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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두
그림/삽화
허언두
작품등록일 :
2024.08.24 23:36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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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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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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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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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

DUMMY

[ 3화 ]


“야 야! 야!! 일어나라~ 아니 니들은 어쩌려고 그러냐? 수능이 두 달도 안 남았어”


교실 안은 고요했다.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휴대폰이 놓여 있었고, 그마저도 손에 쥐고 잠든 아이들이 많았다. 수능이 두 달밖에 남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이미 수시로 대학을 갈 준비를 마쳤거나, 수능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창문 너머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비쳐들어와 더욱 나른함을 자아냈다. 엎드린 학생들 사이로 책상을 베개 삼아 깊은 잠에 빠진 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교탁에서 무거운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이 굳은 얼굴로 교탁을 세게 내리친 것이다. 눈을 감고 있던 학생들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몇몇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실은 순식간에 냉랭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선생님의 얼굴에는 짙은 실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눈빛을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거나 시선을 피했다. 수능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수시를 준비하며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던 학생들에게 이 순간은 찬물을 끼얹은 듯 충격적이었다. 교실의 공기는 무겁고 긴장감이 돌았다. 선생님의 숨은 무겁게 가슴을 오르내렸고, 교실은 다시금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아이고.. 두야.. 열심히 하는 건 우리 해인이 밖에 없다니까...”


이미 협조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은 해인이 유일했다.

학교 수업이 1 대 1 과외 수업이 되어버린 지금 선생님은 해인에게 물었다.


“해인아, 선생님이 뭐 좀 물어봐도 돼?”


“네, 말씀하세요”


“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문과를 선택했니?”


“음.. 재밌잖아요! 이것 좀 보세요 다 자고 있는 모습~ 너무 평화롭지 않아요?”


“어? 정말 그런 이유라고?”


“에이~ 당연히 농담이죠. 그냥 문과 선택한 이유는 국어랑 문학이 좋아서 그런 거예요~”


“넌 꿈이 뭐니?”


“꿈이요? 흐음.. 꿈이라.. 뭐 사실 이렇다~ 할 꿈은 없고요 그냥 대기업만 들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고.. 애가 어쩜 이리도 정직할까...”


“헤헤, 감사합니다”


교실 안의 냉랭한 침묵 속에서 선생님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이 가득했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교재들과 엎드린 채 꿈속을 헤매는 학생들을 보며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책상 위에 올려둔 교과서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에선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이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차라리 자습 시간을 주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결국, 선생님은 조용히 입을 열어 자습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엎드렸고, 다른 몇몇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떠났다.


교실은 다시금 잠잠해졌고,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문을 닫고 나가는 선생님의 발걸음 소리가 교실에 울리며 사라져 갔다.


“나이스~ 자습~!”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설이는 이 전에 말했던 대로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해인의 반으로 달려왔다.


“해인~ 하잉~”


“오! 진짜 왔네?”


“그럼, 당연하징~ 어때 공부는 잘 돼가?”


“어, 뭐 그럭저럭 하고 있어”


해인의 반 친구들은 이과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문 설이가 교실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설이는 주저하지 않고 해인에게 다가가더니, 자연스럽게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반 친구들은 의아해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평소 차가운 이미지의 설이가 해인과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익숙지 않았다.


“우와, 쟤들 뭐야?”


“그러게 쟤 이과 여신이라고 불리는 애 아니야? 왜 여깄어?”


“쟤네 둘 사귀나봐..~”


“와.. 이과 여신이랑 문과 훈훈이가 사귀다니.. 대박 사건..!”


수능이 끝나기 전까지 계약 썸을 타고 있는 이들을 제3자가 바라보았을 때, 그들은 마치 진짜 연인처럼 보였다. 서로에게 다정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스킨십, 그리고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한 분위기는 그저 계약 관계로만 보기엔 너무도 달콤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며 속으로 연인임을 확신했지만,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끝나고 뭐해? 요 앞에서 떡볶이라도 먹을까?”


“음.. 우리집에서 배달음식은 어때?”


“너네 집에서?”


“응!”


“너 이 자식~ 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하려구?~”


“아, 뭐래 우리집에 누나 있어서 괜찮아”


“우와, 너 누나 있었어? 몇 살이셔?”


“25살”


“아하~ 꽤 나이차가 나는구나~”


“어때? 우리집에서 먹을래?”


“훔.. 그래, 좋아!”


“오키! 그러면 학교 끝날 때까지 먹고 싶은 거 생각하고 있어”


“오오!! 사주는 거야?”


