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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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그림/삽화
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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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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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1. 연리지처럼

DUMMY

엄마가 이상했다.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몸이 같이 흔들리며 어디가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프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말이 목에서 꽉 막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함에 가슴을 치려 했으나 손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란아! 엄마보렴”


엄마의 얼굴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여 눈을 계속 깜박거렸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 붉은 점 엄마가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라고 했지? 보이면 절대 안돼!”


말이 나오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퍼버버벅


둔탁한 기이한 소리와 함께 엄마의 몸이 튕기듯 허수아비 마냥 흔들렸다.


“커윽!”


고통에 가득한 소리와 함께 엄마의 가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엄마의 손이 힘겹게 움직여 앉은 곳의 어느 부분을 툭 치자 앉아있던 곳의 마차 바닥이 좌우로 열리며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 사이로 소란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몸이 부딪치는 충격과 함께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천둥처럼 울렸다.


“가! 뛰어!”


소란은 발딱 일어나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그냥 뛰었다. 그러나 뛴다고 생각했던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움직여! 움직여 제발’


목소리는 여전히 막힌 듯 나오지 않아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녀의 바로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뛰거라! 란아! 어서 뛰어!”


‘안움직여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요 엄마!’


소란은 다시 한번 다리를 움직이려 했으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다리는 검은 늪으로 서서히 빠지고 있었다. 죽는 다는 생각에 나가기 위해 팔을 휘저었으나 팔 또한 생각만 했을 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팔도 검은 늪에 빠지고 있었다. 검은 늪은 악귀 마냥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구해 줄 누군 가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 마차만이 덩그러니 보일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아라. 한 명도 살려둬선 안된다”


어느새 늪은 목까지 소란의 몸을 삼키고 있었다. 턱까지 잠길 때 소란의 머리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소란은 입을 열어 그를 불렀다. 현재 유일한 자신의 편인 그를.


“부군!!!!!”


무언가에 막혀 있던 목이 사막에서 터져 나오는 오아시스처럼 확 뚫려 소란은 있는 힘껏 그를 부르면서 눈을 떴다.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편한 눈동자가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놀라울 정도의 꿈을 보여 주는 입술이 그녀를 불렀다.


“부인 나 여기있어. 미안하오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부인과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이 그거 밖에 없어······”


꿈속의 말투였다. 그러고 보니 정신을 잃기 전 그가 소리쳤었다. 아주 필사적으로. 이건 꿈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기능위의 목을 소란은 양팔로 꽉 끌어 안았다. 기능위는 소란의 행동에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고 소란이 멀쩡하게 깨어난 것이 기뻐 자신도 그녀를 꽉 안았다.

악몽 때문인지 빨리 뛰고 있는 소란의 심장과 소란이 자신을 부르며 자신을 안은 순간 그녀의 체온이 가깝게 느껴져 빨리 뛰기 시작한 기능위의 심장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렸다. 빨리 뛰던 심장 소리는 천천히 뛰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똑같이 뛰기 시작했다. 서로의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상대방의 숨소리가 심장 소리와 같아져갔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 했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만 느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은 두 사람은 이 넓은 세상에 오로지 둘 밖에 없는 듯 한 이 기이하고도 행복하면서 달콤하기까지 한 순간을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새겨놓기 시작했다. 놓칠 수 없었고 놓치기 싫은 순간이라는 것을 서로 똑같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정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고 감정이었다.

그때.


‘벌컥’


“아이쿠야! 미안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연 왕이 목소리만 남기고 그의 몸이 바람처럼 들어왔다가 바람보다 더 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 너무도 갑자기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 인지라 소란과 기능위는 눈만 떴다가 뒤늦게 서로 후다닥 거리며 떨어졌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곧이어 얼굴은 물론이요 귀까지 빨개졌다. 소란은 이불을 뒤집어 썼고 기능위는 헛기침을 하다가 뛰어가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고 있는 연 왕의 뒷모습이 보여 급히 그를 불렀다.


