃었다. 그녀가 웃자 기능위의 눈이 살짝 흔들린 듯 했으나 착각인 듯 기능위는 품에서 또 다른 과자를 꺼내 먹으며 말했다.



“근데 너 누구야?”


“이···.심소란입니다.”


“심소란이 누군데?”



기능위의 등 뒤에서 연 왕이 말했다.


“네 부인이란다. 위아!”


순간 기능위는 얼굴을 찡그렸다.


“부인싫어! 또 떠날거잖아”


기능위의 말에 기능위의 뒤에 서 있던 연 왕이 안타까운 표정이 되는 것을 보고 소란은 기능위는 부인이 죽은 걸 모른다는 걸 알았다. 소란은 기능위가 바보 라기보다는 어린아이에 가깝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하녀 생활 10년의 눈치를 동원해 기능위의 수준에 맞춰 대답했다.


“전 안떠나요”


“거짓말”


“정말이에요.”



그녀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정말로?”


“예”


“그래? 그럼 가자”



기능위는 소란의 손을 잡더니 뛰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에 남은 매파며 가마꾼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가만히 서 있자 연 왕은 집사에게 말했다.


“노잣돈 넉넉히 주고 보내라”


“예 전하”


연 왕의 옆에 서 있던 집사가 미리 준비한 듯 금덩이가 든 주머니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자 그들은 희희낙락하며 떠났다. 문 앞에서 그들을 보던 연 왕비는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급히 닦았다.


“그만 들어가세”


“송구합니다. 전하”



연 왕이 한숨을 내쉬며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문 안으로 들어서자 왕부의 커다란 문이 닫혔다.



소란을 무작정 끌고 가던 기능위가 멈춘 곳은 왕부에서 창고로 쓰이는 건물 뒤쪽의 담이었다.


“같이 잡자. 여기에 많아”


“뭐······뭐를요?”


“귀뚜라미! 어제 아복한테 졌어. 더 큰 귀뚜라미 잡아야해”


그 말에 소란은 기겁하며 기능위로부터 멀어졌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게 귀뚜라미 였다. 심가에는 낡은 창고가 있는데 그곳에 귀뚜라미가 많았다. 심가에서는 그곳에 잘못한 하녀나 하인을 몇 날 며칠 가두는데 소란은 그곳에 들어가기 죽기보다 싫어서 매번 채찍으로 맞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그녀는 귀뚜라미가 무서웠다.


“전 무서워서 못 잡아요!”


“진짜? 왜 무서워? 귀뚜라미 재밌는데”


소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뒤로 더 물러났다.



“전 무서워요 소왕야”


“그럼 어떻게 하지? 뭐하고 놀아?”



소란은 번개보다 더 빠르게 답했다.



“연 날릴까요?”


“연? 나 날릴 줄 알아.”


연이 뭔지는 아는지 환해졌던 기능위가 갑자기 슬픈 표정이 되었다.


“연 없어. 만들 줄 몰라”


“내가 만들어 줄께요. 안양에서는 여자도 남자도 다 연 만들 줄 알아요”



남부 지방은 자신만의 연을 만들어서 새해에 연을 날리다가 끈을 끊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풍습이 있기에 모두 다 연은 만들 줄 알았다.


“정말? 만들자 연만들자”


기능위가 팔짝팔짝 뛰며 연을 만들기 위해 뒤를 돌아선 순간 두 사람은 멈칫했다. 어느때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집사가 두 사람의 뒤에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실수를 했다면 하녀라는 것이 들통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순간 소란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집사! 집사 연만들거야”


“예 소왕야! 그전에 왕야와 왕비 마마께 가야합니다.”


“아? 인사하러?”


“예 소왕야”


“가자 부인”


세 번째 혼인이라 아예 모르지는 않는지 기능위는 집사의 말에 바로 소란의 손을 잡고 다시 뛰었다.

왕야 부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소란은 기능위와 같이 있으면서 어느덧 잊고 있던 두려움이 불꽃이 피듯 확 피어올랐다. 보자마자 들켜서 죽임 당할 것 같았다. 최대한 가고 싶지 않았으나 지능은 아이여도 힘은 성인 남자의 그것이라 기능위가 끄는 속도를 늦출 수도 걸어 갈 수도 없었다. 기능위는 빨리 왕야부부에게 인사한 뒤 놀고 싶은 건지 뛰고 있었던 것이다. 저 멀리 연 왕 부부가 기다리고 있는 대청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많이 뛴 탓이었는지 소란은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아 기능위의 손을 급히 잡으며 소리쳤다.


