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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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그림/삽화
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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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748

작성
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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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2. 시작 되었다.

DUMMY

온몸이 물 먹은 파김치 마냥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오상궁의 말도 있었기에 소란은 용기를 내어 하녀에게 목욕물을 떠오라고 모기 만한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저기 목욕물 좀 받아..놔라”


“이미 받아놓았습니다. 욕실로 가시면 됩니다. 소 왕비 마마”


“아 고맙···어 그래”



소 왕비인 자신보다 더 침착한 하녀의 대답에 소란은 괜한 자격지심을 느끼며 하녀가 가르쳐 준 욕실로 향했다.


“우와!”


컸다. 엄청 컸다. 심가의 욕실과는 비교도 안되게 컸다. 게다가 커다란 통에 목욕물이 받아져 있는 게 아니라 엄청 크고 넓은 공간에 헤엄쳐도 될 만큼의 물이 차 있었다. 물 가득 향기로운 꽃들이 뿌려져 있고 물 색깔로 보아 약제 성분이 녹아 있는 듯 했다. 소란은 조심스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옷을 벗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적당한 온도의 물이 발바닥에 닿았다. 천천히 몸을 물 안에까지 넣으니 따뜻함에 몸의 피곤함이 녹는 듯 했고 은은하게 맡아지는 꽃향기에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듯해 소란은 기분이 좋아 눈을 감았다.


‘첨벙’


“부인 나도 목욕한다”


생각지도 못한 소왕야 기능위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자 소란은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속옷만 입고 들어온 기능위가 상의를 훌렁 벗어던졌다.


“꺄아아아악!”


상체만 드러낸 채 서 있는 기능위를 보자 소란은 비명을 지르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기절한 소란의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익사하기 전에 다급한 손 하나가 소란의 머리를 잡으며 안았다.


“이크······”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와 함께.


***


따뜻했다. 그래서 소란은 몸을 더 움직였다. 팔을 넓게 펴야 베개를 다 안을 수 있었다. 꼭 안으니 더 따뜻해 기분이 좋아졌다.


“좋다.”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는 것은 몸에 벤 습관으로 알 수 있었기에 소란은 따뜻함이 좋아 눈을 뜨지 않았다. 조용한 숨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소란의 얼굴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했다. 그 규칙적인 움직임도 왠지 편안했다.



‘움직여? 베게가?’


갑자기 든 생각에 소란은 번쩍 눈을 떴다. 사람의 몸이 눈 앞에 보였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이 두근거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눈으로 위를 힐끔 보니 자신의 방이 아닌 건 확실했다. 금으로 무늬를 장식한 휘장이 쳐져 있었고 자기 몸 하나 가까스로 누울 수 있는 작은 침상이 아닌 뒹굴어도 충분한 커다란 침상이 보였다. 여기가 어딘지 생각하던 소란은 곧 연왕부라는 것이 떠올랐고 동시에 자신의 옆에 누운 몸이 누구의 것인지 생각하던 소란은 제발 아니길 바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소왕야 기능위의 조각 같은 얼굴이 보였다. 어제의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를 생각하던 소란은 놀라 소리치려 던 자신의 입을 손으로 급히 막은 뒤 그가 깰 세라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혼례복을 입었어도 정상적으로 혼례를 치른 것은 아닌데 다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기에 침대에서 내려오려 던 순간 기능위가 소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으악!”


“응? 부인? 어디가?”


“예?....그게···.”


“응? 어디가는데?”



아이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 같아 소란은 재빨리 말했다.


“화장실이요”


“아···.근데 어제부터 왜 나만 보면 소리쳐?”


“놀···.놀라서요.”


기능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놀랐다구? 왜?”


“갑자기 나타났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저를 누가 옮겼어요? 이 옷은 누가 입히고······.”



아직 졸려운지 눈을 계속 비비며 기능위가 몸을 일으켰다.


“내가 옮겼어. 글구 예전에 옷 벗고 놀았다가 어머님께 혼났었거든. 그래서 내가 옷입혔어. 잘했지?”



자신이 욕 의만 입고 있는 것을 본 소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뒤 칭찬 받으려는 듯 웃고 있는 기능위를 보며 상당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잘 했어요”


“응 응 나 잘했어. 더 자자”


기능위는 소란의 몸을 끌어당겨 꼭 안고는 눈을 감았다. 소란은 기능위의 품에 안기게 되자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터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기능위의 고른 숨소리를 듣다보니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더 이상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소란은 눈을 감았다.