“부왕!”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던 연 왕이 뒤돌아섰다. 소란이 정신을 잃어 기능위가 강제로 모든 하인과 하녀를 내쫓아 그의 처소에는 처음 소란과 혼인했을 당시처럼 아무도 없었기에 기능위는 연 왕을 직접 쫓아 부른 것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고림소는 살렸다. 허나 뒤에서 태후가 하는 짓까지는 막아 주진 못해”


“그건 그들이 알아서 보호해 줄겁니다.”



당당한 기능위의 말에 연 왕은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거라는건 알지만 어쨌건 부모조차도 감쪽같이 속이면서 바보짓을 했다. 어릴 때부터 너무도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그렇기에 어른이 된 지금 이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짓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아. 황제가 되고 싶냐?”


“부왕. 저 란이 없으면 못살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너무도 훌륭한 대답에 연 왕은 아들의 어깨를 두들겼다.


“내 아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두달이다. 알지?”


“예. 그리고 부왕. 열흘 뒤면 정이의 생일입니다. 부인과 같이 다녀오려고 합니다.”


잠시 거처를 비울 테니 알아서 막아달라는 의미였다.


“알았다. 3년동안 못 갔으니 갔다와라. 3일이면 되겠느냐?”


“예“


“간다. 그리고 이 기회에 수궁사 없애라. 들킬까 봐 심장 떨려 죽겠다.”


기능위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기능위의 얼굴을 못 본 척 돌아선 연 왕이 기능위 처소의 대문을 닫으며 마지막 일격 타를 날렸다.


“첫 애는 손녀가 낫겠다”


“부왕!!!”


“하하하하하하”


연 왕이 웃으며 문을 닫는 소리에 기능위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걸 어떻게 가르치냐고요······”


기능위는 자기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처소로 들어갔다. 천재도 못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열흘이 지나는 동안 기능위는 고민만 했다.


****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말이 천천히 걸어가는 소리가 작은 북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양에 있을 때 아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자 도성에 가서 북을 올려 억울함을 풀겠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도성에 가신 노 어르신이 생각났다. 그분이 도성에서 울린 북소리가 이랬을까?


“부군!”


“응?”


“도성에는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북이 있다면서요?”


“있었어. 13년 전까지.”



기능위의 말에 소란은 놀라서 그를 보았다. 노 어르신은 2년 전에 도성으로 갔던 것이다.


“지금은 없어요?”


“응. 태후가 없애버렸어. 왜?”


그럼 노 어르신은 어떻게 된걸까?


“군대간 아들이 도성에서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북을 울려서 억울함을 하소연 하시겠다고 2년 전에 떠나신 분이 계셨거든요.”


기능위와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아복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군대에서 부정행위를 보다 못해 고발하여 감옥에 갇혀 허무하게 죽는 자들이 많았다. 태후가 그 북을 없앤 것도 측근들의 부정을 고발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분은···..돌아왔어?”


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안돌아오셔서 성공한 줄 알았어요. 도성에서 아들과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그럼 저도···..”


“아복. 설아좀 데리고 있어라”


기능위는 아차 싶었다. 가족이 죽은 것을 목격했는데 가만히 있을 자식이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어렸을 때 일이라고 해도 분명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풀고 싶을 것이다. 기능위는 급히 일행을 정지시킨 뒤 자신이 타고 있던 말을 아복에게 넘긴 뒤 소란이 타고 있는 말로 옮겼다.


“부군?”


“부인 잠시 산책 좀 같이 갑시다. 이럇!”


얼떨떨한 표정으로 갑자기 자신의 뒤에 탄 기능위를 보던 소란은 기능위가 그녀의 뒤에 타자마자 말을 출발 시키자 잽싸게 바로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기능위의 한쪽 팔이 그녀의 몸을 안전하게 잡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삐져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도성을 나오자마자 나타나는 산길에서 살짝 벗어난 기능위는 숲 속 한 가운데에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에서 내렸다. 양손을 뻗으니 소란이 자연스럽게 기능위에게 안겨 말에서 내렸다. 기능위는 소란을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이에 소란은 기능위가 일부러 아복과 미령과 떨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중요한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수족 같은 부하들도 들으면 안되는······.