“잠···잠깐만···.”


소란의 말에 기능위는 멈춰섰다. 그런데 대청 문 바로 앞이었다. 안에서 둘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먼저 문이 열리고 뒤늦게 기능위의 목소리가 소란의 귓가에 들렸다.


“응? 왜? 부인?”


오상궁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연왕부부 앞에 도착해서도 계속 뛴 탓에 소란은 숨이 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위아야. 같이 뛰어왔니?”


왕비가 소란과 기능위를 보더니 놀라 물었다.


“예. 부인 내가 데리고 왔어요. 빨리 인사하고 연 날리러 가야돼요”


연왕야와 왕비가 놀란 건지 기쁜 건지 모를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가 연 왕비가 기능위를 보았다.


“위야 부인은 무공을 몰라서 오래 뛸 수가 없어요. 봐라 힘들어 하잖니.”


기능위는 양손의 손가락을 꼼 지락 대며 왕비를 보고 힘들어하는 소란을 보더니 소란에게 다가왔다.


“부인. 미안해요”


“괘···헉헉..괜···.헉헉”


기능위의 사과에 뭐라도 대답을 하려 했던 소란은 자꾸 나오는 숨소리에 두 손을 저으며 동시에 살짝 미소 지었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편히 숨을 고르거라. 위아가 항상 뛰어다닌 단다 그러니 앞으로도 위아와 같이 있을 때는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


“헉허헉···.예···.헉헉 마마”


아직 까지도 소란은 숨이 넘어갈 것 같아 죽겠는데 기능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틀렸어. 마마가 아니라 모비야.”


소란은 기능위를 힐끗 본 뒤 연 왕 부부를 보았다. 연 왕비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조금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어 소란은 차분하게 말했다.



“예 모비”


“인제 끝났어. 부인 연 만들러가자”



자신의 손을 잡는 기능위의 손을 마주 잡아 당기며 소란은 급히 말했다.


“왕야와 왕비께 차는 올려야죠. 소왕야”


기능위가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차차 맞아. 차 올렸어. 1번 부인도 2번 부인 때도 차 올렸어. 차 차 어딨어?”


기능위의 말에 집사가 찻잔을 건네 주었다. 소란은 기능위의 손에 조심스럽게 차를 쥐어주고는 기능위를 끌고 연왕부부의 앞에 무릎을 꿇은 뒤 찻잔을 내밀었다. 지금껏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연왕부부가 이번엔 기쁜 듯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받았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위아가 어린아이 같다. 정상은 아니나 어쨌든 너의 부군이니 성심성의껏 섬기도록 하거라”


“······예.”


모깃소리마냥 작았지만 가까스로 대답한 소란은 자신의 옷깃을 당기는 힘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소왕야 기능위가 온몸으로 나가자고 보채고 있었다.


“위아가 원하니 나가보거라”


“예”


연 왕비의 허락에 소란은 안심하며 바로 일어섰다. 뛰어서 터질 것 같은 심장의 고통보다는 두려움으로 말라버릴 것 같은 고통이 더 크기에 차라리 뛰는 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기능위가 마음이 급했는지 다시 소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연 왕이 기능위가 바친 차를 마시며 말했다.


“심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오게나.”


“왕부 사람을 심가로 보낼까요?”


집사의 질문에 왕비가 말했다.


“아니. 세운각에서 정보를 사와라. 심가의 둘째 딸에 대한 정보로.”


“알겠습니다.”


집사가 나간 뒤 연 왕이 왕비를 보며 말했다.



“좋은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여지껏 위아가 먼저 놀자고 말한 사람은 저 아이가 처음 아니오”


왕비가 연 왕을 보았다.


“처음입니다. 전의 소 왕비 두 명 다 딱 하루만 같이 있었고 그 뒤로는 계속 혼자 놀았지요. 같이 잠들지도 않았고요”


“심가가 속였다면 그들만 처벌해야 겠소”


소란의 신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연 왕의 말에 연 왕비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황실에 인사를 시켜야 하는데······말이 많겠죠?”