“푸훗!”


소란이 잠이 들었는지 고르게 숨을 쉬기 시작한 순간 소란의 머리 위쪽에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


***


기능위와 지내는 건 쉬웠다.

덩치만 어른일뿐 심가에 있을 때 열 살의 이 공자와 노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첫날도 둘째 날도 연을 날렸다. 첫날에는 왕부내 작은 정원에서 였지만 다음날 부터는 왕부의 뒷산에서 연을 날렸다.

산 꼭대기에 꽤 넓은 평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마음껏 뛰며 연을 날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산 중턱의 시냇가에서 고기를 잡았다. 그때 지능이 어린아이와 같아도 기능위가 무예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척척 잡았던 것이다.


“소왕야 3년전 기억 안나요?”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소란이 구워서 주자 맛있게 먹던 기능위는 소란의 질문에 잠시 멈추더니 바로 말했다.


“몰라”


그리고 다시 물고기를 먹는데 집중하는 기능위를 바라보다가 소란은 이 모든 것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일평생 만나지도 못하는 황족을 눈 앞에서 보는 것도 모자라 그 중 한 명과 혼인을 하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소왕야께서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저랑 만나지도 못했을 거에요.”


물고기를 먹던 기능위가 소란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소란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뛰어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난 그날 이후부터 기능위의 얼굴만 보면 심장이 뛰었다. 3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이에 소란은 애꿎은 모닥불만 뒤적였다.


“왜? 왜 못만나는데?”


이제 세상을 알게 된 아이들이 호기심에 자꾸 질문을 하듯 기능위는 질문을 자주했다.


“저는 하녀라 소왕야께 어울리지 않아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썹을 찌푸리던 기능위는 소란의 팔을 잡았다.


“안떠난다고 약속했잖아. 떠날거야?”


소란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떠날까 봐 걱정하는 그의 표정에 소란은 웃었다. 자신과 잘 놀아 주니 떠나지 말라고 잡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곳에 있어도 될 것 같아 기뻤다.


“안 떠나요. 소왕야께서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이에 물고기를 먹느라 입술 주위가 새까맣게 된 채로 기능위는 말했다.


“그럼 됐어. 부인하고 놀 때가 제일 재미있거든”


맛있다를 연발하며 물고기를 먹는 소왕야를 보며 소란은 죽게 되든 아니면 쫓겨나든 그 전까지는 자신도 기능위와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을 줄 알고 온 곳이 심가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소란은 지금 이 순간이 좋았고 기능위가 자신의 남편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응 저도요. 소왕야”


모닥불을 보며 대답하는 소란을 기능위가 빤히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


10일이 지나서 둘만 있던 처소에 하녀와 하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들에게 말도 걸지 못하던 소란은 하인들이 드나들기 시작 한지 5일정도 더 지나고 서야 왕부 하인들과 하녀들에게 처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어색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더듬지 않고 명령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그녀 나름대로는 뭔가 한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다. 물론 왕부의 하녀와 하인들이 자신을 관직도 없는 촌부의 딸이라며 무시하는 건 알고 있지만 소란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 씩 하나 씩 왕부에 적응하며 한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소왕야의 처소에 오상궁이 상자 하나를 들고 방문했다.


“오상궁? 어쩐 일인가?”


“왕비마마께서 새 옷을 하사하셨습니다. 본래 시집오자마자 드리려고 했는데 침모방 참모가 고향에 갔다가 오느라 지금 만들었습니다.”



옷 상자를 받으며 이젠 능숙해 진 예법 대로 소란이 답했다.


“감사히 받았다 전해주시게”


“예 소왕비마마. 그럼 소인은 물러가겠습니다”


“살펴가게”



소란은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함에 담겨 있는 옷을 만져보았다. 평생 입어볼 꿈도 꾸지 못하는 천랑족만 만들 수 있다는 구름 비단이었다. 모시던 심가의 아가씨가 꿈을 꾸듯 해줬던 말을 소란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손으로 만지면 천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흡사 구름을 만지는 듯한 부드러움과 시원함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러했다.