“누구냐?!!”


그러나 기능위가 갑자기 소란을 안고 있던 팔을 풀더니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두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기능위의 말이 끝나자마자 네 명의 사내가 나무 위에서 뚝 떨어졌다. 첫눈에 봐도 한 제국의 사람이 아니었다. 들고 있는 무기는 전부 도끼였다. 산이 국가의 90%를 차지하기에 도끼를 숟가락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툰카족 용병이었다.


“뭐 별건 아니고 물어볼게 있어서···너희들 연왕부 사람들이지?”


“뭘 물어봐? 저 안장에 새겨 진 문양만 봐도 알겠구만.”



기능위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말 안장의 문양 만으로 연왕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이 도성에서 지낸 지 꽤 오래 되었다는 의미였다.



“소왕야 부부를 감시하던 대당가와 십 여명의 형제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아냐?”


기능위의 등 뒤에 숨어있던 소란은 자신을 납치한 그자를 말하는 거라는 걸 바로 알았다. 동굴에서 있었던 끔찍한 기억이 돌아오자 소란은 기능위의 팔을 꽉 잡았다.


“글쎄. 소왕야 부부께서는 평안히 왕부로 돌아오셨는데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군.”


기능위는 소란을 자신의 몸으로 완전히 가리며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네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피식 웃었다.


“너는 모르지만 네 뒤에 있는 부인은 아닌 것 같은데? 네 부인을 데리고 가서 물어봐야 겠다.”


도끼를 양손에 든 자들이 소란을 비릿하게 쳐다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능위는 즉시 입술을 오므렸다.



‘삐이이이익’


기능위의 오므린 입술 사이로 새 비슷한 소리가 멀리 퍼져나갔다. 누군가를 부르기 위함인듯 크고 넓게 퍼지늠 소리에 네명의 사내들은 놀라 소리쳤다.


“내공이다!”


“무공을 할줄 아는 놈이었군”


“이런 일행을 부르는 건가?”


“제길 시간주지 말고 처리해”



기능위에게 다가오던 네 명의 사내들 중 두 명은 뒤 쪽을 보며 경계하기 시작했고 다른 두 명이 기능위와 소란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기능위는 소란에게 재빨리 말했다.


“부인 내가 신호를 보내면 말을 타고 달리시오”


“도끼가!”


소란에게 말을 건네는 그 짧은 시간에 네 명의 사내는 도끼를 던졌다. 그것을 본 소란이 놀라 소리쳤고 이에 기능위는 소란의 손을 한번 강하게 잡은 뒤 8개의 도끼가 날아오는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아악!!”


꼭 도끼에 찍혀 죽으러 가는 자의 모습 같아 소란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순간 소란의 눈에 기막힌 반전이 펼쳐졌다. 기능위의 발이 알 수 없는 기묘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날아오는 도끼를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피했다. 네 명의 사내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도끼를 잡고 기능위를 보았다.


“하인이 아니지? 누구냐? 넌? 대당가를 네놈이 죽인거냐??”


“너희들의 근원은 어느 산이냐?”


다시 한번 네 명의 시선이 마주쳐갔다. 기능위가 자신들이 툰카족이라는 것을 알고 한 질문이기 때문이었다. 허나 문제가 생길 것 같지 않아 그들은 순순히 말해주었다.


“파롯산이다.”


“웅족장에게 전해라. 병기가 필요하면 정당한 무역을 통해서 구입하라고. 계속 태후와 손을 잡고 불법으로 무기를 사들인다면 너희를 전멸시켜 버리겠다고! 너희들의 대당가는 내 부하가 죽였다.”


네 명의 사내는 기능위의 말에 헛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놈이구나. 우리를 전멸시키겠다고? 네 놈이 뭔데?”