왕비의 걱정 가득한 말에 왕야는 달래듯이 왕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위아만 생각합시다. 그리고 기본적인 교육만 시키고 들어가면 되겠지. 어차피 딱 한번 예의 상 방문하도록 할 생각이오. 그 이후에는 황실에서도 위아가 가지 않아도 지금처럼 아무 말 안할거요”


연왕야의 말에 연 왕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는 매우 슬퍼 보였다.


연 왕은 다시 한번 연 왕비의 손을 토닥인 뒤 연 왕비의 옆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한 여인, 오상궁을 보며 말했다.


“오상궁. 소 왕비께 당분간 문안 인사 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 전하고 소왕야 처소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하라”


“예 전하”



연 왕은 연 왕비 옆에 서 있던 오상궁에게 명했고 오상궁은 바로 소왕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3년 전에 소왕야는 서재 아니면 연무장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소왕야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면 되었다.


“우와!!!! 멋있다. 부인아!! 부인 최고다!!”


저절로 미소가 날 정도로 기뻐하는 소왕야의 목소리를 들으며 도착한 곳에서 오상궁은 소왕야가 들고서 감탄을 연발하는 연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재주가 좋은 듯 소왕야가 들고 있는 봉황 연이 정말 멋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솜씨였다.


“오상궁!! 오상궁 이거 봐 멋있지? 부인이 만든거다.”


오상궁을 발견한 기능위가 우다 다다 뛰어와 연을 보이며 자랑했다.


“예 소왕야 정말 멋있습니다”


“헤헤헤 연날릴거다. 날아라.”



연을 든 채로 우다다 뛰어가는 소왕야를 보다 오상궁은 소란을 보았다. 소란은 오상궁이 왕비의 옆에 서 있는 것을 보았기에 왕비의 측근임을 바로 알아보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저런 태도가 확실히 관 부의 여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높은 자의 명령을 순종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심씨일가도 어리석었다. 하녀는 하녀의 태도가 이미 몸에 베어있기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그것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최고의 위치에서 하녀와 하인들의 수발을 받아온 왕야 부부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게다가 관 부의 여식은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소란이 우는 걸 본 순간 왕야 부부는 소란이 하녀라는 것을 바로 알아챈 것이었다. 왕야부부가 알아챘다면 다른 이들도 알아챌 가능성이 높았다. 오상궁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넌지시 경고했다.


“소왕비마마 앞으로는 하인들에게 시키십시오. 그리고 우선 현재는 소 왕비께서는 소왕야만 잘 보살피시면 됩니다. 그러면 왕비는 물론 왕야께서도 소왕비마마의 진짜 신분은 따지지 않으실겁니다. 물론 목숨도 보장하지요.”


하얗게 질려가던 소란의 얼굴은 오상궁의 마지막 말에 더 이상 하녀라는 신분이 들통날까 싶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감···..감사합니다.”


“어찌됐건 지금은 소 왕비시니 아랫사람인 저에게 인사하지 마십시오. 왕야와 왕비께서 당분간 문안 인사는 드리지 않아도 된다십니다. 소왕야의 처소에서 두분이 같이 지내시면서 소왕야의 모든 것을 파악하시면 됩니다.”


“예······”


소란이 습관적으로 순종적인 대답을 하자 오상궁은 뭐라고 하려 다가 그냥 입을 다문 채 물러났다. 오상궁이 떠난 뒤에도 이곳으로 오는 내내 두려워했던 일이 너무 쉽게 풀려 버리자 실감이 나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소란은 소왕야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부인아! 부인아!! 이거봐라!! 우하하하 높다”


아이처럼 정말 환하게 웃는 기능위를 보며 소란은 자신의 목숨이 그에게 달렸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우선은 그걸로 충분했기에 기능위와 같이 해가 질 때까지 연을 날리며 놀았다. 붉은 신부 복을 입은채로.


작가의말

전에 올렸다가 대대적으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삭제한 글입니다.

이번에 다시 올립니다. 1부까지만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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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 시작 되었다. 24.08.23 19 0 17쪽
» 01. 붉은 신부 복 24.08.21 2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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