살짝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옷을 잡아 펼쳤다. 하늘색의 부드러운 비단으로 지어진 옷은 부드럽게 나풀대며 펼쳐졌다. 동시에 옷 사이로 하얀 종이가 바닥 위로 천천히 떨어졌다. 뭔가 하고 종이를 집어 드니 글씨가 쓰여 있었으나 소란은 글을 몰랐다. 옷에서 나왔으니 옷과 관련된 글이라는 생각에 혹여 실수할까 봐 자세히 알아보고 나서 입으려고 소란은 우선 옷을 다시 함에 넣고 종이는 접어서 자신의 소매에 집어넣었다. 기능위가 오면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이 왕부에서 자신이 글을 몰라도 뭐라고 말을 안할 사람은 소왕야 뿐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왕야를 찾아 밖으로 나온 소란은 하인 복장이지만 하인이 아니라 장군이라고 해도 믿을 것같은 분위기의 남자가 그녀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자 긴장했다.

“아···..아복?”


아복은 소란이 오기 전에는 소왕야와 같이 놀아주던 젖형제였다. 그녀를 제외하고 소왕야가 제일 편하게 대하는 몇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아복은 평소에 표정이 없는 데다 일반인과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게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기에 소란은 아복이 어려워 볼때마다 긴장이 됐다.



“소왕비마마 소왕야께서 마구간으로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마구간?”


“예”



생각지도 못한 말에 몇 번 눈을 깜박이던 소란은 아복을 따라 마구간으로 갔다. 왕부에 와서 처음 와 본 마구간이었다. 말을 쓰다듬다가 소란을 본 기능위가 소란을 향해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기능위가 쓰다듬던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란이 봐도 보통 말이 아닌 듯했다. 풍기는 기세도 일반 말과 달랐지만 이마 부분에 손바닥만 한 은색의 동그란 원판 모양의 장신구를 달아 주위의 말과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부인 말 골라봐. 말 경주하자!”


“예에?? 소왕야 전 말 탈줄 모르는데요”


“몰라? 왜?”


“여자는 말 탈줄 몰라요”


“거짓말 우리 어머니도 오상궁도 말 되게 잘타”


“전 못타요”


“말 경주하면 되게 재밌는 데 같이 놀고 싶었는데···..”



기능위는 방법을 생각하는 듯 눈을 굴렸다.



“내가 가르쳐줄게”



소란은 곤란한 듯 미소지었다.



“나 말 많이 타봤어. 괜찮아.”



소란의 곤란한 듯한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말 안장을 탄 채 소왕야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말 위에 타라는 의미라는 것은 알지만 문제는 소왕야와 같이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왕비 마마 소왕야께서는 말을 정말 잘 타십니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말 타는 법은 몸으로 기억하기에 괜찮습니다.”



옆에 서 있던 아복의 말에 소란은 기능위를 한번 모고 손을 내밀어 기능위의 손을 잡은 순간 몸이 붕 떠서 기능위의 앞에 앉자마자 커다란 팔이 소란의 허리를 감더니 꽉잡았다.


“간다”


“예? 으악!”


소란이 당황하기도 전에 기능위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싶은 순간 말이 움직이기 시작해 소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놀란 것은 아주 잠시였을 뿐 소란은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능위의 말을 모는 솜씨가 매우 뛰어나 말은 아주 천천히 거의 요동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소란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말 위에 올라타니 시선이 높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똑같은 풍경인데 말 위에서 보니 다르게 보였다. 주위를 구경하느라 소란은 자신의 뒤에서 말을 몰고 있는 기능위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재밌나?”


“예. 재미있어요”


“그럼 조금 더 속도를 내겠네”



말의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주위 사물이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본 소란은 재미있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하 재미있어요. 소왕야 빨리 달려봐요.”


“훗 그러지”


소란의 뒤쪽에서 기능위의 꾹 참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기능위의 왼쪽 팔에 조금 더 힘이 가해져 소란의 몸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었기에 소란은 빨리 달리는 말의 속도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가슴속에 그동안 쌓였던 모든 힘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란은 정말로 시원한 얼굴이 되어 소리쳤다


“소왕야 정말 기분좋아요”


“무섭다고 했으면 계획이 다 틀어질 뻔 했는데 다행이야.”


“예? 뭐라고요 소왕야?”


“집에 갈거라고!”


“벌써요?”