”소왕야 기능위다“


“하하하하하하하”


기능위의 말에 네 명의 사내가 크게 웃었다. 세상에서 다시 없을 웃긴 농담을 들은 표정으로 눈물까지 흘려가며 웃었다.


“기능위의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적어도 너처럼 평범한 얼굴이 아니야”


“잔말 말고 죽여!”


“기능위가 바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다시 한번 양손에 도끼를 잡은 네 명의 사내를 보며 기능위는 재빨리 소란의 손바닥에 다가 말을 그렸다. 그것이 신호라는 것을 알아챈 소란은 급히 말에 올라탔다.


“어 계집이 도망간다”


“이럇!”


소란의 발이 말의 허리를 차고 말이 움직이려는 순간 네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소란을 향해 도끼를 던졌다. 그때 기능위의 손이 허리로 향한가 싶더니 하얗고 기다란 봉이 어느새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기능위는 허리장식으로 보였던 그것의 끝을 잡아 그대로 한 바퀴 돌아 소란을 향해 날아가는 도끼를 손에 잡은 그것으로 쳐냈다.


‘타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도끼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어느순간 기능위의 손에는 기다란 창이 들려 있었다. 창은 일반적인 쇠의 거무튀튀한 색깔이 아닌 눈보다 더 투명한 백색이었다.


“워···.월광이다”


“진···..진짜다.”


월광.

한 제국의 유일한 소왕야인 기능위만 사용할 수 있는 창의 이름이었다. 천년빙석을 깎아 만들었다고 하며 선 황제가 죽기 전에 하사한 최강의 무기 중 하나로 그 이름이 유명했다. 한 국을 세운 태조가 사용했던 창이었지만 너무 차가워 이후 아무도 사용을 하지 못했으나 기능위가 전쟁에서 월광을 사용하게 되면서 아군에게는 든든한 수호자였으나 적에게는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게 만들어준 창이었다. 그 창을 들고 있다는 것은 그들 눈앞에 서 있는 자가 진짜 소왕야 기능위라는 뜻이었다. 용병들은 기능위 홀로 그들 앞에 서 있었지만 도망갈 수가 없었다. 아니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철처럼 무겁고 한기까지 흐르는 새하얀 창을 기능위는 한 팔로 움직여 네 명의 사내를 겨눈 채 말했다.


“너희 족장에게 전달할 자는 한 명만 있으면 되겠지?”


한 명만 살려두고 남은 세 명은 죽이겠다는 의미를 못 알아듣는 이는 없었다.


“으아악!”


가운데에 서 있던 자가 먼저 등을 돌려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세 사람이 죽어라 뛰었다. 네 사람이 뛰어가도 가만히 있던 기능위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뛰기 시작했다. 말 위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지만 말은 정확하게 기능위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에 말은 순식간에 기능위의 옆에 도착했고 달리는 모습 그대로 기능위는 자신의 옆에서 달리고 있는 말 고삐를 잡고 말, 설아의 등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도망치던 네 사내를 따라잡은 기능위는 말을 달리면서 끝에 서부터 한명씩 차례로 단번에 등을 찔렀다. 놀라울 정도의 기마 창술이었다. 그리고 기능위는 말을 멈췄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자가 뛰어가는 뒷모습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설아가 갑자기 달리는 것을 보고 따라온 듯 아복이 기능위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장군. 잔인하게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잖습니까?”


“라이툰 웅. 그자에 대한 경고다. 그리고 여지껏 정아가 그 역할을 했기에 난 안한 것뿐이다. 부인은?”


“무사히 도착하셨습니다. 이로써 정말 태후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군요”



기능위가 아복을 보았다.


“몰아붙여? 아니 복아. 빼앗긴 걸 되찾는거다. 이건.”


“······용서하십시오. 실언 했습니다.”


“조심해라. 가자”



설아의 머리를 돌린 기능위에게 아복이 급히 물었다.