“아, 나는 아니고 우리 누나가 사줄거야”


“이야..! 누님이 멋지시다!!”


“멋지긴.. 우리 집안의 실세야.. 나 진짜 동생하기 힘들다니까...”


“에이, 그래도 동생이 먹고 싶다는 거 당연하게 사주시는 분이 어디있어~”


“그런가.. 일단 괜찮은 거지?”


“물론 괜찮지~ 가서 인사도 드릴 겸 가지 뭐~!”


만난지 겨우 하루,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해인은 설이에게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고작 하루 본 사이였지만, 해인의 초대가 어색하지 않았고, 설이도 자연스럽게 응했다.


“어이구.. 심장이 왜 이렇게 떨리지..”


쉬는 시간이 끝나고 설이가 반으로 돌아가자 반에 남은 해인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사실 해인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 버틴 것이었다.


“안 들켰겠지? 나 잘한 거겠지?”


그렇게 설이는 쉬는 시간마다 해인의 반을 찾아왔다. 매번 그녀가 해인을 찾아오는 모습에, 반 친구들은 둘이 정말 사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설이가 문 앞에 나타날 때마다, 해인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녀가 다가올 때마다 긴장감을 숨기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해인은 매번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설이를 맞이했다.


“허허.. 공부에 집중이 안 돼...”


설레이는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해인은 설이가 떠나고 나면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설이가 다가올 때마다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고, 그 생각에 공부는 물론 수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설이로 가득 찼고, 그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국, 해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설이에게 물었다.


“설아.. 이렇게 자꾸 찾아와도 괜찮아? 공부에 방해 되는 거 아니야..?”


해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설이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해인에게 말했다.


“설마...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어?! 그..그렇지...!”


“벌써부터 걱정을 해주다니... 너무 다정한 거 아니야?”


“어? 나 방금 다정했어?”


“어! 엄~청 나게 다정했어”


해맑은 미소를 띄는 설이를 본 해인은 마치 나풀거리는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미소 짓는 듯했다. 그 순간, 설이의 별것 아닌 말에 긴장이 풀리면서, 해인은 터질 듯한 심장 소리를 들키고 말았다. 설이 앞에서 숨기려 했던 감정이 한순간에 드러나 버린 것이다. 해인은 얼굴이 붉어지며,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쿵. 쿵. 쿵.


“이 소리는 뭐지~ 어디서 엔진이 울리는데?”


해인은 설이가 무심코 던진 작은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


“헤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나만 보면 그렇게 떨려? 어제도 그렇게 떨더니!”


“어?! 아..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다 들린다고!!”


“나... 나도 잘 몰라, 그냥 너만 보면 좋나봐..”


처음 경험하는 감정, 사랑이었다. 공부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책에서만 보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설이를 만나 가슴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해인은 설이를 보며, 엄마를 제외한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사랑..?!”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너만 보면 좋나봐.. 라는 소리를 들은 이과 여신 설이는 부끄러운 듯 해인에게 말했다.


“야아아~ 부끄러워 여기 얘들도 많은데~”


해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헤, 그런가 그냥.. 너무 좋아서 그만..”


이과의 여신 설이와 문과의 훈훈이 해인이 자꾸만 꽁냥꽁냥대는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쳤다.


“야, 너희 둘! 대체 언제부터 그런 사이인 거야?”


친구들의 장난 섞인 목소리에 설이와 해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혔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설이는 얼굴이 붉어져 손사레 치며 말한다.


“아~ 뭐래~~ 우리 그런 아직 그런 사이 아니야~”


“아.. 아직???”


“아, 몰라!! 나 갈래!!”


이과 여신, 문 설. 그녀는 자신이 방금 내뱉은 말이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도망치듯 해인의 반을 빠져나왔다. 설이는 빠르게 복도를 지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오구야... 갑자기 그렇게 말 하니까 괜히 나도 떨리네...”


그때, 누군가 13반 앞 복도에서 서성이는 설이를 발견했다. 그들은 이 학교에서 영향력을 꽉 잡고 있는, 일명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이었다. 설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딘가로 가려는 것을 본 그들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설이에게 다가갔다. 긴장감이 복도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어이, 이게 누구야~ 3반에 이과 여신이라 불리는 설이 아니야?”


일진들은 반으로 돌아가려는 설이를 붙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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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 24.08.30 10 0 11쪽
2 2화: "시작된 마음의 떨림" 24.08.28 9 0 10쪽
1 1화: "운명적인 첫 만남" 24.08.25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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