소란은 고개를 돌려 뒤를 보려고 했으나 소란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이 소란의 머리를 돌려 앞을 보게 했다.


“위험하다”


소란은 그제서야 기능위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나 소란은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말의 속도가 정말로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소란은 질문 대신 소리쳤다.


“우와아아아아아!!”


소란은 기능위에게 옷에 들어가 있던 종이의 글자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또한 말을 타고 달리면서 기이했던 기능위의 모습도 잊어버렸다. 말에서 내릴 때는 평소와 똑같은 기능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는 소왕야와 같이 말을 탔다.

그리고 3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소란 혼자서 말을 탔다. 언제나 갔던 지점에서 조금만 더 앞으로 가자고 소란이 스스로 말할 정도로 그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왕부로 돌아왔지만 소란은 흥분 상태가 가라앉지 않아 거처로 도착할 때까지 기능위와 같이 춤을 추듯 걸었다. 오늘도 이미 식탁에는 그녀로서는 평생을 보도 못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기능위는 벌써 뛰다시피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소란이 급히 다가가 기능위가 좋아할 법한 음식을 먹기 좋게 발라 기능위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소왕야 소 왕비 마마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드십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오상궁의 전언에 소란은 벌떡 일어나 문 쪽을 보았다. 문 앞에 언제인지 모르지만 연 왕 부부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소란은 급히 기능위를 보았으나 기능위는 소란의 오른쪽에 있는 무언가를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소란은 갑자기 등장한 왕야 부부 때문에 기능위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조그맣게 그의 귀에 속삭였다.


“소왕야 일어나셔야죠”


“응. 알았어.”


기능위는 소란의 말에 자신의 앞에 있는 빵을 집어 입에 넣으며 일어났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 처소의 문은 닫지 않았다. 그래서 왕야 부부는 소란이 소왕야를 위해 음식을 챙겨 주는 모습을 전부 볼 수 있었다. 하녀로서 시중드는 모습에 가까웠지만 앞의 두 명의 여인은 왕야 부부 앞에서만 신경 쓰는 듯 했고 그 두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소왕야를 완전히 무시했기에 왕야와 왕비 눈에는 앞의 두 사람과 비교되어 소란의 행동이 보기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부왕과 모비를 뵙습니다.”


“예는 됐다.”


연 왕비는 앉으라고 손짓하며 자신들도 앉았다.


“얼굴 보려고 잠깐 들렀는데 마침 출출하니 같이 먹자.”



연왕의 말에 젓가락을 가지러 습관적으로 일어나려던 소란을 옆에 앉아 있던 연왕비가 그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소란은 속으로 아차 하며 멈춰 섰고 연왕이 앉고 있는 중이라 그대로 서 있었다.


“오상궁 젓가락만 가져오게. 그냥 같이 먹으면 되니”


“예. 왕비마마”


“송구합니다. 모비. 앞으로 점심은 본채로 가서 먹겠습니다.”


“괜찮다. 지금처럼 위아만 신경쓰거라. 네가 온 뒤 위아가 더 밝아졌으니 보고 싶으면 우리가 오면 되지. 안 그렇소 왕비?”


“그럼요. 왕야.”


왕야의 말에 소란은 더욱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란도 기능위와 지내는 시간이 좋아 시부모를 신경 쓰지 않은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왕야 부부는 정말로 신경 안 쓰는 듯 몇 번을 앉으라 권하자 그제서야 소란은 자리에 앉았다.


오상궁이 접시와 몇 가지 요리를 더 가져와 연 왕 부부가 먹기 시작하자 기능위의 접시에 음식이 부족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은 소란은 습관처럼 차를 마시려고 들었다.


“나 그거 먹을래!”


기능위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소란의 오른쪽에 있는 고기를 노린 건지 손을 뻗다가 소란이 들고 있는 찻잔을 쳤다.


“앗!”


‘쨍그랑’


소란이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고 그 후 벌어진 상황에 모두들 굳었다. 그리고 소란은 완전히 공포로 몸이 얼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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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2) 24.09.06 15 0 12쪽
9 09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1) 24.09.05 13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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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 소란의 과거 24.09.03 15 0 14쪽
6 06 오해 24.09.02 1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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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시작 되었다. 24.08.23 20 0 17쪽
1 01. 붉은 신부 복 24.08.21 2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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