“소왕비께 따로 하실 말씀 있으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있었는데 정아의 집에 도착하면 그때 말해야겠다. 저들이 미행하고 있는 것도 몰랐어. 은령대도 없는데 너무 위험하다”


평소 무표정이던 아복이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기능위를 쳐다봤다.


“···..은령대가 순순히 물러났습니까?”


“부왕께서 명하시니 바로 듣던데”


기능위의 대답을 들은 아복의 얼굴에서 표정이 순식간에 가면술사마냥 변했다. 지나가는 개도 피할만큼 심각한 얼굴이 된 것이다. 아복은 걸음을 멈추고 기능위를 바라봤다. 그것만이 아니라 기능위가 타고 있는 말 설아까지 멈추게 했다.


“장군···..왕야의 명을 순순히 따랐다는건······”


기능위가 아복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아의 허리를 살짝 차며 말했다.


“황궁의 예법을 모르는 소왕비를 배려해서 황궁에 익숙하지 않은 훈련을 갓 마친 아이들로만 보낸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눈치가 없더라. ”


아복은 기능위의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은령대들은 몰라서 그렇다쳐도 그런것 까지 계산해서 행동하시는 분이 왕야아니십니까?”


“모른척 해라. 티내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분이다. 그리고 은령대가 없다는 것은 우선 너만 알고 있어라. 미령에게도 비밀이다”


“···.알겠습니다.”


기능위와 아복은 급히 말을 달려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그곳엔 안절부절 못한 채 말에서 내려 서성이고 있는 소란이 보였다. 기능위는 급히 말에서 내려 소란에게 다가갔다.


“괜찮소?”


“괜찮으세요?”


서로 같은 질문을 한 두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물었다.


“난 괜찮···”


“전 괜찮···.”


다시 두 사람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본 아복과 미령이 의문이 가득한 시선을 서로 교환했다. 이상했다. 웃을만한 상황이 아닌데 즐거웠다. 이런 작은 행동 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웃은 뒤 기능위가 손을 뻗었다.


“같이 타겠소?”


“예”


기능위는 소란이 타고온 말에 소란과 같이 올라탔다. 왜 설아를 타지 않냐는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소란이 기능위를 쳐다보았다.


“설아는 나이가 많아 둘이 타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소.”


“몇살인데요?”


“열 일곱 살이요”


“예에? 저하고 한살 차이밖에 안나네요. 어떻게 만난거에요?”


“부왕께 선물로 받았소.”


“설아는 태어나자마자 받은거에요?”


“아니오. 처음 만났을때 설아는 이미 네살이었소”


기능위는 그 다음말을 속으로만 삼켰다.


‘그리고 설아를 타고 정혼녀를 몰래 보러 갔었지.’

기능위는 자기도 모르게 소란을 안은 팔에 힘을 더 주었다.


‘그대가 내 정혼녀였으면 좋겠소’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건 기능위가 더 잘 알았다. 자신의 몸을 안은 팔에 힘이 가해지자 소란은 입을 다물었다. 기능위가 어떤 생각에 빠져있다는건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어느정도 조용히 가다가 그녀를 안고 있는 팔에서 힘이 빠졌다는 것을 알았을때 소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실 말이 있었던거죠?”


“어떻게 알았소?”


“그게 할일이 많으실텐데 밖으로 나온것과 주위에 사람들 없애신 것도 그렇고···..눈치가 좀 있거든요.”


글은 모르지만 소란은 눈치가 뛰어나다기 보다는 지혜 있게 행동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응대 해주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황을 만들어 유도 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기능위는 소란이 시집온 첫날 알아봤고 항상 가까이에 있던 그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족일은······나한테 맡기시오. 아니 정확하게는 부왕께서 조사하실것이오. 그러니 믿고 기다려 주시오. 그리고 가족 일은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되오. 그 붉은 점도 숨기고.”


소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란의 표정을 볼 수 없어 기능위는 소란을 안은 팔에 다시 힘을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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